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비로즈 공동 구매 사건과 블로그 마케팅 때時 일事 (Issues)

수억원 뒷돈 받은 ‘파워블로거’ (기사 1)
파워 블로거의 함정 (기사 2)
이웃님들.. 베비로즈입니다.. (현장)

상당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베비로즈 사건이다. 사건의 요지는 '파워 블로그' 베비로즈가 블로그 방문자를 대상으로 하여 식품세척기를 홍보하며 공동 구매를 주도했는데, 구매가 진행된 이후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에 구매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베비로즈가 물건 판매 수수료로 회사측으로부터 2억원대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받기로 한 돈 중 일부는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함).

사건의 내용을 보니 이것은 공동 구매가 아니라 소매 유통 행위다. 공동 구매란 소비자들이 집단 교섭력을 지렛대로 하여 기업측과 협상하여 통상의 가격보다 유리한 값으로 물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문제의 사건에서는 특정인이 공동 구매 추진을 목적으로 제품을 지속적으로 홍보했고, 이렇게 이루어진 공동 구매에 대해 일정한 판매 수수료를 받았다.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회사 홍보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제품을 홍보한 이유는 물론 수수료 때문이다. 한 개인이 집단 구매를 주도 내지 중개한 점, 판매 제품당 일정한 수수료를 받은 점, 수수료 소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제품을 홍보한 점, 집단 구매로 발생한 이익의 상당 부분이 특정인에게 귀속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 소비자 집단이 추진하는 공동 구매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유통업, 즉 판매 중간상이나 대리점의 영업 행위에 더 가깝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여 기업이 제공한 정보만을 집중 홍보하며 소비자를 현혹한 블로거 당사자도 한심하고, 이유야 어찌 됐든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을 믿지 못해 환불을 요청하는데 이를 외면하고 있는 문제의 회사도 한심한 집단이다. 장사 한 번 하고 기업 그만 둘 생각이 아니라면 저렇게 나올 수는 없다고 본다.

이 사건은 블로그나 SNS를 이용한 신형 마케팅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잠재되었다는 말도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미 숱하게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사실을 호도하여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기업이 주도하고 대가가 따르는 리뷰, 블로거 행사, 공동 구매 등은 모두 마케팅의 일환이며, 이렇게 나오는 리뷰나 제품 소개들은 모조리 본질적으로 광고다.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리뷰나 제품 소개를 하는 블로거는 회사쪽에서 보면 광고 모델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파워 블로거'란 유명 광고 모델쯤으로 볼 수 있다. 위 사건의 경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간 유통업자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기업이 마케팅을 하고 블로거가 이에 응하여 제품 홍보에 참여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김연아가 휴대폰 광고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리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전제가 있다. 광고가 광고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휴대폰 광고를 할 때, 김연아 개인이 그 휴대폰을 정말 좋아해서 들고 나온 게 아니라, 기업과 모델 계약을 한 뒤 모델료를 받고 휴대폰 광고를 하고 있다고 누구나 인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블로그나 SNS 마케팅의 핵심은 입소문을 이용하자는 데 있다. 실제 사용자가 제품을 써 보고 좋아서 추천하는 모양새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디서나 유효한 마케팅이지만,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다른 사람의 사용 경험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약빨이 잘 듣는 마케팅이다. 그런데 이런 마케팅은 윤리적으로, 또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나누는 경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블로그 마케팅은 이 경계 지점에서 곧잘 반칙의 영역으로 넘어가며, 그럴 때마다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한다.

광고에는 규제가 있다. 규제를 가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제품을 팔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무슨 일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식역하 지각을 악용한 광고를 무한히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광고가 실리는 매체와 광고 방식이 달라졌다고 하여 이러한 규제의 정신이 해제되어도 좋다고 볼 수 없다. 상황이 바뀌고 그 상황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어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시급히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이 이야기해야 하나. 참고로 할 수 있는 외국의 규제 모델도 이미 있고 말이다. 법 제정하는 일을 밥값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체 밥을 왜 먹는지 모르겠다.

규제의 내용은 세심하게 검토해 결정해야겠지만, 그 첫걸음은 블로그 포스팅이든 리뷰든 공동 구매든, 광고가 광고임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처가 될 것이다.

그러한 규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할 수 없다. 협찬 여부와 관련한 단서를 달지 않는 리뷰, 제품 소개, 공동구매 발의는 모조리 광고라고 생각해야 한다. 장점만 집중적으로 내세운 리뷰나 제품 소개는 특히 그렇다. '파워 블로거'의 말 하나하나에 휘둘리지 말고, 신문에 실리는 이순재의 장묘 서비스 광고를 보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안전하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소비자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박박 긁어 내려는 기업의 마케팅에 대응하여 현명한 소비 생활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제품의 리뷰는 특정 블로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되도록 다양한 소스를 찾아보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는 아마존닷컴 같은 대형 구매 창구가 없는 점이 좀 아쉽다. 유통 업체로서 아마존닷컴이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수많은 제품에 대해 실제 사용자의 리뷰가 매우 풍부하게 축적된다는 점은 획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동네 가게에서 물건을 샀더라도 할 말이 있으면 아마존의 해당 제품란에 리뷰를 쓰는 일이 적지 않다. 아마존 리뷰란은 풀뿌리 제품 평가의 집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업이 '작전'을 하더라도 실제 사용자의 리뷰가 워낙 많으므로 나쁜 물건이 좋은 평판을 얻기가 어렵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사용자를 위해 돈 한 푼 나오지 않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공공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혹은 resellerratings.com 같은 사이트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단일 제품보다는 다양한 온/오프 쇼핑몰을 평가하는 이 사이트는, 실제 사용자의 체험 후기만을 수록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적용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어떤 개념 있는 블로거나 SNS 사용자가 자신의 글에 리뷰 대가를 받았다는 점을 단서로 달면, 이를 치하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제품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한다. 기업측이 제공한 물품이나 금전적 대가가 리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고려해 보고, 그런 점들 고려하더라도 제품이 살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어쨌든 근본 대책은 관련 규제를 빨리 제정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규제 사각 지역에서 실질적인 광고, 더 나아가 유통업까지 수행하고 있는 블로그나 SNS 마케팅 때문에 발생하는 유형, 무형의 소비자 피해가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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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CtheMad 2011/07/02 23:17 # 답글

    저런 것들이 이미 PR 전략으로 공공연히 가르쳐지고 사용되고 있으니
    결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 deulpul 2011/07/04 09:08 #

    PR에 이용되는 블로거쪽이 아니라 마케팅을 하는 PR쪽의 문제를 말씀해 주셨군요. 적어도 강단에서 가르치는 상황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PRSA(미국PR협회)의 윤리 규정은 1) 자신의 정체나 목적을 밝히지 않고 은밀한 지원을 통해 블로그, 입소문 마케팅(viral marketing), 인터넷 익명 포스팅 등으로 PR 활동을 하는 행위, 2) 개인이나 단체를 내세워 은밀한 지원을 하며 자신의 목적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3) 전문가나 직업적 전문 분야 종사자가 특정 시각이나 제품을 홍보하면서 대가를 받았다는 점을 밝히지 않는 행위 등을 모두 비윤리적인 PR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며(Professional Standard Advisory 6~8),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바른 판단을 하도록 하는 공개 커뮤니케이션이 민주 사회의 기본 요건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해야 한다, 혹은 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PR 교육은 적어도 미국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재홍 2011/07/03 02:48 # 삭제 답글

    1.언젠가는 규제가 생길수도 있겠네요.
    2.정말, 한 제품의 모든 리뷰를 모아볼수 있는곳이 없습니다.
  • deulpul 2011/07/04 09:13 #

    어떠한 형태로든, 또 어떠한 수위로든 일정한 규제가 가해지리라고 믿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 피해를 일으키는 일인데다, 그냥 놔 두면 점점 더 극성스러워질 게 뻔하니까 말입니다. 전문가나 이른바 파워 블로거의 뒷돈 리뷰가 아니라, 자기 돈 주고 사서 써본 일반 사용자의 실제 체험 리뷰만을 수록하는 웹사이트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닷컴에서 리뷰 부분을 특화시킨 형태라고 할까요.
  • maxine 2011/07/03 02:58 # 답글

    아마존 공감합니다. 비교적 저렴하고 환불 확실하고 리뷰가 많아서 갈수록 아마존에 의지하게 되는거 같아요. 요즘은 전구도 아마존에서 사고 있다는;;;
  • deulpul 2011/07/04 09:15 #

    저는 라면도 아마존에서... 한국 사발면을 파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한 게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사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사발면 먹고 남긴 리뷰들을 재미있게 보기도 하고요...
  • maxine 2011/07/04 18:31 #

    라면!
    역시 미국이 편하겠다..라고 생각하고 봤더니 여기 아마존에도 있어요! 달랑 신라면 컵라면 하나지만...수퍼보다 살짝 비싸긴 하지만...덕분에 신세계에 눈을 뜬 듯 합니다;;;

    계란을 넣어 먹으면 맛있다는 리뷰에, 계란 어떻게 넣어야 하냐는 질문이 신선하군요 ㅎㅎ
  • deulpul 2011/07/06 07:04 #

    아, 대서양 건너편에 계시는 모양이군요. 여긴 종류도 비교적 다양하고, 가끔 세일할 때가 있어서 오프보다 더 싼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마존에서는 탱크에다(정말 전차는 아니지만) 우라늄까지 살 수 있죠...
  • maxine 2011/07/06 20:32 #

    ㅎㅎㅎ

    근데 우라늄 샀다가, 잡으러 올지도요;;;
    http://www.readwriteweb.com/cloud/2011/06/microsoft-says-it-will-give-yo.php
    Instapaper 서버까지 덤으로 딸려갔다니 충격입니다. 애용하고 있었는데...
  • 2011/07/04 00: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07/04 09:39 #

    '인기' 블로거라는 말이 그런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이외수는 치킨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스폰서로부터 대가를 받는다는 점은 공지하여서, 독자들이 이외수를 치킨 전문가라고 오해하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모델을 보고 제품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듯이요. 대가를 받았다는 점을 밝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포럼 자료는 내용을 찾아 볼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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