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까리번쩍 사전 섞일雜 끓일湯 (Others)

야후 사전이 바뀌었다. 아니 없어졌다.

어떤 일을 하든 웹과 일상에서 수시로 외국어를 접하는 우리로서는 웹 사전은 거의 필수적인 툴이 아닐 수 없다. 사전을 이용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지만, 빠르고 찾기 편하고 내용이 풍부한 사전이 좋은 사전으로 꼽히는 것은 웹 사전이나 종이 사전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그동안 야후 사전을 이용해 왔다. 아주 빈번하게 찾는 웹페이지기도 해서, 아예 이렇게 즐겨찾기줄에 등록해 놓고 썼다. 즐겨찾기 순서로 따지면, 야후 사전은 내게 메일 다음으로 중요한 웹 툴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하루이틀 전부터, 늘 나오던 화면이 갑자기 사라지고 낯선 화면으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찾아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야후 사전이 '이상한' 사전 사이트로 전환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이리저리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공지 하나를 검색으로 찾을 수 있었다.

야후! 코리아 통합사전 및 야후! 미니 종료 안내

야후! 코리아는 오랫동안 제공해 온 사전 서비스를 YBM 시사의 올인올 통합사전으로 대체하게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야후! 사전 서비스와 야후! 미니는 2012년 3월 3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며, 향후에는 야후! 협력업체인 YBM 시사의 올인올 통합사전으로 서비스가 이전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야후 사전 서비스를 없애고 '협력 업체' 사전으로 대신한다는 말이다.

야후 사전 초기 화면은 이랬다. 내가 저장해 둔 게 없어서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왔다.



야후 사전 대신 등장한 YBM 통합사전의 모양은 다음과 같다.



한심하고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이 화면은, 단어 찾으러 온 고객을 어떻게 하면 딴짓을 하게 만들까 하는 궁리로 가득 찬 것 같다. 가장 가운데,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게 성형수술 광고를 연상케 하는 그림과 함께 나온 난데없는 숙어 설명이다. 웬 설문? 여기저기에서 빨갛고 노란 움직gif들과 플래시들이 번쩍이고, 단어찾기와 관련있음직해서 꼬시기 좋은 광고들과 관심을 빼앗는 온갖 제안과 메뉴로 가득찼다.

웹 사전은 주로 어떨 때 이용하는가. 심심하니 사전 사이트나 가볼까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없지는 않겠지만 아주 드물 것이다. 사전을 찾는 사람은 아주 실용적인 목적, 즉 어떤 일을 하면서 단어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간다. 이런 사람을 놓고 이거 해봐, 저것도 해봐 하면서 관심을 흩뜨려 놓는다.

이런 지경이면 사전의 다른 품질, 이를테면 표제어의 수라든가 뜻의 폭넓음이라든가 예문의 풍부함 따위는 전혀 중요해지지 않는다. 사전을 찾는 행위의 기본 목적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데 이 따위 것들이 모두 무슨 소용인가.

야후 사전이 왜 서비스를 중단했는지, 왜 이런 어이없는 사이트로 연결되게 됐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 어떤 재정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내부 사정이야 다 있겠지만, 쓰는 사람 처지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중단하는 판단을 내리는 데 이 같은 고려가 최우선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

모든 변화에는 저항이 따른다. 좋게 바꾸어도, 처음에는 낯설어서 저항하게 된다. 많은 경우 시간이 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면 또 잘 적응하게 된다. 심지어 무엇이 개악되었더라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 편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꼴의 사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은 내 취향 탓인지도 모른다. 저런 삐까리번쩍한 사이트가 더 익숙한 사람도 있을 테고,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 정신을 빼놓는 사전 사이트를 찾더라도 여전히 견결하게 공부나 일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그래서 미련없이 야후 사전의 버튼을 없애 버렸다.

 

덧글

  • 2012/04/01 04: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2/04/01 11:09 #

    참 절묘하면서도 시사적인 짤방이군요! 각 부문간의 긴밀한 소통이 이런 불상사를 낳지 않게 해줄지... 위에 쓴 것과 같은 종류의 변화를 대하면, 내부적으로는 분명 어떤 합리적 원칙에 따라 결정하고 시행되는 일이겠지 싶으면서도,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 보았는지 하는 생각이 늘 들곤 합니다. 직간접 경험을 돌이켜 보면, 조직(기업)의 의사 결정이란 게 늘 합리적인 것은 아니기도 하구요.
  • 새알밭 2012/04/01 11:31 # 삭제 답글

    정말 기절 초풍할 일이군요. 야후가 망해간다 망해간다 말이 많았지만 미국 쪽 얘기로만 여겼습니다. 야후 코리아에서도 저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군요. 그 동안 주로 네이버와 다음 쪽을 이용해 와서, 야후에 저런 변화(타락)가 있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YBM은 전에 몇 번 들어갔다가 뭐 이런 쓰레기 같은...! 하고 나와버린 경험이 있는데, 참 여기에서 또 보게 될 줄이야! 서글픕니다.
  • deulpul 2012/04/01 13:23 #

    저는 업계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자꾸 익숙했던 서비스들을 잃게 되네요. 새알밭님은 선구안으로 유명하신데다 잡스러운 것 싫어하시는 취향이 저랑 비슷하신데... 어떤 사전이 쓰시기에 편하시던가요? 새알밭님이 추천하시면 망설이지 않고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긁적 2012/04/01 15:57 # 답글

    뇌입원 사전이나 다음사전 괜찮아요(...)
  • deulpul 2012/04/02 03:27 #

    생각이 잘 안 되거나(전자) 마감시간을 잘 맞추지 못할까봐요(후자)... 는 농담이고, 저도 두 가지 중에서 테스트해보고 있습니다.
  • 4577 2012/04/01 22:14 # 답글

    저도 오늘 보고 살짝 당황했어요.
    네이버를 써야되나 생각 중이에요.
  • deulpul 2012/04/02 03:32 #

    아,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사소한 데 열 잘 받는 저는 성질이 나서, 단어장 백업도 안 하고 그냥 버려버렸습니다. 저도 네이버 사전이 일단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 이런ㅆ 2012/04/02 22:15 # 삭제 답글

    아~ 저도 야후사전 링크해서 잘 쓰고 있었는데 이런 황당한일이...
    들풀님 글보고 확인해보니 정말 기도안찹니다...
    네이버가 괜찮나요? 확인 들어갑니다....쩝.
  • deulpul 2012/04/03 13:19 #

    저는 익숙해지기 훈련중...
  • 민노씨 2012/04/03 02:45 # 삭제 답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네요...;;;
    저는 네이버사전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 글과 댓글들을 읽고 다음 사전에도 오랜만에 가봤습니다.
    이왕에 쓰셨던 야후사전은 네이버와 UI가 유사하고, 다음은 마치 구글스럽게 쾌적한 느낌이 나네요.
    그래서 네이버 옆에 다음사전 단추도 즐겨찾기 해놨네요. ㅎㅎ
    아무튼 꽤 정(?)이 든 사전이셨을텐데, 물론 종이 사전처럼 손때가 묻는 건 아니겠지만요, 이렇게 황당한 모습으로 사라지다니....
  • deulpul 2012/04/03 13:21 #

    네, 네이버와 다음 사전이 그 외양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도 재미있고, 둘 다 현란한 네온사인들이 없다는 점에서도 대개 다 좋아 보입니다. 아, 말씀 듣고 보니, 저도 모르게 정말 손때 묻은 사전이 없어진 것 같은 서운함을 가지고 있었나 보네요...
  • 민노씨 2012/04/03 02:52 # 삭제 답글

    브라우저는 크롬을 주로 쓰시는 것 같은데, 확장기능으로 사전 설정을 쓰시는 것도 한번 생각해보실 만한 것 같습니다. 네이버/다음(기본 디폴트는 다음으로 되어 있는데 설정에서 디테일하게 변환이 가능하네요)이 동시에 구현되는 사전 확장기능이 있네요.
    https://chrome.google.com/webstore/search/%EC%82%AC%EC%A0%84?hl=ko
  • deulpul 2012/04/03 13:23 #

    오, 사전을 크롬에 추가하는 툴이 있군요! 자세히 한번 검토해봐야겠습니다.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tazuya 2012/04/03 11:22 # 삭제 답글

    그렇게 되었군요.
    저는 쓰지 않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었는데 아쉽네요.
    저는 오랜전에 MS에서 나왔던 MS Bookshelf를 쓰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사전이라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아도 쓸 수 있어서 애용하고 있죠. MS Office를 사면 번들로 들어있던 제품인데 2002년 이후엔 업데이트되지도 않고 더 이상 나오지도 않아 최근 단어는 들어있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쓸만한 제품입니다.
    온라인 사전으론 http://www.merriam-webster.com/ 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deulpul 2012/04/03 13:29 #

    말씀 들으니 예전에 '한글'에 따라 나왔던 한컴사전이 생각납니다. 요즘도 함께 딸려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웹스터에서는 삐까리번쩍의 은근한 기운이... 하하. 전 컴&인터넷이 저속 환경이라서 자잘한 요소들은 없는 게 최고입니다! 일반화할 수 있는 소비자 요구는 아니겠습니다만...
  • ㅁㅁㅁ 2012/04/04 12:27 # 삭제 답글

    나는 좋구만요 .아주 좋은 사전으로 바뀌였습니다 .공부하기 좋고 ,머리쉼하기 좋고 아쉬운점은 영어공부음성자료 가 다운이 안되는것이죠.
  • deulpul 2012/04/04 14:49 #

    네, 저처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ㅁㅁㅁ님처럼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요. 오히려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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