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TC의 블로그 마케팅 규제 내용 섞일雜 끓일湯 (Others)

미국에서 광고와 관련한 전반적 규제를 관장하고 있는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009년 말, 변화된 미디어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규제 지침을 제정하여 내놓은 바 있다. '추천과 승인 형태의 광고 행위에 대한 지침(Guides Concerning the Use of Endorsements and Testimonials in Advertising)'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규제는, 블로그를 비롯한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에 대한 규제 사항을 자세하게 적시하고 있다. 그동안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규제를 강조해 온 사람들(예컨대 국회의원 이성남)은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이 FTC 지침을 주요한 텍스트로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 규제 지침 16 CFR Part 255 (2009년 12월1일 발효): 이곳
▶ 지침 내용을 예고한 연방관보 (2009년 10월15일자): 이곳

시간이 있으면 전체 내용을 보면 좋겠지만, 간단하게 블로그와 관련한 부분만 훑어 보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규제가 추천하는 사람, 이를테면 블로거만 잡아 족치는 게 아니라, 그보다는 광고 주체(광고주)인 기업에 대한 규제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예컨대 블로거가 기업으로부터 리뷰 대상 물품을 공짜로 제공받고 후기를 썼다면, 블로거는 무료 공여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지만 기업 역시 블로거가 이러한 점을 명시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지침의 정신이 무분별한 광고 행위를 적절히 규제하여 소비자를 오도하는 일을 막자는 것이므로 당연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괄호 안은 내가 써 넣은 요약이나 추가 부분.)


§ 255.0 Purpose and definitions 중에서

Example 8: 특정 브랜드의 개 사료를 정기적으로 사는 소비자가 있다. 어느 날 그녀는 같은 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조금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해 보기로 결정했다. 신제품 사료를 개에게 먹여 본 뒤 이 소비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사료를 바꾸고 나니까 개의 털이 눈에 띄게 윤기가 나고 부드러워졌으며 자신이 보기에는 돈을 더 주고 신제품을 살 가치가 있다고 썼다. 본 지침은 이러한 포스팅을 규제 대상 추천으로 보지 않는다.

만일 이 소비자가 자기 돈으로 신제품 사료를 사지 않고, 가게에 단골 손님으로 등록되어 있어 쿠폰이 발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사료 시제품을 공짜로 얻었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본 지침은 이 소비자의 포스팅을 규제 대상 추천으로 보지 않는다.

만일 이 소비자가 마케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정기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제공받아 사용하고, 자신이 원하면 이렇게 사용한 제품에 대한 후기를 쓰는 활동을 한다고 하자. 이 소비자가 이러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신제품 사료를 공짜로 제공받았다면, 본 지침은 그녀의 긍정적인 리뷰를 규제 대상 추천으로 간주한다.

(자기 돈으로 샀거나 개인적으로 쿠폰 등을 통해 얻었으면 긍정적인 리뷰라도 비규제. 기업의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얻었으면 규제 대상. 여기서 규제란 그러한 사실을 밝히도록 강제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 255.1 General considerations 중에서

Example 5: 피부 관리 제품을 만드는 한 광고주(기업)가 블로그 광고를 대행하는 마케팅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 서비스는 기업들의 제품 판매를 촉진하는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들과 기업을 연결해 준다. 해당 기업은 한 블로거에게 새로운 바디 로션을 사용해 보도록 하고 그 후기를 블로그에 쓰도록 요청했다. 기업은 그 로션이 피부 상황 개선에 효능이 있다는 주장을 전혀 내세우지 않았으며, 의뢰를 받은 블로거도 제품에 그런 효능이 있는지를 기업에 문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블로거는 이 로션이 습진에 효과가 있다고 포스팅했으며, 이러한 문제를 겪는 방문자들은 이 제품을 사용해 보라고 추천했다.

이 경우에 기업은 (비록 자신이 그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블로거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방문자를 오도한 데 대해 책임이 있다. 해당 블로거 역시 추천 포스팅에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방문자를 오도한 데 대해 책임이 있다. 만일 해당 블로거가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고도 눈에 띄게(clearly and conspicuously) 밝히지 않았다면 블로거는 이 점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기업은 블로그를 통한 광고를 집행함에 있어 포스팅이라는 최종 메시지까지 책임을 져야 함. 블로거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데 대해 책임이 있음.)


§ 255.5 Disclosure of material connections 중에서

Example 7: 블로그에 비디오 게임과 관련한 포스팅을 올려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생이 있다. 그의 블로그 독자들은 비디오 게임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듣기 위해 이 블로그를 방문한다. 한 게임업체가 새로 출시하는 게임을 공짜로 이 블로거에게 보내 주고, 그에 대해 블로그에 쓰도록 요청했다. 블로거는 새 게임을 테스트해 보고 긍정적인 리뷰를 썼다.

이 블로거의 리뷰는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든 매체의 형태(블로그)를 통해 배포되며 광고주인 게임업체와의 관계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독자들은 블로거가 리뷰를 쓰는 대가로 게임을 공짜로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또 신제품 게임의 값을 고려하면, 블로거가 공짜로 제품을 받고 리뷰했다는 사실은 방문자들이 블로거의 추천을 신뢰하는 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블로거는 게임을 무료로 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고도 눈에 띄게 명시하여야 한다. 해당 업체는 블로거에게 게임을 제공할 때, 회사와 블로거 사이에 물질적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포스팅에 밝히라고 조언하여야 하며, 블로거의 포스팅에 그러한 사실이 실제로 명시되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

(공짜로 물건을 받아 리뷰할 때, 이러한 사실을 명시하도록 한 부분이다. 블로거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광고주인 기업체에도 명시 조언 의무와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지침에서는 돈을 받고 리뷰를 하는 블로그 사례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은 관보의 지침 해설에 제시되었다. 여기서는 블로그 포스팅처럼 소비자 개인이 관장하는 미디어에 대해 어디까지 후원을 받은 추천으로 볼 것인지와 같은 부분에 대한 토론과 이견들이 실려 있는데, 돈을 받은 블로그 포스팅은 이견 없이 당연히 이 지침의 규제 대상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광고주의 제품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는 대가로 돈을 받는 블로거는, 그 돈이 광고주로부터 직접 오든 제3자를 통해서 오든 상관없이 이 지침의 규제 대상이 된다."

사실 '돈을 받는 리뷰'란 일단 리뷰의 객관성에서 문제가 되므로 상식적으로는 생각하기 어렵다. 리뷰 블로거가 돈을 받기 시작하면 객관성을 잃거나 잃은 것으로 인식될 것이고, 이 경우 블로그의 가치가 하락한다. 배가 고파서 자기 다리를 잘라 먹는 셈이다.

그러나 어쨌든 돈을 받는 리뷰 블로그가 있다면 소비자는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지침의 내용이다. 만일 어떤 광고 블로그나 광고 포스팅이, 독자들이 광고임을 알기 어려운 형태로 되어 있다면, 이것은 이 규제 지침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 지침이 규정하는 대로 표현하자면, "추천하는 사람과 광고 대상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 사이에 추천의 신뢰도나 비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가 존재할 경우(예컨대 일반 사람은 그러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지 않을 경우 등), 이러한 관계는 완전히 공개되어야 한다"(§ 255.5)라는 것이다.

이 규제 지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토론은 위에서 링크한 관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지침에 대한 해설과 더불어, 논의 과정에서 제시된 다양한 소수 의견이 그대로 실려 있는데, 블로그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들어 있다. 특히 2. New Media – Consumer-Generated Content as an ‘‘Endorsement’’ Within the Meaning of the Guides 와 4. Other Issues 부분을 참고할 만하다.

 

핑백

덧글

  • 2011/07/07 15: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07/07 16:02 #

    덧글이 전혀 달리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올린 무플용 포스팅인데 달아 주셔서 깜놀X감동입니다, 하하.
  • GT 2011/07/07 16:08 # 삭제 답글

    말씀하시는 대로면 비록 '유류비 지원' 이라는 명목을 가지고 있으나 어쨌든 돈을 받는 자동차 블로깅은 deulpul님에게 있어서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방식의 리뷰인가보군요 ^^;;;

    두어번 그러한 형태에 참가해본 사람으로서 좀 찔리네요 ^^;;;
  • deulpul 2011/07/07 16:24 #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은, 그러한 형태의 리뷰를 하면서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리뷰에만 집중하는 리뷰 블로그나 사이트의 경우, 신뢰를 얻고 유지하는 것이 생명과 같다고 봅니다. 돈을 받든 말든 자신은 공정하게 리뷰를 한다고 해도, 독자가 그렇게 봐 줄지 알 수 없고요... 한편 광고주 처지에서는 모두 광고 영업의 대상으로 보게 되지요. 경계가 모호합니다. 어쨌든 제가 드리는 말씀은, 받았으면 밝혀서 소비자에게 정당한 판단을 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겁니다.
  • GT 2011/07/07 17:27 # 삭제

    그게... 자동차 블로그는 그 부분에서 대단히 특수하다고 할까요.

    금액이 크고 감가가 강력한 "자동차의 일단위 대여" 자체가 이미 기업에 있어서 상당한 금전적 지출이고, "유류비 지원"을 비롯해 돈을 지원하는 행위도 일상적입니다.
    남의 차만 친분에 의지해 빌려타서는 "자동차 블로깅" 이라는 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저같이 렌터카를 이용해 메이커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시승하는 행위는 오히려 적다 못해 유니크한 편입니다.

    다만 독자분들이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글을 읽으시는지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회의적이긴 합니다만...
  • deulpul 2011/07/08 04:12 #

    네, 그런 특수성이 있음을 이해합니다. 차량을 회사로부터 대여하여 시승기를 쓰는 경우, 어떤 금전상의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부정적인 내용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블로그 운영에 중요한 회사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관계를 통해 리뷰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나온 리뷰들 모두가 회사측의 입김에만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그런 사실을 밝히자는 것이겠지요. GT님처럼 독립적인 위치에서 리뷰를 하는 경우는 비교적 자유롭게 장단점을 쓰실 수 있을 테고, 독자나 소비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은 리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실을 글에 밝히시는 것도 받아 마땅한 신뢰를 인정 받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혹시 예전에 제게 연락 주신 분이신가요?)
  • GT 2011/07/08 09:09 # 삭제

    질문에 답하자면. 예, 그렇습니다. :)

    그 이슈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좀 고민하는 바가 있어서... 계속 검토와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http://grandtourer.blog.me/20122951101
    보내드렸던걸 매우 정제해서 글을 쓰기도 했지요.

    제 경우 글 서두나 말미에 매번 어떤 경로로 이 차량을 획득했는지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독자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이 분야에서 가장 모범적인 블로그로 포르쉐나 벤츠의 슈퍼카따위를 사서(!) 포스팅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만, 지극히 예외적이죠.
  • deulpul 2011/07/09 05:05 #

    아, 역시 그러셨군요. 당시에 바로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자료는 잘 보았으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영역의 일이라서 함부로 쓸 수가 없었고, 쓸려면 상당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되고 뭐 이런 것은 신경쓰지 않습니다만, 제가 아는 사실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걸렸습니다. 잘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쓰신 글도 잘 보았습니다. 톤을 매우 낮추셨군요, 하하.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GT님의 접근 방식이 각광 받는 때가 오리라고 믿습니다.
  • 감사함 2011/07/18 11:10 # 삭제 답글


    미국에는의무 규정으로 블로거가 협찬사항을 밝혀야 하는게 법임에도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많은 현재 정확한
    미 법규를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블로거가 댓가를 받고 포스팅 하면서도 댓가를 받고 하는게 아닌 진실한 포스팅인것처럼
    네티즌을 속이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신뢰위반이고 기망입니다

    요즈음 네티즌의 믿음을 악용해서 수익을 취할려는 잘못된 블로거들이너무 많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