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는 꽃으로 웃는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나무에서 피는 봄꽃들이 그다지 다양하고 화려하지 않은 동네라서, 민들레나 끈질기게 피어야 제대로 봄인가 싶었다. 요 며칠 숲길을 다니다 보니, 아직 민들레는 만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 한 철 다 누리고 있는 작은 꽃들이 무수하다. 두런두런하기는 하나 아직은 앙상한 나무들의 그늘 아래서 자세히 살펴야 보일 크기로 피어 있는 이 들꽃들은, 나에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이들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맨 마지막의 벛꽃과 수선화를 제외하면 모두 기껏해야 한 뼘 정도 높이에서 피어 있는 것들이다. 자세히 살펴 보려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 한번씩 살짝 만져 보았는데, 어느 것이나 얇은 속옷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함이 또 달랐다. 아직 더워지지 않은 땅의 서늘한 습기와 아지랑이로 달아 오르는 대기의 온화함이 가녀린 꽃잎에 적절하게 잘 섞여 있었다.

대지는 꽃을 통해서 웃는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시 'Hamatreya'에서 그렇게 썼다. 어머니 대지의 땅 위에서 작은 것들을 소유하고 기꺼워하며 웃던 자들은 모두 무덤으로 들어가고, 오만한 인간들을 기꺼이 품는 대지는 꽃으로 웃는다. 꽃처럼 웃는다. 꽃이 되어 웃는다.

















이 웃음들을 만나러 나갔던 봄길.



 

덧글

  • Yoon 2012/04/13 09:03 # 답글

    예쁜것들을 보는것이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들꽃은 땅의, 봄의 미소가 맞네요..
  • deulpul 2012/04/16 20:27 #

    보면 다들 입 활짝 벌리고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땅은 웃기도 잘 웃지만, 코믹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꽃들도 많잖아요.
  • 낭비 2012/04/13 16:41 # 삭제 답글

    올려주신 영상이 너무 좋아서 페이스북에 공유했어요, 괜찮을까요? 나무사이로 좁은 길과 옆에는 넓은 물이 산책하고 싶게 만드네요. 사시는 곳과 가깝다면 정말 부러워요 ㅠㅠ
  • deulpul 2012/04/16 20:29 #

    네, 괜찮습니다. 다음번엔 레일 깔고 좀더 안정적인 화면 시도를...
  • 민노씨 2012/04/18 05:09 # 삭제 답글

    봄 숲에서 들풀님께서 발견(!)한 꽃들은 하나 같이 너무도 아름답고, 단정하네요.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 사진에 하나 하나 담긴 것 같습니다.
    저도 봄길따라 산책이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추.
    1. 그런데 수면이 부족..;;
    2. 원래 어제 아침쯤 남긴 댓글인데... 입력이 안됐네요. 제가 제 (아마도 컴퓨터의 문제 때문에) 들풀님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려면, 제가 주로 쓰는 파이어폭스가 아니라 크롬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크롬을 계속 열어두고 깜박하고 있었지 뭡니까? ㅎㅎ
  • deulpul 2012/04/19 10:13 #

    댓글 쓰실 시간에 얼른 주무십시오, 하하. 수선화처럼 그 자태의 은근한 화려함에 이견을 달 수 없는 꽃들을 제외하면, 길섶의 꽃들은 대체로 평범하고 아주 소박하게 보입니다. 근데 코를 들이밀고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아주 섬세하고 예쁘죠. 새로운 발견 같은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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