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구라: "미국은 유통 기한을 표시하지 않는데" 때時 일事 (Issues)

박재완 "유통기한 표시 폐지 검토를"

기사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통기한이 넘으면 마치 못 쓰는 상품처럼 느껴진다"며 "미국에서는 식품이나 화장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개선해나가는 방안을 복지부가 검토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고 생각해 보자. 미국에 살거나 미국을 드나드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 세상인데, 아직도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관료가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식품에는 당연히 기한이 표시되어 있다. 식품의 종류에 따라 "exp. on" "sell by" "use before" "best before" 등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식품의 포장이나 용기 눈에 잘 띄는 곳에 어떤 형식으로든 기한을 표시한다(드물지만, 기한의 의미를 밝히지 않고 그냥 날짜만 명시해 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주스
콩통조림
게토레이
과일 믹스
냉동 마늘빵
딸기쨈
스팸
빙과
달걀
두부
맥주
바베큐양념
크런치바
식용유
우유
케첩
한국 카레
과자

사탕
비타민제
건강보조제(fish oil)


부엌에서 아무거나 손에 걸리는 대로 확인해 본 것이다. 이렇게 무작위로 들춰 본 식품들은 모두 어떠한 형식으로든 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사람이 먹는 식품은 물론이고 심지어,


물고기 먹이

에까지 기한이 적혀 있다.

exp는 그 날짜로 기한이 만료된다는 것, sell by는 그 때까지 팔라는 것, use before는 사서 그 때까지 쓰라는 것, best(혹은 better) before는 상품(식품)의 품질이 그 때를 지나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식품을 안전하고 제값에 맞는 품질로 쓰기 위해서는 이 날짜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들인 셈이다. best before를 한국의 '유통 기한'으로 볼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어쨌든 2달러짜리 식품이 시간이 경과되어 best가 아니라 1.5달러어치 효용을 갖게 된다면 제값 2달러를 내고 이 식품을 사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기한들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유통 기한'으로 이해된다. 사용 기한은 유통 기한보다 길기 때문에, 사용 기한이 만료되면 유통 기한은 당연히 만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기한 표시가 규정에 따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기한을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를 돕고 식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장치 중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식품의 기한 표시는 규정으로 강제하는 의무 사항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99-15호에 따른 '식품 등의 세부 표시 기준'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해설은 이곳(pdf)).


식품은 다음 구분에 따라 그 유통기한 또는 품질 유지기한을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설탕, 아이스크림류, 빙과류, 식용얼음, 과자류중 껌류(소포장 제품에 한한다), 재제․가공․정제소금과 주류(탁주 및 약주를 제외한다) 및 품질유지기한으로 표시하는 식품은 유통기한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맥주, 껌, 빙과를 찍은 위의 사진에서도 나오듯이, 미국의 식품은 한국에서 예외로 인정한 품목들조차 모두 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보다 오히려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측면이다.

이러한 규정을 폐지하고 유통 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여, 소비자들이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 하며 물건을 사도록 만들겠다는 말인가. 미국이 기한을 표시하지 않는다는 거짓말까지 해 가며? 식품업계의 자율에 맡긴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이익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일을 모든 업체가 자율적으로 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규제가 있어 온 것이다. 원산지 표시를 속이는 일도 흔하게 벌어지는 판이 아닌가.

품질은 멀쩡한데 유통 기한 때문에 낭비되는 식품이 많아서 정말 문제라면, "유통기한이 넘으면 마치 못 쓰는 상품처럼 느껴진다"는 따위의 헛소리를 할 게 아니라, 먼저 이렇게 낭비되는 식품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문제인지 그 실태를 조사하고, 그러한 근거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감으로 정책 하나?

기재부 장관은 "이를 개선해 나가는 방안"이라고 표현했다. 유통 기한을 폐지하는 것이 과연 개선인가? 개선이면 누구를 위한 개선인가? 국민의 건강보다 식품업체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듯한 발언을 하는 기획재정부 장관, 이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는 보건복지부 장관 모두 어이 없는 사람들이다. 차제에 장관 등 고위공직자에게도 유통 기한을 두어, 기한을 넘겨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폐기 처분하거나 자동 리콜하는 제도를 제정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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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재정부 장관이 이게 할 말임? | monomato's simple life 2012-01-22 23:57:28 #

    ... 기획 재정부 장관이 이게 할 말임?</a> Share on TumblrNo related posts. &larr; 길에서나 지하철에서 많이 보던거&#8230; 이제 페북까지! <a href="http://www.macrumors.com/2011/07/27/iphone-5-launching-in-second-week-of-september-ipad-3-later/">맥루머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네 ... more

덧글

  • 에르네스트 2011/07/28 07:32 # 답글

    아니 당장 미국수입식품(진짜 미제 스펨이라던지...)에만 봐도 위에쓰신것처럼 유통기한이나 사용기한을 써놓는데 그분이 생각하시는 미국은.... 평행세계?(폴아웃시리즈같은.... 이쪽은 뭐 200년 먹은 음식이 멀쩡하니...)
  • deulpul 2011/07/28 13:00 #

    그러게 말입니다. 배운 분이, 그것도 정책 책임자가 저런 말 할 때는 뭔가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을텐데... 하고 생각해 봤는데, 짐작을 할 수가 없네요.
  • 에르네스트 2011/07/28 14:41 #

    뭐 극단적으로 우겨서..... 그분이 어릴적에 기브미 초콜릿~~~~ 해서 받은 미군전투식량에 유통기한이나 사용기한이 안써있는것이라도 본것인지도?(MRE같은경우는 2003년까지는 개별품목에다가는 사용기한안썼다고(그래서 악질적인 경우 유통기한 한참지난박스를 뜯어다가 개별로 팔아치우는 인간도 있었다고 합니다)하니 말입니다..
  • deulpul 2011/07/28 16:07 #

    그런 일도 있었습니까? 정말 부정 식품의 세계는 넓고도 깊군요. 박 장관은 하버드 박사인데, 그가 미국 있던 당시라고 해서 기한 표시 제도가 없었을 리 없고, 게다가 2003년에도 미국에 있었던 분이...
  • smokybear 2011/07/28 11:25 # 삭제 답글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황당하기 그지없네요. 미국의 유통제한은 한국보다 훨씬 엄합니다. 과자같은건 유통기간이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짧죠. 봉지과자는 유통기간이 한달정도입니다. 한국은 거의 1년인걸로 알고 있는데요.

    암튼 여러 모로 사기도 당당하네요.
  • deulpul 2011/07/28 13:04 #

    사진은 안 찍었습니다만, 마침 맥주 안주로 먹다 남은 감자칩 봉지가 남아 있어서 말씀 듣고 찾아 보니, 정말 기한이 무척 짧게 설정되어 있네요. 대량 소비의 나라라 소비가 빨라서 그런지 소비 물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시스템이 발달해서인지... 여하튼 말씀대로 분명히 있습니다.
  • used-P 2011/07/28 14:10 # 답글

    사진 중에 보니 fish oil이 있던데, 오메가 3인가요?
    오일베이스가 된 이 영양제들은 산폐의 위험이 있어서 직사광선을 닫지 않게 보관해야 합니다.
    투명한 통은 좋지 않아요. 되도록이면 다른 용기에 옮겨담아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
  • deulpul 2011/07/28 14:19 #

    네, 오메가 3 맞습니다. 투명한 플래스틱 통에 딱지가 80% 이상을 커버하는 형태로 감겨 있는데, 투명한 용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말씀대로 다른 통에 옮겨 보관하고, 더 열심히 먹어서 얼른 소비해야겠네요. 생각나면 먹는지라...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 난난 2011/07/28 15:41 # 답글

    다른 포인트에 대해서는 다 차치하고라도, '미국이 이렇게 하는데 우리도...' 라는 저 논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통용될지 모르겠네요. 미국이 실제로 유통기한을 표기하든 하지 않든, 유통기한 표기가 공공선에 이로운 것이라면 유지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폐기를 고려해야 할 것 아닌가요. 배운 사람이라면-아니 요새 세상 같아서라면 그닥 많이 안 배운 사람일지라도- 미국이라고 뭐 신선들이 사는 나라처럼 모든 것이 바르고 아름답지는 않을 거라는 걸 뻔히 알 텐데 왜 미국이 하는 거라면 우리도 다 따라해야 한다는 말들이 계속 들려오는지 씁쓸합니다.
  • deulpul 2011/07/28 17:05 #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문제의식의 출발이 오로지 '미국에서 뭐 하고 있나'에서 나온 듯한 저런 발상은 좋게 보아도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의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미국의 사례를 참고로 한다든가 하는 정도면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미국이 한다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며, 더구나 그 구체적인 정책이 각국의 개별성을 관통하여 보편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적다고 하겠습니다. 이 곳에서도 미국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말씀하신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 닥슈나이더 2011/07/28 17:06 #

    어쩌면... 우리가 식민지여서...ㅠㅠ;;
  • 풍금소리 2011/07/28 17:20 # 답글

    어제는 주유소로 한껀 터뜨리더니,이건 웬 말도 안되는 거랍니까.
    브레인이어야 하는 사람들 머리에서 나온 것이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질 치는 거라니...쏠립니다요.
    썩은 요플레를 먹고 장을 한번 탈탈 털어봐야 정신을 차리는 건지.
    자기들은 가정부가 해주는 유기농 요플레를 매일 아침 먹으니 상관없다는 건지...

    맨날 OECD 국가랑 비교하기 좋아하면서 등록금이 싸다면서 조금씩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제는 웬만한 근로자들 안먹고 안쓴 돈 몇달치 모아야 겨우 등록금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는데
    그렇게 비교질 좋아하는 자기는 왜 OECD 국가의 장관 새똥의 부스러기만큼도 일을 못하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 deulpul 2011/07/30 08:09 #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OECD, 특히 미국과 비교하고 "미국은 하는데(혹은 안 하는데)..." 하는 점에서 굉장히 특이한 분인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우리나라 주요품목의 물가 추이는 미국의 것과 뚜렷이 대별된다"며 "미국은 주요 품목 가격이 올랐다가도 여러 요인에 의해 하락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가격이 한번 오르면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뚜렷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http://segyefn.com/Articles/Article.asp?aid=20110613000564&cid=0501000000000)

    그는 전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간담회를 하고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선 "미국도 글로벌 위기 이후 연방정부와 연방은행이 포괄적 협의기구를 신설했다"며 "견제와 균형이 중요 가치지만 소통과 공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82682)

    이어 박 장관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무역액 1조달러를 넘는 국가들의 서비스 수출 순위를 보면 모두 세계 6위권 이내인데 우리는 19위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http://www.ajnews.co.kr/view_v2.jsp?newsId=20110719000265)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선진국도 대체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을 하고, 하절기에는 오전 8시에 출근을 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근무시간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272008045&code=920100)

    특이하세요...
  • 긁적 2011/07/28 18:04 # 답글

    장관하기 참 쉽죠?

    뭐.... 기획 재정부니까 봐주죠-_-;;;;;;;
  • deulpul 2011/07/30 08:11 #

    기획재정부에 개인적인 친목 관계라도...
  • 긁적 2011/07/30 15:44 #

    자기 전문이 아니라서 (....)
  • deulpul 2011/07/30 15:48 #

    아, 그렇네요. 보건복지도 기획재정 마인드로 한다는...
  • 아크몬드 2011/07/29 03:22 # 삭제 답글

    한심한 한국 정부입니다..
  • deulpul 2011/07/30 08:11 #

    그런 정부가 탄생하도록 두고 본 저도 한심합니다.
  • SIDH 2011/07/29 10:39 # 삭제 답글

    개인적인 의견으론, 우리나라에서 유통기한에 대한 믿음이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당장 갖다버려야할 물건" 으로 의식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야 당연히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수거해야겠지만, 사서 집에 놔둔 물건까지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버리는 일이 왕왕 있죠. "유통기한"이란 한국말이 그렇게 어려운 말은 아닐텐데;;

    그렇다고 아주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말자, 는 전혀 다른 이야기긴 하죠.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도저히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 되는 건 아니라는 기준을 잡고, 거기에 따른 정책(반값이라거나... 어디 무상으로 기증하거나)을 펼 수도 있는 일인데...
    시대가 썼습니다.
  • deulpul 2011/07/30 08:20 #

    네, 그렇죠. '유통 기한이 지났다 = 먹어서는 안 된다'는 아니지요. 제가 찍은 사진 중에도 기간 지난 것들이 있습니다. 유통 기한이 지난 식품은 대체 언제까지 안전하냐 하는 게 좀 문제가 되겠는데 어차피 인생은 도박... 은 농담이고, 그런 점에서 유통 기한의 강제 적용은 식품 안전성의 최대치를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정책에도 일정한 비용이 따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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