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같은 레이디 가가 때時 일事 (Issues)

2011년 5월에 미국에서 레이디 가가의 <원래 이렇게 태어났수(Born This Way)>, 특히 그 중 한 곡인 '유다(Judas)'가 나왔을 때 미국 기독교계에서 일부 성직자들이 분노와 반발을 드러냈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어떤 종교 같았으면 신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성직자들은 레이디 가가에 대한 처형 명령서를 발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비교적 성숙한 종교와 사회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물론 이(異)문화로부터 나온 자극이 아니라 같은 문화권 안에서 나온 현상이란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악마 같은 레이디 가가가 만든 이 악마 같은 뮤직비디오에 대해 역시 악마인지도 모를 <뉴욕 타임스>라는 매체에 글을 쓴 역시 악마 같은 미시건 주립대학 영문학/종교학 교수 데이빗 스토우는, 레이디 가가의 이 노래를 시작으로 하여, 수십 년 동안 팝 음악과 분리되어 왔던 기독교주의가 다시 융합하는 현상이 등장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악마인지 천사인지 헷갈리지? 그런데 스토우는 <악마에게 동정은 없다: 기독교적 팝 음악과 미국 복음주의의 변천(No Sympathy for the Devil: Christian Pop Music and the Transformation of American Evangelicalism)>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다.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미국의 60~70년대 락 음악이 어떻게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 영향을 받게 되었나를 살펴보고 있는데, 그 시발점으로 롤링스톤스의 '악마에게 동정을(Sympathy for the Devil)'을 꼽는다. 그의 책 제목은 물론 이 노래 제목의 패러디이고. 그러니까, 어떤 쪽으로든 음악에 종교가 얽히게 되면 그 자극으로 인해 음악의 종교성이 꽃피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레이디 가가는 천사나 요정인지도 모르겠네. (이 사람 칼럼은 미국 팝 음악에 나타난 기독교적 영향을 간단히 훑어보기에 좋다. 시간 나면 이 밑에 옮겨 봄.)

'레이디 가가 찢어진 현수막에 "하나님이 강한 바람을 일으켜서..."'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는 또 “내일(공연 당일인 27일) 폭우가 쏟아지든지 레이디 가가 건강이 악화되든지 무대 설비가 고장 나거나 무너져서 내일 공연이 취소되거나 망하길 기도합니다”라며 “내일 저녁 6시에 예배드리고, 7시부터 공연장에서 기도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스펠 송을 폄하하고 성가대 공연장을 찾아가 반대 시위하며 공연장이 폭싹 무너져서 망하도록 기원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자기들도 그렇게 행동하시면 좋겠다. 예수님조차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행하라"(마태 7:12)라고 말씀하셨다니 말이다. '영적 전쟁'은 자기 마음 안에서나 하시고, 남들 보고 함께 싸우자고 거리로 들고 나오시지 말기를 바란다. 싫으면 듣지 않는 획기적인 방법도 있지 않은가.

[덧붙임]

위에 언급한 데이빗 스토우의 칼럼 (2011년 4월23일자).

락 스타 예수 그리스도

음악에서 10대 현상을 대표하는 저스틴 비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독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마다 자신이 복음주의적 교회를 다니며 자라났고, 하루에 몇 번씩 기도를 하며, 천사를 믿고 낙태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버가 노래에서 믿음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건 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대중 음악에서 세속과 신의 영역이 분리되어 있는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종교적 내용을 뚜렷하게 담은 음악은,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는 음악 산업에서 드물게 번창하고 있긴 하지만, 대체로 비종교적 대중 음악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음악을 내보내는 라디오 방송들도 그렇고 음악 팬들도 그렇다. '현대 크리스천 음악'이라는 장르가 따로 생겼을 정도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팝 음악의 역사를 보면, 종교적 주제가 오랫동안 상위 순위를 지켜 왔다는 데 이견을 달기가 어렵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60년대 말~70년대 초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믿음의 정치화(politicization) 때문에 비종교적 음악가들은 종교 주제를 금지된 영역으로 간주해 왔다. 이러한 믿음의 정치화는 젊은이들이 교회로 쇄도하는 현상 때문에 등장한 것이기도 하다.

종교, 특히 기독교는 60년대를 통틀어 음악에서 흔히 쓰인 주제였다. 초기 밥 딜런은 1963년의 'A Hard Rain’s A-Gonna Fall' 같은 곡에 묵시록적인 내용을 담았으며, 두 해 뒤에 히트한 배리 맥과이어의 'Eve of Destruction'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각각 1978년과 1971년에 기독교인으로 거듭나며 음악 경력을 크게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년대 말에는 좀더 노골적인 기독교 노래들이 등장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Jesus', 더 버즈의 'Jesus Is Just Alright', 에드윈 호킨스 싱어스의 'Oh Happy Day'가 그랬고, 사이먼 앤 가펑클의 'Mrs. Robinson', 제임스 타일러의 'Fire and Rain', 노먼 그린바움의 'Spirit in the Sky'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노래들의 일부는 종교를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깊은 신앙적 태도를 담은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6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예수가 큰 울림의 상징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윽고 70년대가 되면서 '예수 운동(Jesus Movement)'이 전개되어 전국적 현상으로 번졌다. 60년대의 반문화에서 이어진 것 치고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특이한 현상이었다. 히피가 기독교인으로 거듭나는 현상은 서부의 베이 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에서 처음 등장했으나, 1971년 당시의 뉴스를 보면 남부 캘리포니아, 특히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급성장하는 캘버리 채플(갈보리 교회)가 그 중심으로 부상하였다. 캘버리 채플은 코스타 메사 주변의 해안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대량 세례를 벌이곤 했다.

곧이어 미국 전역의 젊은이들은 성서에 눈을 돌렸으며, 장발을 하고 턱수염을 길렀으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 기득권층을 질타한 예수를 히피의 선구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들은 기독교적인 분위기의 찻집으로 몰려들었으며, 수많은 히피 공동체 주변에 등장하였던 기독교 그룹의 공동체에서 피신처와 유대를 발견하였다.

대중 음악에서 예수가 등장한 것은 이러한 풀뿌리 종교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1970년에 음반 두 장으로 발매된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가 팝 차트 1위에 올랐으며, 1971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공연되기 전부터 이미 큰 각광을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쓰여진 뮤지컬 <Godspell> 역시 1971년 5월에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에 들어가며 사운드트랙을 성공시켰고 전세계로 공연을 확장했다. 마빈 게이의 획기적인 앨범 <What’s Going On>도 같은 달에 공개되었는데, 예수를 언급하는 등 영적인 주제를 담고 있었다.

예수 운동 및 이와 관련된 음악은 교회로 가는 길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교회들은 젊은이 친화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이며 심지어 멋진 곳으로 변신하면서, 젊은 시절을 끝내고 교외에서 가족적 삶을 시작하는 베이비 부머들을 끌어들였다. 전자 악기와 드럼, 락 스타일을 수용한 '찬양 음악'이 4부 음조의 찬송가를 대신하여 일요일 오전의 교회에서 울려 퍼졌다.

이렇게 70~80년대에 기독교 신자들이 새로 활발히 등장하면서 또 다른 추세가 함께 나타났다. 이 교회들은 예배 형식에서는 개혁을 이룬 반면, 새로 부각하는 문화적 쟁점에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의도적이거나 암묵적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학교에서의 기도, 낙태, 여성의 권리, 동성애자 결혼, 공격적인 대외 정책 같은 게 그 같은 이슈였다.

이 교회의 신자 다수는 일찌감치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지만, 교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신도들을 교육하고 조직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년 전에 뉴레프트 운동에서 사용한 조직화 기술을 채택하기도 하였으며, 종교적 주제를 담은 대중 음악의 힘을 적극 활용하였다. 인기 있는 기독교 음악은 실제로 신보수주의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로널드 레이건이었으며, 이밖에도 대중 음악을 사랑하는 기독교인 정치가들이 이러한 추세에 합류했다. 그 자신이 직접 가스펠을 쓰고 노래했던 존 애쉬크로포트(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법무장관), '캐피톨 오펜스(Capitol Offense)'라는 올디스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크 허커비(아칸소 주지사, 공화당 대선 후보) 등이 여기 속한다.

현대 기독교 음악은 그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상업적인 안목도 갖추게 되면서, X 세대와 그 이후 세대에게까지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예배 때 기독교적 색채가 은근히 담긴 현대적인 '찬양 음악'만을 부르며 자라난 세대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의 결과, 종교적 음악과 비종교적 음악 사이의 간극은 더 넓어졌다. 복음주의자들이 대중 음악의 모든 장르에 걸쳐 멋지고 기막히게 만들어진 기독교 음악을 선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주류 음악에 귀를 기울일 이유는 점점 없어졌다. 1980년 이후 기독교주의와 우익 정치가 결합되자, '세속적'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핵심 팬 대부분이 적대감을 가질 수 있는 지나친 종교적 내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종교와 세속이 덜 분리된 과거의 대중 음악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은 흥미롭게도 레이디 가가에서 나오고 있다. 그녀의 새 곡 'Judas'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가 원한다면 나의 머리칼로 그의 발을 씻겠어요 / 그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더라도 용서하세요 / 그가 나를 세 번 부정하더라도 말이에요 / 내가 그를 쓰러뜨리겠어요, 무관의 왕." (여기서 '그'란 유다를 말한다.)

이 노래가 대중 음악에 존재하는 종교와 세속 사이의 균열을 끝내는 계기가 되지는 않겠지만, 주류 대중 음악과 기독교 음악이 다시 화해하기 위해서는 레이디 가가 같이 장르를 넘나드는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노래에 담긴 성서적 관련성을 보고 싶다면 여기(영문).

 

덧글

  • 死海文書 2012/04/28 10:51 # 답글

    '좀 냅둬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deulpul 2012/04/28 18:52 #

    맞아요, 좀 냅둬라. 우리가 냅두듯이 말이다.
  • 명랑이 2012/04/28 13:04 # 답글

    저러다가 "현행법"을 위반해서 사회로부터 일정시간 격리되는 것도 한 옵션일지도요.
  • deulpul 2012/04/28 18:53 #

    그러나 그것을 핍박의 훈장으로 여길 가능성이 99%.
  • mesafalcon 2012/04/30 09:14 # 삭제 답글

    어이없게도 민주주의에서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는데,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타인의 생각과 종교를 존중하면 안된다고 말하죠. 좀 아이러니 한것 같습니다.
  • deulpul 2012/04/30 12:13 #

    그래도 반달리즘으로까지는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관용을 관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다시 생각해 본 계기이기도 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예컨대 일본의 국수주의적인 팝 그룹이 있어 제국주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을 공연 내용으로 하는 내한공연을 벌인다면, 이에 반대할 수 있는가... 하는 식으로 확대해 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ㄴㅇㅁㄴㅇ 2012/04/30 13:07 # 삭제 답글

    기독교가 구라인 이유
    기독교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라는 최초의 인간들이 말하는(풋)뱀에 속아 (사실은 변신하는(풋) 악마(풋)) 모 동산의 모 나무의 모 과일을 따먹었다.... 근데 이 이야기와 아주 유사한 이야기가 다신교인 수메르 신화에 있고, 이 신화가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 보다 훠`얼`씬 먼저 나왔다. 즉 기독교도 걍 이런저런 이야기와 신화와 전설들을 배낀 수많은 구라종교중 하나란 거다
  • 아저씨 2012/05/07 14:07 # 삭제

    풋이 도대체 뭔가 했더니 그냥 비웃음의 의성어로군요. 최초 인간에 대한 신화에서 나오는 "풋"사과의 의미를 내포한건지, 발이 달려서 foot인지 한참 읽어봤습니다.
  • rock bogard 2012/05/08 12:26 # 답글

    호오~ 이런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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