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집을 사면 영주권을 주나요? 미국美 나라國 (USA)

“미국 주택만 구입하면 영주권 발급”…법개정 추진
주택구입 50만불 투자 외국인, 영주권 준다

이런 소식이 10월 말에 미국에서 전해졌다. 미국의 두 상원의원인 찰스 슈머(민주당, 뉴욕)와 마이크 리(공화당, 유타)가 발의한 법안에 관한 소식이다. 위에 인용한 한 기사는 한국 기사고 다른 기사는 미주 한국신문 기사다.

나는 비슷한 소식을 최근 한국에서 잠깐 방문한 분에게도 들었다. 미국에서 50만 달러 이상 투자해 집을 사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이것은 어떤 한국 사람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미국 영주권 때문에 피말리는 경험을 했던 한국 사람이 한두 명인가. 또 이것은 한국의 어떤 계층 사람에게도 꽤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한국 주택 시장의 거품 때문에,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이면 다른 나라에서 저택은 물론이고 성채에 해당하는 집도 살 수 있는 게 현실인 세상이다. 게다가 그렇게 집을 사면, 좀처럼 내주지 않는 영주권을 선뜻 안겨준다는 게 아닌가.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이러한 생각은 오해다. 위 기사들의 제목은 잘못된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외국인이 미국에서 50만 달러짜리 집을 산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영주권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정해진 기한 동안 미국에 살 수 있는 비자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이 법안인 S.1746의 관련 내용부터 간단히 보자. 두 의원이 2011년 10월20일에 발의한 이 법안의 원래 이름은 'Visa Improvements to Stimulate International Tourism to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t'이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미국 관광 산업 진흥을 위한 비자 개선법' 정도 된다. 이 이름에서 벌써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법안을 후원한 단체가 미국 상공회의소, 미국 여행협회, 미국 호텔숙박업협회, 미국 올림픽위원회 등이라는 점도 시사적이다.

'주택 구입과 영주권' 부분은 이 법안에 담겨 있는 여러 사항 중 하나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외국인으로서 미국에 50만 달러 이상의 집을 사는 사람에게는 시한이 있는 거주 비자를 내준다(영주권이 아니다).

2. 절반(25만 달러) 이상을 주거용 집을 사는 데 쓰고 나머지를 임대용 주택을 사는 용도로 써도 된다.

3. 집은 현금으로만 살 수 있으며, 은행 융자를 받는 방식으로는 살 수 없다.

4. 주택은 공시 평가된 가격 이상으로 사야 한다.

5. 집을 사면 내주는 거주 비자는 3년으로 기한이 정해져 있으며, 기간이 끝나면 연장해 준다.

6. 집을 사고 거주 비자를 받은 사람은 1년에 6개월 이상 미국에 살아야 한다.

7. 영주권이 아니기 때문에, 집을 사고 거주 비자를 받은 사람은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없다.

8. 집을 파는 등 투자에 변동이 생기면 즉시 미국 체류 자격이 없어진다.

이상의 내용을 간추리면, 이 법의 관련 부분은 외국인의 돈을 끌어들여 미국의 부동산과 실물 경제에 투자하려는 의도로 발의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거액의 주택 투자가 그렇고, 미국에 살아야 하는데 일을 못하게 한 것도 그렇다. 외국(자국)에서 번 돈을 미국에다 쓰라는 것이다. 주택 시장이 개판인데도, 공시 가격 이상으로만 살 수 있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외국 부자들에게 '미국에 살면서 돈을 쓸 권리'를 파는 법안인 셈이다.

구체적인 목표 대상은 누군가? 돈 많은 외국인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사람 중 하나인 리 의원에 따르면 미국 관광 산업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나다와 중국 방문자들에게 장벽을 낮춰주려는 것"이라고 한다. 법안은 인도, 브라질, 중국으로부터 오는 방문자들에 대한 비자 처리를 신속하게 하라는 내용도 담았다. 모두 신흥 경제 대국들이다. 특히 법안 발의 의원들의 제안서가 중국 방문자들이 겪는 불편에 대해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비자의 성격은? 리 의원은 3년 기한을 갖고 연장할 수 있는 이 비자가 "이민 비자보다는 관광 비자에 가깝다"라고 강조한다.

그 기대 효과는? 당연히 주택 시장 활성화이다. 법안 발의 의원들은 이러한 '통제된 방식을 통한 수요 창출 증가'가, 구매자를 구하지 못해 집을 팔지 못하는 미국 주택 소유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두 의원 중 다른 한 명인 슈머 의원은 "미국의 주택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한, 주택 시장의 진정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한다.

미국 업계 반응은? 일단은 우호적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너휴 의장은 "우리는 미국에 돈을 쓰고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오는 외국 방문자들에게 지나치게 오랫동안 높은 장벽을 유지해 왔다"라고 말하며 환영했다. 주택 시장 붕괴로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 미국 주택 소유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법안은 통과되나? 이건 또다른 문제다. 10월20일에 발의된 S.1746는 현재 상원 법사위원회에 넘어가 있다. 여기서 통과가 되어야 상원 전체의 투표에 부쳐지고, 다시 하원 투표에 부쳐진다. 이를 모두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 법안으로 발효된다. 의원들이 발의한 수많은 법안은 대부분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끝난다. 이 법이 법사위를 통과하고 이후의 절차를 거쳐 법안으로 확정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짧게는 S.1746, 길게는 위의 정식 이름을 가진 이 법안은 흔히 'Visit USA Act'라고 불린다. 'Live in USA Act'가 아닌 데 주의해야 한다.

 

덧글

  • 이비 2011/12/16 07:41 # 답글

    말씀대로 (혹시나) 통과된다고 해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E2 비자짝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언론에서 설레발치면서 이런 기사로 낚시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뭐 바랄 걸 바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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