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의 말이 틀렸는지 모르겠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참, 세상 살기 싫어지게 만드는 친구입니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기타 소년' 정성하입니다. 저는 최근에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미리 좀 알려주시지들 않고!

에디슨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and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 정성하의 기타 연주에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긴 하겠습니다만, 아무리 perspiration을 배럴 단위로 쏟아내더라도 원래부터 자신의 속에서 나오는 inspiration이 없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뒤늦게 유튜브에 올라온 연주곡들을 주욱 훑어 보았습니다. 연주곡으로 선택된 음악들도 대개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라서 더욱 듣기 좋았습니다. 위의 The Boxer와 더불어 아래 두 개가 제가 고른 'deulpul's pick'입니다. 음악에 비주얼까지 모두 정말로 인상적인 연주들입니다. (새창으로 열림.)

Mission Impossible (addictive)
Your Song (moving)

아주 어릴 때부터 최근 동영상까지 모두 있어서, 아이와 기타가 함께 자라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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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는 동영상을 본 사람이 좋아하거나 싫어함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댓글을 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이죠. 찬반 투표는 동영상 바로 아래에 썸 업이나 다운 버튼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정성하의 전율스러운 연주에도 반대표가 있긴 있습니다. 대체 뭘 기대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인간들입니다. 열 살 안팎의 소년이 보여준 멋진 연주에 이렇게 반대표를 던진 인간들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있나요. 아래 댓글란에는 이 인간들에 대한 평도 빠지지 않습니다.

- 19 people didn't have their speakers on. (The Winner Takes It All)

- uhm 756 Asian hating bastards? (Mission Impossible Theme)

- 756 people wish they were talented like this kid, but instead of congratulating him, they start hating... wtf is with that? (Mission Impossible Theme)

- 752 people got assassinated by tom cruiz (Mission Impossible Theme)

- 757 people can't accept the fact that this kid is 1000 times better than them on the guitar. (Mission Impossible Theme)

- The 321 people that disliked this video, I pray for you. It just goes to show even on YouTube, you can see life is reflected, you never are going to please everyone. But for you to dislike a child, that is absolutely great, and flowing positive energy into this world for many to experience and feel--you people seriously need help, and I hope you find it one day. (No Women No Cry)

- its kinda weird that "666" people dislike this (Tears in Heaven)

- 45 people meant to press add to favorites (Your Song)

- 45 people are jealous. (Your Song)

- 491 people are racist!! :/ (With Or Without You)

- 408 should be ashamed of themselves this kid is a legend (California Dreaming)

- the other 46 people retarded...coz they`re never played better than this amazing boy.. (Yesterday Once More)

- you see that? 900 people going to hell.. (Billy Jean)

- 50 guys have missed the like button (Mrs. Robinson)

- (62 people .. are jealous.) (The Boxer)

- 1153 people, doesnt know a good guitar player, when they see one .. (Pirates of the Caribbean)

- 384 people are bieber fans (Living on a Prayer)

재미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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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웹사이트의 게시판이나 개인 블로그, 매체의 기사들에 달리는 댓글은 우리하고 좀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개 감정의 표출이 심하지 않고, 극단적 표현이 드물며, 비난을 할 경우에도 언어를 적절히 제한합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좀 점잖다고 할 만한 분위기입니다.

유튜브는 이런 분위기에서 약간 예외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른바 악플이 흔하게 달려서, 마치 한국 사이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인기 높은 사이트라서 수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게 그 한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면 정신적 유아들이나 지적(知的) 금치산자들도 꼬이게 되고, 글을 쓸 줄은 아니까 한 마디씩 합니다.

정성하의 유튜브 동영상들에도 악플을 볼 수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해석과 견해가 다른 것을 악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아시아계 소년이라는 점을 거론하는 것은 갈 데 없는 인종차별적 악플입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한국의 인간들과 비슷한 종류입니다. 자신이 못낫다는 것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안달인 사람은 나라를 가리지 않고 도처에 있네요.

정성하의 동영상 댓글들에는 아시아계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뿐 아니라 긍정적인 편견도 보입니다. 긍정적인 편견이란 "왜 아시안들은 이렇게 똑똑하냐" 같은 게 되겠습니다. 듣기 좋은 말 같지만, "왜 아시안들은 이렇게 눈이 찢어지고 영어를 못하냐" 라는 식의 편견을 뒤집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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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까운 미국의 한국계 어린이나 청소년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 건너 온 이민 1.5세대 아이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 영어에서 딸리고 소셜에서 좀 뒤처지는 대신, 최소한 다음 세 가지에서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수학, 축구, 컴퓨터.

이런 제 생각 자체가 편견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계 아이들이 이런 종목에 친숙하고 더 잘하는 것은 굳이 부정하기는 어려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인이나 흑인들도 수학, 축구, 컴퓨터를 특출나게 잘 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겁니다. 이것은, 한국계 아이들이 백인처럼 미식축구를 잘 하는 경우는 드물고, 아무리 해도 흑인들의 몸짓은 잘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문제는 서양인들이 한국 아이들, 더 나아가 아시아계 아이들에게 이 세 가지를 당연히 잘 할 것으로 기대를 한다는 겁니다.

오바마가 이따금씩 한국형 교육을 이상적인 모델처럼 언급하는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죠. 사회 여러 분야 중에서도 가장 막장이라서, 애와 어른 모두를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게 한국 교육 상황임을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기가 차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젠가 한 동료가 오바마의 이런 발언을 놓고, "오바바는 미국의 한국 학생들과 한국의 교육 제도를 혼동한다"라고 평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읽은 한 교육학 논문에서, 미국의 아시아계 부모가 학생들에게 엄격히 대하는 분위기와 이들의 학업 성취도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를 진행하며, 한국 가족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여 가설을 입증한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를테면 아시아 아이들은 원래부터 머리가 좋다는 식의 주장에 반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PBS에서 지리학과 관련한 퀴즈 대회인 Geography Bee 전국 결선 대회를 중계하는 것을 보았는데, 최종 결선에 오른 10명 중에서 8명 정도가 인도계여서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정성하의 동영상에 달린 한 절규 "왜 아시아 아이들은 못 하는 게 없는 것인가요!!"의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엄격히 가르치면 대개의 경우 결과는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가 하고 싶어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이끌어 주느냐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은 모든 부모가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며, 오로지 학교 성적 하나에 아이의 인생을 걸어야 하는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에게는 더욱 크나큰 어려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한국 부모들이나 미국의 한국 부모들이나 모두 자녀를 열심히 가르치려는 의지와 의욕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성하가 이런 부모님의 세례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수학이나 영어에만 매달리고 있었다면 1억이 넘는 조회수를 올리며 수많은 세계 사람에게 감동을 준 그의 연주는 영영 없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찾아보니 지난 6월에 첫 CD를 내었고 국내외 공연도 다녔으며, 이번 연말에도 연주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속에서 우러나오는 inspiration을 바탕으로 하여 창작과 연주 모두에서 빛나는 기타리스트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음악 듣고 잡설이 길었네요. 이 친구 때문에 한동안 기타 잡고 놀기가 싫어질 것 같습니다.

 

덧글

  • 댕글댕글파파 2010/12/13 11:25 # 삭제 답글

    아이가 정말 멋지군요.
    대학교 다닐때 잠시 통기타를 배우긴 했는데...부럽네요. :)
    제 사촌 동생도 4살때부턴가 바이올린을 공부해서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그 고통이 장난이 아닌것 같더라구요. 재능이 있어도 끈기가 없다면 결코 도달 하지 못 하는것 같아요.
  • deulpul 2010/12/14 11:14 #

    정말 대견하죠? 우리는 연주라는 결과만 보고 즐기게 되지만, 그 뒤에는 당사자의 고통스런 과정이 존재하게 마련이겠지요. 그래서 사람은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고통도 즐거울 수 있게 말이죠. 밤 새며 게임할 때 찾아오는 온몸의 고통쯤은 얼마든지 즐겁게 참지 않습니까, 하하. (그러다 죽은 사람도...) 그러고 보니, 정성하 연주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아이에게 '기타 히어로'를 주는 게 아니라 진짜 기타를 주면 이렇게 된다"는 댓글이 생각나는군요...
  • kirrie 2010/12/15 18:01 # 삭제 답글

    저도 예전부터 정성하군 기타 연주를 듣고 참 좋아서 채널도 구독하고 있습니다. 정성하군이 어렸을때, 좀 서툴더라도 기타를 치며 감흥에 못이겨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거나, '어휴 저 곡은 도저히 어린 나이에는 감정적으로 소화하기 힘들텐데!' 하는 곡까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습니다만, 요즘엔 그가 조금은 과잉된 인기를 누리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긴 합니다.

    저는 사실 한 십오년이나 이십년 후의 정성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 걱정이 기우가 되고 그 꿈같은 시간을 이겨내고 멋진 기타 연주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 deulpul 2011/01/10 14:04 #

    하신 말씀 하나하나가 저와 꼭 같은 심정입니다. 그에게 적절한 challenge가 되는 계기들이 계속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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