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과 박원순, 차이의 가치 때時 일事 (Issues)

미국의 진보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고민을 한다. 진보라고 해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사회주의에서 환경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정치 아이디어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뜻을 대표하는 후보가 없거나 당선시키기가 어렵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08년에 공화당의 존 맥케인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나선 대통령 선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인물로만 보면 공화당 맥케인과 민주당 오바마가 모두 존경 받을 만한 사람들이었다. 공화당 쪽은 부통령 후보로 세라 페일린이라는 악수를 두긴 했지만, 맥케인은 명망 있고 합리적인 정통 보수로서, 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 전임자 부시가 문제였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평가한 대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서, 8년이나 집권하면서 미국과 세계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 부시에 대해 국민의 반감이 너무 컸다. 이러한 반감은 그대로 오바마의 지지로 연결되었고, 변화를 부르짖는 오바마의 캠페인에 많은 사람이 열렬히 호응했다.

그러나 두 후보가 모두 싫거나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진보에게는 언제나처럼, 당선 가능한 후보라는 의미에서의 선택이 주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맥케인과 오바마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2000년의 앨 고어 vs. 조지 W. 부시 꼴을 재현하면서 공화당의 재집권을 도와주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진보 진영에서 존경 받는 학자이자 활동가인 노엄 촘스키와 하워드 진은 오바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바마를 지지했다기보다 공화당 정부를 심판하고 끝장내는 데 더 무게를 두었다고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두 사람 모두 공화당(즉 맥케인)을 반대하는 투표를 하기를 권했고, 결과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심판론은 흔한 주장 중 하나지만, 이 경우에서 우리는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는 경우에 유권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차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선거일을 보름쯤 앞두고 촘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맥케인을 거부하고 오바마를 위해 투표하십시오. 하지만 환상은 버리세요."


대담자: 보통 사람들 처지에서 볼 때, 지배 권력의 한 측이 다른 쪽보다 낫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를테면 지금 맥케인과 오바마에 대한 지지가 엇비슷하게 나오며 각축을 벌이는 주(州)에 있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선택이 있습니까? 당신이 만일 이런 주에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습니까?

촘스키: 나는 맥케인을 반대하는 투표를 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이 말은 오바마에게 투표하라는 뜻이 되지요. 하지만 환상을 갖지 말고 말입니다. 지금은 변화와 희망에 대한 화려한 레토릭이 나돌지만, 오바마가 집권하면 이들은 모두 중도적인 민주당 정책으로 녹아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학자들이 이미 자세히 밝혀 놓았듯이, 맥케인과 오바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차이는 매우 커집니다. 어느 한 순간에 보면 그 차이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을 고려해 보면, 부유한 계층이 아닌 일반 대다수 국민에게는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 이유는 이 두 측이 서로 다른 엘리트 계층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는 매우 현저하며 중요한 것입이다. 여러분이 이런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며 투표에 임한다면, 당신이 선택하는 사람은 상당히 괜찮은 사람일 겁니다.


하워드 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뒤에, 맥케인에 반대하고 오바마에 투표하십시오."


대담자: 선거가 몇 주 남지 않았습니다. 오바마가 앞서 나가고 있지만, 오바마 지지자들은 돌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선거 과정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고 쓴 바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당신은 사람들이 투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당신은 사람들이 투표를 마지못해 할 게 아니라, 일정한 한계를 인정한 채 맥케인에 반대하고 오바마를 위해서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압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요?

진: 당신이 알다시피 나는 미국의 정치 과정을 매우 불신합니다. 유권자에게는 매우 제한된 선택만이 주어집니다. A 아니면 B, 혹은 A 아니면 A' 라는 식이지요. 공화당 아니면 민주당이구요. 정책을 보면 양당은 거의 언제나 매우 비슷합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아주 가깝지요. 따라서, 우리 사회가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오바마와 맥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후보자 사이의 작은 차이가 아주 중요한 결과를 낳았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좌우한 적도 있고요. ... (프랑스 사례 거론함) ... 설령 오바마가 실제로는 어떤 근본적인 변화도 추구하지 않는다 해도, 그는 이러한 변화가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오바마를 위해 투표하는 이유이고, 여러분이 오바마를 위해 투표하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가 변화와 관련한 추상적인 문구들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의미 있는 내용으로 그 문구들을 채우게 만들려면, 강력하고 지속적인 분노의 사회 운동이 그를 둘러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변화의 잠재력을 구현해 내지 않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후보자 간에 존재하는 작은 차이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촘스키는 시간의 누적이라는 통시적 환경에서 그 차이의 가치를 찾아냈고, 진은 권력의 크기라는 공시적 조건에서 그 차이의 중요성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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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는 초장부터 개싸움이 되어 버렸다. 뒤처진 지지율을 따라잡기 위해 상대 후보의 인신을 집중적으로 물어 뜯고, 상대 후보측 역시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두 후보는 모두 상처를 입었다. 니들이 생각 못한 게 있다. 니들만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 유권자인 우리들도 상처를 입었다. 유권자들은 실망하고 분노하고 허탈해 한다. 희망을 어디에 걸어야 한단 말인가. 결국 그 놈이 그 놈 아닌가.

... 라고 생각하신다면 구태의연한 네거티브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 측의 선거 전략에 그대로 말려드신 것이다. 생각해 보시라. 온 몸에 구정물을 뒤집어 쓴 개가 상대 개와 맞서려면 상대 개에게도 구정물을 퍼부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개 모두 시궁창 냄새가 나는 것처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럼 쌤쌤이게? 좋은 것도 없잖아? 아니지. 똑같은 시궁창 냄새도 저쪽이 더 타격이 크지. 게다가, 이렇게 둘 다 시궁창 냄새가 나는 것처럼 만들어 놓고 나서, 여기에 회심의 빨간 페인트를 퍼붓는 것이다. 나는 그냥 시궁 냄새지만. 저쪽은 시궁 냄새 + 빨간 페인트. 경 긔 엇더하니잇고?

어떤 후보가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우리가 '무식한 국민'이라면 이렇게 대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일간명월이 역군은이샸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 그렇게 빈 낚싯대나 드리운 낚시꾼처럼 설렁설렁 물러 터졌나? 악귀 같은 수십 년 군사독재의 모에를 거부하고 민주화를 이루어 온 끈질긴 인간들이 아닌가.

선거에 나선 한 측은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인식이 널리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선거에 염증을 내고 투표 할 의지를 잃어버리기를 바란다. 나경원과 박원순은 그 놈이 그 놈인가? 전혀 아니다. 둘 사이에 차이가 있는가? 나는 있다고 본다. 있어도 크게 있다. 구정물을 제외하고 보자. (구정물만을 본다고 해도 차이가 있다. 한쪽은 기껏해야 윤리적으로 문제 삼을 정도고, 다른 한쪽은 현재의 한국 실정법으로 바로 수사 들어가야 하는 정도의 엄청난 차이다.)

두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두 사람이 살아오면서 세상에 끼친 영향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두 사람이 살아 오면서 화두에 둔 이해관계의 종착지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이것이 어찌 작은 차이겠는가.

두 사람의 소속이 또 말해 준다 한 사람은 한나라당 소속이고 한 사람은 무소속으로 야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를 치르는 바로 그 기간 중에도 한나라당에서는 옥매트부터 사저 꼼수까지 졸렬하면서도 사악한 부조리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반대쪽에서 그랬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바 없다. 이것이 어찌 작은 차이겠는가.

두 사람의 측근이 또 말해준다. 선거를 치르는 두 사람의 근처에 모여 있는 인간들을 보라. 이것이 어찌 작은 차이겠는가.

한 사람은 말하려 하고 한 사람은 들으려 한다. 이것이 어찌 작은 차이겠는가. 의혹이 생기면 한 사람은 변명하고 한 사람은 해명한다. 이것이 어찌 작은 차이겠는가. 한 사람은 기존의 시정을 계승하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기존의 시정을 바꾸려는 사람이다. 이것이 어찌 작은 차이겠는가.

이런 말은 다 필요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두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이것이 어찌 작은 차이겠는가.

촘스키와 진이 말했듯, 차이는 작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하물며 차이가 큰 다음에야.

나는 박원순이 서울시민을 위한 절대적인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원순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많은 한국 정치인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말을 믿지 않고 그들의 삶을 믿지 않는다.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풍토라는 환경을 전제로 하여 볼 때, 박원순이 일구어 온 삶은 상대적으로 그 중 최선에 가깝다고 본다. 특히 위장 전입,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탈세가 필수라는 현 한나라당 정부의 특성, 야권도 이러한 한국형 엘리트 특성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후보자가 정치 영역에 진입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한 것을 기려야 하는 것으로 만든 권력의 꼬라지가 우습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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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 좋은데, 빨갱이! 나경원이 말한 데 따르면, 박원순 당선되면 태극기와 애국가가 없어진다는데?

한 마디만 해준다. 조K라마Y신.

몇 마디 더 할까? 정부 행사도 아니고 개인이나 단체가 하는 행사에 모조리 애국가 부르라고? 결혼식에도 하객 일동 애국가 제창하고 장례식에서도 조문객 일동 애국가 제창하고? 나치 깡패들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빨갱이가 여기 있지 않은가. 국가 행사에서는 그에 맞는 격식을 따르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면 되지, 별걸 다 트집을 잡는다. 물론 이런 트집은 빨간칠을 하기 위한 것이지만 말이다.

한국 정치에서 빨갱이 후보가 처음인가? 아니지. 쌔고 쌨다. 이를테면 빨갱이 김대중, 빨갱이 노무현.




"김대중이가 대통령 되면 우린 다 죽어!"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저렇게 말했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1990년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마침 집안 행사가 있어서 친척들이 다 모였는데, 때가 때인지라 어른들은 대선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이회창도 씹히고 이인제도 씹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는 저 한 문장을 결론으로 하여 깨끗하게 마무리되었다.

빨갱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모두 죽는 줄 알았다. "김대중이가 대통령 되면 우린 다 죽어!" 나의 친척들은 이 말을 하면서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진지했고 절실했다.

친척들은 국정원 간부도 아니었고 기무사 직원도 아니었고 한나라당 당직자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동네 통장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거개가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김대중이가 대통령 되면 우린 다 죽어!" 하고 심각하게 말했다.

선거가 끝나고 빨갱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었고, 그리고 나서도 그들은 죽지 않았고, 그들의 사업은 대개 더 번창했다.

빨갱이 김대중을 지지하여 그에게 표를 준 빨갱이 국민은 투표자의 40.3%였다.

김대중을 빨갱이라고 하던 사람들은, 빨갱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당장 나라가 적화되고 북한과 적화통일 될 것처럼 말했다. 빨갱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애국가도 없어지지 않았고 태극기도 없어지지 않았다. 대통령 김대중은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서 빨갱이 타령하는 색깔 공세는 사라질 줄 알았다. 레드 컴플렉스라는 말이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죽은 말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5년 뒤에 또 나왔다. 노무현을 빨갱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많았다. 장인을 들먹이며 노무현이 빨갱이라고 했다. 그건 그나마 나았다. 그저 무조건 빨갱이였다. 한나라당이 아니니까, 좌파니까 빨갱이라고 했다.

그런 빨갱이가 또 대통령이 되었다. 빨갱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빨갱이 국민 49%의 지지에 의해 당선됐다. 빨갱이를 지지하는 빨갱이들이 국민의 절반이나 됐다.

그런데도 나라는 이상하게 적화되지 않았다. 태극기도 애국가도 없어지지 않았다. 대통령 노무현도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오히려 노무현은 임기 동안 신자유주의 논리를 국가에 충실히 실현했다. 그런데도 지금도 노무현이 빨갱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 많다.

빨갱이가 두 번이나 대통령을 했는데도 대한민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았고, 북한에 복속되지도 않았으며, 빨갱이가 대통령이 되면 당장 죽을 것처럼 말하던 우국지사들은 아무도 죽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나게 입을 나불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빨갱이들이 무능했거나, 아니면 빨갱이가 아니거나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한 나라를 접수할 정도로 내공이 뛰어난 빨갱이들을 무능한 빨갱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점점 분명해진다. 이들이 말하는 빨갱이란 자신의 색과 다른 모든 것을 말하는 범용(凡用) 대명사라는 점. 이들이 빨간칠을 하는 것은 진정 국가 안보를 염려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밟고 이기기 위한 선거용 전략 전술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 그리고 이미 낡고 닳고 유치해진 이러한 전략 전술의 실체를 이미 많은 국민이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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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닳고 닳은 선거 전술을 우국지정에 넘친 애국심의 발로로 봐 줘서, 그들 말대로 빨갱이는 빨갱이라고 해 보자. 왜 빨갱이를 빨갱이보다 잘 하는 것으로써가 아니라, 그저 빨갱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극복하려고 하는지?

조정래가 쓴 <태백산맥> 10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문장 중에서 내가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신령님, 애를 배게 해 주십시오"이고, 다른 하나는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가 빨갱이 맹근당께요"이다.

빨갱이라고 색칠하는 자들이 바로 빨갱이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자들이다. 이중의 의미에서 그렇다. 그들은 멀쩡한 사람에게 빨간칠을 해서 빨갱이를 만들고, 남 몫을 빼앗아 제 배만 불리면서 빨갱이를 만든다.

빨갱이 씨를 말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니가 잘 하면 된다. 니가 잘 하면 빨갱이 되라고 등 떠밀어도 빨갱이 되는 사람 없다. 니가 정해진 법 지키고 횡령착복 안 하고 공인이면 공인답게 사익에 앞서 공익 챙기고 서민 돌보고 스폰서 안 받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안 하고 좋은 놈 상 주고 나쁜 놈 벌 주면, 돈 찔러 주면서 빨갱이 하라고 해도 아무도 안 한다.

21세기 개명 천지에 빨갱이 타령이라니. 타령도 좀 품격있게 해줬으면 보는 재미나 있겠다.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태극기, 애국가가 사라진다니 이게 무슨 자유당 때 임화수가 충무로 진고개에서 후까시잡으며 지랄하고 자빠진 이야기냐. 쉰내가 나서 들어 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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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두 사람의 차이는 있다. 그것도 크다. 출발점의 차이가 작아도, 권력이 크고 시간이 길므로 결과의 차이는 크다. 출발점에서 단 1도 차이가 나도 1km 밖에서는 17.5m 차이가 난다. 처음부터 차이가 크다면 말할 것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서울시민이 박원순이라는 개인에게 의탁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경원이라는 개인에게 의탁하는 것보다 1천 배쯤 낫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과거를 봐도 그렇고 앞으로 미래를 봐도 그렇다. 촘스키의 말대로, 또 하워드 진의 말대로, 나의 이익과 희망을 온전히 체현한 후보가 없어서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환상을 버리고 대신 대화를 할 줄 아는 후보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의 이익과 희망을 이야기할 때, 이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중요하다. 상대의 입을 틀어막고 막무가내로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어줄 줄 아는 후보가 필요하다. 내가 투표하지 않으면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당선이 된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시장이 질 짐은 나경원 시장이 질 짐보다 훨씬 무겁다고 할 수도 있다. 온 야권이 거의 다 뭉치다시피 하여 만들어 낸 지지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또 과제가 될 것이다. 시장이 되고 나서도 잘 들어야 한다. 그가 살아 온 삶을 보면 그 정도 짐은 충분히 버틸 것 같다.


※ 이미지: 여기

 

덧글

  • 2011/10/24 21: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ㅎㅎㅎ 2011/10/25 02:17 # 삭제 답글

    모든 걸 다 꿰 뚫어 보듯이 이애기하시네요 부럽습니다
  • 닥정 2011/10/25 08:40 # 삭제 답글

    이런글은 정말 여기서만 보기 아깝습니다. 여기 얼마나 많으신 분들이 오는지 모르겠지만 서두요..
    최소한 한겨레 정도의 사설에서 봐야 할거 같습니다.
  • 5150 2011/10/25 09:37 # 답글

    노무현, 김대중의 정책들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비판적 지지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
    지난 정권과 지금 정권에서 진보진영의 입지를 비교해 보면 그렇더군요.
    노회찬이 토론프로에 나와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렸던 것 같은 일이 지금 정권에선 거의 불가능해졌죠.
    진보진영이 부족하나마 자신의 세를 확장해 나갈수 있느냐, 아니면 아예 불가능에 가까워지느냐...의 차이랄까요.
    모든 게 다 이명박탓이라는 몰염치는 맘에 안들지만 반이명박이라는 구호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장선거뿐만 아니라 다음 대선에서도 단일후보쪽으로 가야겠죠.
  • 지명 2011/10/25 10:17 #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네요. 제 트위터에 링크를 올려도 괜찮을까요? 저는 서울 시민이 아니라 투표하지 못하지만 주변 분들이 조금이라도 보시고 투표하셨으면 해서요.

    (덧. 저번에 쓰신 지젝 연설문의 번역글을 트위터에 최초로 링크했던 것도 접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올렸던 건데 반향이 무척 커져서 뭐라 말씀 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시간이 지나가 버렸네요. 혹시나 불편하셨다면 사과 드리고 좋은 글 늘 잘 읽고 있다는 감사의 인사또한 전하고 싶습니다.)
  • comedy 2011/10/25 10:27 # 삭제 답글

    김대중이 이북에 얼마를 퍼줬고...노벨상 타기위해 외국에 얼마를 퍼 줬는데...참 어이가 없다..이북애들 돈주다 안주니까 연평도 테러하고 불쌍한 군인애들 죽이고...참 할말이 없다 ..돈만들기 위해 고등학생한테 까지도 카드 발급해주고..우리나라 신용불량자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 사람을 저렇케 미화를 하다니...대한하는 말 밖에 안나온다.
  • mrkwang 2011/10/25 11:16 #

    김대중이 이북에 퍼줬다면, 이명박은 자식에게 퍼줍니다.
  • dafsaf 2011/10/26 14:36 # 삭제

    빨갱이라 안하면 미화를 한건가요? 김대중이 대통령직을 잘했건 못했건은
    별로 저 문제와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그게 문제에요. 형평성의 문제죠. 어느 대통령은 추징금을 1800억이나 받고 있는데도
    빨갱이가 아니란 이유로 잘 살아가고 있고, 어떤 대통령은 빨갱이라 죽어서도
    각종 유머자료로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이 대통령 잘했다 가 아니라, 김대중은 빨갱이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죠.
    김대중은 빨갱이가 아니라고 하면 미화하는게 되는군요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에요.


  • eg35 2011/10/26 16:22 # 답글

    언제나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이글루스가 아니라 이오공감에 추천하지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보면 좋은 글인데..
  • 공감백배 2011/10/27 06:58 # 삭제 답글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변화라는게 개인 혼자 만들어 가는 게 아닌만큼, 앞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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