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용의자 '오사카 빈 로덴' 때時 일事 (Issues)

주간으로 발행되는 미국 풍자 신문 <더 어니언(The Onion)>은 천재들이 만든다. 이 신문의 필자들은 정통 저널리스트들보다 대여섯 배쯤 머리가 더 좋아야 하고 그 좋은 머리를 서너 배쯤은 더 혹사해야 한다.

기자들은 기사를 발로 써야 한다고 하는데, 거꾸로 말하자면 발로 뛰면 어쨌든 기사는 나온다. <더 어니언>의 기사는 쭈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야 나오는 기사들이다. 발로 뛰면 기사는 나오지만, 머리는 아무리 쥐어짜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을 텐데, 이 신문은 매주 발행될 때마다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김이 좀 새는 기사들도 있지만,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기사들은 언제나 그 재기발랄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되는 이 신문에 실리는 기사는 모두 가짜다. 실명도 등장하고 사진도 실리지만, 모두 허구다. 허구가 지향하는 포인트는 물론 유머다. 말하자면 만우절에 정규 매체에 실리는 농담용 허구 기사 같은 것이다.

그런데 <더 어니언>의 농담 기사들은 그냥 우스개가 아니다. 허구로 구성한 기사들은 웬만한 사회 평론, 정치 평론 못지 않은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다. 이러한 풍자를 통해 현대 사회(특히 미국)의 가식이나 허위 의식을 단번에 벗긴다. 이렇게 가식이 벗겨지면 그 위에 드러나는 것은 진실이다. 그 진실은 모두 미처 보지 못하였던 것일 수도 있고 모두 일부러 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이 신문이 미국 사회의 큰 이슈가 되어 왔던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한 풍자 기사들을 꾸준히 실어 온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도 그 동안 자주 등장했다. 이 신문은 빈 라덴을 희화화하기도 하고, 그에 대응하는 미국의 태도를 풍자하기도 했다. 며칠 전 빈 라덴이 사살되자마자 "오사마 빈 라덴이 화장실에 앉아 신문을 보던 도중 공격을 받아 죽었는데, 미국인들이 그 장면을 상상하며 즐거워 한다"라는 기사를 내었다.

빈 라덴이 등장한 과거의 굵직한 기사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빈 라덴에게 국가 결성을 촉구...공격 가능하도록
(2001년 10월3일자)

9/11 사건이 벌어진 바로 뒤에 나온 짧은 기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빈 라덴에게 국가를 세우도록 호소하고 나섰다. 그래야 공격해서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하든, 아니면 중앙아시아 어딘가에 '오사마스탄'을 세우든, 빈 라덴이 통치하는 나라를 빨리 만들라고 촉구한다. 나라를 세우더라도 미군이 폭격할 대상이 없으면 안 되니까, 빈 라덴의 새 나라에 최신 국방 사령부를 짓는 데 6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도 약속.




오사마 빈 라덴, 미국인 개개인의 마음 안에서 발견되다
(2004년 2월18일자)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9/11 공격의 핵심 용의자 빈 라덴을 오래 추적한 끝에, 미국인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그를 드디어 발견했다고 발표한다.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샅샅이 뒤졌지만, 미국인의 마음 속을 뒤지는 일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빈 라덴이, 서로 목소리를 높여 다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며, 질시하고 게으르고 이기적인 미국인의 마음 속에서 은신해 있었다고. 이 테러 지도자가 은신처를 찾아 숨는 데 얼마나 탁월한지가 입증되었다고 강조한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라, 검찰총장은 애국법을 확대하여 미국인의 마음을 조사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인의 마음 속에서 벌어질 전망.



빈 라덴, 최신 공개 비디오에서 미국이 최악의 발렌타인 데이를 맞도록 저주
(2005년 2월9일자)

알-자지라를 통해 최근 발표된 새 비디오에서 빈 라덴은 미국인의 발렌타인 데이를 저주한다. 2월14일에 어떤 미국인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받지 못하기를 바란다고 발표. 초콜렛을 받는 미국인이 하나도 없기를 바라며,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모두 창피를 당하라고 기원하기도 한다. 그는 또 미국인이 연인과 함께 찾아 간 특별 레스토랑이 과대포장된 명성에 음식은 개판이고 바가지나 씌우는 곳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기도 한다.

정보 당국은 발렌타인 데이가 아랍권에서 명절이 아님에도 빈 라덴이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점에 주목. 그가 하트 모양의 캔디, 사랑을 고백하는 개인 광고, 발 마사지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지식을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 이 기사는 빈 라덴보다는 미국이 발렌타인 데이에 벌이는 상업적 관행들을 풍자하는 성격.



빈 라덴의 엄마, 아들 걱정으로 병이 날 지경
(2006년 10월10일자)

빈 라덴이 죽었거나 파키스탄 산골짝에서 열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그의 엄마가 아들 걱정에 애간장이 탄다. 그녀는 라덴의 초등학교 시절 사진을 어루만지며, 제발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식을 보내 달라고 아들에게 호소한다. 빈 라덴의 협박 비디오에 나타난 수척한 모습을 걱정하는 한편, 뒷 배경에 나온 공간이 지저분해서, 게으른 천성이 여전하다고 잔소리를 한다. 그녀는 제발 어디서 테러가 또 터져서 아들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빈 라덴이 집 나간 탕아처럼 묘사되고 있으며, 악명 높은 테러 지도자의 은신이 사소한 일상으로 분해되는 것이 포인트.



빈 라덴, 악어 사냥꾼 사망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
(2006년 12월14일자)

호주의 '악어 사냥꾼' 스티브 어윈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세계인이 슬퍼하는 가운데, 빈 라덴은 새로 발표한 비디오에서 자신들이 이 사건을 벌였다고 주장해 파문. 알라신의 창조물들은 모두 나름의 영광이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억압자들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호주 총리 존 하워드는 빈 라덴을 비난하며, 부시 대통령에게 그를 추적하는 일을 '재개'하라고 촉구한다. 또 다른 테러를 막기 위해, 서바이벌 성격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중무장한 경호 병력이 배치되기도.


그리고 나의 훼이버릿이다:




미국 정부 "우리는 오사카 빈 로겐을 잊지 않았다"
(2010년 4월6일자)

미국 정보국 고위 관리는 미군이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오사카 빈 로겐(Osaka Binn Rogen)을 추적하는 일을 여전히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발표하며, 미국은 테러 조직 알-히드라(Al-Hydra)의 두목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으며 반드시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다짐한다. 국방장관 로버트 M. 게이츠도 "6년 전인가... 8년 전인가에 일어났던 '19/11' 공격의 주범인 오사카 빈 로겐을 꾸준히 추적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빈 로겐은 미국의 지명 수배 1번으로서 미국 당국이 그에게서 눈을 뗀 적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해 줄 말은 이것 밖에 없다고 한다: "오사카 빈 로겐, 우리는 반드시 너를 찾을 것이다."

최근 입수된 각종 정보에 따라 미국 당국은 이 테러범 올라마 윈 로벤(Orlama Win Roben)을 체포 혹은 사살하기 위해 병력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정보에 묘사된 윈 로벤의 프로필은 "키가 크고 수염이 난 매우 나쁜 놈"이라고 되어 있었다고 한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은 "용감한 우리 군은 매일 오완다 번 루빈(Owanda Bun Luvin)의 검거 포스터를 건물, 공중전화, 나무에 붙이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라고 말한다. "라트비아의 국경 지대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잠깐... 라트비아 맞지?" 그는 미군이 번 로벤(Bun Loven)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그를 잡아야 한다는 임무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고, 그 전까지 미군은 조금도 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CIA의 리언 파네타 국장은 파자마 온 라마(Pajama On Llama)가 당장은 은신에 성공하고 있지만 곧 적발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한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리처드 루거 의원은 월드 트레이드 페더레이션을 끔찍한 방법으로 공격한 이 악당 오기 링 쿼벤(Oggie Ring Quabben)을 검거하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물론 사건이 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세계 최고의 정보 프로토콜을 가지고도 빈 라덴이 어디에 은신해 있는지조차 모르고, 국민들도 그를 거의 잊어 가는 상황을 풍자한 것.



※ 이미지: 모두 <더 어니언> 해당 링크들에서.

 

덧글

  • 드래곤워커 2011/05/06 09:18 # 답글

    1년내내 만우절인 신문이군요.
    웃고 갑니다.
  • deulpul 2011/05/06 09:28 #

    그런 셈이죠, 하하. 사실 우리 정서로 보면 좀 썰렁한 측면도 있는데, 웃음의 코드도 문화에 따라 꽤 다르다는 것을 간접으로 확인하기도 합니다.
  • blumenkohl 2011/05/06 09:48 # 삭제 답글

    <연압뉴스> 정기구독을 합니다. 그런데 신문이 안와요...
  • deulpul 2011/05/06 16:24 #

    헐 죄송합니다. 사옥을 29층 현대식 건물로 증축하느라 휴간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 사정을 확인해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 검은달빛 2011/05/06 19:09 # 답글

    이거 재밌네요 ㅋㅋㅋ
  • deulpul 2011/05/09 00:48 #

    우리는 잊지 않았다, 파자마 온 라마야... 진짜 웃기지 않습니까, 하하. 본문에도 썼지만, 웃기는 가운데 날카로움이 들어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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