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운영 방침을 조금 바꿉니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최근 이 블로그의 운영 방침이랄까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좀 생겼습니다.

며칠 전에 검색을 하는 도중, 제가 쓴 글이 원문 그대로 다른 글과 합해져 '레포트'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는 밝혀 있지 않았습니다. 쓸모가 있다고 평가해 주신 것은 고맙지만, 제 글이 저도 모르는 채 다른 사람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해당 레포트 판매 사이트에 문의를 하였고, 현재 문제의 자료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보았는데, 평소 이런 생각을 제대로 밝혀 두지 않은 제 잘못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블로그에서 눈에 잘 뜨이는 곳에 적당한 통지를 해 두지 않은 탓도 있다 싶었던 것이죠.

또 다른 생각은 전문 전재(轉載), 이른바 '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링크 형태로 출처만 밝히면 이 블로그의 글을 전재하는 것을 허락하여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퍼가서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오해를 만들어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펌에 대한 또 한 생각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오래된 생각인데,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많은 분이 그렇듯, 저 역시 글이 블로그에서 가장 적절한 형태로 노출되도록 노력합니다. 글자의 색깔, 사진의 크기나 위치, 단락 사이의 간격 같은 것이 모두 이러한 노력의 결과입니다. 예컨대 인용문의 경우 색깔만 바꾸어 그냥 본문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고, 들여쓰기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며, 박스 안에 집어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계산되고 고려된 결과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저는 블로그 운영자(블로거)가 기자보다는 프로듀서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단순히 내용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인 디자인 요소까지 모두 관리하고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 펌된 제 글을 보면 이렇게 고려된 포맷이 흔들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펌은 허용하고 있으므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이렇게 변형된 제 글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댓글에서도 이미 수 차례 말씀드렸지만, 이 곳의 포스트들은 계속 수정되고 추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맞춤법 수정에서부터 오류 수정까지 사후에 고치는 사항도 많고, 포스팅 이후의 상황 변화나 토론에 따라 내용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모든 포스트들은 미완성인 셈이죠. 지금 이 단락도 원 글이 포스팅된 뒤 하루 이상 지나서 추가하고 있네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제 글을 이 곳에서 읽으시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불편하실 것을 알면서도 RSS 구독 리스트에서 글을 일부분만 보이도록 해 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노출로 돈 버는 광고 하나 달리지 않은 블로그이므로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제가 구독하는 RSS 리스트 상태에서 다른 분 글의 전문을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클릭 한 번 더 해서 반드시 원래 사이트에 가서 읽습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펌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펌할 거리도 1백 개에 하나 나올까말까 한 잡설 블로그이지만, 이런 고민이 반영된 생각이니 잘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체로, 웹 문서의 가장 크고 중요한 특징인 링크를 적극 활용하여 논의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물론 비난을 위한 부분 인용이나, 공정 이용 원칙에 따른 글의 사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도 다른 사람의 글을 전재해 온 경우가 너댓 번 있습니다. 주로 블로그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라고 기억합니다. 이 글들은 대부분 대중 매체에 실린 것이긴 하지만, 펌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펌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저도 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이를테면 다른 분은 접근할 수 없는 글이라든가)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펌을 허용해 왔으므로, 현재 펌해 두신 것은 그냥 두셔도 물론 괜찮습니다.)

 

덧글

  • 댕글댕글파파 2011/02/14 15:28 # 삭제 답글

    불펌은 나빠효~
    것두 통째로 가져가서 상업화라니....-_-;;

    헌데 이러는 저도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니...
    앞뒤가 안 맞네요 ;;
  • deulpul 2011/02/14 15:54 #

    본문에 말씀드렸듯 제 잘못도 있죠. 출처를 밝히지 않는 전재는 결과적으로 표절이 되어서, 문화 상품을 향유하면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것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 http://ko.wikipedia.org/wiki/%ED%91%9C%EC%A0%88) 물론 둘 다 지양해야 할 일임은 틀림없습니다만.
  • 풍금소리 2011/02/14 15:59 # 답글

    학교에서 저작권 교육을 하지만 부족한가 봅니다.
    그것은 일종의 "윤리"와 관계된 일인데...제가 다 화가 나네요.
  • deulpul 2011/02/15 05:06 #

    예, 저도 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 Cypris 2011/07/25 10:57 #

    일단 한국의 교과서부터가 저작권 무시 지대이지요 ㅠ
  • deulpul 2011/07/26 17:05 #

    @Cypris: 정부부터 http://www.segye.com/Articles/Issue/Inquiry/Article.asp?aid=20110508002277&subctg1=&subctg2= 이러는 판이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 만슈타인 2011/02/14 16:00 # 답글

    전제를 했으면 허락을 받고 출처표기는 기본일텐데 (...)
  • deulpul 2011/02/15 05:07 #

    아마 레포트 형태로 전재하는 것은 제가 허용하지 않았겠지요. 그래도 요즘은 글이 퍼져 간 데를 우연히 보면 거의 모두 정확히 링크를 달아 두시고 해서,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Silverwood 2011/02/14 22:34 # 답글

    요즘은 비일비재한듯 해요..
  • deulpul 2011/02/15 05:09 #

    전에 다른 분이 비슷한 일을 겪으신 이야기를 듣고 황당하겠다 생각했는데, 이런 벽촌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군요.
  • 왕십리 2011/02/15 02:20 # 삭제 답글

    대학생들 정신 차려야 할텐데.. 요즘은 교수님들께서도 많이들 강조하시던데 아직 정신을 못차린 녀석들이 있군요.
  • deulpul 2011/02/15 05:13 #

    음... 말씀대로 사용자의 문제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이슈가 되었던 문제의 경우는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레포트나 페이퍼에 인용할 만큼 신뢰할 만한 1차, 혹은 2차 자료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이들을 정해진 인용 방식에 따라 정확히 인용해 가며 사용하면 얼마든지 좋은 과제물을 써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시간은 좀더 걸리겠지요...
  • 2011/02/15 07:4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02/15 08:44 #

    전혀 아닙니다! 말씀하신 경우는 전문을 가져가신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포스팅을 올리는 시점 이전까지는 전체를 펌해가시는 것도 자유로이 허용하였는 걸요. 전혀 마음 쓰지 마십시오. 오히려 글을 알려 주셔서 제가 감사해야 할 일이죠. 앞으로도 많이 알려 주십시오. 아, 그리고 이런 경우(트위터로 글 소개)도 제게 미리나 나중이나 알려주실 필요가 <b><u><i>전혀 없습니다.</i></u></b> 아셨죠? 하하-.
  • siva 2011/02/15 12:33 # 삭제 답글

    ....어두운 예상입니다만
    아마 펌을 금지합니다 소리가 있어도 퍼다가 장사하는 사이트/기자 등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셋 중 하나죠.
    돈가치가 될만한 양질의 글을 공개된 웹상에서 올리지 않거나
    그런 종류의 '금전화 되는' 사이트에 내 글이 올라있지 않은지 지속적으로 신경쓰거나
    포기하거나.

    1차 펌이 글쓴 이의 의도를 지켜서 이루어지더라도 펌의 펌부터는 보장이 안 되니까요.
    '인터넷에서 주웠음' = '누구 건지 모름' = '내가 주웠음. 내 권리를 침해하면 죽음'
    ....도 많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펌 금지 정책에 찬성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마음 상하시지 않고, 꾸준히 이글루 유지해주시면 좋겠네요. ;ㅅ;
  • deulpul 2011/02/15 12:56 #

    친절한 말씀 고맙습니다. 저 역시 비슷하게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이런 장치가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다만 그 동안 제가 뜻을 밝히지 않아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고, 이 참에 명시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하여 그렇게 하게 되었네요. 아니, 무엇보다 여기서는 펌질할 것도 사실 많지는 않고요. 그래서 별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가져 갈 사람도 없는데 걱정부터 하면 너무 꼴불견이잖아요...
  • scheini 2011/02/21 08:46 # 답글

    사실 전 이런 일때문에 블로거분들중에 자신의 사생활까지 사진첨부해서 올리시는 분들이 굉장히 용감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 한 블로거 님도 그렇게 하시는데 한번 우연히 길에서 부딪힌 적이 있었어요. 물론 그 분은 절 모를 텐데 저는 그 분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다는게 진짜 야릇한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전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좀 무서워하는 편이거든요...
    들풀님은 그나마 큰 피해를 보시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사실 유용한 정보들 그냥 읽고 고맙게 생각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의 것을 이용해서 자신이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사람들... 흠.. 많이 속 상하셨겠네요. 그치만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deulpul 2011/03/01 12:58 #

    유명인이 되면 원래 남들은 나를 알아보지만 나는 남들을 못 알아 보는 겁니다, 하하-. 저도 그런 점에서 아주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지은 죄도 별로 없는데 말입니다...
  • Gaii 2011/11/30 04:26 # 답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링크 되는 것도 싫어하시나요? 감명 받은 글은 많이 알리고 싶은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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