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위와 스타인 병장 때時 일事 (Issues)

군인이 대통령 욕하면 상관모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15차례 올린 육군 대위가 상관모욕죄로 기소되었다고 한다.

마침 지난 4월 말에 미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한 해병대원이 불명예 제대 처분을 받은 사례다. 당시 써서 보관해 두었던 글을 아래 옮긴다. 나는 여기서 해당 해병에 대한 처분이 정당한지, 마찬가지로 군인의 특수성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했다고 볼 수 있는 한국군의 휴대전화 검수가 올바른지를 비교해 보았는데, 더 유사한 사례가 등장한 셈이다. 맨 아래에는 이번 사건(이 대위 사건)에 대한 생각을 짤막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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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비난한 해병대원 불명예 제대

페이스북에서 오바마를 비난한 미군 해병이 불명예 제대 처분을 받게 됐다. 가장 문제가 된 문장만을 고려하면, 15단어 때문에 9년 해병 경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된 셈이다.

미군 당국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난한 데 대한 처벌로 마땅하다는 입장이고, 해병 본인과 관련 사회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군이라는 집단 및 그 구성원이 갖는 특수성과 표현의 자유가 갈등하는 흥미로운 사건이다.

1. 문제의 해병 게리 스타인 병장이 무슨 말을 했길래? 위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스타인 병장은 '군(軍) 티 파티'라는 페이스북 계정에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영화 '잭애스(Jackass)'에 겹쳐 놓는 등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라고 썼는데, 이 정도로 불명예 제대라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 이런 일은 한국으로 치면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닌가. 아무래도 괘씸죄 같다.

그러나 스타인이 실제로 한 일은 조금 더 심각하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그가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오바마, 웃기지 마라. 나는 그가 내리는 모든 명령을 따르지는 않겠다"라고 썼다. 또 오바마를 '겁쟁이' '나의 적'이라고 불렀으며, 그에 대하여 경례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도 했다. 물론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를 떨어뜨리라는 권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군인 신분으로서, 더구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나라의 군인으로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공공연히 내 놓은 발언이 이 정도면 수위가 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 국가의 국민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군인도 국민이므로, 이러한 보장에서 완전히 제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군의 특수성 때문에 여기에 약간의 제약이 가해진다. 군을 유지시키는 사회적 합의로부터 나오는 군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것까지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6세 해병 게리 스타인은 보수주의자다. 그는 해병대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가 처음 해병이 된 것은 조지 W. 부시 때다. 그는 부시에게 심신을 다해 충성했을 것이다. 군이 그렇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정치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겼고, 스타인은 민주당 정치인을 자신의 최고 지휘관으로 모시게 됐다. 이것은 물론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변화다. 그러나 선거로 군 최고 통수권자가 바뀌는 민주 국가에서 군과 군인은 당연히 이런 변화를 예상하고 용납하고 포용해야 한다.

군이 지키고 봉사해야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이다. 민주 국가에서 지도자는 군이 언제나 충직하게 섬겨야 할 국민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시 말해, 최고 통수권자가 어떤 당에서 나왔고 어떤 정치 지향을 갖더라도 군이 그에 충성해야 하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인 국민이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군은 대통령 개인이라는 자연인에 대해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의 대표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설령 군인 개개인이 속으로는 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멍청하거나 나쁘다고 여기더라도 말이다. 상관이 싫다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군대뿐 아니라 어떤 조직도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이런 이유에서 군에게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부과된다. 이런 의무가 없다면, 극단적인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의 절반이 항명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평화재향군인회 대표 표명렬 예비역 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부의 비전과 정의가 국민과 역사 앞에 아무리 희박해 보이고 공권력의 주요 자리에 발탁된 사람들 거의가 도덕성에 흠집이 너무 많고 권력 정점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불신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군대는 그런 상태의 정부에 그대로 순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모습이다."

민주 정치 과정의 결과로 정권이 바뀌고 자신의 신념과는 다른 정치인이 자신의 최고 명령권자가 된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군인은 군대를 떠나야 한다. 그는 민주 국가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그에 충성하는 물리력으로서의 정체성이 아니라 일부 당파와 그 견해에 봉직하는 물리력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스타인 병장에 대한 징계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뒤집어서, 민주당 성향을 가진 미군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부시 재임 시절에 어떤 군인이 있어, 부시를 최고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가 내리는 이를테면 이라크 침공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공언한다면, 그의 뜻과 의기는 높이 사지만, 군대는 떠나는 게 맞다고 본다.

불명예 제대하여 9년 봉직 도로아미타불이 된 스타인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 "내가 쓴 말은 경솔했으며, 내 생각을 좀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는 내 실수를 당당히 인정할 정도의 깜냥은 되는 사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단 15단어가 내 9년 경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병대의 행정처분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불명예 제대 처분을 결정했으며, 서부지역 해병 보충대 사령관인 한국계 대니얼 유 준장은 이런 결정을 재가했다.

스타인은 군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을 낸 상태다. 제대 처분을 번복하거나, 최소한 불명예 제대는 아닌 형태로 군 생활을 마치도록 해 달라는 주장이다. 불명예 제대는 명예스럽지도 않지만, 군 복무로 받게 될 각종 복지 혜택이 모조리 없어진다는 불이익도 있다. 언론은 연방 법원이 스타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2. 표현의 자유에 앞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있다.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유다. 사람의 머릿속을 뒤집어 볼 수도 없고, 어떤 생각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잡아 가두어서도 안 된다. 마음 속으로 어떤 집단에 대해 증오를 품고 있어도 어쩔 수 없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어도 어쩔 수 없다. 백인 가게 주인이 유색인종에게 물건을 팔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개인의 머릿속을 넘어서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나는 순간, 엄중한 책임이 따르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언어나 행동으로 형상화되면 법적,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스타인이 페이스북에 쓴 것과 같은 말을 그저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불명예 제대 처분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명령을 따라야 할 군인으로서 항명으로 볼 수 있는 언행을 했다. 모든 언행(言行)에는 책임이 따른다. 뿐만 아니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본인도 부정하지만, 군대 안에서 특정한 정치 경향성을 조직화하려 했다는 의심도 살 수도 있었다. 그가 만든 페이스북은 '군대 안의 티 파티' 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3. 한국군 일부는 지난 2월에 소속 군의 스마트폰에서 '북한 찬양' 및 '정부 비방' 사이트나 앱을 차단하는 조처를 강행해 물의를 일으켰다. 군인의 신분을 가진 이가 군 최고 통수권자인 이명박을 비판하는 사이트에 접속하고 팟캐스트를 듣는 것은 게리 스타인이 벌인 일과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따라서 군 처지에서 강력히 조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두 사안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첫째, 스타인의 경우는 군에서 인정되지 않는 잘못을 한 특정인에 대한 징계지만, 한국군의 경우는 잠재적인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조처다. 둘째, 스타인은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했지만, 전화기를 검수당하고 앱을 삭제당한 한국군 병사들은 처벌을 받을만한 일을 벌인 적이 없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군 일부의 앱 차단 소동은 그 예비검속성과 광범위한 무작위성에서 볼 때, 군대가 감수해야 할 자유의 제한 폭을 넘어섰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도 아니다. 군인들이 무엇을 표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 소유인 스마트폰을 모조리 검수하여 사이트나 앱을 지우는 일을 벌이는 한국군의 태도라면, 스타인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경우 병사들에게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우악스런 조처를 내려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미군은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원천 금지를 하지 않고, 다만 그런 걸 쓰면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할 때 이를 엄하게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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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스타인 병장 사건에 대해 써 두었던 것이다. 나는 이 대위 사건이 그 구체적인 양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스타인 사건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처벌에 있어 형법으로 기소를 하는 것은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역 장교를 면직시키는 행정 처분을 내릴 때 필요한 조건이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형사 처벌보다는 자유롭게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도록 제대 처분을 내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군인도 국민이고 국민은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이며, 군인의 경우 그 특수성으로 인해 이러한 권리가 유보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후자의 관계를 해소하여 전자를 보장하는 것이 옳다. 군인이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정당한 표현의 자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옳지 않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군은 앞으로 군에 소속된 사람(특히 장교)들이 트위터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시를 내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군 당국 차원에서 하지는 않더라도 일선 지휘관들이 그런 제한 조처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모르는 대증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덧글

  • 민노씨 2012/05/29 04:34 # 삭제 답글

    현재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으로 본다면 '한국 사례'의 경우에 '군형법'을 통한 기소는 부당하기 짝이 없고, 들풀 님께서 적절하게 지적하셨던 "군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으로서 유보해야 하는 권리"의 차원에서도, 들풀 님께서 적절한 선으로 말씀하신 '제대 조치' 역시도 다소 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감봉' 정도의 조치가 적당하다 보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이며, 군인의 경우 그 특수성으로 인해 이러한 권리가 유보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후자의 관계를 해소하여 전자를 보장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이 지적은 논리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그 해당 군인에겐 군인으로서의 사회적 존재를 버리지 않는 한은 '국민으로서의 발언'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너무 크다 봅니다.

    즉, 군인이 현직 대통령을 공표된 표현물로 비판했다면, A. '정치인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비판'과 B. '군통수권자에 대한 부하의 (항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비판'으로 그 표현행위를 엄밀히 나눠, A인 경우에는 폭넓게 그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지요? 물론 B.인 경우엔 현실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봅니다.
  • deulpul 2012/06/01 13:35 #

    어떠한 방식으로 처벌을 해야 하는지, 그 경중은 어때야 하는지, 더 근본적으로 처벌을 해야 하는지 등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요. 그러한 판단을 내리는 데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쟁점이 되고 있는 '상관'의 내용, 군인이라는 특수 신분에 따른 제한의 내용, 발언의 양상 및 수위와 영향력, 표현된 매체의 형태 따위가 될 겁니다. 저는 여기서 군인이라는 신분에 따른 제한을 주요한 요소로 보았습니다. 다른 요소들에 더 주목하면 이 사건은 그냥 해프닝 정도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런 종류의 사건은 처음이라서, 앞으로 또 다른 장교가, 이를테면 어떤 대위가, 혹은 중령이, 혹은 소장이 안철수 개새끼, 문재인 개새끼, 박근혜 개년 같은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닐 때에도 폭넓게 자유를 인정할 수 있을까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 mesafalcon 2012/05/29 14:54 # 삭제 답글

    한국군부대에서의 앱삭제와 검열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스타인 병장의 발언은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봅니다. 왜냐면 그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듣지 않겠다라는 항명성 발언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스타인 병장에 대한 처벌은 표현의 자유의 제한이 아니라 항명발언에 대한 처벌이라고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deulpul 2012/06/01 14:39 #

    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좀더 생각해 볼 점은, 스타인의 경우에 미국 군대가 적용한 처벌 명목은 '군 질서와 규율에 해를 끼치는 행동(conduct prejudicial to good order and discipline)'이었다는 점이며, 군법에서 그 해당 조항은 "군의 질서와 규율에 해를 끼치는 모든 무질서하고 태만한 행위, 중대하지 않은 범죄와 위반은 보통/특별/약식 군법정에 회부되며 위반의 성격과 정도에 따라 군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된다"(10 USC § 934 - ART. 134. GENERAL ARTICLE)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처벌받은 경우는 별별 게 다 있지만, 예컨대 여장을 한 고급하사관, 동료의 부인에게 엉덩이를 까 보여준 육군 병장, 해상의 군함에서 전화로 장거리 통화를 한 해군, 부하 병사와의 도박, 상스러운 언어 사용, 닭과의 수간, 허용되지 않은 훈장 패용 등이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즉, 항명성 발언이 아니더라도 미국군은 마음만 먹으면 스타인을 처벌할 여지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미군 당국은 스타인의 저 발언뿐 아니라 다른 여러 'anti-Obama comments'를 문제삼았습니다. 아울러 스타인은 자신이 의미한 것은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만, 처벌을 받는 데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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