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더 컬렉션: 북한의 선전 포스터 중매媒 몸體 (Media)

(대량의 이미지로 인한 스크롤 압박 주의)

데이빗 히더라는 영국 미술품 수집가가 있다. 그는 언젠가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벌어지는 미술 행사에 갔다가, 북한 미술 작품들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 행사에서 만난 북한 공훈화가 박효성과 교류를 계속하였으며, 2004년에는 그의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평양을 찾아갔다. 이 때부터 히더는 세계가 잘 알지 못하는 폐쇄 사회 북한의 미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특히 그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은 국가의 지휘 감독 아래 제작되어 나오는 선전 포스터였다.

이후 히더는 북한을 여러 차례 오가며 수백 종의 북한 선전 포스터들을 수집하였다. 그의 수집품에는 당대 선전 포스터들은 물론이고, 50년대 북한 초기의 포스터들도 포함되어 있다. 400여 점은 직접 손으로 제작한 원판이다. 런던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수집품을 공개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2008년에는 이러한 선전 포스터 컬렉션을 묶어서 책을 한 권 펴냈다. <북한 포스터: 데이빗 히더 컬렉션(North Korean Posters: The David Heather Collection)> (New York: Prestel, 2008)이었다. 이 책에는 그가 수집한 포스터 작품 중 200여 점을 수록했다.

그는 이 책 서문에서 북한의 선전 포스터들을 30여 년 전 소련의 그것에 비유하며, 이제 러시아나 중국을 비롯해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는 선전 포스터들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의 대학에서 한국 미술을 가르치는 코엔 데 시우스터가 '깃발, 총검, 그리고 농구(Banners, Bayonets, and Basketball)'라는 개관 논문을 썼다. 조선화의 전통까지 언급하는 등, 책에 실린 포스터들에 대한 비교적 충실한 내용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7월27일자 <뉴욕 타임스>의 비주얼 아트 리뷰는 다음과 같이 두 단락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패턴에 관해 말하자면, 인간으로부터 패턴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북한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국가 행사가 있으면 수천 명이 거대한 경기장에 모여 색판과 지휘를 통해 그들의 국기, 지도자들의 얼굴, 국가 상징물 등의 이미지를 완벽한 조화로 재현해 낸다. 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리스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려고 하는 참이라, 좀더 많은 미국인이 이 거대한 장관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듯하다. 그러나 휴가를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보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데이빗 히더와 코엔 드 시우스터가 펴낸 <북한 포스터: 데이빗 히더 컬렉션>이 이 나라의 애국주의에 대한 좀더 손쉬운 입문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 '인민의 낙원'이 제작하는 선전 포스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엮은 첫 출판물이다. 과장스러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마지막 흔적이라 할 이 작품들은 억압 체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택동 시절의 스타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이 이미지들을 보는 일은 여전히 흥미롭다. 물론 "당과 지도자와 사회주의 조국을 수호하라!"고 외치는 북한 농민, 노동자, 병사들의 얼굴에서는 미술적인 다의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책 전체에 흐르는 시각 언어와 텍스트 언어는 대체로 일관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특히 두 작품이 두드러진다. 한 포스터에서는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염소를 어루만지는 모습 밑에 "모든 가정들에서 염소를 대대적으로 기르자!"라는 구호가 달려 있다. 다른 하나에서는 남성 병사와 여성 수병이 자랑스럽게 경례를 하는 장면 밑에 "총폭탄 정신, 자폭 정신을 지닌 장군님의 군대가 되리!"라는 말이 달려 있다. (책은 두 번째 포스터의 문구 '자폭 정신'을 'spirit of suicide'라고 영역했다.) 그들이 왜 이처럼 자살과 염소를 강조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안타깝게도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한편 이 책을 대상으로 한 북 리뷰를 겸한 북한 선전 미술의 개관은 논문 '북한 미술: 기초적인 이해를 위하여' (David-West, A. (2011), North Korean art: Some basic ground, Art Journal, 70(1), 115-119)에서 볼 수 있다.

이미지를 통한 소통은 나의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히더의 책에 실린 북한 선전 포스터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순서는 대체로 책에 실린 순서를 따랐다. 책은 포스터들을 시대순이 아니라 큰 주제 다섯 개로 나누어 묶었다. 각 포스터가 어떤 시기의 것인지 밝혀져 있지 않아 좀 아쉽다. 포스터 중에는 시기의 규정을 받는 내용을 담은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들을 여기 실은 목적은 오로지 소개와 비평이므로, 저해상도의 작은 사진으로 보여 드림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또 저작권 및 기타 문제의 여지가 있으므로 다른 곳에 퍼 가시는 일은 피해 주십시오.



↑ 아기 염소도 소총 파지 자세로...

↑ 두 분이 닮으신 듯한...


↑ 호박과 고기 생산의 관계는...


↑ 사운드 오브 메에에직 오프닝.

↑ 누가 보면 하악하악할 것 같은 포스터...

↑ <뉴욕 타임스>가 언급한 '염소와 여인'.

↑ 이미 적화통일 된 듯...

↑ 폰트 쓴 동무를 아오지로...


↑ 가운데 보이는 콩사탕... "나는 콩사탕이 좋아요~♥"


↑ 폼포코 너구리가...

↑ 남조선 자판승냥이 간나들은 각오하라우.

↑ 국문 교정: 가정에서 물 한방울이라도 절약하자!

↑ 천리안의 부작용.


↑ 바로 위의 것과 더불어 북한의 호전성을 강조하는 미국 매스컴에 단골로 나오는 포스터.



↑ 미제가 대포를 내대면...?


↑ 물리학적으로 불량 저울...


↑ 군 가산점 논란도 필요없고... 좋잖아?



↑ 뭐지, 이 므흣한 느낌은...?

↑ 뭐지, 이 므흣한 느낌은...? (2)

↑ 펜은 총칼보다 강하다는...

↑ 그러나 다시 총칼이 강하다는...


↑ 한반도의 긴장 고조 현상을 이해시켜 주는...




↑ 정성옥은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수.


↑ 조뭐일보의 인간 어뢰는 뻥이지만 인간 기뢰는 가능한 듯...


↑ 목숨으로 사수하자: 역전앞.


↑ 왼손이래 거들기만 하는 것이지비!


↑ 보는 사람에게 꽃다발을 안겨 주는 듯한 독특한 구도.

↑ 조x제는 보기만 해도 거품 물고 쓰러질 듯한 포스.

↑ 북한의 선전 포스터이지만 이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 특정 신문과는 무관함... 과거 수해 지원 물자 보낸 것에 대한 선전.

↑ 전투적인 유머 감각...


↑ 임수경은 한국에서도 충격이었지만 북한 사회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 준 존재.


↑ 엇다 대고 삿대질이쇼?

↑ 지하철에서 개드립 좀 하지 말고 말이야...


↑ 그냥 묻어버리자고...

↑ 역시 <뉴욕 타임스>가 언급한 포스터. "총폭탄 정신, 자폭 정신"을 영문으로
"with the spirit of suicide and self-sacrifice"라고 옮겼는데, 이런 문장을 보면
서구 사람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자살 폭탄 테러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될 듯하다.


※ 데이빗 히더 이미지: 이 곳, 모든 포스터 이미지: 본문에서 소개한 책.

 

덧글

  • skyland2 2011/07/26 10:35 # 답글

    팝아트 풍에 상당히 직선적인 구도가 많군요. 북한의 어떤 문화적 경향을 연구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듯 합니다.
  • deulpul 2011/07/26 17:12 #

    그래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렇게 기초 자료를 남기고 보존하는 사람들의 정성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primary source가 없이는 역사가 쓰여지질 않죠.
  • MCtheMad 2011/07/26 10:41 # 답글

    뭔가 식량난을 염소젖으로 해결하려는 시기가 있었나 보네요 -ㅁ-

    그런데 정말 재밌습니다
    우리도 80년대까지는 뭔가 비슷한 것을 그렸떤 것도 같아요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 같은것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 deulpul 2011/07/26 17:17 #

    염소젖 부분은 아래 비밀 댓글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 참고가 안 되잖아... 죄송합니다. 외신 기자들이 최근에 찍은 북한 사진을 보면, 저 이미지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벽화로 게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 어린이는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세뇌되어 미친소 그리기 대회 따위에 동원되고 있다는... (이라고 믿는 사람이 상당수 있습니다.)
  • 지나가다 2011/08/04 01:00 # 삭제

    세뇌까진 모르겠고 미친소 그리기 대회 따위에 동원된 건 사실입죠;;;
  • deulpul 2011/08/04 12:24 #

    @지나가다: 그런 대회가 있었습니까? 잘 몰랐는데 알려 주시면 세상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 하얀까마귀 2011/07/26 10:49 # 답글

    조선의 심장인 평양은 마치 70년대 애니에 나오는 미래도시같군요 ㅋ
  • deulpul 2011/07/26 17:21 #

    아, 정말 일본 애니메이션의 도입부나 마지막 크레딧 지나갈 때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 야경 같습니다. 하지만 도시 위에는 천공의 성 대신 눈을 부릅뜬 인민군 병사가 유영하고 있다는...
  • 까날 2011/07/26 10:55 # 답글

    플러스마이너스 20년 내외의 포스터일텐데 모두 한날한시에 그려진듯합니다.
  • deulpul 2011/07/26 17:23 #

    일관된 지도 철학과 제작 지침에 따라 나온 포스터들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본문에 썼듯 NYT도 "(작품들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일관되어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 2011/07/26 11: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07/26 17:27 #

    아니, 이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성스러운 이야기를 왜 비공개로 쓰셨습니까? 실수해서 체크 마크 클릭하신 거 아닙니까? 저는 잘 모르고 있던 사정인데 배경 설명 아주 잘 들었습니다. 본문보다 낫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 텐데, 아쉽습니다. 자세한 말씀 고맙습니다.
  • MCtheMad 2011/08/04 01:27 #

    궁금하네요!
  • 검투사 2011/07/26 13:32 # 답글

    호박이 사료로도 쓰일 수 있군요. 0ㅅ0 그러고 보니 돼지 사료로 뚝감자라는 걸 심는다고 전에 "북한 방송 소개" 프로에서 나오던 게 생각나네요(어느 협동농장 거주 영감님이 뚝감자를 많이 심어 영웅이 되었더래나?).
  • deulpul 2011/07/26 17:38 #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말씀 듣고 찾아보니 뚝감자란 저희가 흔히 돼지감자라고 부르는 식물인 모양입니다. 지금 찾아보니, 어떤 분이 "호박을 사료로 써도 좋습니까?" 하고 국민신문고에... 오죽 급하고 답답하셨으면... 어쨌든 질문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 영양생리팀이 "호박은 예전부터 소나 돼지의 사료로 이용되어 온 물질입니다. 호박은 사람의 식사 대용의 일부로도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사료자원"이라고 대답한 부분이 나오는군요...
  • 차원이동자 2011/07/26 13:35 # 답글

    구도가 획일화되어보이지만 나름의 개성이 있어보이는것들도 있군요. 재밌네요
  • deulpul 2011/07/26 17:40 #

    그래서 비록 선전 포스터지만 미술 작품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어릴 때 생각해 보니 미술책 한 챕터에 포스터 부분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 milln 2011/07/26 16:39 # 답글

    화가는 어디 북미쪽에 태어났으면 만화가로 대성할 수 있었을거 같은데..
  • deulpul 2011/07/26 18:39 #

    이렇게 당과 국가를 대표하는 공식 포스터를 그리는 화가라면 북한에서도 성공한 화가로 대접받고 있다고 보아야겠지요. 이 포스터들의 작가 크레딧이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문에 나온 데이빗 히더가 전시회에서 북한의 인민화가나 공훈화가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고, 그가 만수대 창작사와 교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수준의 화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dhunter 2011/07/26 19:22 # 삭제 답글

    http://sevengods.egloos.com/2482387

    같이 읽으면 재미난 포스팅입니다.
  • deulpul 2011/07/28 12:46 #

    아,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해학의 포인트가 달라서인지, 저는 뭐가 웃긴지 좀 어리둥절하게 되네요... 하긴 개콘이나... 또 뭐더라 여하튼 이런 프로그램도 안 웃겨서 보지 않는 처지인 것을 보면, 제 정서가 좀 메말라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 historyjs 2011/07/28 03:11 # 답글

    와~~~~~~~ 저 책 구입하고싶군요.

    그런데 국내에 반입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미리 겁부터 나네요. ㅎㅎ;;;
  • deulpul 2011/07/28 12:54 #

    아니, 이 개명천지에 무슨 말씀을요. 책은 한국의 인터넷 서점에서도 원서로 다 팔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 snowall 2011/08/06 12:20 # 삭제 답글

    나라가 만들어진지 100년이 안됐는데 100년 숙적이라니...-_- 스케일이 크네요

  • 마루프레스 2011/10/26 14:04 # 답글

    포스터를 보면, 북한이 좀 귀여운 데가 있어요...^^ 과장도 심하고, 은근 뻥도 잘 치고...저들이 말하는 사회주의 미술(리얼리즘 미술)의 특징이 '동양화풍'으로 잘 살아 있는 것도 재미있구요.
    얼마 전에 북한 미술 작품을 한국으로 밀수해서 판매하려던 밀수조직이 경찰에 잡혔는데, 그때 보여주는 북한 미술 작품들-주로 풍경화-수준이 상당하더군요. 가격도 저렴하고, 한 점 정도는 집에 걸어두어도 좋을 듯 했습니다. 이크, 이렇게 말하면 국가보안법에 걸리나요...
  • ㅡ,.ㅡ 2011/11/16 17:37 # 삭제 답글

    아.. 한겨레라는 말이 저기서 나왔군요;
    한겨레 기사만 보면 선전선동 범벅이던데 이제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림은 잘 그렸는데 내용은 참..
  • 미국 ㅅㅂ 2012/04/03 18:52 # 삭제 답글

    미국에게 징벌이란말은 좋내요
  • deulpul 2012/04/03 19:50 #

    뭐 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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