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드립도 문제, 후배위도 문제 중매媒 몸體 (Media)

거의 보지 않는 한 매체에서 트위터 현상을 비판한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전반적인 양상을 자기네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본 기사인 듯한데, 문제가 여러 가지다. 그 하나는 '섹드립'이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섹드립을 한다고 비판하면서, 이 매체 스스로도 섹드립을 쳤기 때문이다. 전체 기사 11단락 중에서 음란 관련 부분은 네 단락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다른 이야기다. 섹드립 부분을 기사 분량(글자수)으로 따지면 24%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제목, 부제, 중간제목, 이미지 모두 이 부분을 부각하여 내세웠다. 이유는 뻔하다. 이런 게 진짜 오리지널 싸구려 섹드립이다.

기사의 아전인수 내용은 건너뛰고, 기사에 함께 붙은 섹드립 이미지나 감상해 보자.



이 이미지는 해당 언론사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다. 뒷면에 트위터 실제 메시지를 긁어와 588 홍등가처럼 붉은 전등 아래 깔아놓고, 앞에는 트위터를 상징하는 t자들이 후배위를 시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우선 그림에 묘사된 트위터 내용. 기자는 '15일 트위터에서 '섹드립'으로 검색한 결과'라고 했다. 그림으로 인용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야한 척 낚는 게 재미있나? ㅋㅋㅋ 차라리 섹드립을 해 빙빙 돌려 순진한 척 하지 말구 ㅋㅋ
  • 숯엉이는 실제로 만나서도 즐겁게 섹드립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섹드립에만 전념하며 살고 싶다. 어서 4월11일이 왔으면
  • 트위터 같은 데서 섹드립 치는 거야 정상적인 OO라고 생각되는데 닉네임 같은 걸 섹드립으로 짓는 건 이미 ... (불명확)의 문제 같아요.
  • 저 원래 트위터에서 섹드립치 ...(불명확) 밉상짓을 해서 제가 요즘 ...(불명확) 아침까진 강정에 있을 예정 ...(불명확) 리고 나한테 질문하지 말고 ...(이하 불명확)
  • 오늘도 섹드립에 실패했다. 부끄 ... (이하 불명확)

기사에서는 이렇게 썼다.

문제는 수위, 일부 이용자들의 경우 올려놓은 글이나 이미지가 포르노 수준을 넘어섰고, 은밀한 만남을 요구하는 글도 많았다. 대담하게도 프로필 사진으로 자신의 은밀한 곳을 찍어 올린 이도 있었고, 정기적으로 성행위 사진을 촬영해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림에 나온 트윗들은 '포르노 수준'도 아니고 '은밀한 만남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남들의 야한 트윗을 비난하거나(첫 번째) 닉네임 섹드립을 비판하는 내용(네 번째)이다. 세 번째는 정치 잘 하라는 이야기다. 다섯 번째는 원문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는 트윗이다:

저 원래 트위터에서 섹드립치는 재미로 살던 여잔데요. 현정부가 끝까지 밉상짓을 해서 제가 요즘 섹드립에 집중을 할 수가 없네요. 월요일 아침까진 강정에 있을 예정이니 여기 이야기를 하는 게 당연하겠죠. 그리고 나한테 질문하지말고 스스로 쫌 찾아보시길.

역시 섹드립 트윗이 아니라, 현 정부가 삽질을 하는 데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이다. 그림에 나온 트윗들은 기사의 '섹드립' 주장과 제대로 맞지 않는 것이다.

이 마지막 트위터의 주인공은 <한겨레>의 오피니언 넷 '훅'에 연재를 하는 김얀이란 분이다. 여행기와 섹스 칼럼을 내용으로 하는 블로그를 운영해온 분 같은데, '훅'에서도 섹스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었으나 시국 때문에 시사적인 내용을 다룬 게 몇 개 올라 있는 것 같다. 김얀의 훅 글을 보고, 이게 대체 위의 매체가 이야기하는 범주에 속하는 '섹드립'인가를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이 기사가 제목으로 뽑은 "두얼굴의 트위터… 낮엔 "구럼비 바위" 밤엔 "섹드립(섹스+애드립, 야한 농담) 할래요?"" 역시 김얀이 트위터 프로필에 "트위터에서는 낮에는 구럼비 이야기, 밤에는 섹드립을 합니다"라고 한 데서 긁어왔다. 이게 '자신의 은밀한 곳을 찍은 사진' '은밀한 만남 요구' '성행위 촬영 사진' 등의 뜻으로 이 매체가 사용한 말 '섹드립'에 해당하는지도 역시 보시는 분들이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김얀은 이런 저질 딴지 섹드립에 굴하지 말고 해당 프로필을 계속 유지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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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다른 이미지 요소인 '후배위 하는 t자들'에 대해서 보자. 나는 기업 로고를 풍자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해서 쓰는 일은 얼마든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정보와 비평을 그 내용으로 하는 보도 매체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를테면 어떤 재벌 기업이 권력 기관에 뇌물을 뿌리는 불법을 저질렀을 때, 신문의 만평에서 이 회사 로고를 풍자적으로 변조해 쓰는 일 따위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사나 일러스트레이션이 해당 기업 자신이 벌인 문제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 경우 기업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매체의 부주의한(reckless) 묘사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기사에서도 섹스하는 t자들은 트위터 자체의 문제, 즉 트위터 운영 회사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매체의 주장이 맞더라도 이것은 사용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트위터가 음란물이나 유표시키는 존재 같은 인상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트위터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되더라도, 매체가 어떤 기업의 귀책 사유가 아닌 내용을 기사로 서술하면서 해당 기업의 로고를 사용하여 결과적으로 그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다면, 이는 보도 윤리의 측면에서 분명한 잘못이라 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좀 모호한 회색 영역에 속해 있는 듯하다. 회색 영역이란 물론 1) 표현의 자유와 2) 이미지 훼손 및 영업 방해라는 두 기준의 상충 지역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한 가지 빗대어 볼 만한 사례가 있긴 하다. 2008년 1월에 미국의 시사지 <포린 폴리시>는 '이슬람 없는 세상'이라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CIA의 국가정보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그레이엄 풀러가 쓴 이 기사는, 서구 사회에서 이슬람을 모든 악의 진원지처럼 생각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이슬람이 없었다고 해도 세상은 여전히 지금처럼 불안하고 위험한 곳이었을 것이라는 논지를 탁월한 안목으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이 기사에는 세 장의 그림이 딸려 있었는데(웹 기사에는 없다), 그 중 하나가 문제였다. 바로 아래 그림이다:



이 그림은 한 남자(무슬림)가 루이 뷔통의 로고가 찍힌 터번과 웃옷을 입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포린 폴리시>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대체로 기사 내용을 잘 반영해 보여주는 격조 높은 그림들인데, 이 그림은 너무 추상적이어서인지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려 하는지 불명확하다. 기사 내용에서 '이슬람을 서구와 갈등한 종교 단일체로 획일화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라는 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그랬거나 말거나, 루이 뷔통사는 이 그림을 보고 펄쩍 뛰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 그림은, 루이 뷔통이 이슬람을 잠식하는 서구 자본의 상징이라는 뜻으로 비칠 우려가 있었다. 이슬람 쪽에서 보자면 루이 뷔통을 매우 기분 나쁘고 불쾌한 존재로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루이 뷔통은 즉각 대응 작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북미 지역 민사 분쟁 책임자는 <포린 폴리시>와 접촉하여 항의의 뜻을 전하고, 법적 대응에 임할 것임을 알렸다. 이후 양 회사 간의 분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결과는 <포린 폴리시>가 루이 뷔통의 편지를 그대로 지면에 싣기로 하는 것으로 끝났다. 일단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므로, 거액의 소송을 벌이기보다 지면을 열어 사과한 셈이다. <포린 폴리시> 다음호에 게재된 루이 뷔통 관계자의 편지는 다음과 같다:



2008년 1/2월호의 기사 '이슬람 없는 세상'에 딸린 한 그림에서는, 널리 알려진 루이 뷔통 회사의 역사적 등록 상표인 루이 뷔통 모노그램 패턴을 우리의 허락 없이 사용했다. 이런 로고 활용은 독자로 하여금 루이 뷔통이 기사 내용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어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림은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루이 뷔통 로고가 찍힌 터번을 두르고 역시 로고가 직힌 상의를 입은 장면을 묘사했다. 이 그림은 이슬람을 믿는 사람에게는 불쾌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루이 뷔통 로고를 사용한 이 그림 때문에 루이 뷔통사가 중동 지역에 매장을 연 이래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온 이 지역 국민과의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마이클 판탈로니, 루이 뷔통 북미 지역 민사 분쟁 책임자, 뉴욕

위 매체의 트위터 로고 변조를 이 사건과 빗대어 보면, 루이 뷔통사 책임자가 가장 중요한 손실로 제시한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트위터는 "이런 로고 활용은 독자로 하여금 트위터가 기사 내용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어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트위터 로고를 사용한 이 그림 때문에 트위터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온 한국 국민과의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위 기사는 내용도 정확하지 않고 이미지도 잘못 썼으며, 그 결과 법적 분쟁의 여지까지 남긴 기사라고 할 수 있다.

※ 첫 번째 이미지: 해당 매체, 두 번째와 세 번째 이미지 각각 <포린 폴리시> 지면.

 

덧글

  • 닥슈나이더 2012/03/19 08:12 # 답글

    FTA도 된마당에.... 로고관련해서 미쿡 법정에 트위터가 소송을 걸어보면 재미있을것 같네요..^^;;
  • deulpul 2012/03/19 11:21 #

    음... 그렇다면 결론이 어떻게 나든,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대한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도 있겠네요.
  • 2012/03/19 11:05 # 삭제 답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영문 번역해서 미국 트위터 본사로 보내주고 싶은 글이네요 ^^
  • deulpul 2012/03/19 11:25 #

    해당 매체에 다음에 나올 기사: "트위터 로고 잘못 사용" 트위터 본사에 서한 파문 / 블로거, 어느 나라 국민인가? (해당 매체에 실린 "한국의 천안함 조사 의혹 많아" 안보리에 서한 파문/"참여연대, 어느나라 국민인가" 기사를 참고하였습니다...)
  • 뗏목지기™ 2012/03/19 11:40 # 삭제 답글

    끝에서 두 번째 문단. "이런 로고 활용은 독자로 하여금 루이 뷔통이..."에서 루이 뷔통이 아니라 트위터 아닌가요?
  • deulpul 2012/03/19 11:43 #

    헐 그렇군요,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바꿔 넣지 않았네요. 수정하였습니다. 지적 고맙습니다.
  • MCtheMad 2012/03/19 18:24 # 답글

    게다가 이렇게나 논리 정연한 글의 제목에도 오히려 보란듯이 섹드립을 넣으신 들풀님의 센스 ㅎㅎ
  • deulpul 2012/03/19 19:01 #

    그게 워낙 핵심 키워드라서 빠뜨릴 수가 있어야죠... 게다가 체위까지 넣어 진짜 섹드립을 했군요, 하하.
  • 민노씨 2012/03/20 17:32 # 삭제 답글

    그야말로 탁월한 저널리즘 비평이네요.
    입이 떡 벌어집니다....;;;
    조뭐일보는 이런 정치하고, 탁월한 비평 대상이 되기에도 참 딱한 수준인데 말이죠.
    조뭐일보가 섹드립 덕분에 들풀 님의 비평 대상이 되는 영광을 누리는군요! ㅎㅎ

    추.
    이런 글은 그야말로 'SN'에 그대로 연재해도 너무 너무 좋은 글인 것 같은데 말이죠..ㅜ.ㅜ;
    앞으론 SN이 런칭하면 SN에 먼저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당!! ^ ^;;
  • deulpul 2012/03/21 07:19 #

    섹드립에 어울리는 개드립은 그냥 이런 변방에서... 하하.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2/03/20 21: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2/03/21 07:44 #

    저도 자주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런 말씀 들으면, 무덤에 누워 있다가도 비척비척 일어나 기어나오는 좀비가 되네요... 하하.
  • 요요 2012/03/21 00:36 # 삭제 답글

    게다가 빨간게 파란걸 범하고 있는 모습이 xx일보가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네요
  • deulpul 2012/03/21 07:50 #

    아아 우리의 순결한 파랑이를 빨강이가 능욕하며 더럽히고 있네요, 정말. 저는 단순히 합의에 따른 관계로 생각하여 저런 제목을 썼습니다만, 위력에 의한 강제적 관계로 보아야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이미지의 원래 의도도 그런 것 같고요. 섹드립에 색드립까지... 그놈의 빨강 덧칠은 지치지도 않고 애용되는군요.
  • skyland2 2012/03/23 13:02 # 답글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를 억지로 이중잣대에 끼워넣는 꼴이 보이더군요. 마치 사람들이 일상 말하고 정치 발언하는 게 죄인양 말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제 조선일보도 '진짜' 한물 간듯 하네요.

    덧:어떤 분은 내가 성에 대해 배운게 주간조선에게서 배웠는데, 왜 아닌척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 deulpul 2012/03/26 07:39 #

    선거 다가오니 꽤 신경쓰이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섹드립'이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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