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학군 프리미엄'이 있다는데?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에도 ‘학군 프리미엄’

한국적 마인드를 미국의 조사 데이터에 그대로 적용해 오해한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기사의 요지는 미국에도 '학군'이 좋은 지역은 집값이 높아서, 좋은 학군이 집값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터는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기사가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연구소의 보고서 요약 어디에도 이와 비슷한 언급은 없다.



기사의 ①은 미국에서 '학군'과 집값의 관계를 인과 관계의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결정 요소'란 분명한 인과 관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기자는 브루킹스의 데이터가 '학군이 집값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근거는 ②이다. 즉 학군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좋지 않은 지역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니, 학군이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다. 이것은 한국의 서울 강남에 적용하면 대충 맞는 말이겠으나, 브루킹스의 데이터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성적과 집값 사이에 일정한 관계(상관 관계)가 파악된다면, 둘 사이에 직접적인 원인-결과 관계를 설정하기보다, 둘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상식이다. 말하자면, 경제 수준이 높은 계층은 비싼 집을 가지며, 또한 그런 계층이 모여 사는 곳의 학교 성적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성적이 좋은 지역의 집값이 비싼 게 '학군이 좋기' 때문이 아님은 기사가 바로 실토하고 있다. ③의 부분이다. 이 지역의 집값이 비싼 이유는 학군이 좋아서가 아니라, 집이 크고 자기 집인 경우가 많아서인 것이다(임대 형태는 건물을 쪼개 살기 때문에 주거 공간 규모가 작아지고 집값이 떨어진다). 만일 성적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주택을 비교해본 결과(집의 크기를 통제) 집값에 큰 차이가 났다면, 기사에서처럼 '학군이 집값의 결정 요소'라고 말할 여지가 생긴다. 위 데이터는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다.

이 데이터에 대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설명을 보면,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목적은 다음과 같다: 빈부 격차가 증가하고 경제가 공식 교육의 질에 의존하는 정도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오직 부유한 사람들만이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는 주택 시장 규제의 재검토를 통해, 개개인이 사회적 신분 상승과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높은 집값과 좋은 성적 사이의 관계다. 이를 포함하여, 브루킹스 측이 주요한 발견으로 제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미국 전역에 걸쳐 저소득층 학생들은 성적이 낮은 학교에, 고소득층 학생들은 성적이 높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2) 빈부 격차가 비교적 큰 북동부 대도시 지역에서 저소득층 학생과 고소득층 학생 간의 성적 차이가 두드러졌다.

3) 100대 대도시 지역을 보면, 높은 성적을 내는 학교 주변 지역의 집값이 낮은 성적을 내는 학교 지역보다 평균 2.4배, 집값으로는 20만5천달러 정도 높았다.

4) 대도시 지역 중 지역 규제가 없는 곳의 (저소득층-고소득층 간의) 집값 차이는 규제가 있는 곳보다 40~63%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데이터를 이와 같은 분석한 뒤,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제안을 내놓는다: 지역 규제를 철폐하면 집값 차이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학교 성적 차이도 4~7% 정도 줄어들 것이다(Eliminating exclusionary zoning in a metro area would, by reducing its housing cost gap, lower its school test-score gap by an estimated 4 to 7 percentiles). 즉 4) → 3) → 2), 1) 의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셈이다. 이러한 서술을 보면, 학군 때문에 집값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집값 때문에(즉 경제적 환경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이 차이가 난다는 상식적 문제 인식을 잘 볼 수 있다.

빈부 격차와 이로 인한 교육 기회 제한에 대처하기 위한 공공 정책 제안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한겨레> 기사에서는 난데없이 '학군이 좋으면 집값이 비싸다'라는 8학군식 마인드를 합리화는 것으로 탈바꿈했다. 정작 중요한 의미, 즉 학생들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집값 차이를 줄이자는 정책 제안이 미국 최고의 싱크 탱크에서 나온다는 점은 깨닫지도 못했다. 한국에서 '교육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강남 지역과 타 지역 간의 집값 차이를 줄이자' 같은 정책이 쉽게 나올 수 있겠는가. 이런 의미는 읽지 못하고, 오히려 거꾸로 해석하며 부조리한 현상태를 합리화하고 말았다.

※ 넓고 넓은 미국 땅을 뒤져보면, 오로지 학교 때문에 집값이 비싼 '학군 프리미엄'이 적용되는 곳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 기사에서 말하는 데이터에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덧글

  • mesafalcon 2012/04/24 09:30 # 삭제 답글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보면 진보, 보수 상관없이 진실을 진실로 전하지 않고 자기들의 견해에 따라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페이스북에 링크걸어두도록 하겠습니다.
  • deulpul 2012/04/24 10:45 #

    그런 경우도 요즘은 너무나 흔해서 들여다 보고 싶지가 않을 지경입니다. 위의 경우는 의도적인 왜곡이라기보다 오해나 피상적인 이해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mesafalcon 2012/04/25 12:30 # 삭제

    제가 조금 예민하게 받아들였을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조사 결과에 대해서 자신의 신념이나 원하는 목적을 위해 해석을잘못하는경우를 봐서 그런듯 합니다. 원하는 결론을 정해놓고 조사결과를 해석하는 태도 같은것이지요.
  • deulpul 2012/04/26 02:27 #

    그런 일이 실제로 많이 벌어지고 있어서, 예민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오히려 더욱 예민하고 주의깊게 보아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dhunter 2012/04/24 15:27 # 삭제 답글

    예전에 읽었던 맞벌이의 함정 같은 책에서는 미국에서도 교육 문제가 주택 구매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군요.

    어느 정도 순환효과는 있는것 같습니다.;
  • deulpul 2012/04/26 02:28 #

    교육 환경은 살 곳을 고르는 데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겠지요. 경제력이 그러한 선택의 가능성을 더 높여줄 것이고요. 위 글에서의 초점은,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큰 집(이미 비싸다)들이 있는 동네의 시험 성적이 (학교와 학생에 대한 각종 투자 등으로 인해) 좋게 나온 것을 놓고, 시험 성적이 좋게 나오니 집값이 비싸진다고 본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해 볼 수는 있겠지만, 해당 데이터나 원래의 분석과는 딴판이어서, "~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라는 건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말이지요. 더 나아가, 문제를 그렇게 인식한다면 공공 정책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어져, 그저 한국처럼 질질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 마니페스토 2012/04/24 22:40 # 삭제 답글

    이글을 혹시 저 기사를 쓴 기자에게 보내보시면 어떻까요..
    어떤 반응이 올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 deulpul 2012/04/26 02:28 #

    가끔 해당 기자에게 이메일로 문의를 보내보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듣보잡 블로거 따위에 신경 쓰지 않으십니다.
  • ckins 2012/04/25 01:12 # 삭제 답글

    말씀대로 학군이 좋아 비싸기보단 비싼 곳이라 세금을 많이 내니 학교가 좋아지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다만, 학교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 전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니 그런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좋은 학군이라 비싸다라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겠더군요. 주위에도 자녀들 좋은 학교 보내려고 멀쩡한 집 세 주고 이사 가서 한 달에 몇 천불 월세 내면서 아파트 사는 한국 부모분들 꽤 계십니다. 물론 돈이 더 많은 분들은 사립으로 가시죠;
  • deulpul 2012/04/26 02:33 #

    네, 그렇게 실제로 벌어지는 과정을 빼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드러난 사실만 놓고 '좋은 학군이라 비싸다'라고 체험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위 기사의 기자도 그런 인식을 가지고 기사를 쓴 것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학군이 비싸다'와 '좋은 학군이라 비싸다'는, 한 자 차이지만 아주 다른 견해잖겠습니까?(상관 관계와 인과 관계) 생활 인프라가 개판인데 교육 환경만 뛰어나다고 해서 집값이 비싼 곳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현실이 본질을 곧잘 혼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민노씨 2012/05/05 17:54 # 삭제 답글

    이제야 짬을 내서, 실은 게을러서... 들풀님의 밀린 글 서너개를 읽고 있는데요.
    슬로우뉴스에 올리시면 좋겠을 글(악마 레이디가가도 그렇고, hopefully 논쟁도 그렇고)이 눈에 밟힙니다...ㅜ.ㅜ;
    특히 이 글은 "신뢰도 평가"에 올려주셨으면 참 좋을 글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너무 아깝구먼요... ㅎㅎ
  • 민노씨 2012/05/05 17:55 # 삭제 답글

    추.
    위 슬로우뉴스 위젯을 보니 이미지에 안보이던 달팽이가 보이네요?
    귀엽습니다. ㅎㅎ
    직접 작업하신 달팽이인가요?
  • deulpul 2012/05/07 08:23 #

    게으른 게 아니라 너무나 바쁘신 게죠... 다행히(불행히?) 신뢰도를 평가해 볼 수 있는 재료는 넘치고 넘치므로, 아깝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달팽이는 팻말 뒤에서 저절로 기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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