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속에는 무언가가 섞일雜 끓일湯 (Others)

지구의 날이었던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오후에 간단히 장을 보려고 식품점에 가는데, 라디오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한 곡 흘러 나왔다.

일요일 그 시간에는 포크송만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날은 지구의 날 특집으로, 땅의 아름다움과 그 위에 깃들어 사는 인간의 삶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나왔다.

노래는 내가 식품점 주차장에 들어가서도 끝나지 않았다. 나는 시동을 끄고 그 노래를 다 들었다.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참으로 슬프고 아름다웠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부리자마자, 노래를 찾아 보았다. 티쉬 히노호사(Tish Hinojosa)가 부른 'Something in the Rain'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Donde Voy'를 좋아했으면서도, 이 가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아주 낯익은 것 같기도 했다.




엄마 아빠는 밭에서 일했지 / 얼마나 오랫동안 그래왔는지는 몰라
나는 어린 아이였지만 내 몫을 했고 / 농사일이 한가해지면 학교를 갔어

이 나라의 길을 보며 왔어 / 베이커스필드에서 일리노이로
어느 날 어려움들이 닥쳐왔지 / 오, 아빠가 기도하시던 모습이 생각나

어린 누이동생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어 / 내 옆에서 울기만 했어
엄마는 누이동생을 안고 떨었고 / 우리는 동생을 안고 밤을 지샜지

엄마는 내게 말했어 "미히토, 눈을 감고 / 멀리 떨어진 어딘가를 상상해 보거라
교과서 사진에 나온 곳 같은 데 / 언젠가 네가 우릴 거기 데려다 주렴"

비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우리가 죄 때문에 벌을 받는다고 했어 / 우리 손을 덮은 먼지 같은 죄

비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고통이 나올까
비행기에서 약을 뿌려 농작물이 자라게 하지만 / 아, 비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누이동생은 세상을 떠났고 / 엄마는 다시 하루종일 일했어
나는 우리 삶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땅에 대해 / 좀 이해하게 된 것 같았어

말하는 사람은 말하고 꿈꾸는 사람은 꿈꾸지 / 난 그 중간 어딘가를 찾을 거야
두렵긴 하지만 나는 믿어 / 이 고통스러운 땅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것을

비 속에 무언가가 있지만 / 여기 우리 손에는 더 많은 것이 있으니까
인간의 죄를 이야기한 할머니 말씀이 맞아 / 이익에 눈이 멀어 땅을 할퀴지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네 / 농촌에서 도시에까지
죽음의 사슬을 끊지 않는 한 / 비 속에는 무언가가 있어

비 속에만 무언가가 있을 것인가. 로스앤젤레스의 뿌연 스모그 속에도, 일본 도야마 현의 작은 마을을 흐르는 개울 속에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하늘에서 불어오는 미풍 속에도, 한국 원진레이온 작업장의 탁한 공기 속에도 무언가가 있었으며, 또 수많은 땅과 공기와 물과 노동 현장 속에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여전히 있다.

히노호사가 만들고 부른 이 노래는 인간의 이익이 대지를 강간한다고 고발한다. 뼈아픈 노래지만, 그 곡조는 슬프도록 아름답다.

 

덧글

  • 나그네 2012/05/02 16:08 # 삭제 답글

    가사 번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노랫말을 읽는데 목이 매이고 가슴이 아픕니다.
  • deulpul 2012/05/02 19:59 #

    저도 그랬네요. 가수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 2012/05/03 00: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2/05/04 05:49 #

    얼마 전 판을 새로 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들을 기회가 없어서 잊고 있었네요. 이 분은 노래와 분위기와 목소리가 모두 전혀 변하지를 않는군요. 알려주신 링크를 포함해 몇 군데 찾아봤습니다만 일부분만 들을 수 있어서 아쉽습니다.
  • 2012/05/04 06: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2/05/04 06:45 #

    정말 다행스러운 불편함이군요! 예전에 부인께서 "이 사람에게 노래는 소통이고 대화인데, 여전히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죠"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반증인 것 같아서 반갑습니다. 안 주무신 것인지 일찍 깨신 것인지... 건강도 챙겨 가면서 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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