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은 후안무치를 배우지 마시길 때時 일事 (Issues)

‘근본없는 탈북자 XX’ 임수경 막말 파문

임수경이 국회의원이 된 지 며칠 만에, 사석에서 한 말실수 때문에 구설에 오르고 있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부적절한 말이었음은 분명하고, 그래서 본인도 즉시 사과를 했다.

강준만의 글 '후안무치는 시대정신이다'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정치인의 제1 자질이 무엇일까? 단연 후안무치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보통 사람의 도덕감정을 고수하면서 정치를 한다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정치인에겐 비상한 수단을 사용하고 상황에 따라 언행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한글 위키는 임수경 항목에서 "임수경은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되고 19대 국회의원이 된 올 4월 이전에는 어떻게 쓰여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분명한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 임수경 역시 강준만이 말하는 정치인의 제1 자질인 후안무치를 체득한 사람으로 변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강준만에 따르면, 후안무치는 성공적인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거의 필수적인 덕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짓을 반복하다보면 자신의 후안무치를 깨닫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쉽게 도달한단다.


후안무치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자신의 후안무치를 자각할 수 있는가? 없다! 바로 여기서 비극이 싹튼다. 자신이 후안무치하다는 자의식을 갖게 되면 후안무치를 구사하기 어려워진다. 후안무치를 “안녕하세요”라고 가볍게 인사하는 기분으로 체화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의 상식적 판단을 넘어서는 일을 해도 그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임수경이 즉시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언급을 낸 것은, 다행히도 그가 아직 '후한무치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썩어빠진 자질은 배우지 않기를 바란다.

공인의 말은 언제나 무겁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텍스트는 물론이고 오디오, 비디오를 즉석에서 다 딸 수 있고, 그렇게 나온 소스가 하루아침에 전국에 뿌려지는 상시 노출 시대에는 공사석의 구분도 없다. 침대 이불 속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국민이 모두 듣고 있다고 보아야 속편하다. 무척 피곤한 일이지만,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니 남 뭐랄 수도 없다. 공인으로서의 상식을 갖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우파는 이 문제를 폭로한 탈북자가 전한 임수경의 발언 중 '변절자' 따위 말을 붙잡고 늘어지려는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더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거다: "어디 근본도 없는 ...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이것은 상대가 외부에서 온 사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탈북자도 투표를 한다. 이 발언에서는 권력 기관에 들어간 사람에게서 맡을 수 있는 권위의식 같은 게 풍기는 듯해서 아슬아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은 분명한 권력의 자리지만, 그 권력은 국민의 뜻을 대신한다는 역할에서 나온다. 누구 하나, 권력을 누리기보다는 자신을 그 자리에 올려 준 사람들, 자신에게 권력을 준 주인인 국민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강준만은 위에서 인용한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농민운동가 천규석이 <쌀과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지나고 보니, 60~80년대까지의 그 풍성했던 민주화운동이란 것들도 잘난 놈들에게는 입신출세와 물질적 보상이라는 두 가지의 전리품을 동시에 거두어갈 기회로 활용되었다”고 독설을 퍼부었을 때,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민주화운동을 한 인사들은 어떤 공직도 맡지 않고 계속 밖에서만 떠돌아야 하고, 공직은 운동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독식해야 한다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리 생각한다. 천규석이 말하고자 한 건 운동가들의 공직 진출 자체가 아니라 공직 진출 이후 보여주는 모습일 거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문제는 공직 진출 이후다. 닳아빠진 구닥다리 인사에 실망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왜 그 자리에 가 있는가? 또 하나의 전여옥, 또 하나의 나경원이 되어 주기를 바라서 그 권력의 자리에 보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의 염원 때문에 그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있는 것 아닌가.

근본 없는 사람도 국회의원한테 좀 개겨보자. 보잘것 없는 노동자도 촌무지렁이도 국회의원한테 좀 개겨보자. 헛소리 하는 배관공 조한테도 조목조목 대답해 주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는 건물 청소부의 고무장갑 낀 손과도 스스럼 없이 주먹 인사를 나누는 오바마 같은 모습 좀 보면서 살아보자. 머슴이 되면 갑자기 목에 힘이 들어가고 주인인 국민과는 거리를 두려고 하며, 국민이 '개기는' 것을 건방지게 여기는 이상한 권력 문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좀 다르게 출발한 사람들은 좀 다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덧글

  • mesafalcon 2012/06/04 12:37 # 삭제 답글

    한국사회는 아직도 국회위원이란 자리가 벼슬자리인줄 아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인것 같습니다.
  • deulpul 2012/06/04 15:39 #

    주어지는 지나친 공식, 비공식 특혜를 보면 그렇게 착각할 만도 합니다.
  • EE 2012/06/04 14:49 # 삭제 답글

    변절자 따위, 요? 지금 장난하십니까?
  • deulpul 2012/06/04 15:39 #

    '변절자' 따위 말을 붙잡고 늘어지려는 모양이지만. 별로 장난 같아 보이지 않는군요?
  • 민노씨 2012/06/05 04:52 # 삭제 답글

    조목 조목 공감합니다.
    기본적으로 임수경 씨 이번 발언은, 임 씨가 인정한 최소한으로 그 발언의 부피를 한정하더라도, 너무 너무 유감스럽고, 짜증 솟구치는 발언이네요. 그 특정 시공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경솔한 판단일수도 있고, 또 상상적 과장이 더해졌을 수 있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한 인간을 몇 개의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 판단한다는 건 너무도 삼가야할 일이지만, 솔직히 속으론, "임수경,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마음입니다.

    위 댓글 대화에 굳이 끼어들자면, EE 님께선 "따위"라는 표현을 문제 삼고 계신데요. "따위"는 물론 앞에 이른 대상을 부정적으로 얕잡아 표현하는 데에 쓰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론 중립적으로 사용됩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문맥을 고려해 그 표현의 의미를 파악하면 이리 따지듯 말씀하실 사안이 전혀 아니라 봅니다.
  • deulpul 2012/06/08 18:55 #

    그렇지요. 요즘 세태를 보면, 상하좌우를 가릴 것 없이 적절한 인격적 품위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을 찾기가 아주 힘듭니다. 다시 강준만 말대로, 후안무치한 인간들만이 정치판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세상이라서 그런 듯도 싶습니다만...
  • 민노씨 2012/06/05 05:03 # 삭제 답글

    들풀님 블로그에선 FF로 접근하면 댓글을 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크롬'으로 댓글 달고, 다시 FF로 와봤습니다. 문득, IE 전환 부가기능을 쓰면 댓글을 달 수 있을까 싶어서요. 이건 IE 전환 위젯으로 FF 속에서 IE를 구현한 상태인데, 댓글이 달리려나 한번 실험용으로...;;
  • 민노씨 2012/06/05 05:03 # 삭제 답글

    오, 달리네요! : )
  • 쩌비 2012/06/05 16:24 # 답글

    "운동가들의 공직 진출 자체가 아니라 공직 진출 이후 보여주는 모습" 이 말엔 참으로 공감이 되네요.
  • deulpul 2012/06/08 19:01 #

    그 정도만 해도 많이 융통적이 되었다고 생각하고(사실 지나치게 융통적이어서 더 문제지만), '이후 모습'이 정작 더 중요한 것이 분명하죠. 말은 누구나 뻔지르르하게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할 수 있을 때 실제로 그렇게 하는가에서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 정상이 비정상인 곳 2013/11/22 14:15 # 삭제 답글

    미쿡은 왜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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