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이래요, 아마추어같이 때時 일事 (Issues)

책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더욱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기 때문에, 자랑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하고, 돈을 많이 쓰는 것을 자랑하는 것보다 1천 배쯤 낫다.

하지만 자랑을 하기 위해 과장을 하는 것은 좋은 일도, 바람직한 일도, 현명한 일도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의 홈페이지에, 그가 하버드 대학 도서관 지하에서 7층까지의 책을 모두 읽었다는 상찬이 실렸었다. 이것은 말하자면 술자리에서 농반진반으로 할 수 있는 무용담으로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공직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여 개설한 홍보용 홈페이지에 실릴 만한 내용은 아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거짓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만의 하나 박원순이 실제로 지하에서 7층까지 서가에 꽂힌 책을 모두 실제로 읽었다면 이러한 비판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상식은 이러한 일이 별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의 시간과 노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도서관에 꽂힌 책이라고 다 명저가 아니다. 개중에는 한 번 눈길을 주기에도 시간이 아까운 졸서들도 즐비하다. 저자가 이루어 온 온축(蘊蓄)에서 나온 책들이 아니라 과시용, 성과용으로 나온 티가 풀풀나는 책들이 적지 않다. 이런 책을 표지에서 표지까지 다 읽었다면, 책에 대해 평가를 할 줄 모르거나 아니면 시간이 너무나 넘치고 넘쳐서 낮잠을 자다자다 허리가 아파서 읽었거나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관심과 흥미는 대체로 그 폭이 제한되어 있고, 나로서는 아무런 관심과 흥미를 가지지 않는 분야의 책들은 나에게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도서관이란 그 역할상 나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여러 분야의 책들이 모여 있게 마련이다(법학 도서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의 모든 책들을 한 번씩 꺼내서 훑어볼 수 있을지는 모른다. 사실 그러기도 쉽지 않지만, 어떤 분야에 미친 사람은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잘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읽었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도서관 책을 모두 읽었다는 데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박원순 홈페이지의 해당 부분은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을 기세로"라고 바뀌었다. 이렇게 수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 잘못을 알았으면 바로 고쳐야 한다. 우기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턱도 없는 변명을 하는 인간들보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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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책 사랑에 대해 쓴 이 짤막한 글에는 또 한 가지 논란거리가 있다. 도서관 책을 전권 복사한 데 대한 논란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해는 되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Full disclosure 하기 위해 말하자면, 나도 전권 복사한 책을 대여섯 권 갖고 있다. 과거에 한 수업을 들을 때 복사한 것이다. 교수가 의욕이 넘쳤는지, 한 학기에 볼 책으로 13권을 지정했다. 학기 전에 교재들을 입수해 강의별로 구분해 팔던 학교 서점에 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이 13권 중에서 수업에 근간이 되고 앞으로도 자주 보겠다 싶은 책들은 샀다. 나머지 책들 중, 누가 아직 빌려가지 않고 도서관에 아직 남아 있던 책은 대출했다. 내가 가는 도서관의 대출 책은 한 학기 동안 볼 수 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다른 도서관에서 온 책들은 한 달이 대출 기간이다. 그래서 이 책들은 복사를 했다.

내가 새가슴이어서인지 몰라도, 도서관에서 전권 복사를 할 때 무척 신경이 쓰였다. 뒤에서 누가 기다리면 복사를 중단하고 다른 복사기로 옮겼다. 복사기를 독점하고 있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내가 책 한 권을 통째로 복사하는 것을 누가 보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와 상황이 있더라도, 떳떳하지 못한 일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사한 책들은 원 책의 꼴을 갖추고 있지 않다. 나는 레터지 한 페이지에 원본 네 페이지가 들어가도록 복사를 했다. 복사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얼마나 작게 나오는지 상상이 가실 것이다. 복사본의 글자는 정말 깨알의 절반보다도 작아서, 돋보기를 들이대야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자주 읽어야 할 책들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제본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구멍을 뚫어 3공 파일에 넣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장을 목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전권 복사하는 일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자나 학생들은 가난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책과 연구에 대한 욕심이 높을 경우는 정말 곤란하다. 따라서 필요한 책을 통째로 복사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이해가 된다고 하는 말과 그런 일이 합법적이거나 바람직하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불편해 할 것을 안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미움을 받는다. 그래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은 여전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전권 복사를 해 온 것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해가 되고, 많은 사람이 그런 일을 별다른 죄의식 없이 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것은 생각이 없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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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책 복사 부분과 관련하여 내가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박원순이 1994년에 직접 쓴 책 사랑 체험기에 나오는 부분인데, 위 홍보글에 링크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한 방에 여러 사람이 쓰기는 하였지만 객원연구원에 불과한 나에게도 책상이 하나 배당되었다. 비밀번호를 하나 주더니 복사기에 그 번호를 누르면 마음대로 복사할 수 있고 공짜라고 하였다. 완전히 별세계에 온 것 같았다. 그날부터 바로 옆에 있는 법률도서관, 중앙도서과, 신학도서관 등을 다니며 하루에도 몇십 권씩 복사를 해댔다. 복사를 몇 시간만 계속하면 기관지가 고장날 정도로 몸에 해로운 중노동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낮에는 사람들이 오가니 아예 저녁에 출근하여 밤새 복사를 하고 오전 내내 잠을 자는 올빼미 생활을 했다. 1992년 보스톤의 겨울은 너무 추웠다. 눈태풍('블리자드')가 몰아쳐 아무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은 낮에도 복사기는 내 차지였다. 그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일기예보에 폭설이 내린다면 즐거워하곤 했다. 드디어 너무 많은 분량을 복사한다고 느꼈는지 법대 당국에서 1인당 월 2천 장까지만 공짜, 나머지는 장당 2센트는 내도록 조치하였다. 나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 생겼을 것이다.

이런 말을 듣자니 내가 경험한 일이 생각난다. 나도 이런 한국 사람을 본 적 있다. 두 명이나 됐다. 한 사람은 박원순처럼 학과에 공공으로 쓰게 된 복사기를 전세내다싶이 해서 복사를 했다. 남 눈치가 보이니까 주로 밤에 그랬다. 그래도 그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동료들은 물론이고 학과 사무실 아줌마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나의 경우 코드를 쓰지 않는 복사기였다. 코드를 쓴다면 더욱 쉽게 적발이 된다.) 처음에는 좀 묵인되는 눈치였는데, 이삼일이면 종이가 한 박스씩 없어지고 토너도 감당이 안 되니까 결국 물의가 벌어졌다.

나보다 연령이 어리다면 미리 넌지시 언질이라도 주었을 텐데, 연장자라서 그러기도 어려웠다. 여하튼 공공 기물을 그렇게 개인 용도로 전용하는 사람은 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자격지심인지 모르지만, 그이 때문에 나도 비슷한 인간으로 보일까봐 좀 걱정이 되어서, 나는 학과 복사기는 되도록 쓰지 않았다.

또 한 경우는, 학과에 딸린 컴퓨터 실습실에서 주구장창 프린터 인쇄를 하는 경우였다. 이 실습실의 프린터는 수업에서 출력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쓰는 용도로 비치해 둔 것인데, 수업이 없는 동안 실습실을 쓰는 사람도 프린터를 쓸 수 있었다. 모두 상식 선에서 쓸 만큼 쓰도록 서로의 상식을 신뢰하며 공개해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분은 이 프린터를 개인 용도로 썼다. 누가 있건말건, 컴퓨터에서 수십 쪽짜리 문서를 연이어 프린터로 빼냈다. 종이가 없으면 문서를 프린터로 보낸 채 그냥 갔다. 다음 사람이 프린트할 일이 있어서 종이를 적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겪어 본 사람은 다 안다. 한 장 인쇄하려고 종이를 넣었는데, 임자도 없는 문서가 수십 장 줄줄이 인쇄될 때의 짜증스러움.

결국 이 실습실도 방침이 바뀌었다. 원래는 종이가 떨어지면 누구나 새로 넣을 수 있도록 종이 뭉치가 프린터 밑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실습실 캐비닛으로 들어갔고, 학과 아줌마에게 말을 해야 한 뭉치씩 꺼내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한 명뿐 아니라 비슷한 일을 한 사람 모두가 기여한 덕분일 것이다.

박원순은 '나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창피하게 생각해야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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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 한 일은 이미 벌어진 것이니까 그렇다치고, 그의 선거용 홈페이지에 위와 같은 일들을 버젓이 적거나 링크해 놓은 선거 홍보 담당자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PR은 흔히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다는 것이라고 농담을 한다. 농담이지만 PR의 일면을 정확하게 간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피할 것, 알릴 것 구분하지 않고 아무 것이나 갖다 늘어놓는다. 도대체 개념이 없다. 앞서 보았듯이 나경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이라는 엄청난 자리에 출마하면서 아마추어들 데리고 소꼽장난 하듯 선거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박원순의 경우, 도서관을 싹쓸이할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는 홍보가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먼저 생각해 봤어야 하리라 본다. 선거 홍보의 궁극 목표는 후보자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가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득표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끔찍히 사랑해서 수만 권 장서를 가진 후보자의 특성이 누구에게 먹히겠는가. 이미 박원순을 지지하는 사람에게는 잘 먹힐 것이다. 이들은 이미 박원순의 지적이고 사려 깊은 안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박원순을 좋아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지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표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민주정(民主政)의 평등 선거에서는 지지의 양이 중요할 뿐이지, 그 강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박원순이 하버드에서 도서관 책을 모조리 읽을 정도로 공부와 연구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박원순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 심정적 거리감을 주기 때문이다. '통째로 읽었다'고 불필요하게 과장까지 함으로써, 이러한 거리감을 더한층 벌려 놓은 꼴이 되었다.

게다가 함께 쓴 사진 보라. "나는 너네와 다르다!"라는 주장을 머리에 콕콕 심어주는 양상으로 되어 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찌 됐던 이것은 서울 유권자의 대부분인 서민 가정의 집 모습이 아니다. 사진의 온도는 차갑고, 질감은 딱딱하다. 게다가 사진 속의 구도마저 보는 사람과의 공간적 거리를 극대화하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굳이 박원순의 책 사랑을 홍보하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효과적인 사진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시각 이미지가 정치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모리스 버거는, 이러한 이미지들이 인간과 상호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틴 루서 킹의 강력한 지도력의 원천 중 하나를 그가 썼던 시각적 이미지에서 찾는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란 그처럼 중요하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이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아무 이미지나 함부로 내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좋은 참모는 돌도 옥으로 만든다. 나쁜 참모는 옥도 돌로 만든다. 여야 모두 아마추어들 데리고 선거하는가. 사활을 걸 일이 아닌가? 참 희한하다.


※ 이미지: 박원순 홈페이지(본문에 링크)

 

덧글

  • 검투사 2011/10/13 06:47 # 답글

    제가 서울 시민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경원과 이런 자 중 한 명을 뽑아야 한다는 gr리스틱한 상황에 몰리지 않을테니 말이죠.
  • deulpul 2011/10/13 10:07 #

    저는 기록상으로는 서울시민인데 투표를 하지 못해서 매우 아쉽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선거의 철칙이 있지요.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모두 나쁘면 차악을.
  • 검투사 2011/10/13 14:30 #

    그렇죠. 차악이라도 뽑아야죠. 그러니 기쁜 것이죠. 괴로운 심정으로 투표소에 들어서지 않아도 되니까... 0ㅅ0
  • deulpul 2011/10/16 05:28 #

    선거란 민주주의의 축제이기도 한데, 즐겁지 못해 억지로 해야 하는 축제가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 밤비마마 2011/10/13 08:02 # 답글

    방금 저 기사 읽고서 응? 하고 기우뚱 하던 중인데...ㅋㅋㅋㅋ
    안철수씨 덕분에 얻은 표, 다 줄어들까 걱정입니다. 요새가 어느시대인데 저런 과장을 하시다니...유권자 수준을 좀 우습게 본 감이 있습니다.
  • deulpul 2011/10/13 10:22 #

    본인이 직접 쓴 것은 아닐테니, 실무진들의 사려 깊지 못한 접근에서 나온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공이 비례이듯, 과찬 역시 비례일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자살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겠지요...
  • 성큼이 2011/10/13 12:30 # 답글

    저작권 개념도 없고 염치도 없는 걸 자랑하고 있군요 [...]
  • deulpul 2011/10/16 05:30 #

    그 반대편의 가치, 즉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렇게 노력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게 통용되던 시절의 마인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드래곤워커 2011/10/13 13:45 # 답글

    박원순에 대해서는 딱히 비호감은 없었는데, 이건 좀 개드립이 심하네요.
  • deulpul 2011/10/16 05:31 #

    그런 점이 있죠. 저는 선거 관리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 MCtheMad 2011/10/13 13:51 # 답글

    문제는 저런게 나이 많은 분들에게는 먹힐 지도 모른다는 게 아닐까요
    어차피 젊은층은 선거율도 낮은데 중장년층을 공략하려는 걸지도 모르지요
  • deulpul 2011/10/16 05:35 #

    하긴 하버드, 유학, 고시, 수만 권 같은 키워드에 매료되거나 적어도 호감을 가지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리라 싶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많이 배웠다거나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이 그 사람을 선하거나 현명한 존재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딱히 박원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말씀입니다.
  • 2011/10/13 14: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10/16 05:50 #

    1번은 제가 직접 보고 있지 못해서 잘 느끼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말씀하신 걱정은 잘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조금 다른 주제지만 문득 생각난 것이, 행정 경험,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 같은 것이 선거(특히 의원보다 행정 책임자 선거)에서 중요한 덕목이 아니었나 하는 점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기준이 후보자를 평가하는 요소로 반영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2번에서 괄호 안에 쓰신 이야기는 저도 보았습니다만,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그런 데 대한 도덕적 민감성을 유지하는가의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3번, 그리고 아래 쓰신 것과 관련하여서, 사실 박원순 역시 태생적으로 한국형 엘리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엘리트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엘리트의 속성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 속성을 완전히 탈각하지 못하면 서민이나 민중이 자신들을 대표해 줄 것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도자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1/10/13 14:3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10/13 23:0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1/10/16 05:51 #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Silverwood 2011/10/13 23:39 # 답글

    요즘 두 후보의 선거유세를 보면 후보자들이 산으로 가는거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 deulpul 2011/10/16 05:54 #

    산이 좋은 시절에 선거일을 잡아 놔서 그런가요...
  • 새알밭 2011/10/14 00:48 # 삭제 답글

    저도 박원순 씨 책 얘기를 우연히 보고 혀를 찼습니다. 솔직히 작은 동네의 마을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었다고 해도 저는 믿지 않았을 것이고, 그게 정말로 사실이었다면 왜 그런 시간 낭비를 했느냐고 반문했을 겁니다. 그런데 전세계 대학들 중에서도 장서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하버드대의 도서관 책을 다 읽었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수많은 대학의 도서관들이 한 곳만이 아니라 캠퍼스 곳곳에 분산돼 있다는 점을 혹시 그 분이 아셨는지도 문득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들풀님의 이 글을 통해 박원순 씨가 저런 글을,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도리어 자랑스럽다는 듯이 썼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제 낯이 다 뜨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정신 노동에 대한 예의의 존중을 모르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약간 엉뚱하게도, 저 분이 서울시장 돼도 지식인들의 정신 노동이 제값을 받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이 두 후보의 토론을 보고 나서 이렇게 촌평하셨더군요. 어디 면장 정도나 하면 맞을 듯한 깜냥의 후보들이 서울시를 맡겠다고 하니 정말 걱정스럽고 개탄스럽구나, 라고요.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두 후보의 면면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보고 듣게 되는데, 그게 두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더하는 쪽이 아니라는 점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주민만 1천만이 넘는다는 서울에, 저렇게도 인재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서울시민들의 정치적 역량이 저 정도밖에 안된다는 뜻일까요?
  • deulpul 2011/10/16 05:59 #

    현대 민주주의란 대의 민주제이고 자신들을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그 핵심인데, 도대체 나를 대표해 줄 사람이 없다면 이것은 민주제의 큰 구멍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나를 부분적으로 포기하고 나의 이익과 희망을 삭감해야 투표장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현실적으로 보면 어차피 기표 용지에 이름이 올라 있는 후보 중에서 선택해야 하고, 그래서 흔히 누가 되기보다 누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투표의 기준으로 더 중요해지는 왜곡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 쩌네정 2011/10/15 02:45 # 답글

    사진 따로 공부하거나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포스팅에 사진에 대한 분석이 항상 흥미로워요.
  • deulpul 2011/10/16 06:02 #

    사진과 같은 이미지의 역할에 큰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만 공부는 얕습니다...
  • 어이쿠 2011/10/19 01:18 # 삭제 답글

    이번 선거 이전엔 저는 박원순씨를 굉장히 좋게 보고 있었는데요. 요즘 이런 소소한 일로 자주 실망을 주시네요. 정말 본인이 아닌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도, 저건 아닌데 싶어요. 좋은 일 많이 하고 계신분이고, 장점이 많은 것 같지만, 저런 촌시런 발상으로 유권자를 설득하려 하시다니, 뻥도 너무 심하고... 에휴~ 들풀님 말씀대로 정말 저렇게 혼자 복사 다 해가고, 공공물이라고 마구 쓰는 사람들 챙피합니다. 저라면 창피해서 어디다 얘기도 못할텐데, 어떻게 저걸 자랑스럽게... 헐... 한국엔 언제쯤 graceful한 정치인이 나올까요. 나경원씨랑 굳이 비교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정말 차악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런게 부디 실무진의 판단미스에서 온 사소한 부분이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마루프레스 2011/10/26 12:38 # 답글

    아...들풀님 블로그를 링크했더니, 새알밭님 링크에 있던 분이었군요.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입니다. ^^ 박원순 씨의 도서관 자랑(질)은 참 한심한 내용이었습니다. 최근에 천규석 선생이 박원순 씨가 만든 '참여연대'와 관련하여, '불소사용 문제'에 관한 입장 차이 때문에 비판한 내용을 읽었고, 박원순 씨의 행보에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어 내심 석연찮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이런 저런 비판거리를 제공하는군요. 차선도, 차악도 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어떻든 수구집단의 집권을 막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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