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Tour de OOO 섞일雜 끓일湯 (Others)

Tour de France가 시작되었습니다. 텔레비전으로 잠깐 관련 장면을 지켜보다가, 남들은 저러는데 나는 뒹굴기나 하나 싶어서, 잘 닦고 기름칠을 해 둔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자전거 타기가 괜찮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Bicycling 잡지가 뽑은 '미국의 자전거친화적 도시 50개' 중에서 10위 안에 들어 있습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좋았습니다. 저만의 Tour de OOO을 하기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OOO 안에는 지명이 들어갑니다. O의 갯수는 관습적으로 세 개로 한 것이고, 알파벳의 숫자를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원래는 와 같은 스포츠형 비디오 카메라를 쓰고 싶었는데, 얘는 과연 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여전히 저울질하는 중입니다. 너무너무너무 품질이 좋은 must have 아이템으로서, 안 쓰면 바로 죽을지도 모르는 제품인데 저랑 공동 구매 하시지 않겠습니까?

농담입니다. 오늘은 그냥 스틸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1. 출발하기 전 아파트 앞. 저 소나무 사이로 내려가서 도로에 합류합니다.

이 곳의 자전거 도로는 세 가지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1) 자전거 전용 도로, 2) 도로에 설정된 자전거 전용 차선, 3) 일반 도로와 함께 이용. 오늘의 Tour de OOO은 되도록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많이 활용하는 코스로 선택했습니다. 필요해서 가는 길이 아니라 즐기러 가는 길이기도 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가 대개 아름다운 지역을 지나도록 설치되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2. 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상당히 가파른 이면 도로가 나옵니다. 아직 워밍업이 안 된 상태라 고개를 오르는 데 상당히 힘이 듭니다. 두 블럭 옆에 포장 상태가 훨씬 좋은 간선 도로가 이 길과 평행으로 나 있습니다만, 경사도는 비슷하고 차량 통행도 많아서 뒷길을 택했습니다.



3. 15분 정도 가면 만나는 간선 도로입니다. 편도 차선이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맨 오른쪽은 갓길로서 주차용이나 예비용 차선입니다. 주행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가운데가 폭 120cm쯤 되는 자전거 전용 차선이고, 중앙선쪽이 차량 통행 차선입니다. 이런 도로는 좀 밋밋해서 자전거 타기에 재미는 덜하지만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입니다.



4. 자전거 전용 도로로 들어왔습니다. 왼쪽 주택가와 오른쪽 숲 사이에 도로를 냈습니다. 천천히 달리면서 녹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구간입니다.



5. 전용 도로와 일반 도로를 오가며 10분 정도 더 달리면, 한국으로 치면 광릉 수목원길쯤 되는 도로가 나옵니다. 차량과 함께 이용하는데, 도로를 가다 보면 차량은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힌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곳입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자동으로 산림욕이 되는 곳입니다.



6. 숲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넓은 개활지 사이로 지나가는 구간도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숲 뒷쪽은 시속 55마일(약 90km)까지 허용하는 도시 순환 도로가 있습니다.



7. 수목원 구간 안에도 개인 주택이 몇 있습니다. 담은 없습니다. 한 집 앞뜰에 작은 불상들을 모아 전시해 두었습니다. 몇 번 지나면서 집 주인을 보았는데, 푸짐한 스타일의 백인 아저씨가 사는 집입니다.



8. 수목원 길은 약한 경사를 오르내리면서 20분 정도 계속됩니다. 차들이 아주 가끔 지나가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달리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숲을 빠져 나오면 넓은 습지가 펼쳐지는데, 이곳에는 어른 키만한 부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습니다.



9. 조금만 더 나가면 너른 호수가 나타납니다. 수량이 일정해서 수위가 큰 변화없이 유지되기 때문에, 호숫가에 아주 가깝게 도로가 나 있습니다.



10. 날씨가 좋아서 호수도 아주 파랗게 보입니다. 늦여름에는 조류가 발생해서 물이 좀 탁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처럼 초여름에는 비교적 깨끗합니다.



11. 호수 옆 공원에 있는 비치입니다. 이 날 온도가 30도 가까이 올라갔는데, 완연한 한여름 광경입니다. 수영하는 사람도 있고 일광욕 하는 사람도 널려 있습니다.



12. 수목원이 끝나고 일반 자전거 도로입니다. 오른쪽으로는 물이 고인 듯 흐르고, 왼쪽은 주택가입니다.



13. 다리가 놓인 저 개울은 호수 두 개를 연결하는 채널입니다. 물이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14. 구불구불하게 자전거 도로가 이어집니다. 가끔씩 작은 꽃나무 군락이 나타나서 심심하지 않습니다.



15. 이렇게 가다 보면 규모가 큰 또 다른 호수를 만나게 됩니다. 멀리 도시 다운타운이 보이고, 물 위에는 요트들이 떠 있습니다. 이 호수는 이 도시에서 철인3종 경기가 열릴 때 수영 코스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16.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릴 모양입니다. 직원들이 시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17. 자전거 도로는 호수를 끼고 다운타운 쪽으로 계속됩니다.



18. 빌딩 밑으로 전용 도로가 나 있습니다. 담을 만들어서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도와 차단했습니다.



19. 호숫가에 지어진 큰 컨벤션 센터 밑으로 뚫린 전용 도로입니다. 보기에도 아주 시원하지만, 실제로도 매우 시원한 곳입니다. 벤치가 몇 개 있는데, 수염이 덮수룩한 아저씨가 자전거를 세워 놓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도장을 찍고 다른 길을 잡아 되돌아 오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입니다.



20. 이 도시에서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자전거 공유-대여 프로그램인 B-cycle의 무인 서비스 키오스크입니다. 하루 24시간 패스(10달러)를 크레딧 카드로 사면 횟수 제한 없이 하루종일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전을 높이기 위해, 한 회에 쓸 수 있는 시간은 30분으로 제한했습니다. 연회원 제도도 있습니다. B-cycle은 시 예산으로 도입된 프로그램입니다. (운영은 Trek Bicycle 등 세 회사가 연합해 만든 민간업체가 함.)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자전거와 시설물 모두가 번쩍번쩍 빛이 납니다.



21. 돌아오는 길의 자전거 전용 도로 상당 구간은 시가지 가운데로 뚫린 철로와 함께 갑니다.



22. 오래된 기차와 기차역입니다. 기차는 전시용으로 설치되어 있고, 기차역은 개조되어, 지금은 엄청나게 큰 자전거 가게가 들어 서 있습니다.



23. 한 교차로에 있는 자전거 전용 신호등입니다. 사진의 맨 오른쪽에 자동차용 신호등, 맨 왼쪽에 보행자용 횡단 신호등, 그리고 가운데에 자전거 신호등이 각기 거리를 두고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4. 돌아오는 구간 마지막은 숲 사이로 난 자전거 전용 도로입니다. 전용 도로이지만 미친듯이 질주하는 폭주족 같은 건 없고, 연인이 바퀴 세 개짜리 탠덤 바이크를 타거나, 보조 바퀴가 달린 네 발짜리 자전거를 탄 대여섯 살 꼬마가 엄마 아빠의 지도를 받으며 지나가고 천천히 달리는 사람이 있는 평안한 도로입니다.

이렇게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걸린 시간은 2시간 20분 정도입니다. 돌아올 때는 지름길을 잡고, 사진을 찍는 일도 되도록 생략한 덕분에 정상 여행 속도에 가깝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눈과 마음에 녹색과 파란 색을 가득 채워 놨으니, 이제 또 힘 내서 일을 해야겠네요.

※ 카메라 이미지: Amazon.com(본문에 링크).

 

덧글

  • 리리안 2011/07/04 09:52 # 답글

    너무 멋진 길이네요. 자전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코스인 것 같아요^^
  • deulpul 2011/07/04 12:59 #

    네, 한 바퀴 돌고 오면 몸과 마음이 푸짐해집니다. 근육통쯤이야 뭐...
  • 재홍 2011/07/04 10:49 # 삭제 답글

    천국인가요..
  • deulpul 2011/07/04 13:00 #

    1년 중 상당 기간은 동토의 지옥입니다...
  • 상오기 2011/07/04 18:57 # 삭제 답글

    우와~~ 한번 달려보고 싶은 길이네요
    마계 인천에 살고 있으니 더욱 부럽습니다 ㅠ.ㅠ
  • deulpul 2011/07/06 07:06 #

    짬뽕 먹으려면 차로 두 시간 달려야 한다는 것은 안 자랑... 저희처럼 도회지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은 번잡한 도시가 무척 그리울 때도 많습니다.
  • 난난 2011/07/04 22:00 # 답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네요. 저도 예전에 딱 한 번 숲 우거진 곳에서 자전거로 달려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또 한 번 그런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제 소원 중 하나인데... 이런 곳에 사시고 계시다니 너무나 부럽습니다....! ;ㅁ;
    이렇게 환경 깨끗한 곳에서 자전거와 친하게 지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 같네요 ^^
  • deulpul 2011/07/06 07:07 #

    그런 경험을 꼭 다시, 자주 해 보시게 되기를 빕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사실 저 역시 그동안 구슬을 늘어만 놓고 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