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높아서 즐거운 미군 미국美 나라國 (USA)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체감 지수는 여전히 낮다.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후유증은 다양한 형태로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실업률도 도무지 떨어지지를 않는다. 올해 초의 피크는 넘겼지만, 여전히 9%를 웃돌고 있다. 미국 전체 실업률은 지난 8월에 9.5%, 9월에는 9.2%였다.

경제 불황과 만연한 실업 사태는 사회 구성원 대부분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이며, 막 사회에 진입하려는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수백 장씩 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지난 여름에 대학을 졸업한 한 청년은 이력서를 5백 장 가까이 내었는데, 연락이 온 곳은 단 한 군데였다고 한다. 그의 친구는 1백 여 장을 보낸 뒤 겨우 너댓 곳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런 가망 없는 구직을 때려치우고 같은 곳에 취직을 하기로 했다. 지금 같은 취업난 시대에 두 사람을 동시에 받아 주는 데가 있을까. 있다. 군대다.

실업이 늘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이 있다. 미국 군 당국이다. 현재 미군의 신병 모집 부서는 몰려 드는 입대 신청자들로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군의 4개 군(육군, 해군, 공군, 해병)은 모두 충원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이는 아주 드문 일이다. 미군은 해마다 모두 28만~30만의 신병을 모집한다. 그 동안 이런 수치를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신병 모집관들이 거리에 나가 마구잡이로 세일즈를 해야 했고, 자격이 좀 떨어져도 웬만하면 대충 다 신병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군으로 몰리는 젊은이들 덕분에, 우선 신병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 새로 입대하는 젊은이의 99%가 고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다. 그 동안 군 당국이 바라던 기준인 90%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군대도 가기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대졸자도 크게 늘어서, 2009년 신병 중 대졸자 비율은 그 전 해에 비해 17%나 증가했다. 입대할 때 치르는 시험(AFQT) 성적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잘 나가면, 군에 자원 입대하려는 사람이 줄어든다. 군 당국은 신병을 받아들이기 위해 각종 기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AFQT 성적 커트라인도 낮춘다. 그래야 수를 채울 수 있다. 반면 보너스 같은 보상은 올라간다.

실업률이 높고 경제가 안 좋으면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고학력의 젊은이들이 군으로 몰리게 되고, 이에 따라 각종 충원 기준이 상향 조정된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지원자가 넘치는 지금, 미군 당국은 범죄 기록을 확인하여 지원자를 걸러내고 있고, 심지어 문신을 이유로 탈락시키기도 한다. 모두 그 전에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누구 말마따나 일자리는 인권의 문제다. 적당한 일자리는 인간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사회가 이를 제공하지 못하니까, 그동안 기피하던 군으로 들어간다. 군에 들어가기만 하면 당장 강력한 의료보험과 주거 공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어떠한 사기업도 이에 필적하는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 게다가 군에서 쌓은 경력은 나중에 우호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직장으로서는 최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죽거나 다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라크전에서 다리를 잃은 뒤 전역한 참전 용사가 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이렇게 고학력자가 미군 신병으로 몰리면서, 입대 동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미 육군의 조사에 따르면, 과거에는 '경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학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같은 대답이 가장 많았던 반면, 최근에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조국에 봉사할 수 있기 때문에'라고 한다. 최근에 갑자기 애국심이 높아졌나? 경제 위기는 애국심을 고양시키나? 교육과 애국심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나? 최근 지원자들의 사고방식에서부터 인지부조화 현상까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소식을 듣자니 세 가지 생각이 든다.

1) 매해 신병 숫자가 30만 명 수준이라니, 역시 세계 최대 군사 국가는 그 머릿수부터 다르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 들이려면 성 취향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don't ask, don't tell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다. 2) 고실업 사태로 고학력자들이 군대로 몰리고, 그 결과 군 입대에서마저 경쟁이 벌어진다니, 그나마 남들 기피하던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군대를 직장으로 선택하던 저학력 소외 계층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을까. 3) 그래도 미국넘들은 취직이 안 되면 자발적으로 군대에라도 취직할 수나 있지. 강제로 보내져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채 무보수에 가까운 노력 봉사를 바치고 나면, 맨 땅에 헤딩하며 청년 실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느 나라의 젊은넘들보다는 낫구나.


※ 이미지: <타임>

 

덧글

  • qwe 2010/10/16 09:12 # 삭제 답글

    원래 미육군 입대 조건이 고졸 이상+영주권 소지 일텐데요...
  • deulpul 2010/10/16 09:36 #

    육군뿐 아니라 4개 군 모두가 최소한 GED(고졸 학력 인정) 자격을 요구하긴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서 필요한 인원을 충당하기 어려우니까, 학력이 모자란 젊은이들을 일단 등록시킨 뒤 재교육을 통해서 GED를 취득케 하고, 그 다음에 정식으로 신병 교육에 들어가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으나 GED를 가진 사람도 자격 요건에서 밀리는 상황인 것이죠.
  • ChristopherK 2010/10/16 13:17 #

    경보병의 경우는 좀 거시기한데, 그 외의 AFQT성적이 높지 않아도 되는 분야들(예를 들자면 보급말단)은 졸업장에 해당하는 성적취득을 받겠다는 가정하에 고졸미만도 받습니다.

    주한미군도 마찬가지에요.
  • 벨제브브 2010/10/16 09:39 # 답글

    적어도 미군은 하나의 직업일 수 있지만 이 나라는 그저 2년간 단물을 빨아먹는 노예제일 뿐이죠...
  • deulpul 2010/10/16 12:54 #

    '국방의 의무'로 간 장정들을 시위 진압에 내몰고, 4대강 사업에까지 동원하면서 '예산 절감' 운운 하는 꼴들을 보면 말씀을 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 RainGlass 2010/10/16 10:22 # 답글

    제가 2000~2005년간 미국에서 유학할때는
    매년 여름과 겨울, 학교에 모병관이 와서 가방과 선글래스를 나눠주면서
    팔굽혀펴기 대회 같은걸 벌이고 경품을 주곤 했지요. 거의 세일즈맨 다름없었...

    그러나 다들 콧방귀.

    ... 였는데, 요즘은 유학생들도 미군 가려고 기를 쓰고 있죵. 아놔..
  • deulpul 2010/10/16 12:56 #

    말씀하신 시기엔 정말 캠퍼스 근처의 모병 센터에 학생들이 몰려가서 항의 시위하다 징계도 받고 했었는데... 격세지감입니다. 사람이 살긴 살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유학생은 기를 써도 안 되지 않습니까?
  • RainGlass 2010/10/16 14:17 #

    그.. 요즘은 유학생들도 학사 졸업생의 경우 모병하곤 하죠. 그것도 경쟁률이 엄청나다고 하더라구요.
  • 검투사 2010/10/16 10:42 # 답글

    헐... 조지 W. 부시 때에는 그토록 낮던 게 오바마 가카 시절에는 이렇게 높다니...

    정말 아이러니 아니겠습니까... -ㅅ-;
  • deulpul 2010/10/16 12:59 #

    실업률 말씀이겠죠? 여기도 이걸 보고 오바마 탓을 하는 작자들이 있습니다. IMF 때문에 파탄 났으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한 띨띨이가 생각나는군요. 오바마가 빨리 잡지 못하는 것이야 비판할 수 있겠지만, 데미지가 좀 컸어야죠.
  • 검투사 2010/10/16 13:54 #

    하긴 조지 W. 부시가 박살낸 것을 오바마 가카도 물려받았으니 말이죠...

    대략 부시와 그 똘마니들에게서 추징금이라도 받아내지 않은 것 보면...

    오바마 가카는 정말 페르시아 금공장의 공장장만큼이나 관대하신 분일지도... -ㅅ-
  • -A2- 2010/10/16 19:40 #

    deulpul// 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ㅎㅎ
  • 추유호 2010/10/16 13:26 # 답글

    본문과는 별 관계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요즘 don't ask, don't tell 정책이 논란이더군요. 없어질지도 모르겠어요...
  • deulpul 2010/10/16 16:49 #

    자꾸 그 이야기가 들려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저도 궁금해 하고 있는 참입니다.
  • 아크몬드 2010/10/16 13:32 # 삭제 답글

    요즘 미국 군의 실정이 이렇군요. 잘 보고 갑니다.
  • deulpul 2010/10/16 16:49 #

    네, 잘 나간다네요...
  • 버드나무 2010/10/16 15:28 # 삭제 답글

    마지막 부분에서 공감이 되네요.. 2년 동안 박탈당하고 뒤쳐진 시간을 따라잡아야 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참 안타깝고 불쌍한 거죠.
  • deulpul 2010/10/16 16:55 #

    그래서 몇천만 원씩 줘가며 멀쩡한 이를 그렇게 뽑지 말입니다.
  • 닥슈나이더 2010/10/16 15:44 # 답글

    매해 30만명이면... 별로 안많지 않나요??
    물론 의무 복무기간이 길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매해 30만명 정도는 모집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의무복무지만 말이죠....ㅠㅠ;;
  • deulpul 2010/10/16 16:46 #

    네, 자원병 형식으로도 그 많은 인간을 끌어모은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현역 군사력으로 세계 10위에 드는 나라들 중에서 징병 제도가 아닌 나라는 미국(2위), 인도(3위), 파키스탄(7위) 정도인 듯 합니다. 하긴 병력 수로 따져 세계 6위인 한국도 2009년에 현역병으로 13만5천, 상근예비역 1만, 모집병 12만3천 명이 입대하여, 모두 합쳐 26만8천 명 정도가 민간인을 벗어났습니다. 말씀대로 징병이긴 하지만요.

    세계 병력 순위: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by_number_of_troops ('Active')
    한국군 병무 자료: http://www.mma.go.kr/kor/s_info/release/release09/release0902/__icsFiles/afieldfile/2010/07/20/2010-1.pdf (p.159부터)
  • 닥슈나이더 2010/10/16 17:20 #

    뭐.. 부칸과 우리나라를 합치면..
    상비군은 세계 2위군요...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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