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된 기사 중매媒 몸體 (Media)

"조전혁·<동아>, 전교조 교사에 손해배상하라"

기자가 되고 싶거나 대중매체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분은 이 기사를 잘 보시기 바란다. 기사 문장에 있어서는 안 되는 다양한 잘못이 담겨 있는 좋은 사례다. 기사는 일단 기자가 조심해서 써야 하고, 상급자(데스크)가 잘 걸러야 하며, 교정/교열 기능이 적절한 지점에서 개입하고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이런 기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全文)이다.


①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한규현)는, 26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조합원 실명정보 공개는 불법"이라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동아닷컴(동아일보 인터넷판, 이하 <동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 의원은 각 10만 원, <동아>는 각 8만 원을 전교조 교사들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 의원과 <동아>의 정보 공개 행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고 판결했다.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명단 공개는 위법이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상태기 때문에 이번 손해배상 소송 역시 액수의 문제였을 뿐, 조 의원과 <동아>의 패소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였다.

지난 2월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라는 단체가 전교조 부산지역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민사합의10부(고영태 부장판사)는 "피고는 교사 1인당 10만원과 명단을 공개한 시점부터 선고일까지는 연리 5%를, 이후에는 연리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조 의원은 지난해 4월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교원단체 가입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동아>도 언론사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했다. 이후 전교조 측은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소송, 간접강제 소송, 권한쟁의심판 등 수차례 소송을 ②제기했지만 법원은 한번도 조 의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어 전교조는 조 의원과 <동아>를 상대로 각 10만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조 의원과 <동아>의 패소 결과에 대해, ③일부 누리꾼은 "학부모의 알 권리"와 "떳떳하면 왜 명단 공개를 못하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누리꾼은 이들의 패소가 당연하다고 말한다.

아이디 khi을 가진 누리꾼은 "법원, 헌번재판소 등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돈은 다 갚았냐?? 돼지 저금통 쑈는 요즘 안하나 보지..??"라며 조 의원을 비판했다. '허공의 갈가마기'라는 누리꾼은 "조저녁(조전혁) 기사에는 댓글도 없네.... 조전혁은 잊혀진 국회의원이 되었나 보네. 정치인들은 잊혀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든데"라며 글을 남겼다.

조 의원은 지난 몇 번의 법원 판결에도 반발해 왔고, 특히 강제이행금을 갚는다면서 전교조 사무실에 동전이 가득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을 가지고 와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은 조 의원을 지지하며 청계광장에서 콘서트(일명 <조전혁 콘서트>)를 열었지만 사람들이 별로 찾아오지 않아 흥행 참패로 망신만 당했다.

물론 한편의 입장에서 학부모의 알권리를 내세워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의 명단을 알고자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공개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현 교육부 장관인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서도 학생과 교사의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교사가 어느 학교에 근무하는지는 공적인 정보일 수 있지만 그 교사가 어느 단체에 속해 있는지는 지극히 사적인 정보에 속한다. 특히,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도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

지금도 보수적인 학부모단체가 전교조 교사가 있는 학교마다 찾아다니면서 교문 앞에서 탈퇴집회를 하고 전교조 교사들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있다. 최근 어느 학부모단체는 전교조를 문제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며 (전교조 모든 교사들에게 ) 탈퇴하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동조합 가입 정보는 비공개로 엄격히 보호되고 있다.

전교조 조합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7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7만 중 1만 명만 소송에 참여했어도 조 의원은 추가로 10억을 물어내야 할 뻔했다. 전교조 측은 조전혁 의원에 대한 소송을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소송인단을 모집하지 않았다. 액수도 상징적으로 10만 원으로 정했다.

조 의원과 같은 한나라당 동료의원인 정진석, 정두언, 진수희, 정태근, 김효재, 김용태, 차명진, 장제원, 박준선, 구상찬 등 10여 명도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 또, 30여 명의 ④한나랑 의원도 명단 공개에 동참을 선언했다.

전교조 측은 명단을 공개한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등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3천 명 수준인 소송 참가인단을 1만 명 수준 이상으로 모으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우선 ①~④번으로 번호를 매긴 보라색 부분부터 보자. ①은 쉼표의 위치가 잘못되어 있어 독자에게 혼동을 준다. 기사처럼 쉼표를 찍으면 전교조 교사들이 26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이 된다. 26일은 재판부가 판결을 내린 날짜이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한규현)는 26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하고 26일 뒤에 붙어야 한다. 차라리 쉼표가 아예 없으면 혼동이 덜하다. 세 번째 단락의 "지난 2월..."도 비슷한 혼동을 일으킨다.

②는 한 문장 안에 등장하는 주체가 달라서 어색하게 된 문장. 앞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전교조가 주인공이지만, 뒤에서는 조 의원을 말하고 있다. "전교조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모두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었다"라고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굳이 조 의원을 넣어서 말하고 싶다면 "전교조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조 의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라고 해도 훨씬 낫다.

③은 기사 문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잘못으로, 이른바 '병치 구조의 결함'이라고 한다. 비슷한 어절을 나열하여 한 서술어로 문장을 풀어주었는데, 실제로는 나열된 어절의 성격이 달라서 각각 다른 서술어가 필요한 경우다. 이를테면,

1. 사람들은 모여서 밥과 빵을 먹었다. (O)
2. 사람들은 모여서 노래와 춤을 추었다. (X)
1은 문제가 없다. 밥과 빵은 모두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에서 춤은 추는 것이지만, 노래는 추는 것이 아니다. '노래와'의 서술어가 없는 잘못된 문장이다. 다른 예를 들면,

수도권 지역에 차가운 강풍과 폭설이 내렸다. (X)
강풍은 부는 것이고 폭설은 내리는 것이다. '강풍과'와 호응하는 서술어가 없다.

이처럼 ③에서"학부모의 알권리와" 다음에 나와야 하는 서술어가 없어졌다. 바른 표현은 "학부모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혹은 "학부모의 알권리를 주장하거나".

④는 물론 단순한 오탈자이다. 오타는 누구나 낼 수 있으며, 기사가 걸러지는 과정에서 잡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게시되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라면, 기사를 올린 뒤 기자 자신이나 오탈자를 수정할 만한 위치에 있는 실무자, 책임자 중 아무도 이 기사를 읽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부분은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이 기사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법원의 판결이라는 단일 사건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뉴스(기사문)가 어느 순간 사설(논설문)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기사에 나온 서술어 중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사실의 전달이나 묘사에 해당한다. 반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견해이거나, 그에서 비롯된 추정이거나, 기자의 견해를 반영하는 편향적인 언어로 사실을 표현한 것들이다.

특히 기사 중반부 "조 의원은 지난 몇 번의 법원 판결에도..." 부터는 기사가 아니라 완전히 사설 모드로 들어간다. 한국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의 사설화'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기사문이 왜 잘못인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잘못은, 사실과 의견을 뒤섞음으로써 독자가 기자 개인의 견해를 사실로 오해하게끔 한다는 점이다. 잘못임과 동시에 아주 위험한 기사 형식이다.

기사문에 작성자의 주관을 반영하는 기사 작성법이 이따금씩 검토되곤 하지만, 칼럼 성격이 강한 기사나 잡지 등의 피쳐 스토리, 기획 기사 등이 그 주요 대상이다. 사건, 사고를 전하는 기사는 무조건 사실에 충실해야 하며,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의견은 의견 있는 사람의 입을 빌어서만 표현해야 하며, 굳이 사건을 보는 시각을 제공하고 싶다면 해설을 박스 기사로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의 견해나 주장을 서술하는 방법으로도 가장 윗길은, 자기 입으로 견해를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들이 필자 대신 말하게 하는 것이다. <한겨레>의 제주 해군기지 관련 기사 '평화 잃은 4년…강정마을은 지금 폭풍전야'를 보면, 기획 기사인데도 기자 개인의 견해를 직접 드러내는 문장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오로지 증언과 관찰만을 교직하여 기사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주민이 겪는 혼란과 고통이 생생하고도 강력하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기자의 견해를 비벼 넣은 스트레이트 기사와 기자의 견해가 탈색된 기획 기사, 좋은 대비가 아닐 수 없다.

 

덧글

  • MCtheMad 2011/07/27 21:13 # 답글

    "심지 있고 자신의 의견을 풀어낼 줄 아는 멋진 기자" 는 멋질지는 몰라도 좋은것은 아니죠..

    그런데 마지막 문단 첫 문장을 약간 어색하게 쓰신듯도 해요 -ㅁ-!
  • deulpul 2011/07/28 12:23 #

    이크, 그렇습니까? "(사건, 사고를 전하는 기사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견해나 주장을 서술하는 방법으로도 가장 윗길은, 자기 입으로 견해를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들이 나(필자) 대신 말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괄호를 써 넣으면 문장이 좀더 명확해 질까요...? 심지 있게 자신의 의견을 풀어내는 일은 '기자수첩'(칼럼)에 하든지 아니면 논설위원 된 다음에.
  • 2011/07/28 00: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07/28 12:33 #

    제가 사회에 나선 이후 아주 기뻤던 때 중 하나가, 지금은 유명하게 된 어떤 분이 술집에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야, 니 문장도 읽을 만하다. 길어서 정신이 없긴 한데, 들어갈 거 다 들어가고 뺄 거 다 빼고, 괜찮다"라고 할 때였습죠... 꼬장꼬장한 상사하고 점심을 먹다가, 정지상의 송인(送人) 뒷절이 생각이 안 난다길래 읊어 드렸더니 정말 기특해 하시면서, 회사고 나발이고 막걸리나 마시자고 해서 회사에 풍파를 일으켰던 적도 기억이 나구요. 그립네요... 하하.
  • 措大 2011/07/28 11:17 # 답글

    재미있게 읽고 '대체 이런 기사는 누가 썼을까'하고 링크 눌러봤다가 오마이뉴스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기자라고 하긴 어려운 사람이고, 신문이라고 하긴 어려운 매체죠.
  • deulpul 2011/07/28 12:42 #

    음... 어쨌든 인터넷 매체로는 가장 크고 지명도가 높아서 개인적으로 거는 기대가 없지 않습니다. 해당 기자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마이뉴스>에는 시민기자뿐 아니라 편집부에서 일하는 상근 기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기자 만들기' 프로그램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가끔 볼 때마다 이런 기사가 눈에 걸리는 게, 회사의 인적 구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오연호 대표의 운영 방침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깐 듭니다.
  • 뗏목지기™ 2011/07/28 13:36 # 삭제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는 트랙백이 가능하니까 그렇게 하시면 그 기자분께 도움이 될 듯 하네요. :)
  • deulpul 2011/07/28 14:00 #

    <오마이뉴스> 기사를 인용하면 트랙백으로 연결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스템으로 생각하며, 저도 이전 글에서는 비판을 하든 참고를 하든 트랙백 연결을 그냥 놔 두었습니다만, 이 글에서만은 일부러 지웠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비판하는 글인데 자칫 기자 개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필요하다면 나중에라도 트랙백 연결을 고려하겠습니다. 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 MCtheMad 2011/07/28 13:53 # 답글

    아이코, 하필 줄이 바뀌는 부분이라 제가 잘못 읽은 거였군요!!

    "사실들이 나 대신 말하게" 를
    "사실들이나 대신 말하게" 로 잘못 봤네요!!

    앞부분에 '직접 말하는' 이라는 표현이 있어서 제가 잘못 읽은 듯 합니다 ...

    "사실들로 말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말하게" 정도의 내용을 말씀 하시려는 줄로 착각했습니다 에구 죄송합니다
  • deulpul 2011/07/28 14:05 #

    하하, 아닙니다. 마침 거기서 딱 잘리고 넘어가니 그렇게 읽힐 수도 있네요, 정말. 그렇지 않아도 혹시 그 점을 말씀하시는 것인가 싶어서 윗 답글에 풀어쓰면서 '(필자)'를 넣었습니다만... 하하. 말씀하신 대로 혼동의 여지가 있어서 '나'를 '필자'로 바꾸었습니다. 세심하게 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1/07/28 14: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07/28 15:55 #

    헐, 농담이신 게죠? 그런 뭔가 샤프하면서도 이지적이고 도도한 테리우스 같은 명찰에 제게 어울릴 리가... 펀딩이 잘 도는 이공계와는 달리 학과 살림이 꿀꿀해도 "우리는 원래 배 고프면서 치열하게 사는겨!" 하고 합리화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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