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상대적 차이와 사회의 건강성 섞일雜 끓일湯 (Others)

당연한 이야기를 수식으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

어느 마을에 원로 X와 Y가 있다. X는 천하가 다 아는 잡놈이지만 돈과 권력 때문에 영향력이 있다. Y는 내로라 하는 도덕군자다. 마을 사람에게 미치는 두 사람의 영향력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자. 최근에 다음과 같은 일이 새로 벌어졌다.

X: 부패의 생활화 덕분에 최근에도 5개의 부패 사례가 밝혀졌다. (5*C)
Y: 항상 부패를 비판하고 청렴을 강조해 왔는데, 최근 부패 사례 1개가 발견되었다. (1*C)

이 경우 마을 사람들은 다섯 건을 저지른 X보다는 한 건을 저지른 Y에게 더 큰 분노를 느끼게 된다. 부패했다는 사안에 대한 분노에, 배신감에서 온 분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X는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개별 부패 사건에 대한 분노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배신감에서 오는 분노의 양도 적다. 결국 5개의 사건을 누적해도 그 분노의 총량이 Y보다 적다. 즉 AGx를 X에 대한 분노, AGy를 Y에 대한 분노라 하면,

AGx < AGy

이런 결과가 나온 과정을 수식으로 생각해 보자.

특정 원로의 부패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분노의 정도는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과거의 부패 정도이며, 다른 하나는 당사자가 외부적으로 취해 왔던 부패에 대한 태도이다. 전자의 경우 부패가 반복되면 초기의 분노는 올라가지만, 일정한 수준을 넘어 개인의 특성으로 고착되면 청렴에 대한 기대치가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분노는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원래 그런 놈이 또 그래봐야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것이다. 즉,



가 된다. 이 그래프에서 C(부패)가 무한대로 수렴하면 초기의 점증 부분은 의미가 없어진다.

한편 당사자가 외부적으로 부패를 비난할수록 청렴의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기대가 배반되면 분노의 정도는 더 커진다. 결국 분노계수를 E로 정의하면, E는 과거의 부패 사례의 갯수(pC)에 반비례하고, 외부적으로 취해 왔던 태도(A)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E = A / pC

이런 분노계수를 적용하여, 새로운 부패가 발견될 때 마을 사람들이 해당 원로에 대해 갖게 되는 분노의 양을 계산하는 수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AG = E * C = (A / pC) * C
(AG = 분노, E = 분노계수, A = 부패에 대한 외부적 태도, pC = 과거의 부패의 수, C = 새로 발견된 부패의 수)

이제 그동안 X가 저질러 온 부패(pCx)는 20건이었으며, Y가 저질러 온 부패(pCy)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하자. 또 청렴함에 대한 X의 강조(Tx)는 미약했고(1), Y의 강조(Ty)는 강했다(10)고 하자.

pCx = 20 , Tx = 1
pCy = 00 , Ty = 10

pCy가 0이 되면 분노계수 E를 계산할 수 없으므로, 편의상 0.1로 잡는다. 이를테면 아주 경미하게 여론의 비판을 받을 작은 잘못이 있었다는 정도다.

수정: pCy = 0.1 , Ty = 10

이렇게 하여 나온 X와 Y의 고유 분노계수는 다음과 같이 된다.

Ex = 1 / 20 = 0.05
Ey = 10 / 0.1 = 100

이제 주어진 애초의 상황, 즉 새로운 부패가 X의 경우 다섯 건, Y의 경우 한 건 발견된 경우, 마을 사람들이 갖게 되는 양자에 대한 분노의 양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AGx = Ex * C = 0.05 * 5 = 0.25
AGy = Ey * C = 100 * 1 = 100

따라서 마을 사람들은 부패를 다섯 건 저지른 X에 대해서보다 한 건 저지른 Y에 대해서 훨씬 큰 분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가상의 수치로 보면, 부패를 하나 저지른 Y에 대한 분노는 다섯 개나 저지른 X에 대한 분노보다 무려 400배나 된다.

이것은 항상 입으로 도덕성을 말하여 오던 사람이 어쩌다 잘못을 하나 저질렀을 때 폭풍같은 비난을 받는 상황을 설명해 준다. 수식에서 보듯, 이 점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나쁜 측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는 점이 있고, 언제나 도덕성을 강조해 왔던 측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는 훨씬 높은 강도의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Y의 처지에서 볼 때, 부패를 저지르고 이것이 드러나더라도 마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수식에 따르면 다음의 방법이 있다.

M1 = A를 줄인다. 즉 평소에 부패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청렴함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M2 = pC를 늘인다. 즉 평소에 부패를 자꾸 저질러서 마을 사람들의 기대감을 낮춘다.

이상의 추론을 통해 우리가 확인하거나 예상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X는 물론이고 Y도 부패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때, Y에 대해 불균형적으로(disproportionately) 과도하게 쏟아지는 분노는 Y의 변화를 촉구하는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있다.

2. Y가 분노를 피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M1거나 M2거나 혹은 둘 모두이다.

3. 이러한 방법들은 모두 X와 Y의 차별성을 해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말하자면 Y가 정체성을 잃고 X와 유사한 사람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 A

4. 이것은 X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정도이긴 하지만 Y도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마을 사람에게 있어 최선은 Cy = 0, 즉 Y가 새로운 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Y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기대이자 요구이기도 하다.

5. 이 경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즉 부패를 저지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 이를테면 자원의 독점 같은 특혜가 부패를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X에게로 점점 더 쏠리게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러한 행태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둔감해지고 비판의 정도가 낮아짐에 따라 이들은 더욱 더 쉽게 부패를 저지르고 자원을 독점하면서도 이에 따른 정치적 비용은 지불하지 않게 된다.

6. 이것은 결국 Y처럼 청렴한 사람들의 기반이 사라지고 Y를 고사시키며 X가 번성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 ---> B

7. A와 B의 상황은, 서로 다른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 마을에 청렴이 사라지고 부패가 번성하는 결과가 벌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즉 현시창의 강화, 디스토피아, 답이 없는 상황, 안드로메다로 질주.

8.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것은 분노계수 E의 결정 요소 중 pC를 조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패가 거듭되더라도 당연하게 여기거나 둔감해지지 말고 부패에 대한 민감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E와 pC가 반비례 관계가 아니라 비례 관계가 되면 7.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 ** --- ** ---


이상의 수식은 서로 다른 성향의 마을 원로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갖는 분노(AG)를 종속 변수로 놓고 추론한 것이다. 이번에는 이 마을의 건강성과 안녕과 번영을 종속 변수로 놓고 보자. 이러한 안녕과 번영(W)은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전체 부패의 수(C)에 반비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W = r / C + a
(r은 상수, a는 오차)

이 경우 C가 커지면 W는 무조건 작아진다. 즉,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의 양과는 상관없이, 부패를 5개 저지른 X가 부패를 1개 저지른 Y보다 다섯 배나 더 사회의 불건강화에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부패 사례가 드러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부패를 많이 저지른 X보다 부패를 적게 저지른 Y에 대해 더 크게 분노하지만, 이 마을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X보다 Y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제 남은 것은 Y를 향한 분노라는 감정적 반응과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는 여전히 Y가 낫다는 합리적 추론 사이에서 마을 사람들이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이다. 뒤집어 말하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어떻게 감정적 반응을 극복하고 합리적 추론에 따른 선택을 할 것인가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자신의 청렴과 도덕성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기대치를 올리는 것은 부패에 대한 외부적 태도(수식에서 A)를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분노계수 E를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므로, 이명박이 자신과 자신의 정부가 도덕적이라고 자꾸 강조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 스스로를 위해서도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학술 논문으로 보시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덧글

  • 플라피나 2011/10/10 13:25 # 답글

    개구리삶기에 대조군이 생긴 격이군요.
    또한 저런 설명을 대중들에게 일일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ㅠㅠ
  • deulpul 2011/10/10 18:35 #

    심지어는 저런 설명을 대중들에게 철저히 감추기까지 하는 노릇이고요...
  • 인형사 2011/10/10 15:46 # 답글

    겨묻은 개가 똥묻은 개를 욕할 수 없다면 결국 남는 것은 최후의 심판밖에 없지요.

    그런데 대중이 저런 싸구려 도덕극의 수동적 관객일까요? 실은 숨겨진 저자일지도 모르지요.

    대중들은 항상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고, 모르고 있으면서도 알고있는 법이지요.
  • deulpul 2011/10/10 18:36 #

    그럴지도 모르지요.
  • 인형사 2011/10/10 23:57 #

    부패없으리라 기대되는 인물이 정치적 다크호스로 등장하는 현상 자체가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대중의 적극적 선택의 결과가 아닐까요?

    도덕적으로 깨끗함을 핑계로 힘을 모아줄 것이니 대중이 만족할 수 있는 일정한 변화를 가져와달라는 요구이겠지요.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덜 부패한 자에 대한 분노가 더 부패한 자에 대한 분노를 희석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어리석기 짝이 없지요.

    대중의 기대를 받는 인물을 저격한다 해도 대중의 변화에 대한 욕구는 그대로인데, 거부 당한 대중의 욕구는 더 극단적이고 예측불허한 방향으로 발전하겠지요, (황우석 사태도 그런 예 중에 하나인지 모르지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진짜 자기가 상대적으로 덜 부패해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이지요. (정동영씨가 지난 대선에서 그러다가 망했지요?)

    중요한 것은 부패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비젼이겠지요.

    p.s.: 그런데 State Street의 Scanner Dan은 아직 잘 있나요?
  • deulpul 2011/10/11 04:25 #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봄날광부 2011/10/10 18:44 # 삭제 답글

    이래서 '착하게 살기'보다는 '똑똑하게 살기'가 더 중요한 가치인가 봅니다. (너와 나의 사회과학이란 책에서 우석훈씨가 이렇게 주장한 것 같아요) 한발 더 나가면, 감정적 판단은 억누르고 (밋밋하고 냉혈해보여도) 합리적 판단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하고요.
  • deulpul 2011/10/10 19:02 #

    그런 것 같습니다. 착하게 살기가 이타성, 똑똑하게 살기가 이기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판단에 임해서는 감정보다 이성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실제로 인간이란 게 그렇게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증거는 또 숱하게 쌓여 있지요. 인류사를 희극으로도, 또 비극으로도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 합리성에 기대는 사람이 조금씩 많아진다면 우리가 겪는 시행착오의 양 역시 조금씩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드래곤워커 2011/10/10 23:25 # 답글

    한국의 '좌파'세력이 청렴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니, 한나라당의 부패를 비판하며 도덕성을 내세우는 전략보다는 정책으로 승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승부에서 밀리니까 주구장창 해묵은 도덕성을 끌고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 deulpul 2011/10/11 04:26 #

    말씀하신 것은 본문에서 M1로 표현한 것, 즉 평소 부정부패나 부조리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는 방법이 되겠습니다만,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책은 정책대로 열심히 입안하고 보완하고 해야겠지만, 잘못된 것을 비판하기를 포기하는 순간 사회는 도덕적 긴장을 잃어버리고 막장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정책보다 도덕성을 주구장창 끌어대서 승부하는 것은, 그 쪽의 도덕적 결함을 이잡듯 찾아내서 비난하는 데 집중하는 측에게도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생히 보고 있듯이 말이죠.
  • 신들묄 2011/10/11 11:25 # 삭제 답글

    좋은글 잘 봤습니다. http://capcold.net/blog/4071 이글과 상통하는 점이 있는데 해결책도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pC의 조정)
  • deulpul 2011/10/13 09:44 #

    '원래 그런 놈'이라고 낙인을 찍을 때 나오는 다양한 효과들이라고 볼 수 있겠죠. 군대 생활의 지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수 열외'를 만나면 대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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