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급 블로그' 명예인지 오욕인지 섞일雜 끓일湯 (Others)

한국블로그산업협회와 언론진흥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투표가 올해에도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블로그'를 선정한다는 낯간지러운 표현도 여전히 쓰고 있다.



유쾌한 자리가 되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이 행사는 그 진행 과정부터 석연치가 않다. 이 국대급 블로그는 어떻게 뽑히는가. 행사 안내문을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 사전에 블로그 서비스업체의 추천을 통해 후보자를 선정함.
- 이중 심사위원단에서 1차 심사를 통해 최종 카테고리별 20개씩 100개의 후보선정
- 대상 및 카테고리별 우수상 : 네티즌 투표 + 심사위원단 심사배점

그러니까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이 (아마도 자신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후보자들을 자의적으로 추천하고, 이를 대상으로 하여 어떻게 선택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심사위원단'이 부문별로 20개씩 100개를 추려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정 과정이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블로그'라는 엄청난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블로그를 뽑는 데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제시된 선정 과정을 보면 단일한 심사위원단의 입김이 심사의 각 단계에서 지나치게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심사위원단은 초기에 100명의 후보를 선정하는 데에도 결정권을 행사하고, 최종 수상자를 뽑는데도 참여한다. 자신이 후보를 선정하고 그 후보를 대상으로 하여 또 자신이 점수를 매기는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후보 블로그들을 추천하게 되어 있는 것이 서비스 업체들인데, 심사위원단의 일부는 바로 이 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이다. 따라서 후보들을 추천하는 것 역시 바로 이들이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심사위원단(적어도 그 일부)은 1) 자신이 후보군을 추천하고 2) 그 중에서 100명의 후보를 선정하고 3) 최종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등, '대한민국 국대 블로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세 번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또 '네티즌 투표 + 심사위원단 심사 배점'이라는 식으로 공동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구체적으로 두 평가가 어떤 비중으로 작용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올해에 서비스 업체들이 추천하고 심사위원단이 추려낸 후보 블로그 100개, 이른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탑 100'을,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도메인 주소를 기준으로 구분해 보자.



독립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 블로그도 기반 서비스를 고려해 다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이게 무슨 리서치도 아니므로, 논문 수준의 데이터 엄밀성을 기대하지 마시기 바란다. 웬만하면 잡글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지만, 이 블로그들 대부분이 다량의 이미지로 떡칠이 되어 있어서, 속도 느린 컴으로 하나하나 열어보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귀찮아서 대충 했으니 대개 이런 양상을 보인다는 정도만 보시면 되겠다.

이게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블로그를 뽑겠다는 후보군의 모습이다. 티스토리나 네이버, 다음을 쓰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이런 모습을 하고도 "대한민국 전체 블로그 서비스를 아우르는 대표성을 가진다"라고 할 수 있는가.

보시면 알겠지만, 독립 도메인을 사용하는 블로그 중 대부분은 테터앤미디어의 파트너 블로그다. 이러한 결과와, 태터앤미디어 대표가 심사위원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것은 애초에 후보군을 특정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의 추천을 통해 선정한 데서 나온 문제이다. 이러한 방식이 '국대 블로그'를 뽑는 방법으로 합리성을 인정받으려면 1) 포털과 언론사를 포함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참여해야 하고, 2) 이 업체들의 추천 방식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이번 행사는 이 두 가지 모두에서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

이글루스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작년에 행사의 '미디어 후원 업체'로 들어갔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올해에는 빠졌다. SK커뮤니케이션즈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티스토리, 파란 등이 모두 똑같다. 이들 주요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은 이 행사의 주최자인 한국블로그산업협회의 회원도 아니다. 그런데 네이버나 티스토리 블로그들은 올해에도 대거 후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데가 빠지는 바람에, 그 수가 더욱 늘어났다.

작년에는 이글루스에서 디제님, jun Boy님, 자그니님, sonnet님, 수수한벗님, 샐리님, 까날님, glasmoon님, 니오님, bikbloger님 등 열 분이 이글루스 대표 선수로 이 행사에 파견되었다. 올해는 이글루스가 참가하지 않아서(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대한민국 블로그 비중'이 뭉터기로 빠졌다. 산술적으로 말하자면, 이글루스만 놓고 보아도, 대한민국 블로그 중에서 10%가 어떤 이유에서든 원천적으로 배제된 국대 선발 대회라는 것이다.

'국가대표급 블로거'라는 말 자체도 웃기지만(지금 따옴표 붙여 쓰고 있으면서도 쓸 때마다 닭살이 돋는다), 이 행사의 마인드는 "이번 행사는 우수 블로거뿐만 아니라 모든 블로거들이 함께 참여하는 유쾌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라는 말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인기 블로거'는 있을 수 있고, 비슷한 말로 '메이저 블로거'도 있을 수 있지만, '우수 블로거'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블로거의 '우수성'을 누가 어떻게 재고 따질 수 있단 말인가. 블로그는 아무리 허접해도 운영자 본인에게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쏟아 넣는 소중한 공간이다. 우수 블로거라는 말은 블로그 운영자들의 삶과 생각을 우수한 것과 열등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어이없는 사고방식이 행사를 추동하고 있으며, 비합리적인 행사 진행 방식도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고작 수백 명이 투표하는 행사를 놓고 국가대표 운운 하는 게 웃겨서 작년에도 이런 패러디까지 만들었지만, 그저 좀 소박하게 의미 있고 귀감이 될만한 블로그를 뽑는다면 안 되나.

올해 행사에서 네티즌 투표는 12월2일부터 12일까지 11일 동안 진행된다. 마감을 나흘 앞둔 12월8일 오후 3시 현재 투표자는 479명이다. 많은 후보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후보 등극 소식을 달아 놓았는데도 이 모양이다. 후보자가 1백 명이니까, 자신들만 투표해도 1백 명이다. 가족과 친지를 다섯 명씩만 동원해도 투표수 6백은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도 몇 백에서 머물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얼굴에 철판 깔고 가족과 친지를 최대한 동원하면 국대 블로그 되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말도 되겠다. 국가대표라고 할 때의 '대표성'에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발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열심히 운영되는 블로그를 뽑고 시상을 하는 일이 나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굳이 네티즌과 전문가의 평가를 동시에 반영하고 싶다면, 무작위 무제한 네티즌 추천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최초의 진입은 열어놓고, 공정하게 선발된 전문가들이 이를 대상으로 하여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합리적일 듯하다. 일부 서비스 업체만이 추천하여 나온 그들만의 리그에 '국대' 타이틀을 붙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행사에서 후보에 오른 블로거들 모두 올 한 해 열심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신 분들일 것이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 대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블로그에 얼마나 큰 노력을 쏟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노력은 좀더 합당한 방식으로 대접받고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스러운 방식을 통해 도출한, 어울리지도 않는 '국가대표급 블로그' 타이틀이 과연 명예인지 오욕인지는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행사 관련 이미지: 본문 링크.

 

덧글

  • ㅋㅌㅊㅍ 2010/12/09 08:33 # 삭제 답글

    블로그 머시기 단체 정부괴뢰단체 아니였나요?
  • deulpul 2010/12/09 09:19 #

    아닙니다. 한국블로그산업협회는 글자 그대로 블로그 관련 서비스를 주업무로 하는 IT 기업들의 모임인 민간 단체입니다. 현재 회원사는 http://www.bbakorea.org/6?category=1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행사를 벌일 때 관련 정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런 오해가 나온 모양입니다.
  • deulpul 2010/12/10 17:27 #

    스스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순수한 민간 단체로 보기 어려운 점도 있군요.
  • 구상인 2010/12/10 22:51 #

    한국블로그연합(KBU)라는 괴상망측한 단체가 대선 때 잠깐 있었다가 바로 사라졌지요.
    거기는 아니네요.
  • deulpul 2010/12/11 15:03 #

    @구상인 : 아, 그 15명이 1천만 블로거를 대표한다는 '한블연'이란 게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니 스스로 '국대 블로그'가 되려고 한 셈이네요.
  • 다크엘 2010/12/09 11:57 # 답글

    ......이게 설마 올해도 하고 있었다니. 좀 놀랍군요;;
  • deulpul 2010/12/09 18:15 #

    저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본 한 블로그가 행사 로고를 달고 있어서 알게 됐습니다. 홍보 협조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네요...
  • 지나가다 2010/12/09 12:30 # 삭제 답글

    링크된 패러디 보고 뿜고갑니다

    으앜ㅋㅋㅋ
  • deulpul 2010/12/09 18:16 #

    아니, 3관왕에 빛나는 댓글러 지나가다 님이 글을 남겨 주시다니, 무한한 영광입니다, 하하-.
  • 구상인 2010/12/09 12:51 # 답글

    저런 마인드라면 국대급 '일기'나 국대급 '미니홈피'도 뽑을 기세.
  • deulpul 2010/12/09 18:19 #

    일기나 미니홈피도 정성스러운 것을 뽑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국대라는 말과는 도무지 어울릴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dhunter 2010/12/09 14:36 # 삭제 답글

    그 전에 '방문객 수가 많은 블로그'가 포탈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서비스 플랫폼별 쿼터제라도 시행하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죠.
  • deulpul 2010/12/09 18:28 #

    일단 서비스 업체가 후보자군을 선정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쿼터제는 맨 처음 후보자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쿼터를 할당하는 기준은 뭐냐에 대해 여전히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요. 기본적으로 업체가 블로그를 자체 선정할 때 자의적 기준을 배제하고 말씀하신 '방문객 수'를 절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든가 하면 조금 가닥이 잡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MP 2010/12/09 15:18 # 삭제 답글

    들풀님 블로그가 없네요. 도메인에 야후와 이글루스가 없으니 유명한 식도락 블로거 두 분도 없겠고... 제가 즐겨찾는 블로거가 저 100분들 중 한 분도 없다보니 저는 뭐하고 사는 사람인가 다시 한 번 성찰해보는 기회가 되네요.
  • deulpul 2010/12/09 18:35 #

    아니, 저 분들 블로그를 보시면 이런 누추한 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음을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쓴 대로 마땅히 평가를 받아야 할 블로그들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선정 시스템 때문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는 블로그들이 빠진 경우도 있을 테고, 저 역시 블로그 생활 7년을 넘기고 나름 찾아본다고 보며 사는데도, 저 100곳 중에서 가 본 곳은 단 두 군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블로그 세계가 광대하고 알찬 블로그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 MCtheMad 2010/12/09 18:17 # 답글

    특정 업체가 직원들을 동원해서 투표한다든가 하는것도 가능하겠는데요..

    아니 애초에 왜 "국가" 를 "대표" 해야 하는 걸까요... ㅡㅡ
    "공인" 이나 "표준" 같은 단어가 안나온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deulpul 2010/12/09 18:38 #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제 심정을 더할나위 없이 콕 찝어서 정리해 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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