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된 올블로그는 어디로 갔나 섞일雜 끓일湯 (Others)

올블로그가 없어졌다. 2004년부터 서비스된 메타블로그다. 이 블로그가 외부에 글을 보내는 유일한 통로였기도 해서, 오래 된 친구를 잃어버린 것처럼 아쉽다.

없어지는 것이 아쉬우면, 그 흔적을 찾고 싶어하게 된다.

'통합'된 3월5일 이후, 올블로그 주소를 치면 기존의 화면 대신 '서비스 통합 안내' 공지가 열린다.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올블로그와 '통합'된다는 위드블로그 사이트로 가는 버튼과 이메일 문의 버튼이다.




계속 '통합'에 작은 따옴표를 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보통 통합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합친다는 뜻으로 쓴다. 서비스를 통합한다면, 기존 서비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서비스와 합쳐져서 어떤 형식으로든 그 모습이 남게 된다는 뜻으로 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올블로그의 '통합'은 전혀 통합이 아니다. 기존 올블로그는 완벽히 사라지고 기왕에 있던 리뷰 전문 서비스인 위드블로그로 링크만 이어진다. 혹시 몰라서 위드블로그 내용을 살펴 보았지만, 올블로그가 가졌던 광범위한 주제의 메타블로그 성격은 전혀 없다. 과거의 위드블로그에서 내용이 눈에 띄게 바뀐 부분도 없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다.)

이것은 통합이 아니라, 올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통합이라는 말을 써 왔고, 사이트가 없어지는 공지에서도 '위드블로그와 통합된다', '하나로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얼마 전부터 '통합' 고지가 계속 나왔는데, 아무리 보아도 올블로그의 성격이나 내용을 유지하고 연결한다는 언급은 찾기 어려워서 의아해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도 자꾸 '통합'이라고 말하길래, 실제로 '통합'이 이루어지면 위드블로그의 내용이 좀 바뀌면서 올블로그 양식이 첨가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올블로그는 완전히 없어지고, 성격이 전혀 다른 서비스로 대치됐다.

그래서 생각을 하여 보았더니, '통합'이란 말을 쓴 것은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블로그와 위드블로그를 동시에 운영하는 회사(블로그칵테일) 쪽에서 볼 때는, 이게 '통합'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듯하다. 말하자면 두 부서를 하나로 합치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위드블로그에 올려 둔 공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름이 아니라 위드블로그를 운영하는 저희 (주)블로그칵테일은 2012년 새해 선택과 집중으로 위드블로그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가 운영해오던 국내 최대 메타블로그 서비스 올블로그(Allblog.net)와 위드블로그를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올블로그와 위드블로그 두 개를 운영하다가, 위드블로그만 '선택'하여 그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올블로그는 선택에서 제외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폐지다. 따라서, "이에 따라..."로 시작하는 문장이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한 것은 앞부분의 "선택과 집중"을 고려할 때 어색하게 느껴진다. 통합이라면 선택과 집중의 의미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제대로라면 "이에 따라... 올블로그를 종료하고 위드블로그를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어야 한다. 회사의 입장이 아니라 이용자 입장을 고려하여 공지를 함으로써 혼동을 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올블로그 종료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서비스의 운영 여부는 당연히 회사가 결정할 사항이다. 또 오랫동안 운영해 온 기간 서비스나 마찬가지였던 사이트를 폐지하거나 종료한다고 표현하는 게 내키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점도 이해가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용자에게 알리는 메시지는 이용자의 처지에서 생각하여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해당 특정 서비스가 좋아서 사용하는 사람들일 뿐이지,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서비스 운영에 중요한 결정을 함으로써 회사 내부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는지는 이용자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사이트 폐지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운영자의 처지에서 표현한다면 이용자에게는 혼란만 준다.

그나저나 여하튼 한국 인터넷, 혹은 한국 블로그 역사에서 또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잔소리는 '통합'이 아니라 종료되는 올블로그를 기리는 헌사이기도 하다.

 

덧글

  • 민노씨 2012/03/07 08:33 # 삭제 답글

    저도 얼마 전에 올블의 해당 공지글에 짧은 헌사를 남겼는데요.
    그럼에도 아쉽고, 야속한(?) 마음이 한켠엔 남네요.
    블로그 쇄락이 일시적인 것이길 바라는 마음인데, 그래서 다시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들판 같은 것으로서 자리하길 바라는 마음인데, 블로그는 이미 자기의 생애를 다해가고 있는건가... 그런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추.
    오늘 새벽에 문득 들렀는데, 이글루스 서비스 점검이라고 해서 어찌나 아쉽던지...;;;
  • deulpul 2012/03/07 11:17 #

    저는 막판까지 투덜거리는 글을 썼는데, 민노씨는 오롯이 진정한 헌사를 쓰셨군요. 올블로그에 대한 느낌, 또 그 죽음(이랄까)이 상징하는 바에 대한 생각을 잘 읽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굳이 분류하자면, 블로그만 하고 있으므로 블로그주의자일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블로그란 역시 의견을 담는 그릇의 하나일 뿐이므로 언젠가는 이가 빠지거나 깨지거나 금이 가거나 해서 쓰기에 적당하지 않아 버려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의 자리에서 보면 생각을 잘 펴서 담는 데 이보다 더 적당한 그릇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그릇의 쓰임은 그래도 꽤 오래 가지 않을까 합니다. 소줏잔이 예쁘다고 밥을 소줏잔에 퍼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트위터 하다 블로그로 돌아오는 사람도 없지 않고요. 얼마 전에 진중권 등이 만든 리트머스 블로그의 첫 번째 글에 달린 댓글에서, 이렇게 잘 풀어서 쓰니 훨씬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간다는 취지의 말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낙관적인 블로그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낙관적이라는 것은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므로, 앞날을 책임지지는 못합니다, 하하.
  • deulpul 2012/03/07 15:01 #

    아, 나중에 보니 이미 진중권의 글을 보고 쓰신 게 있었군요. 한꺼번에 올라오는 바람에 미처 보지 못했네요. 뒷북 죄송합니다.
  • dhunter 2012/03/07 12:42 # 삭제 답글

    잡지사에서 폐간을 휴간으로 쓰는것과 비슷한 심리 아닐까요. 하하하
  • deulpul 2012/03/07 14:17 #

    말씀 듣고 그렇게 보니까 딱 이해하기가 쉽네요, 정말. 진의가 그런 것이든 아니든, 저희는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소년중앙을 휴간하면서 여성중앙과 통합한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살짝 들구요...
  • 민노씨 2012/03/07 17:32 # 삭제 답글

    진중권 글에 대한 들풀 님 견해도 대단히 궁금합니다.
    저로선 진중권의 글은 정황에 근거한 논리적 가설을 잘 조직했음에도 불구하고, 말미로 가면, '관심법'(신앙)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판단해요. 제 입장에 대해 혹자들께선, '있을 수 있는 '표현'(수사)의 과장 를 꼬투리 잡아 물고 늘어지냐?'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요.

    더불어 "메일"로 문의드리고 싶은 사안이 있습니다. ^ ^
    시간이 허락하시면 꼭 한번 읽어주시고, 간단하게나마 의사를 전해주시길 바라봅니다.
    메일을 보낸 뒤에 다시 이 댓글창에서 메일을 보냈다 알려드리겠습니다.
  • deulpul 2012/03/08 14:29 #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영역에 대한 비판글이 역시 비슷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저는 읽었습니다)는 말씀은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고려할 수 있는 점은 1) 하나는 닥치고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시나리오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과, 2)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놓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려면 일정 부분 추론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꼬라지라는 점이 있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이든 추측이든 시나리오든 뭐든, 일단 거리에 나오기면 하면 선별적으로 골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행태들로 볼 때, 추론에 근거한 현실 재구성은 조심해야 할 접근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민노씨 입장에 대해 '혹자'들이 내놓을 수 있는 딴지는 예를 들면 이런 게 있겠죠: "남이 뜨니까 배가 아파서 발목 잡고 싶어 난리다." 어디서 많이, 일상적으로 듣는 개 짖는 소리들.
  • 민노씨 2012/03/08 01:34 # 삭제 답글

    구글문서에 문의한 사안을 간략히 요약해서 메일로 동송해 들풀 님께 보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시면 찬찬히 훑어보시고, 조언주시길 바라봅니다...
  • 춘부장 2012/05/05 02:54 # 삭제 답글

    저도 '참 이상한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ll-blog 란 명칭에서 처럼 '블로그의 모든 것'으로 자리매김하던 '최고의 메타사이트가 왜 갑자기 마케팅성 사이트가 된건지. 참 갑갑합니다.

    만약 돈이 급했다면 - 블로거들에게 '주식공모' 식으로 try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영이 힘든 것은 알겠지만....
    제 생각에는 '마케팅 포션'을 높이면서 기업의 생존을 도모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 deulpul 2012/05/07 07:44 #

    큰 수익이 나오지 않는 형태의 사이트라서 고민을 많이 했겠지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주식 공모나 기부 같은 형태로는 실질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이글루스가 이전될 때처럼 회사와 이용자 사이에 상당히 끈끈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라면 조금 다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블로그 전용 메타 사이트로는 중요한 서비스였는데 없어져서 아쉽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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