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집안일을 해야 행복해진다? 갈硏 궁구할究 (Study)

英 케임브리지 연구팀 “男, 집안일 해야 더 행복”

무척 흥미로운 주제고, 전통적으로 뜨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이 같이 많은 사람의 일상과 관련 있는 주제를 다룬 연구는 맥락 빼고 결론만 (잘못) 회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 기사와 기타 영문 기사들이 원소스로 제시하고 있는 <데일리메일>을 검토하였지만, 해당 연구가 학회나 학술지에 발표되었다는 말이 없어서 논문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 연구는 아직 학술 데이터베이스에도 걸리지 않았고, 검색으로도 나오지 않았다.

동료 리뷰를 거쳐 발표된 연구라면 틀림없이 연구 과정과 결과의 해석에 여러 제한과 한계를 달아 두었을 것이다. 원 논문을 확인할 수 없으니, 기사들에만 근거하여 몇 가지 생각할 점을 떠올려 보자.

1. 이제는 흔한 착오가 되어 버린, 상관 관계와 인과 관계 혼동의 여지가 내재되어 있다. 해당 연구가 인과 관계를 밝히기 위한 단계까지 나아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여론조사에 의존한 연구이니만치 원인-결과를 추출해 내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경우 논문이 내린 결론은 아마도,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과 '남성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

라는 것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여기서 사용한 변수는 <경향신문>이 제시한 것인데, <데일리메일>의 기사에 제시된 논문의 변수들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이 볼 수도 있다: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과 '가정의 전반적인 행복도'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으며,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과 '가정 내 갈등' 사이에도 (부정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

는 것이다.

어떤 변수든, 이것이 상관 관계라면 인과성을 입증하기에는 불충분하며, 따라서 주어진 결과를 역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남성이 집안일을 하기 때문에 남성이 행복감을 느끼고 가정 내 갈등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남성이 (어떤 이유에서든) 행복감을 느끼거나 가정 내 갈등이 없기 때문에 집안일을 더 열심히 도와준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관계를 '남성의 집안일 → 남성의 행복도' 같이 인과성으로 해석하면, 집안일을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남성은 그 때문에 스스로 매우 불행하다고 느끼며 산다는 우스꽝스러운 결론이 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집안일 해야 더 행복'은 인과 관계에 대한 서술이다. 상관 관계 서술의 올바른 방식은 '집안일 할수록 더 행복'인데, 사실 'the more~ the more~'의 한국어 직역인 이러한 서술 역시 통상의 언어 감정상 인과성의 표현인 것처럼 이해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단순히 변수의 선후를 바꾸어서 '더 행복할수록 집안일 한다'라고 표현하면, 같은 관계에 대한 설명인데도 정반대의 뜻인 것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양상을 쉽게 알 수 있다. 흔히 벌어지는 상관/인과 관계의 혼동은, 이 같은 한국어 표현 방식에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관 관계를 표현할 때, 이러한 오해를 피하는 가장 정확한 서술 방식은 '집안일을 하는 것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라는 것이다.

2. <데일리메일>의 기사를 잘 읽어보면, 이 연구는 여성이 밖에서 직장을 갖고 일을 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이 연구는 과거의 연구들에서 나온 결론, 즉 여성이 교육을 더 많이 받고 직장을 더 많이 가짐에도 불구하고 가사의 대부분은 여전히 여성에게 맡겨져 있다는 결론을 뒤집는 것이다." (<데일리메일> 기사)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여성이 이중의 업무(double shift)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성이 일을 핑계로 자기 몫의 집안일을 하지 않을 때 양심적으로 불편해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일리메일> 기사에 직접 인용된 논문 원문)

shift란 어떤 업무에서 일을 하는 시간 단위를 말한다. 예컨대 day, evening, night로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업무에서는 shift가 세 개가 된다. double shift라면, 마치 간호사가 evening 근무를 하고 또 night 근무를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전업 주부도 엄연한 직업이다. 가사 노동의 시간당 가치가 수치로 산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밖에서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와 또 집안일을 하면 double shift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논문의 관심 대상이 가정 밖에서 직업 활동을 하는 여성을 전제로 했다는 점은 <경향신문> 기사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남녀가 모두 직장을 갖고 일을 하는 경우가 보편적인 유럽에서 나온 여론조사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당연한 전제로 들어갔을 것이다. 실제 연구에는 여성이 직장을 갖고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구분해서 분석한 부분도 있을 것을 짐작한다.

부부가 동시에 밖에서 일을 한다면, 집안일도 고르게 나누어 하는 것은 성 평등 이전에 상식이다. 남녀와 상관없는 동성애 커플이 같은 상황이라도 마찬가지다. 불행히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이런 연구도 나왔으리라 믿지만, 당위는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쉽게 결론이 나온다.

뒤집어 말하면, 여성이 전업 주부로 가사 노동에 종사할 경우, 밖에서 노동을 하고 돌아온 남성에게 가사 노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다른 double shift가 되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1)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가사 노동의 특성과 2) 가정이란 양자가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점, 또 3) 남성이 하면 좀더 효율적인 가사 업무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경우에도 남성이 가사 노동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3. 문제의 연구에서 그럼 남성은 왜 집안일을 하러 나서는가? <데일리메일> 기사는 논문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또한 연구는 남성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고 아내로부터 불만에 찬 잔소리를 듣기보다는 일을 해주고 조용하게 사는 편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여론조사 내용에 대한 논문(연구자)의 해석일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맞다면, 남성의 가사 노동 분담은 (아내를 사랑하고 가족에 봉사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동기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남성들은 (여성이 밖에서 직장을 가진 경우에도) 집안일을 하기 싫어하거나 여성이 해야 한다고 마초스럽게 생각하지만, 시끄러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가사일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의 가사 노동 참여의 동기를 매우 부정적으로 본 것이며,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동기에서 집안일을 분담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메일> 기사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밝힌 원래의 연구 주제는, 남성이 집안일을 할수록 가정에 불화가 커지고 남성의 행복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가설이었다고 한다. 결과는 거꾸로 나왔지만, 남성의 가사 노동 참여를 처음부터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쨌거나 '잔소리 듣기보다 일 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은, 가정을 가진 남성이라면 널리 공감하는 일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여성에게는 아주 실용적인 지침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성에게는 자꾸 잔소리를 하며 시끄럽게 만드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할까.

4. 좀 다른 이야기. 실증적인 학술 연구는 과학적 방법을 통한 검증을 거치며 객관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그 결과는 다른 학자가 다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방식을 거쳐 나와야 한다. 하지만 연구 자체가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회과학적) 연구는 연구자 자신의 규범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런 주관과 가치가 없는 '영혼이 없는' 사회과학자를 상상할 수 있는가. 대단히 실증주의적인 학술 작업도 연구자 자신의 치밀한 규범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연구 주제가 설정되는 단계에서부터, E. H. 카 식으로 말하자면 다른 주제를 누락하고 어떤 주제를 선택하는 그 순간부터 주관성이 개입하는 것이다.

다양한 주관과 규범성은 지식의 세계를 다양한 방향에서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 이러한 가치와 규범이 연구의 과정과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연구 방법의 엄밀성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연구에서 방법론은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와 똑같다. 누가 해도 그것으로 지구를 움직일 수 있으며, 그렇게 움직이는 지구에 대해 마초주의자도 페미니스트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위의 논문은 일정한 규범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당연한 일이다. 기사에서 대표 필자로 거론된 재클린 스캇의 과거 작업들을 일별해 보니, 여성과 청소년, 가족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학자인 듯하다.

학자는 그런 개인적 가치를 엄밀한 연구 방법을 거쳐 내놓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제한과 한계의 선을 그어둔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연구 결과가 대중 매체에 보도되고 인구에 회자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점들은 다 빠지고 대충 자극적인 부분만 남게 된다. "남성은 가사 노동에 참여해야 남성 자신도 행복할 수 있대요"라는 식의 코멘트가 트위터며 라디오 방송 같은 데서 또 얼마나 나돌지 생각하면 조금 아득해진다.

 

덧글

  • 긁적 2012/07/01 09:39 # 답글

    ㅇㅇ 제목만 딱 봐도 '아니. 그런 남자가 더 가정적이기 때문에 행복한 거 아님?'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오늘도 기자를 까면 되죠? (?!)
  • deulpul 2012/07/09 07:33 #

    그러게 말입니다. 기자를... 은 논문 자체를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 2012/07/02 10: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2/07/09 07:34 #

    좋은 방안이긴 한데, 뉴스로서는 이미 이렇게 김이 좀 빠져서요...
  • 하하하 2012/07/03 14:47 # 삭제 답글

    오늘도 기자를 까면 되죠? (2)
  • deulpul 2012/07/09 07:34 #

    아직 안 됩니다... 위에 드린 말씀처럼 최종 확인이 안 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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