이재오와 이영민을 대질시켜라 때時 일事 (Issues)

시골 공단이나 중소기업에 대기업이랑 같은 보수를 주는 일자리가 널렸는데도 놀고 먹는 애들 천지이므로 강제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재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지지 연설원으로 나와, 노무현 정권이 나라를 말아 먹는 바람에 1백만 청년 백수가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밥을 굶는다고 하소연한 이영민.

한 사람은 일자리 널렸으니 강제로라도 보내야 한다고 하고, 또 한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서 밥도 못 먹는다고 한다. 둘은 서로 다른 쪽 사람인가? 아니다. 두 사람은 한 집안 사람들이다. 이재오는 언론에서 이른바 정권 2인자로 칭하는, 이명박의 측근 중의 측근이고, 이영민은 그런 이명박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지 연설원으로 나왔던 사람이다. 그런데 말이 다르다. 두 사람이 속하거나 관계하는 정치 세력, 말하자면 한나라당을 기준으로 보자면,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형국이다.

누구 말이 옳은지 모르겠다. 같은 일을 놓고 서로 진술이 다르면 대질시키는 게 최고다. 이재오와 이영민을 대질시켜 보자.

그 전에, 먼저 살펴봐야 할 게 있다. 이재오는 2010년 8월에 말했고 이영민은 2007년 12월에 말했다. 시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나를 좀 봐야 한다. 이를테면 이영민이 말할 때는 일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밥을 굶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명박이 집권한 뒤 3년 사이에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서 이재오가 말하는 것처럼 일자리 천지인 세상이 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통계로 잘 잡히지 않는다. '일자리 몇 개가 창출되었다'는 식의 주장은 대체로 주먹구구다. 아쉬운 대로,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중소기업청 자료의 일부를 보자. 이영민이 나라를 말아먹었다고 울분을 토한 노무현 집권기인 2007년의 중소제조업체 수는 112,968개이고 이에 종사하는 사람 수는 2,054,522명, 부족 인원은 84,499명이다. 이명박이 집권한 뒤인 2008년의 중소제조업체 수는 118,366개, 2009년 중소제조업 종사자는 2,087,541명, 부족 인원은 50,450명이다. (2009년 제조업체 수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점 차이가 크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없던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창을 들여다 보자.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나온 자료다. 이 표에 나온 기간 중에서 노무현 시기라고 할 수 있는 2004~2007년 평균 청년실업률은 7.85%다. 이명박 시기라 할 수 있는 2008~2010(6월까지)년의 평균 청년실업률은 7.80%다. 소수 둘째자리까지 따져서 0.05% 차이가 났다. 실업률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래서 이영민이 하소연하던 때와 이재오가 일갈하는 때의 청년실업률이나 일자리 수 사이에 획기적인 차이가 있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통계로 보든 상식으로 보든, 3년 전에는 일자리가 하나도 없었느나 그 사이 이영민이 말한 1백만 청년 백수가 모두 고용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에서 일자리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두 사람의 발언으로 재구성한 대질 진술을 들어 보자. 이 발언들은 모두 두 사람이 실제로 한 말이다.


이영민: 직장, 일자리가 없어서 집에 짐이 되고 사람 구실 못한다.
이재오: 내가 권익위원장 시절부터 하려고 했던 건데, 고용과 취업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이영민: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일주했다.
이재오: 한 쪽에선 일손이 모자라고 다른 한 쪽에선 일자리가 모자란다.

이영민: 사람답게 살려면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재오: 일자리가 없느냐 하면 있다, 천지다. 시골 공단에 가봐라. 30명 써야 하는데 10명, 5명밖에 못쓴다. 기계가 논다.

이영민: 공사장, 공장, 비정규직 안 해 본 거 없는데, 시간은 더 일하고 월급은 더 짜다.
이재오: 봉급도 별 차이 없다. 내 애가 대기업에 다니지만 초봉이 150만원이다. 중소기업도 160, 170만원 준다.

이영민: 석 달 동안 공장에서 뼈빠지게 일하고 월급 한 푼 못 받은 친구도 있다.
이재오: 봉급도 별 차이 없다. 내 애가 대기업에 다니지만 초봉이 150만원이다. 중소기업도 160, 170만원 준다. 그런데도 대기업만 쳐다본다.

이영민: 웹디자인 하러 갔다가 커피 심부름만 하다 온 친구도 있다.
이재오: 종합병원가려면 동네병원 진단부터 받아야 하듯 대기업 가려면 중소기업 의무적으로 해 보고 보내야 한다.

이영민: 정식 사원 시켜준다는 말에 무리하다 죽은 친구도 있다.
이재오: 종합병원가려면 동네병원 진단부터 받아야 하듯 대기업 가려면 중소기업 의무적으로 해 보고 보내야 한다.

이영민: 지난 1년 동안 이력서만 100통 넘게 썼다.
이재오: 봉급도 별 차이 없다. 내 애가 대기업에 다니지만 초봉이 150만원이다. 중소기업도 160, 170만원 준다. 그런데도 대기업만 쳐다본다.

이영민: 대기업은 언감생심, 오르지도 못할 나무라 쳐다도 안 본다.
이재오: 그런데도 대기업만 쳐다본다.

이영민: 비정규직은 파리 목숨이라 금방 짤린다.
이재오: 대기업들도 경력 있는 사람 뽑으면 좋잖은가.

이영민: 일자리 하나에 목숨 거는 청년 백수 심정을 아는가.
이재오: 어떻든 놀고 먹는 애들은 없어야 한다.

이영민: 날고 싶은 새의 날개를 확 꺾지 마라.
이재오: 종합병원가려면 동네병원 진단부터 받아야 하듯 대기업 가려면 중소기업 의무적으로 해 보고 보내야 한다.

이영민: 어머니가 내 아들 어디어디 다닌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해 달라.
이재오: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 떨어진 애들 재수 삼수 학원 보내는데 다 사회적 비용이다. 우선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하게 해야 된다. 1, 2년 일하고. 그 성적을 갖고 대학가라 이거야.

이영민: 부지런하고 정직한 사람이 잘 사는 나라, 일자리 넘치고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를 약속한 이명박 후보.
이재오: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 떨어진 애들 재수 삼수 학원 보내는데 다 사회적 비용이다. 우선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하게 해야 된다.

이영민: 제발 살려 주이소.
이재오: 일자리가 없느냐 하면 있다, 천지다. 시골 공단에 가봐라. 30명 써야 하는데 10명, 5명밖에 못쓴다. 기계가 논다.


대질이 끝났다. 한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서로 말이 어긋난다. 갑의 말이 맞다면 을은 일자리가 차고 넘치는 데도 스스로 놀고 먹으면서 지난 정부가 청년 백수를 양산했다고 비난한 셈이 되고, 을의 말이 맞다면 갑은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피눈물을 흘리며 배를 굶고 있는데 일자리 천지라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둘 중 하나는 헛소리를 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둘 다 흰소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르튀르 랭보의 말 "That family is a litter of puppy dogs"가 떠오른다.

 

덧글

  • 아노말로칼리스 2010/08/11 18:43 # 답글

    시간이 흘러도 영원한 비웃음거리로 남을 가볍고 역겨운 주둥아리들.
  • 싱클레어 2010/08/11 21:11 # 답글

    으악ㅋㅋㅋㅋㅋㅋ이영민ㅋㅋㅋㅋ잊고 있었습니다 그 역적을ㅋㅋㅋ정말 대질시키는게 답일듯요ㅋㅋㅋㅋ
  • 2010/08/12 02:33 # 답글

    아 이거 대박입 ㅋㅋㅋㅋㅋㅋ
  • 2010/08/12 22: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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