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를 밝히지 않는 시각 자료 중매媒 몸體 (Media)

A.

도표나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시각 자료는 직관적이어서 이해가 쉽고, 현실(현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느낌을 준다.

B.

그런데 이러한 시각 자료가 출처 없이 나도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인가.

1. 자신이 만든 자료다

자신이 직접 조사를 하여 결과를 분석하고 표로 만들었다거나, 자신이 현장에 사진을 찍었다거나, 자신이 펜이나 컴퓨터 도구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인 경우다. 이런 자료들이 자기 글에 실릴 경우는 (다른 곳에 발표된 것이 아닌 한) 당연히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다. 자기 자신이 출처이기 때문이다.

2. 어디서 가져온 자료다

이미 있는 자료를 인용한 경우다. 도표는 다른 사람이 쓴 책, 논문, 기사, 웹사이트 같은 데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을 가져 온 경우고, 사진은 다른 사람이 찍은 것을 가져온 경우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출처를 밝혀야 한다. 자료의 신뢰도를 보여 주기 위해서도 그렇고, 원 제작자의 노력을 존중하고 저작권을 지켜 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2의 경우인데도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면 어떤 경우인가.

2-1. 실수

남이 제작한 도표, 사진, 그림을 가져 오면서 실수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경우다. 요즘 세상에 이런 실수는 잘 일어나지 않으며, 설령 처음에는 실수로 출처가 빠졌더라도 곧 보완되는 게 상식이다.

2-2. 출처 망실

이런저런 이유로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컨대 오래 전에 웹사이트에서 보고 저장해 둔 이미지 자료들은 하나하나의 출처(URL)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밝힐 수 있는 데까지 출처를 밝히는 것이 자료의 신뢰도를 높이고 인용의 예의를 지키는 길이 된다. '인터넷에서' '다른 웹사이트에서' 정도의 메모만 달아 두어도 자신이 직접 찍거나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알릴 수 있다.

2-3. 의도적인 누락

이미지 자료의 출처를 밝혀야 함을 알고 출처도 있는데도 일부러 빠뜨릴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인가.

2-3-1. 도용

원 자료의 제작자나 출처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이 자료를 자신이 만든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다. 기본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도표의 경우는 드물지만, 사진이나 그림의 경우는 흔하게 일어난다. 명백한 잘못이어서 별다른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

2-3-2. 선전

특정한 목적을 위해 출처를 밝히지 않고 도표, 사진, 그림을 유통시키는 경우다. 출처를 밝히면 이미지 자료를 누가 제작했는지 드러나므로, 선전의 목적임을 쉽게 간파당할 수 있기 때문에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되겠다.

예컨대 정부 고위 공직자의 병역 이수 현황을 왜곡되게 묘사한 도표가 있다고 치자. 이 도표를 만든 측은 극렬한 반정부 단체나 개인이라고 치자. 누군가가 이 도표를 인용하여 정부를 비판하고 싶은데, 도표의 출처를 밝히면 도표 제작자가 드러나면서 자료의 신뢰도가 확 떨어지게 된다. 이 도표가 객관적인 것처럼 위장을 하는 좋은 방법은 출처를 빠뜨리는 것이다.

혹은 조아무개가 '전교조 회원이 많은 학교는 성폭력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라는 주장을 하며 이를 입증하는 도표를 만들었다고 치자. 물론 이 도표는 애초부터 왜곡된 원자료에 근거하여 제작되었다고 치자. 이 도표를 보는 사람들은, 그 제작자가 조아무개라면 도표가 입증하는 사실의 신뢰성을 한 수 접고 볼 것이다. 그러나 출처가 빠지면 도표는 객관적인 사실로 둔갑하게 된다.

혹은 미국이 대량 살상 무기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분위기를 잡는다고 치자. 전쟁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국민을 선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치자. 미국은 정보 기관을 이라크에 들여 보내, 대충 대량 살상 무기 저장고 비슷한 곳의 사진을 대량으로 찍어 올 수 있다. 여기에는 곡물 창고도 있고 쓰레기 재활용장도 있을 수 있다. 사진의 출처가 CIA로 달려 있다면, 미국 행정부의 의도를 아는 사람은 이들 사진을 로이터나 AP의 사진과는 다르게 볼 것이다. 객관적인 것처럼 위장하고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는 출처를 뺀 채 다양한 경로로 유통시켜야 한다.

혹은 쿠바 정부가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교육 시설과 의료 시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화보집을 만들었다고 치자. 누군가가 이 화보집에 실린 사진을 인용하면서 출처를 명기하면, 보는 사람은 이 사진들이 쿠바 정부의 선전용으로 제작된 것임을 쉽게 알게 된다. 쿠바에 우호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은 사진의 출처를 빼버림으로써, 쿠바의 객관적인 모습을 묘사한 사진들로 보이고 싶어할 것이다.

혹은 카스트로에 반대하는 플로리다의 쿠바 이민자 단체가 반정부 홍보물을 만들면서, 쿠바의 뒷골목 민빈가만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사용했다고 치자. 누군가가 이 사진들을 인용하면서 그 제작자를 명기하면, 이 사진들에 일정한 의도가 담겼음을 누구나 알게 된다. 사진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출처를 빼야 한다.

C.

모든 창작물에는 의도가 있다. 심지어 객관적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신문 기사에서도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세상이다.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러한 창작물을 유통시키는 사람도 의도가 있다. 창작물을 유통시키면서 일부러 출처를 빼는 것은 이러한 의도를 감추려는 것이다. 출처 명기는 이제 온/오프를 통틀어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상식을 지키지 않는다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맨 앞에서 시각 자료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시각 자료는 현실을 왜곡하여 보여주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자료를 인용할 때 오해를 사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출처를 밝혀라. 출처를 밝히기 부끄러운 자료는 유통시키지도 말라.

 

덧글

  • LVP 2010/08/15 05:44 # 답글

    그래서, 인터넷에서 보는 모든 뉴스는 html이나 mht로 저장해야 편합니다 'ㅅ'//

    레폿을 쓸때도 가끔 저 저장본을 출처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있더군요 'ㅅ'
  • 愚公 2010/08/16 10:38 #

    출처이기는 하지요. 신뢰도 문제가 있어서 그렇지.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은 공식 기관이나 단체의 공식 웹주소이고
    공신력있는 개인(주로 학자)의 웹주소도 같은 레벨이지요.

    그래도 정기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이나 아카이브의 원자료보다는
    떨어지는 레벨이지요.

    개인적으로 신문기사는 웹주소를 병기하는 쪽이 좀더 신뢰가 가더군요.

    약간 다른 차원의 얘기인데 레포트나 논문도 출력본만 제출할 게 아니라
    원본 파일의 사본 파일(기록학계 용어로 진본사본) 역시 제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웹주소도 출처정보로 인정받기 쉬워지죠.,
  • deulpul 2010/08/16 13:57 #

    두 분 말씀은 알 듯 모를 듯한 고담준론이군요... 레포트에서 인터넷 뉴스를 인용할 필요가 있다면 접속 일자와 웹주소(URL)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고, 이 경우 신뢰도란 뉴스(언론) 자체의 신뢰도는 문제가 되어도 인용의 신뢰도는 확보된다고 생각합니다.
  • 추유호 2010/08/15 15:24 # 답글

    백투더소스 운동이군요. ㅎㅎ
    http://backtothesource.info/
  • deulpul 2010/08/16 14:01 #

    그렇기도 하지만, 특히 '선전'을 목적으로 하거나 의도하지 않게 그런 용도로 이용되는 무출처 자료들의 유통 현상에 대한 경계에 초점을 두려고 했습니다.
  • 2010/08/19 18: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8/24 08:53 #

    모든 자료에 출처가 달리면 좋겠지만, 출처가 특히 더 중요한 자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료에 강한 주장이 담기거나, 강한 주장에 이용되는 자료들이죠. 유명한 그림 같은 경우는 굳이 출처를 달지 않아도 이와 같은 문제는 벌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출처를 명시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자료들도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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