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은 최시중의 말을 따르라 때時 일事 (Issues)

유명환 "딸 채용 취소" 사과…MB "철저히 조사"

기사에서 보니 유명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명환/외교통상부 장관 : 생각을 해보세요.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특혜를 줄 수 있겠어요.
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같이 철면피들과 도덕적 저능아들이 활개치는 세상이라면 특혜를 얼마든지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더니 문제가 커지자,

유명환/외교통상부 장관 : 자식이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응모하여 채용되는 것은 특혜 의혹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데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사랑하고 존경하는(이라고 이야기하니 꼭 정치인이 하는 말 같네) 친구와 맥주를 마시다, 한 가지 이야기에 말이 엇갈려 밤을 꼬박 샜다.

누가(A라고 하자) 출세를 해서 나름 디시젼 메이커가 됐다. 이를테면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업체를 지정하는 자리에 갔다. 디시젼을 메이킹하는 데에는 대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기준이 있지만, 이런 기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살면 살수록 더 잘 알게 된다.

A가 공사를 따내려고 나선 회사들을 보니 친척이 하는 회사도 있다. 사실 서류를 보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다.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 보니 다른 회사들에 비해 불리한 점도 없다. 수주 실적도 많고, 응모한 공사비도 다른 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분명한 기준을 적용해 회사들을 걸러 내었는데도 친척이 하는 회사는 final three에 들었다. 이제 어떡해야 할까.

여기서 말이 엇갈렸다. 나는 일단 무조건 친척의 회사는 제끼고 봐야 한다고 했고, 나와 이야기하던 친구는 오히려 친척의 회사를 공사 업체로 택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각각 두 사람의 rationale이다:

나: 친척의 회사가 실적이 좋고 조건도 좋지만, 그 회사를 택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산다. 누가 봐도 내 친척이기 때문에 뽑았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서류를 보지 않고 오로지 관계만 본다. 내가 그 회사를 택하면 나는 친인척에게 특혜를 준 탐관오리가 되고, 그 회사는 실력도 없으면서 친척 덕으로 공사를 딴 파렴치한 회사가 된다. 모두에게 나쁘다. 그래서, 심지어 조건으로만 보면 친척의 회사가 가장 우수하더라도 이 회사는 일단 배제해야 한다.

친구: 아니 그런 불공정한 경우가 어디 있나. 그럼 그 회사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오직 결정권자가 친척이라는 이유 때문에 밀려나야 한다는 것 아닌가. 이것은 공사를 발주하는 측에서 보아 나쁜 결정이며, 공정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게다가 조건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내 친척 회사를 뽑아야 한다. 왜 가족이며 친척이 서로서로 잘 되기를 바라고 챙겨주겠는가. 다 필요할 때 힘이 되고 의지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평행선처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새가 짹짹거리고 울더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친구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여기에는 두 근거가 들어 있다. 하나는 룰을 보편적이고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필요성(역차별에 대한 경계), 다른 하나는 가족주의이다. 전자는 논리적으로, 후자는 현실적으로 부정하기 어려운 근거다.

그래도 이 길은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믿는다. A가 있는 자리가 사기업에서 물품 구매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랏일을 하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친척을 배제하고 친척으로부터 배제당하면, 당장은 서로 불편하고 섭섭하더라도, 길게 보면 그게 남는 장사다. 서로를 위한 길이다.

유명환이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응모하여 채용되는 것은 특혜 의혹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점에서 아쉽다. 이런 촌구석의 새파란 무지렁이도 생각할 수 있는 순리를 명색 한 나라의 장관이 돌아보지 못한다니 말이다.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修身薺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을 한학자들은 어떻게 새기는지 모르겠지만, 경구 속에 들어 있는 개개의 매듭을 순서의 의미로도 볼 수 있고 조건의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본다. 시간적 순서로 보자면 우선 자기 몸을 닦 가정을 다스리 그 다음에 나라를 일을 하고 마지막에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이겠다. 또 조건으로 보면 자기 몸을 닦아야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그래야 나라 일을 할 수 있으며, 그래야 세상 일을 하러 나설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경구라는 점에서 보면 후자의 해석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조건으로 보고 이 말을 역으로 생각하면, 자기 몸을 닦지 않고 가정을 다스리지도 않으면서 세상에 나서면 국에 치가 안 되고 천하에 평이 안 되니, 결국 국과 천하를 망치려고 나서는 것과 같다는 뜻이 되겠다.

이렇게 무리를 둬 가면서 딸을 채용한 것으로 오해 받아 자신과 딸이 동시에 망가지는 모양을 보자니, 최시중의 말이 역시 명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환 장관에게 그가 모시는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리는 최시중이 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려 드리고 싶다. 딸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비결이다:

"나는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 보다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여성의 임무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게 맞다"
"충실한 어머니와 선량한 부인만 되어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

물론 이것은 그가 최시중의 멘티가 이끄는 정부에서 장관을 하고 있으므로 하는 이야기이며, 멘토와 멘티가 구성한 세계관 안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지만 말이다.

 

덧글

  • ㅋㅋ 2010/09/04 12:45 # 삭제 답글

    그 최시중 따님은 서초구에서 시의원하고 계신다능... 진정 딸을 현모양처로 키운 아버지의 모습임니다
  • deulpul 2010/09/07 11:59 #

    지난 번 선거 때 당선된 모양이군요. 최시중 말 중에서 "나는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 보다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 딱 15년 동안만"의 마지막 부분이 빠진 채 전달됐나 봅니다.
  • 닥슈나이더 2010/09/05 13:38 # 답글

    친구분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를 이모양 이꼴로 만들고 있는거죠...

    지금 잘해주고.. 다음에 뭔가 받는다.... 그건 뇌물이죠....
  • deulpul 2010/09/07 12:02 #

    선발 과정 자체가 아주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인데요, 한국 사회에서 공정은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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