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때時 일事 (Issues)

지난 5월 말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요한 뉴스가 하나 있었다.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소영을 둘러싼 허위 경력과 비리 의혹이 감사원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보도였다. 이 문제를 계속 보도하여 온 <프레시안>의 5월23일 기사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소영이 내세우는 주요 경력 중에서 1) 도니제티 국제음악아카데미 교수 부분과 2) 서울대 오페라연구소 소장 부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밝혔다.


먼저 이 단장이 2006년 3월부터 2008년 7월까지 근무했다고 주장한 도니제티음악원 교수 경력과 관련해, 감사원은 "도니제티 음악원은 이탈리아에 설립된 사설 음악학원으로 국내에 학원 등록을 하거나 고등교육법에 의한 학교 설립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다만 이 단장이 도니제티와 협력과정을 체결한 학원 두 군데서 협력과정을 강의한 것은 인정되지만 '교수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교수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는 <프레시안>의 당시 지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1998년 3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서울대 오페라연구소 소장을 지냈다고 본인 스스로 밝힌 경력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국립오페라단이 2003년 4월 이 씨를 처음 채용할 때 보수 등급 결정을 위한 인사위원회 결재문서에 첨부된 이력서에는 부소장으로 기재돼 있다"며 '허위'임을 인정했다. 감사원은 "다만 부소장으로서 (소장의) 직무를 수행했던 적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그동안 제기되었던 비리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감사원은 또 이소영 단장이 친동생이 근무하고 있는 기획사에 실제보다 더 많은 돈을 준 사실도 적발했다. 이 역시 <프레시안>이 보도했던 내용이었다. 감사원은 국립오페라단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단장의 친동생 이지혜 씨가 근무하는 기획사와 12개 공연을 계약했고, 외국인 출연자 사례비를 실제보다 3억2755만 원 더 지급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세금 3억 원을 근거 없이 동생이 근무하던 회사에 줬음이 확인된 것이다.

(중략) 또 감사원은 오페라단이 공연에 필요한 무대장치 등을 한 업체와 수의계약한 뒤 추후에 다른 업체의 견적서를 제출 받는 등 계약 절차가 부적정했으며 그로 인해 1800여 만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담당자 문책을 요구했다.


<프레시안>은 뒤이어 감사 보고서를 입수한 뒤 내보낸 5월25일자 기사에서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여기에는 허위 경력, 업무추진비 사용 지침 위반, 공연사업비의 판공비 전용, 동생 관련 회사와의 부적절한 계약 관계, 수의 계약으로 인한 예산 낭비, 인사관리 규정을 무시한 특별 채용 따위가 망라되어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 같은 조사 내용에 근거하여 문광부에 보낸 인사 자료에서 "국립오페라단장은 법률에 따른 '공직자'로 법령을 준수하고 친절, 공정하게 집무해야 하며 일체의 부패행위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 단장의 비위행위는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한 것으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되어 있다.

이소영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09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2월에 이소영이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체하고 단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내어 큰 사회적 물의가 벌어지던 와중인 3월31일에, 당시 국회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이던 최문순은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부도덕성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1) 사용 한도의 2-3배가 넘는 업무추진비 사용
2) 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기획사에 국립오페라단 공연 기획 의뢰
3) 과도한 홍보비 책정
4) 직제에 없는 팀의 임의 구성

최문순은 국립오페라단 운영 관련 자료를 요청하여 확인한 결과 그 운영이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며, "이소영 단장은 취임 이후 ‘살로메’, ‘휘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세 작품의 기획을 그의 여동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MCM-Europe사에 맡겼습니다. 쉽게 말하면 40명이나 되는 합창단원은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잘라 놓고 자기 동생 회사에 퍼주고 있는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소영측은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반박했는데, 최문순이 보기에 터무니없는 것은 그 반박 내용이었다. 최문순의 글에 따르면 이소영은 1) 업무 추진비는 유달리 많이 쓰는 달이 있으니 연단위로 봐야 한다, 2) 문제의 오페라 기획사에서 동생이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가지 부적절한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 2009년 4월14일 최문순은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의 비리를 추가로 공개합니다'는 성명을 내고, 문제를 다시 조목조목 지적한 뒤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소영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이 마치 사설 오페라단이라도 되는 양, 마음대로 사람들을 해고하고, 마음 대로 고용하고, 또 특정인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비용을 마음대로 지급하였습니다."

이 공개문에서는 이소영의 경력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소영이 스스로 서울대 오페라연구소장을 역임한 것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리 의혹 제기에도 이소영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문순을 비롯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당시 문광부장관 유인촌이 이소영을 즉시 해임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소영의 경력과 관련해 의혹이 일자 2009년 6월에 문광부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뒤에도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예산 지원은 더욱 늘어났다. 2010년 1월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소영은 그 해 국가 지원이 30억원 정도 늘어났으며 "늘어난 국고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95회에 머물렀던 공연 횟수를 188회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문제는 이렇게 들어온 국민 세금이 어디로 어떻게 가느냐일 것이다.

이소영에 대한 비리 의혹이 다시 제기된 것은 2010년 국정 감사에서였다. 이 때부터 이소영의 경력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다. 2010년 10월20일에 <프레시안>은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인 정장선과 최문순의 주장을 인용하여, 이소영의 주요 경력 네 가지 중에서 세 가지가 허위거나 부풀려진 것이라는 보도를 냈다. 기사를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 단장은 본인이 서울대학교 오페라연구소 소장을 지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서울대는 정장선 의원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오페라연구소는 서울대 음악대 부속 연구시설로 공식 연구소이며 1993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8명의 소장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대가 밝힌 역대 소장 명단에는 이 단장의 이름은 없다. 이 단장이 소장으로 근무했다던 1998년-1999년의 연구소 소장은 박세원 성악과 교수였다. 이 단장의 허위 경력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해 박세원 교수는 "연구소는 학교로부터 어떤 공식적 급여나 직책도 받지 않는 순수 연구 모임의 단체로 (내가 소장일 때) 이소영을 부소장으로 임명해 소장의 역할을 병행하게 했다"고 해명했었다.

(중략) 도니제티 아카데미 교수라는 경력 역시 수상한 구석이 많다. 도니제티 아카데미는 이 단장을 '외국인 초빙교수'로 임명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단장은 이 아카데미가 위치한 이탈리아 마자테시에서 강의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단장과 아카데미 측은 "이 단장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도니제티 국제음악원에서 강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음악원은 성악, 악기, 지휘, 연출 등과 관련된 학위를 주는 정식학교가 아닌 사설 학원에 불과하다. 즉,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교수'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일을 한 것이다.

이 단장을 '외국인 초빙교수'로 임명했다는 이탈리아의 도니제티 아카데미 역시 석사나 박사 등 정식 학위를 주는 학교가 아니라 한국에서의 '수료증'에 해당되는 졸업장을 주는 사설학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장선 의원은 "이 아카데미는 '이탈리아 최초로 박사과정을 개설했다'는 소개가 있으나 주밀라노 총영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관련 정부 인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 소재의 음악원 강의 경력도 의혹이 많다. 이 단장은 2006년 3월부터 이 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분당에 위치한 이 학원이 성남교육청에 등록한 날짜는 2007년 8월이다. 이 학원이 정식 등록을 하기도 전부터 이 단장이 '강의를 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또 정장선 의원은 "국내 학원의 경우 교육청에 반드시 강사 현황을 등록하도록 돼 있는데 이 학원의 강사현황에 이 단장의 이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학원은 문을 연 지 2년 만인 2009년 '학원장이 관련 연수에 3회 이상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직권 폐원됐다.

(중략) 제1대 국립오페라단 상임연출가라는 경력도 거짓이었다. 최문순 의원은 "당시 계약서를 확인해 본 결과 상임이 아닌 상근연출가였다"며 "상임연출가는 오페라단의 공연을 총지휘 감독하는 자리지만, 상근연출가는 비상근의 반대말일 뿐 상임연출가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직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가 이소영의 경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 바로 다음 날 나온 기사는 오페라단 운영상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동생이 관련한 회사 특혜 문제, 급증한 홍보비 문제, 공연 수입금 감소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개인 미용실 비용까지 포함시킨 과다한 업무추진비 문제도 다시 거론되었다. 그 전 해에 동생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특정 기획사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었던 때문인지, 그 해 9월에 거래 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꾸었는데, 그 업체의 사장이 과거의 업체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웃지 못할 일이 주요 사항으로 지적되었다.


이 단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동생이 근무하는 회사, 'MCM유럽'과의 거래다. 이는 친족에게 외주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오페라단 규정을 어긴 것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미 "이 단장이 취임 후 <살로메>,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등의 오페라를 준비하면서 기획사 'MCM유럽'과 거래를 하고 그 대금으로 총 4억993만 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이 단장은 과거에는 없던 국내 체류일에 비례한 '일비' 개념을 부활시켜 비용은 대폭 늘어났다.

이 회사와의 거래가 문제가 되자 이 단장은 지난해 9월 'MCM유럽' 대신 '엠티피인터네셔널'로 거래 업체를 바꿨다. 문제는 이 두 회사의 대표가 같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최 의원은 "사업자등록증에 명시된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건물 안내판과 사물함 등에 모두 두 회사가 6층의 같은 사무실을 쓰는 것으로 표시됐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프레시안>의 보도를 인용해 관련 보도를 내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한편, 이 소장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이미 지난해 6월 이 단장의 ‘허위 경력 의혹’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어 중앙대 성악과 교수를 지낸 유인촌 문광부 장관의 부인과의 인연으로 문광부가 이 단장의 심각한 결격사유를 모른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소영의 '결격 사유'를 모른 척 한 것은 문광부뿐만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이소영이 연 몇 차례의 기자 간담회 보도를 내보내면서 이소영이 주장하는 홍보 내용만 그대로 옮겼을 뿐, '결격 사유'에 대한 부분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위와 같은 말을 한 <한겨레>조차, 감사원에서 이소영의 비리 조사를 끝내고 막바지 의결을 하던 시기인 2011년 5월11일에 "시골 할머니도 오페라 재미 알죠"라는 이소영 홍보 기사를 내 주었다. <한겨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단장의 심각한 결격 사유를 모른 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될 만한 기사였다.

경력 의혹과 운영 비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데도 이소영은 굴하지 않고 버젓이 나서서 오페라단 운영 관련 홍보를 계속했으며, 해임 요구에 반발하기라도 하듯 다음 해 비전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2010년 12월의 기자 간담회 기사가 그렇다.

올해 3월22일에 나온 <한국일보>의 기사 역시 이소영의 입을 빌어서 이소영을 홍보하고 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문화를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야만적이지만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가 이뤄 낸 성과는 두말할 필요가 없이 충분하다. 디지털 문명과 무한 복제의 시대, 아날로그와 이른바 고급 예술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과 기대치가 여기에 온존돼 있다. 그 중심에 밤새며 무대를 준비했던 이소영 예술감독이 있다.

2005년 그가 연출로서 처음 만났던 '파우스트'가 못다 이룬 것을 이번에 성취했다는 감회는 실로 크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그 무대를 보고 연출자로서 엄청난 현실적 압력을 느껴 차 속에서 두 시간 울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성남아트센터 개관 기념으로 만들었던 2005년의 무대는 그래서 갈증 해소의 의미가 컸지만 무대의 상상력과 흥행에선 실패였다.

(중략) 그는 엄청난 열정의 소유자다. 7월이면 3년 임기가 만료된다는 사실도 밤샘을 마다 않는 그의 열정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특별히 개인 일이 없는 데다 미혼이니까요."오페라와 결혼한 자의 변명이다. 올 들어서도 집에 딱 열 번 들어갔다.


공직을 맡고 있는 한 개인에 대해서 이렇게 간지럽게 홍보해 주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이 기사를 쓴 장병욱은(제목에 기자의 이름을 버젓이 달고 있어서 나도 이름을 쓴다) 이소영과 마주 앉아 인터뷰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물어 보았는지 궁금하다. 그랬어야 하고, 이소영이 해명을 했다면 그것도 기사에 포함시켰어야 한다고 본다.

이 기사에서 이소영은 "국립은 국립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는데, 바로 이 점이 이소영에 대한 의혹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이다. 개인 기업, 사설 오페라단처럼 개인이 떡주무르며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의 재산인 만큼 그런 자격과 능력과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규정을 지키며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아닌가.

이소영의 의혹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위의 기사를 굳이 인용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문화 영역에서 이른바 출세한 일부 여성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첫째는 불필요하게 자신의 학력이나 해외 경험을 자주 강조하는 것이며, 둘째는 '울었다'는 사실을 기회가 될 때마다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위의 기사는 그런 측면을 아주 잘 보여 준다. 바로 위에서 지적한 2011년 5월11일자 <한겨레>의 홍보 기사에서도 이소영은 '이탈리아 유학 시절'을 강조하고 있다.

사무실은 '우아함'이 흘러넘칠 것만 같고, 집에도 못 들어가며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는 이소영을 높이 평가한 <한겨레>의 기사가 나온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5월20일에 감사원 조사 결과 소식이 나왔다. 맨 앞에서 정리한 대로, 이소영의 비리 의혹 중 상당수가 사실로 확인된 결과였다. 천정배 등 국회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허위경력 · 비위사실 확인된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은 즉시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감사원 결과가 나온 지 나흘 뒤이며 <프레시안> 보도나 국회의원의 사퇴 요구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인 5월24일에 열린 '2011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이소영은 당당하게 등장했다. 미리 잡아 놓은 일정을 바꾸기가 어려웠겠지만, 그 간담회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궁금증은 첫째는 이소영 자신의 태도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나와 관련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국가 감사 기관에 의해 허위와 비리가 새삼스레 확인이 되었다고 제 발로 나갈 사람 같지는 않다. 감사 결과가 나온 날인 5월20일 당일에 이소영과 오페라단측이 이 결과를 통보 받았음은 <연합뉴스> 기사에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신동훈 국립오페라단 대외협력팀 마케팅매니저는 "오늘 감사원에서 통보를 받아 이 단장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아직 오페라단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나쁜 짓을 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1) 나쁜 일임을 알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2) 가책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지탄을 받아 면목이 없을 때이다. 매번 인사청문회 때마다 온 국민이 생생히 확인하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 상층부의 도덕적 불감증은 아무데나 찌르기만 하면 썩은 고름이 터져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나쁜 짓을 하면서도 도무지 죄의식이 없다. 비리와 부패의 보편성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왜 나만 갖고 그래!"인 것이다. 게다가, 죄의식이나 책임감은 없더라도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할텐데, 그런 수치심도 한 조각 찾기조차 어렵다. 염치를 모르는 철면피들의 세상이다. 바로 이 점이 맨 앞에서 이소영 비리 확인 뉴스가 중요하다고 한 이유이다.

감사원은 이소영의 의혹을 확인했다. '확인'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것을 밝혀낸 게 아니라, 이미 나온 주장을 권위 있는 사실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나쁜 짓 한 것은 진작의 일이며, 이에 대해 정치권, 언론, 국정 감사에서까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해 왔는데도 굴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새삼스레 감사원이라는 국가 기관이 비리와 의혹을 사실로 확인했다고 해서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듯하다. 그럴 양심이면 진작에 사퇴를 했을 것이다.

감사원이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고 하거니와, 임명권자가 빨리 해촉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립'이다. 나라의 재산이고 국민이 주인인 기관이다. 이런 부정직한 작자를 국민의 기관 수장에 앉혀 두고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그 인척들의 배로 들어가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할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이소영은 6월10일 현재 나라의 재산이자 국민의 소유인 국립오페라단 홈페이지에서 여전히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하고 있다.

 

덧글

  • akashic 2011/06/11 08:35 # 답글

    …이거 아직도 안 끝났었나요; 진작에 문제가 밝혀지고 끝날 줄 알았습니다만, 아니었나 보군요.
  • deulpul 2011/06/11 11:50 #

    문제 지적해봐야 당사자나 주무 관청은 모르쇠 > 국회에서 감사 의뢰 > 감사 진행 및 결과 보고. 이렇게 되고 있습니다. 본문에 인용한 기사들 중에서 최근의 기사는 "이 단장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이지만 이 단장이 '연임'을 원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 2011/06/11 18: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06/13 05:28 #

    그런 비사가 있었군요. 개인적으로 얽힌 말씀을 들으니 이런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 문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일인데, 그 뒤로 소송까지 한 줄은 몰랐네요. 어쨌든 일이 그렇게 사필귀정 비슷하게 진행되었으니까 훌훌 털어버리셔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공인을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모양입니다. 이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 되는 듯 합니다만. 그나저나 독수리 모자 쓴 유격 조교가 생각나면서... 갑자기 무서워지네요, 하하.
  • 밤비마마 2011/06/12 13:58 # 답글

    ㅅ ㅈ ㅇ의 고급버전이네요.
    근데 한국에 저런 사람 많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예체능 쪽에...
  • deulpul 2011/06/13 05:50 #

    아닌 게 아니라 그 사람 이름을 거론한 기사들도 있었습니다. 학력/경력 위조나 뻥튀기는 신정아 사건 직후 충격적인 양상으로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죠. 문화 예술 쪽에서 특히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 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하튼 그런 충격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갔지만, 상황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 we 2011/06/12 21:58 # 삭제 답글

    서울시장으로 계실때 인연이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 deulpul 2011/06/13 05:52 #

    민주당에서 만든 문서(http://idp.minjoo.kr/bbs/down.php?code=data02&number=16&seq=1&admin= , hwp)에 보면 낙하산 인사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네요. 저도 기억이 없고요. 어떤 인연이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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