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4>에서 4분의 공백이 생기는 이유는? 중매媒 몸體 (Media)

집안 일을 할 때는 음악을 켜 둔다. mp3 플레이어를 스피커에 걸어 두거나, 인터넷 라디오를 듣는다. 인터넷 라디오는 Sky.fm을 들어 왔지만, 얼마 전부터 판도라로 바꾸었다. 이 사이트는 그 접근 방식이 흥미롭다. 사용자가 한 뮤지션을 골라 스테이션을 만들면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자동 선곡해 주는데, 그 결과가 꽤 합리적이다. 'It's a new kind of radio stations that play only music you like'이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이러한 선곡 시스템은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운영할 수 있다. 판도라에서는 개개의 청취자가 자동으로 선곡되어 나오는 음악에 대해 투표를 함으로써 자신의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청취자들의 투표가 모두 모여서 거대한 음악 선호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는 듯하다. 이렇게 사용자의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선곡은 웬만한 사람들의 입맛(이라기보다 귀맛)을 쉽게 만족시킬 수 있다. 통계에 근거한 예측이라고 할까. (아마 저작권 때문이겠지만, 판도라는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지역 제한이 있다. 접속 IP 어드레스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에서는 아마 접속이 안 되는 듯하다.)

온라인 영화 대여 사이트인 넷플릭스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 이미 본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별로 표시하면, 그에 따라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 준다. 이것도 전체 사용자가 투표한 결과를 반영해 만든 데이터베이스에 따른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 시스템의 결과도 상당히 그럴 듯한데, 아쉽게도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천되는 영화가 거의 대부분 이미 본 것들이기 때문이다. 3분짜리 음악은 다시 들을 수 있지만, 두 시간짜리 영화는 웬만해서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인터넷 속도에 좌우되는 화질

아시다시피 넷플릭스는 두 가지 형태로 영화를 보여 준다. 우편으로 DVD나 블루레이를 보내 주기도 하고, 스트리밍 방식으로 컴퓨터를 통해, 혹은 전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우편으로 오는 영화 수는 제한이 있지만, 스트리밍은 무제한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영화를 보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은 대개 제한되어 있으므로, 실제로는 자연적으로 제한이 만들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자가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의 제한 안에서 무제한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넷플릭스 시스템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 볼 예정. 넷플릭스도 한국에서 접속이 안 된다.)

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실시간 스트리밍 비디오의 화질은 전적으로 인터넷 속도에 달려 있다. 실시간 보기로 영화를 선택하면 넷플릭스 플레이어는 영화를 상영하기 앞서 사용자의 인터넷 속도를 분석하여 끊김 없는 정도의 화질을 결정한다(아래 그림). 그런데 지금 내 인터넷 속도로는 도저히 원판 DVD 화질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저화질이라고 해도, 이를테면 옛날 비디오 카세트 플레이어로 나오는 영상 정도는 되는 화질이다. 그냥저냥 내용만 본다면 충분히 봐 줄 수 있지만, 갈수록 고급이 되어 가는 눈은 저화질 비디오를 성에 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어 장씩 직접 배달되어 오는 DVD만을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최근 스트리밍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저화질에 만족할 수 있는 시간 때우기용 영화들을 선택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런 영화는 딴 일을 하며 병행할 수 있을 때, 이를테면 밥을 먹을 때라든가 할 때 본다. 안 좋은 점도 있다. 이렇게 보는 영화에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다. 화질의 탓도 있겠지만, 주로 영화 내용 때문이다. 명작들을 저화질로 보기는 싫으니 제쳐 놓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솔깃한 영화들을 걸어 보는데, 먹던 밥이 체하기 일쑤고, 보다보다 못해 끊어버리는 일이 흔하며, 다 보고 나더라도 시간의 기회 비용 생각이 간절한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각 잡고 볼 정도는 아니되 보고 나서 본전 생각 나지 않을 만큼의 검증된 영상물을 찾다가, 드라마 <24>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미드, 일드, 한드 아무 것도 안 본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래 왔는데, 이 드라마에 손을 대고 말았다. 내용도 흥미롭고, 편당 40분 정도 되는 시간도 한 번에 보기 적당하고, 화질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드라마의 마수에 빠져들지 않을까 내심 약간의 걱정을 하고 있다.

광고로부터의 자유

아시다시피 이 드라마는 24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한 에피소드당 한 시간으로 구성해 보여 준다. 드라마 시작 때 디지털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중간 중간에 사건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건이 진행되므로, 한 화면에 여러 장면이 들어가는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한 장면이 끝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디지털 시계에 종종 시간의 공백이 생긴다. 예를 들면 디지털 시계가 03:23:48에서 암전이 된 뒤, 바로 이어지는 다음 화면은 03:27:50으로 시작되는 식이다(아래 그림). 드라마는 공백 없이 FO과 FI으로 바로 연결되었는데, 시계로는 몇 분의 공백이 생겨 있다.

이 몇 분의 공백은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때 광고가 있던 자리다. 시즌 1에서는 언제나 4분 정도 공백이 발생하는데, 그 시간만큼 광고가 붙었다는 의미다. 거꾸로 말하자면, 광고가 나가는 그 시간에도 드라마는 진행되고 있고 주인공들은 여기저기서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트리밍 비디오(즉 DVD)에는 당연히 광고가 빠져 있어서 4분이 사라진 모양이 되었다.


이렇게 끝나고
1~2초 뒤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 같은 드라마를 만들려면 제작비도 영화만큼 든다. 영화는 표를 팔아서 제작비를 충당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는 공짜가 아닌가. 물론 무보수로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는 없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작비는 광고가 대 준다. 다시 말하면 시청자들은 광고를 보고 광고에 나온 상품을 사는 것으로 드라마 제작비를 대 주는 셈이다. 드라마가 DVD라는 새로운 매체에 실려 나오면, 사람들은 이를 구입하면서 대가를 지불하므로, 더 이상 광고를 보아야야 할 필요가 없다.

광고는 이미 거대한 산업 중 하나이고,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측면도 있으므로 무조건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지만,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야 한다. 적어도 텔레비전에서 영화를 볼 때만큼은 제발 좀 사라져 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이른바 중간 광고 말이다.

중간에 흐름을 자르며 들어오는 패스트 푸드, 알러지 약품, 탄산 음료, 크레딧 카드, 자동차 보험 광고는 견디기 힘들 만큼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한두 개도 아니고 몇 분씩 광고를 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영화가 어디에서 끝났는지 생각도 잘 안나서 '지난 줄거리' 서비스라도 필요할 지경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거의 없다. 혹시 좋은 영화 같은 생각이 들면, 디지털 정보로 제목을 확인하고 넷플릭스에 목록에 넣어 둔다.

70~80년대에 비디오 카세트 플레이어가 보급될 때, 이 기계는 영화를 보는 방식을 여러 모로 바꾸어 놓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와졌다는 것이다. 카세트 매체를 이용하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극장에 갈 필요가 없다. 또 극장 상영이 끝난 뒤에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이것은 혁명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디오 카세트 이전의 영화가 극장의 스크린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의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방영되었음을 고려하면, 이 새로운 매체는 시간과 공간뿐 아니라 광고로부터도 자유로와졌다고 말할 수 있다. 브라운관을 통해 나오는 영화가 광고로 잘리지 않는 것, 이것도 충분히 혁명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혁명적 방식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매체는 카세트에서 레이저 디스크, CD를 거쳐 DVD와 블루레이로 진화했다. 화질과 이용 편리성이 계속 개선되었지만, 광고로부터의 자유는 변함 없이 지켜져 왔다. 중간 광고가 들어간 영화 DVD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나라면, DVD를 공짜로 준다고 해도 보지 않을 것이다. 중간 광고로 이야기의 맥을 어이없이 잘라 버리는 텔레비전 영화를 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이미지: 넷플릭스 홈페이지, <24>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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