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 존 맥케인 미국美 나라國 (USA)

<워싱턴 포스트> 5월11일자에 실린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칼럼이다. 고문과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 보수주의자의 시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아울러, 중요하고도 첨예한 국가적 쟁점을 회피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원칙에 따라 자기 의견을 명확히 밝히며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태도도 눈여겨 볼 만하다.


1973년 하노이에서 석방되는 존 맥케인 소령(오른쪽).


맥케인은 종종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는데, 그는 어디까지나 보수주의자다. 미국에서 정치인, 특히 상하원 의원의 보수와 진보성을 판단하는 쉽고도 정확한 기준이 있다. 법안에 대한 투표 경향이 그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에서 매긴 성적에 따르면, 맥케인은 평생 보수주의자로 살아 왔다(평생 평균 보수성 83점, 진보성 12점. 아래 표 참조). 2010년 의정 활동의 결과, 상원에서 가장 보수적인 의원 8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이 도표에서 윗선은 보수 단체의 평가이고 아랫선은 진보 단체의 평가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아래가 뒤집힌 적은 한 번도 없다.

어쨌든 다음은 이 같은 보수주의자 맥케인의 칼럼. 굵은 글자는 그의 주장의 요지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내가 강조한 것이다.


빈 라덴의 죽음과 고문을 둘러싼 논쟁

- 존 맥케인(John McCain)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으로 인해, 적군 수감자에게 사용한 이른바 향상된 심문 기법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었는지, 또 그런 방법이 정보 획득 수단으로 합리화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의 많은 부분은 고문의 정의(定義)와 관련된 것이다. 즉 이러한 심문 기법의 일부, 혹은 전부를 고문으로 볼 수 있느냐다. 나는 그 중 일부가 고문이 된다고 믿는다. 특히 물고문(waterboarding)이 그렇다. 물고문은 사형과 유사한 상태로 몰고 가는 강력한 고문 형태다. 따라서, 이러한 기법은 미국 법률과 가치관에서 금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에 반대한다.

이러한 심문 기법을 승인하고 수행한 사람들이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헌신적이라는 점을 잘 안다. 이들이 테러의 희생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미국은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끝까지 정의를 추구할 것이라는 점을 적에게 단호하게 보여 주려 한다는 점도 잘 이해한다.

이러한 심문 기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관계자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정부가 그러한 처벌을 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데 대해 나 역시 동의한다. 나는 (전쟁 중의 불법 행위와 군사 재판 등을 규정한) 군사위원회법(Military Commissions Act)을 입안한 사람 중 하나다. 이 법에서는 법 발효 이전에 이러한 심문 기법을 사용하거나 승인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새삼스레 상기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다고 본다.

그러나 빈 라덴의 죽음 및 고문과 관련한 논쟁은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전 법무장관 마이클 무카시는 최근 "빈 라덴의 소재를 밝힌 정보는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의 자백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물고문을 포함한 강력한 심문 기법의 압력을 받고 봇물 터지듯 정보를 털어 놓았다. 여기에는 빈 라덴이 신뢰하는 연락책의 가명도 포함되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CIA의 리언 파네타 국장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문의했다. 그가 나에게 대답한 것은 다음과 같다: 빈 라덴 추적은 물고문을 183차례나 당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의 자백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알 카에다의 연락책으로서 빈 라덴의 소재 파악에 결정적 역할을 한 조직원인 아부 아흐메드 알-쿠와이티(가명)가 처음 등장한 것은, 다른 나라에 구금되어 있는 수감자로부터 나온 정보에서다. 이 정보에서는 아부 아흐메드가 알-카에다의 핵심 요원이라는 사항도 함께 지적됐다. 우리는 이 수감자가 고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 반면, 물고문을 당한 세 수감자 중 누구도 아부 아흐메드의 실제 이름이나 그의 소재, 알-카에다에서 그의 위치와 관련한 정보를 실토하지 않았다.

오히려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게 가한 '향상된 심문 기법'은 거짓 정보와 잘못된 단서만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그는 심문관에게 아부 아흐메드가 결혼을 하면서 페샤와르로 이사한 뒤 알-카에다의 요원 역할을 그만 두었다고 털어 놓았으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CIA가 관리하는 수감자로부터 나온 최고의 정보는 아부 아흐메드가 알-카에다에서 수행하는 실제 역할 및 빈 라덴과의 관계와 관련한 정보인데, 이들은 모두 평범하고 비억압적인 방식을 통해 확보된 것으로 밝혀졌다.

포로 학대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어 낼 수도 있지만, 가치 없는 정보를 얻는 경우도 흔하게 벌어진다. 고문을 받는 사람은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고문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라면 사실이든 거짓이든 아무 것이나 털어놓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는 (베트남 전쟁 포로로서 고문을 받았던)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이러한 점을 알고 있다. 고문을 피하기 위한 자백은 종종 고문자를 의도적으로 혼동시키는 경우마저 있다.

적의 포로를 학대하면 우리 병사들까지 위험하게 된다. 그들 역시 언젠가 포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카에다를 비롯한 일부 적들은 상호주의 원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치더라도, 그보다는 좀더 전통적인 적에 미국 병사가 생포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지금 전쟁이 아니라 다음의 전쟁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빈 라덴을 찾아 내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그가 정의의 심판으로부터 오래 도망다닐 수 있었다는 점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한 가지 위안이 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아랍의 봉기를 목도할 정도로 그가 오래 살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의 폭력 이데올로기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랍의 봉기에 최선의 영향을 미칠까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개인의 인권이 다수의 의지나 정부의 희망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나라로서 모범을 보여 주는 것이 미국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선택이라는 데 모두 동의할 수는 없는가. 미국 헌법은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처벌을 금한다. 법을 위반한 개인은 생명권조차 박탈당할 수 있지만, 심지어 그런 경우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해서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다른 사람의 존엄성은 존중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옳은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힘을 환기하는 것이지만, (힘과 효율을 따지는 것은)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을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공리주의(功利主義)적인 논쟁 이상의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논쟁이며,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한 것이다(It is about who we are).

나는 어떠한 테러리스트의 죽음도 슬퍼하지 않는다. 내가 슬퍼하는 것은 (고문과 관련한) 공식 정책이나 공공연한 방기를 통해, 우리를 위해 이 전쟁을 수행하는 이들을 혼동시키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도록 만들며,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전쟁을 통해 폭력, 혼란, 비탄을 경험하고 박탈, 잔인함, 상실에 시달리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국이며,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과는 다르고 더 강하며 더 나은 나라 미국인 것이다.


※ 이미지: 게티, 이곳에서 재인용. 도표: 위키.

 

덧글

  • 드래곤워커 2011/05/24 03:59 # 답글

    맥케인은 미국 정치인들에 부정적인 제가 봐도 존경할 만한 보수주의 정치인이지요.
  • deulpul 2011/05/24 04:29 #

    동의합니다. 대선에 패배하던 날, 애리조나에 모인 지지자들이 오바마 당선자에 야유를 보내자 당황해 하며 이를 막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 드래곤워커 2011/05/24 08:03 #

    맥케인의 패배인정연설만은 오바마의 승낙연설보다 빛났다고들 하죠.
    맥케인이나 공화당 지지자들이 어느 정도 알아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긁적 2011/05/24 08:20 # 답글

    논조가 차분하고 안정적이네요. 우리 나라의 정치가들도 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snowall 2011/05/24 09:14 # 답글

    제대로 된 보수군요.
  • 2011/05/24 10:43 # 삭제 답글

    자신이 직접 고문을 당해본 경험도 이런 확고한 신념을 가지는 데 일조했겠지요.
  • 여름눈 2011/05/24 13:28 # 답글

    멋지다!! 과연 우리가 911테러를 당하고 전쟁중인 와중에 저런 입바른 정치인을 수용하거나 할 수 있는 정치인을 가질 수 있을까요?
  • 검투사 2011/05/24 14:53 # 답글

    네이버라서 외부 트랙백이 불가능해 일단 http://blog.naver.com/spartacus2/80130953353 에 제목 링크 소개를 했습니다. 0ㅅ0 아무튼 베트남전에 제대로 참전했던 양반을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뭔나라당 소속 "수구꼴통"들과 같은 취급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뜩이나 제대로 된 보수도 제대로 된 진보도 없는 나라인데...
  • Niveus 2011/05/24 16:14 # 답글

    제대로 된 보수는 저런사람들을 이야기해야죠.
    요새 티파티 보면 미쳤나 쟤네 소리가 나올때가 많습니다 -_-;;;
  • 백범 2011/05/24 20:33 #

    제대로 된 보수???

    보수 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인간들 중의 한분이시군. 어디 그럼 제대로 된 진보 는 있던가?

    유독 보수라는 단어에 집착하는것 보니 내거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게로군... ㅉㅉㅉ
  • Niveus 2011/05/25 01:37 #

    전 평소에도 제대로 된 진보도 없다고 하던 사람입니다.
    이 댓글에서 그런 반응을 보일정도로 피해망상이 심각하시군요. (笑)
  • 백범 2011/05/25 19:05 #

    평생 그렇게 세상에 대고 징징대셔. 어린애님.

    그런다고 네가 기댈만한 산 이 네눈앞에 나타나줄까?

    아마 너역시도 뒤통수나 여러번 후려맞고 걸레조각이 될걸???
  • shift 2011/05/24 16:59 # 답글

    사람이 한길만 가도 존경받는 모범답안.

    물론 아닌사람들도 있지만 여기보면
  • 행인1 2011/05/24 17:02 # 삭제 답글

    물고문은 미국의 가치관에 어긋나고 반대하지만 관련자를 처벌해서는 안된다.

    물고문을 받은 3명의 수감자들은 빈라덴과 상관없었으므로 상관없다.



    소신은 있어 보입니다만 제대로 된 사람같지는 않은데...
  • 지나가다 2011/05/24 17:26 # 삭제

    난독 쩌네요.

    1. 일사부재리 원칙 모르셈?

    2. 물고문을 받은 3명의 수감자로부터 얻은 ''정보''가 빈라덴 사살과 관계없음
  • MoGo 2011/05/24 18:42 #

    지나가다 / 일사부재리..;; 법률불소급이겠죠.
  • _tmp 2011/05/24 20:14 # 답글

    고문이 유용했건 아니건, 일단 한 포로를 180번이나 고문해야 할 정도로 짜내어지는 정보가 적다면 분명히 효율은 형편없다고 결론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獨劍 2011/05/24 20:34 # 답글

    우리가 바라는 보수주의자는 결과가 중요한것처럼 그 과정도 충분히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죠.
    근데 현실은 미국도 우리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는것.
  • 백범 2011/05/24 20:45 # 답글

    내 자유, 개인, 권리가 우선시되는 사회인데, 왜 굳이 믿고, 신뢰하고, 의지하고, 기댈만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일까요? 진정한 보수 를 찾는 것부터가 그것입니다.

    믿고, 기대고, 의지할만한 아버지와 형 같은 존재에 대한 그리움...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친일파가 앞에 있다. 그런데 어떤 '보수'라고 하는 인간이 그 친일파를 테러하거나 잡아다가 고문을 가하려고 온갖 계략을 다 쓴다... 그런데 이때 그 '보수'라고 하는 자의 고문 찬양, 고문 기도, 고문 책동에 대놓고 반대하거나 NO 를 외칠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지 의문입니다. 과연 몇이나 될까?
  • 백범 2011/05/24 20:49 # 답글

    진정한 보수? 그럼 진정한 좌익은 있던가??? 보수 라는 단어에 대한 집착이 심한 자들이 많다.

    그런데 말이오. 인생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결국 그 진정한 보수 를 찾는다 라는 것은, 나를 지켜줄 든든한 형님(오빠), 아버지를 찾고 싶어하는 무의식의 발로일 뿐입니다.

    인생에 정답은 애초에 없소. 다만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존재할 뿐...

    그리고 진정한 이념 사상가라면... 굳이 남이야 어떻거나 말거나 확고부동한 내 신념, 내 소신을 갖고 내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 2011/05/24 20: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Que? 2011/05/24 23:29 # 삭제 답글

    미국에서 맥케인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Honor" 죠...

    군인출신답게 자신의 소신을 타협없이 밀고 나가는 골기(骨氣) 가 있으면서도 상대를 존중할줄 아는 멋진 할아버지 입니다.
  • 미국적 2011/05/25 10:29 # 삭제 답글

    병든 마누라 내팽겨치고 돈많은 이쁜여자랑 바람피고 결혼하는게 미국 보수의 전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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