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놓고 다툰 '옛 애인들' 섞일雜 끓일湯 (Others)

미국의 토크 쇼 진행자 러쉬 림보에 대한 책들을 훑어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림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림보를 매개로 하여 벌어진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다.

다음은 1996년 1월7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서평이다.


북 리뷰 (1996년 1월7일)

<러쉬 림보는 뚱뚱한 멍청이 - 그 밖의 관찰들>
저자: 알 프랑켄, 288쪽, 델라코어 출판사, 21.95달러
서평: 진 커크패트릭

<뉴욕 타임스>가 이 말할 수 없이 천박하고 조잡한 책의 리뷰를 왜 나에게 부탁했는지는 미스터리다. 나는 지정학적 전략 패러다임의 전문가이지, 프랑켄씨의 장점으로 보이는 지각 없는 싸구려 조롱 따위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내부에서 (필자 선정과 관련해) 뭔가 큰 실수가 벌어진 결과인 듯하다. 예컨대 바로 이번주에 나이절 호지슨의 역작 <포클랜드 전쟁>은 만담가 P. J. 오러크에게 리뷰가 가지 않았던가. 오러크와 내가 같은 대행사 소속이기 때문에 착오가 벌어진 것인가? 나나 오러크, 혹은 대행사가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봤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혐오스럽고 재미도 없는 불쾌한 에세이집을 읽어내느라 너무 바빠서 그러질 못했다. ... (하략)


서평 치고는 보기 드물 정도로 신랄하다. 조잡하다, 혐오스럽다, 불쾌하다 같은 말은 격식을 갖춘 여느 서평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책이 아주 형편없거나, 아니면 정말 서평자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책이 이 지경이라면, 애초에 서평 대상에 올리지 말았어야 할 일이 아닌가.

이 서평을 쓴 진 커크패트릭(아래 왼쪽)은 미국 보수층에서 알아주는 여장부다. 2006년에 세상을 떴으니까 '여장부였다'라고 해야 옳겠다. 그녀는 흔히 '대사 커크패트릭'으로 불리는데, 로널드 레이건 시절에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커크패트릭은 레이건 행정부에서 유엔 대사 이외에도 외교, 국방, 안보 분야의 다양한 요직을 거쳤다. 특히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과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커크패트릭은 보수파의 대변인이라 할 수 있는 림보를 비난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했을까. 서평 전체가 프랑켄의 책에 대한 악평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림보를 공공 담론의 파괴자로 몰아붙이지만 그 자신이 보수 인사들을 불쾌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든가, 림보에 대한 공격이 근거 없이 추정에 의존하고 있다든가, 이를테면 그의 책 어디에도 림보가 뚱뚱하다는 근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든가, 웃기는 부분이 아주 가끔 있긴 한데 그런 농담은 자꾸 반복돼서 식상하다든가, 림보를 자극하기 위해 떡밥을 던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든가, 제목조차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붙인 것 같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 책 <러쉬 림보는 뚱뚱한 멍청이 - 그 밖의 관찰들(Rush Limbaugh Is a Big Fat Idiot and Other Observations)>의 저자인 알 프랑켄(위 오른쪽)이라는 남자는 현재 미국 상원의원(미네소타 주 출신)이다. 원래 텔레비전 코미디 쇼 <Saturday Night Live>를 쓰고 직접 출연하기도 하여 유명해졌다. 그 뒤로 정치 평론가가 되었으며, 진보적인 라디오 토크 쇼를 진행했다. 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 토크 쇼를 그만두었고, 2008년 선거에서 공화당 현직 의원을 불과 312표 차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문제의 책은 그가 정치인이 되기 전, <SNL>를 떠난 직후에 펴낸 것으로, 정치와 방송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놓고 있다. 심각한 책이라기보다, 정치를 소재로 한 만담집 같은 모양이다. 어쨌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대중적으로는 성공한 책이다.

커크패트릭의 신랄한 서평이 실린 뒤 프랑켄은 <뉴욕 타임스>에 편지를 보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편집자에게: 지난 일요일에 <뉴욕 타임스>를 집어 든 나는, 내 책의 서평을 쓴 사람이 진 커크패트릭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절초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의 신문사가 기사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저자의 옛 애인에게 서평을 맡기는 일은 피하는 것을 오랜 원칙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고 알고 있다. 1980년대의 뉴욕 맨해튼 클럽 동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커크패트릭씨가 유엔 대사를 지낼 때 나와 그녀가 폭풍같은 연애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다 잘 알 것이다. 비록 그녀는 유머 감각이 빵점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내가 그녀와 헤어지게 된 것도, 풍자를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고집 때문이었다. 이번에 나온 내 책을 보면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서평을 쓴 것으로 볼 때,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제발 공정하게 서평을 진행하기를 바란다. 다음에 내 책이 나오면 나의 옛 애인이 아닌 누군가에게 서평을 부탁하기를.


아하. 뭔가 감추어진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신랄한 서평은 옛 애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일까. <뉴욕 타임스>는 프랑켄의 반론 밑에 커크패트릭이 쓴 답변을 함께 실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커크패트릭 대사의 답변: 나는 이 끔찍하고도 끔찍한 남자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horrible을 두 번이나 썼다). 유엔 대사로 재직하는 동안 나는 소련 공산주의의 검은 세력으로부터 미국인(여기에는 불행히도 프랑켄씨도 포함된다)을 보호하기 위해 바빴기 때문에,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울 시간도 없었다. 프랑켄씨가 암시한 것과는 달리, 클럽 다닐 시간 따위는 없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당시 나의 약속을 기록한 메모들을 모두 살펴보았는데, 딱 한 차례 '스튜디오 54'(뉴욕 54번가의 나이트클럽)에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보자마자 바로 발을 돌려 떠났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나는 또 프랑켄씨와 <뉴욕 타임스>가 내 변호사의 전화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말씀드린다. <뉴욕 타임스>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사람의 편지를 지면에 게재하면서 나에 대한 혐오스러운 비방에 동참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뭐랄까, 깐죽깐죽 하는 상대에 정장 입고 각 잡고 대응하는 것 같다. 평생을 신중한 문제들만을 상대로 하여 씨름해 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주 심각한 태도다. 십여 년 전에 자신이 유엔 대사로 재직하던 4년 여 기간의 기록을 다 뒤져서, 클럽에 간 하룻저녁 일정을 찾아낸 것도 놀랍다. 잘못하면 오뉴월 서리가 풍풍 쏟아져 내릴 기세다. 이렇게, 커크패트릭은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는 프랑켄의 말을 전면 부정했다.

이쯤 되면, 난데없이 두 사람의 아웅다웅 다툼에 얽히게 된 신문사 측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밑에 다음과 같은 편집자 주를 썼다:


편집자 주: 서평 기사에 대해 원저자가 하고 싶은 반론이 있다면 이를 싣는 것이 우리의 방침입니다. 자신과 커크패트릭 대사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프랑켄씨의 주장에 대해 대사는 부정하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일은 (남녀 문제에서 흔히 벌어지는) 각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보는 이야기(he-said, she-said)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커크패트릭 대사의 주장만을 근거로 하여 저자의 편지를 싣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프랑켄씨의 편지를 싣기 전에 이를 편집하여, 그의 주장과는 전혀 관계없이 불필요하게 들어간 수많은 선정적인 부분들을 삭제했습니다. 아울러 프랑켄씨의 지적처럼, 어떤 저자의 책을 옛 애인이 리뷰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라는 점도 밝혀 둡니다. 프랑켄씨에게 사과합니다.


이것은... 아주 코믹한 편집자 주가 아닐 수 없다. 서평을 둘러싼 공방을 뒷끝이 남은 옛 애인들의 다툼으로 본 것도, 프랑켄의 편지에 선정적인 부분이 들어 있어 대거 삭제했다는 것도, 과거의 애인들에게는 리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모두 유머러스하다. 유머를 이해할 줄 아는 신문이라고 할까, 아니면 신문 역시 각 잡고 고지식하게 대응하는 중이라고 보아야 할까. 어쨌든 <뉴욕 타임스>는 저자 프랑켄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 하긴 남녀가 다툴 때는 같은 일을 놓고도 양쪽 말이 다르게 마련이라서, 한쪽 이야기만 듣고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긴 하다.

<뉴욕 타임스>는 왜 이 코미디 작가의 책을 거물 보수 정책가인 여장부에게 리뷰하도록 부탁했을까? 커크패트릭의 추정처럼 실수로 벌어진 일일까? 그리고 커크패트릭은 실제로 프랑켄과 신문사를 상대로 하여 법률적 조처를 취했을까?

우선 두 사람의 신상을 좀 살펴보자. 이 책이 나올 당시, 여자 커크패트릭은 이미 레이건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줄줄이 거친 베테랑 정책가였으며, 남자 프랑켄은 유명하긴 하지만 어쨌든 코미디 프로그램의 작가이자 출연자였다. 둘의 위상에 차이가 좀 난다.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두 사람이 맨해튼의 클럽을 다녔다는 시기로 가면 이 위상 차이는 좀더 커진다. 하지만 재벌 딸이 건설 노동자하고도 연애를 하는 게 이쪽 풍습이므로,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한편 커크패트릭은 1926년 생, 프랑켄은 1951년 생으로 25살 차이가 난다. 둘이 애인이었다는 80년대 중반이라면 여자는 60살 안팎, 남자는 35세 안팎이다. 그렇다고 애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나이로도 좀 차이가 난다. 잠깐, 그렇다면 커크패트릭은 60살 전후의 나이에 뉴욕의 클럽을 누볐다는 말인가?

이런 의문들은 <뉴욕 타임스>의 1996년 1월7일자를 찾아보면 알 수 있다. 프랑켄의 책에 대한 커크패트릭의 서평이 실린 날이다. 이 날짜의 실제 신문에는 이 같은 기사가 없다(내가 실제로 찾아 보았다). 이것은 모두 가짜 서평이고 독자 편지고 편집자 주다.

이 서평과 독자 편지는 서평 대상이 된 프랑켄의 바로 그 책 1장에 실려 있다. 말하자면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지면을 패러디하여 책의 일부로 만들어 넣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서평 기사에 쓰인 말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언어들, 프랑켄의 능청스러운 편지, 커크패트릭의 고지식한 답변, <뉴욕 타임스>의 코믹한 편집자 주 같은 게 모두 이해된다. 패러디이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아주 그럴듯하게 꾸며서, 실제 신문 지면으로부터 전재해 온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여기까지 쫓아온 우리는 허탈하긴 한데, 프랑켄은 이 패러디를 통해 자신의 재기발랄한 재능을 마음껏 보여준 셈이다. 자신의 책에 대해 자해까지 해가며 보수주의의 이중적인 엄숙성을 풍자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상대방의 입을 통해 자기 말을 하는 것처럼 효과적인 공격법도 드물 것이다. 게다가 헤어진 옛 애인이라니. 아닌 게 아니라, 좌파와 우파는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처럼 서로를 끊임없이 의식하면서도 오래된 앙금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서적인 측면만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프랑켄의 책에 대한 <뉴욕 타임스>의 실제 서평은 가짜 서평 게재일의 2주 뒤인 1월21에 실렸으며, 필자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수전 샤피로였다. 흥미로운 것은, 아마존닷컴의 해당 책 페이지에는 이 패러디 서평이 진짜 서평인 것처럼 올라가 있다는 점이다. 매체들에 실린 정식 서평들(editorial reviews)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프랑켄은 아마존의 담당자까지 속여 넘긴 셈이다.

※ 이미지: 위키(커크패트릭, 프랑켄), 책 이미지는 해당 책 1쪽, 4쪽.


[덧붙임]

풍자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하나 있다. 풍자란 기왕 존재하는 것을 틀어서 표현함으로써 그것의 부조리와 허위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풍자의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액면으로 드러난 텍스트(이미지 포함)에서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표피로 보이는 메시지에 머무르고 만다. 이 경우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혹은 잘못된 이해가 발생한다. 이것은 풍자 메시지를 내 놓는 작가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메시지를 읽어내는 사람 쪽의 문제라고 해야 맞겠다. 풍자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또 풍자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그런 오해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풍자라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면 그런 가능성이 적어지겠지만, 그럼 풍자의 맛과 깊이가 없어지고, 풍자 아닌 풍자가 되어 버린다. 결국 이러한 오해의 가능성은 풍자라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에 늘 잠재되어 있는 숙명적인 위험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전에 쓴 '남보원을 위한 변명'이라는 글에서 그런 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풍자의 성격을 띤 미디어 메시지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대부분 이렇게 메시지의 구조가 복층화 되어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제대로 내용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중략) 풍자의 정도가 고도화할수록 이런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사실 이런 점은 매체 연구자들의 문제이기 앞서, 메시지 수용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도로 풍자된 메시지에 노출된 독자나 시청자는, 많은 경우 그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여 제작자의 의도를 오해하고, 원래 의도와는 반대되는 인식을 흔히 갖게 된다. 정치인 아무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탁월한 역설적 패러디로 엮은 게시물을 보고, 글쓴이가 아무개빠라고 분노하는 경우를 흔히 보지 않는가. (이른바 '난독증'의 한 양상이 되겠다.)

그런데, 정말 사실처럼 엮어 넣은 풍자라면, 관련 지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완전히 독자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위 프랑켄의 책에 실린 가짜 서평과 독자 편지는 이것이 풍자로 만들어졌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 단지, 진짜 신문 기사라면 출전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빠졌다든가, 내용이 상궤를 벗어났다거나 하는 점으로 겨우 가짜의 단초를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언급된 정치인들의 성향이나 개인 신상, 책과 관련한 언론 보도 같은 시시콜콜한 점을 챙기지 못하면 깜빡 속게 된다. 그래서 이런 독자도 나왔다.

나는 오디오북으로 이 책을 들었다. 책이 알 프랑켄이 아니라 저 잘난 척 하는 우파 리뷰어 진 커크패트릭이 쓴 내용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구역질난다. 오, 대체 왜 그랬나. (땅을 치고 통곡하는 움직GIF 삽입) ... 나는 커크패트릭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의 핵심인 정치 코미디, 풍자 같은 것에 대해서 말이다. 따라서 그녀는 서평을 쓰면 안 된다. ... 그녀는 말하는 투도 아주 싸가지가 없다. ... 이런 식으로 책에 대한 평가보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서평은 대학 과제물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첫 장에 부정적인 별을 37개 주고 싶다. 또 이렇게 부적절한 사람을 서평자로 선택한 <뉴욕 타임스>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강조는 원필자, ...는 중략의 의미)

안습이다. 쓰지도 않은 서평 때문에 애먼 비난을 듣게 된 커크패트릭 대사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거꾸로, 반대 진영에서 아마존에 (잘못) 실린 커크패트릭의 서평을 근거로 들며 이 책이 형편없다는 주장을 펴는 독자도 있다. 이번엔 자기가 쓴 풍자 때문에 애먼 혹평을 듣게 된 프랑켄 의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나는 위에 인용한 이 독자평이 혹시 '화답 풍자'인 게 아닐까 싶어서 세심히 들여다 봤는데, 진실로 열 받아 쓴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이렇게 독자들이 오해를 하게 된다면, 작가는 두 가지 곤란을 겪게 된다. 첫째는 물론 메시지가 자신이 의도한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나중에 (명예훼손 등으로) 문제가 될 때 작가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 봐, 너는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보고 있잖아!" 가 되는 것이다. 민폐까지 끼치게 된다고 할까. (풍자로 벌어진 소송 사례는 나중에 한번 챙겨 볼 예정.)

프랑켄의 책에 자신이 가짜 리뷰어로 등장한 데 대해 커크패트릭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오래 전 일이기도 하지만, 반응이 있었다면 어딘가 기록이 있을 텐데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정말로 horrible, horrible한 남자라고 생각해서 상대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한다 해도 소송감은 당연히 안 되고, 역시 고지식하고 유머 감각 없는(이건 원래 커크패트릭의 특징이라고 한다) 전문 관료 답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한편 살롱닷컴은 프랑켄과 한 인터뷰에서, 정작 책의 비판 대상인 러쉬 림보가 보인 반응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프랑켄에 따르면 출판사에서 이 책 한 권을 림보에게 보냈으며, 자신이 쓴 다음과 같은 편지를 동봉했다고 한다: "러쉬 림보 귀하, 당신의 방송에서 이 책을 언급해 준다면 책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역시 프랑켄에 따르면, 림보는 이 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취자들의 전화에서 이 책에 대한 말이 나오는 것도 모두 잘랐다고 한다.

 

덧글

  • 2012/05/08 10: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2/05/09 14:11 #

    그런데 말은 정말 잘하죠. 내용은 이미 중요하지 않은...
  • d 2012/05/08 11:09 # 삭제 답글

    와 진심으로 한편의 사랑과전쟁 영화보는것처럼 너무너무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헉...........좌파와 우파는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처럼 서로를 끊임없이 의식하면서도 오래된 앙금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 공감되는 말이네요 항상 좋은글 너무나 감사드려요
  • deulpul 2012/05/09 14:12 #

    나름 반전...
  • rock bogard 2012/05/08 11:47 # 답글

    사진이 나이차가 크게 나보이지 않아서 진짜인줄 알았네요;;;;;; 남자 쪽의 사진은 최근에 찍은 사진인가요?
  • deulpul 2012/05/09 14:15 #

    네, 상원의원 되고 난 뒤의 사진 같으니까 2009년 이후일 테고요, 여자분 사진은 공식 사진이라고 하니까 80년대 사진 같습니다. 2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사진인 셈이죠.
  • mesafalcon 2012/05/08 14:15 # 삭제 답글

    재미있는 글이군요. 한참 웃었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eulpul 2012/05/09 14:18 #

    저도 몇 번 너털웃음을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간꾼들 많아요...
  • 아저씨 2012/05/09 11:27 # 삭제 답글

    끝까지 다 읽고 보니,
    "여러부우우운~~~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
    라는 음성이 귓전에서 재생되는군요.
  • deulpul 2012/05/09 14:18 #

    저만 당하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 아크몬드 2012/05/09 14:32 # 삭제 답글

    재밌네요...ㅎ
  • deulpul 2012/05/10 08:06 #

    웃기죠.
  • 새알밭 2012/05/10 05:08 # 삭제 답글

    프랑켄이 다 꾸며낸 가짜 서평이 아마존닷컴의 독자 서평에 들어 있다는 게 제겐 압권으로 여겨집니다. 얼마전에 읽은 'Information Diet'에 소개된 일화가 떠오더군요. 카일 스톤맨이라는 사람이 Gullible.info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진짜처럼 들리는 거짓말을 죽 올렸는데, 그 중 일부 주장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진짜인 줄 알고 받았고, 위키피디아에도 그 내용이 등재됐다는 것이었죠. 사실 보여주신 사진에서처럼 그럴 듯하게 꾸며놓으면 누구나 진짜 이런 일이 벌어졌었나 보다라고 생각하지, 들풀님처럼 일삼아 찾아서 확인하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정말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정보 범람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겠죠.

    앞의 댓글들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것처럼, 저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
  • deulpul 2012/05/10 08:08 #

    만우절에 그런 광경 많이 벌어지지요. 이 날은 워낙 조심들 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평상시에 벌어지는 일은 잘못 받아먹기 십상이죠. 게다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날리는 일도 흔히 벌어져서... 아, 그런데 저 아마존 리뷰는 독자 리뷰가 아니라 editorial reviews 중 하나로 정식으로 본문에 들어 있습니다, 하하.
  • ROA 2012/05/10 05:21 # 삭제 답글

    가짜 서평에 대한 커크패트릭의 반응은 없었는지 궁금하군요.. 전 없었을거라 생각하지만...
    한국같았으면 당연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난리가 났을법....
  • deulpul 2012/05/10 08:09 #

    네, 소송을 포함해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본문에 추가한 [덧붙임] 맨 아래에 몇 자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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