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도 정치도 이글이글 미국美 나라國 (USA)



더워서 거의 실신 상태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와 감정이 함께 중지된 듯하다. 머리를 쓰는 일도, 몸을 쓰는 일도 모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밤에도 30도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고, 그나마 온도가 조금 내려가면 습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밤에는 잠을 못 자고, 그래서 낮에는 일을 못 하고, 다시 그래서 밤에는 잠을 못 잔다. 폭염은 모든 의지를, 이성적인 것이든 동물적인 것이든, 다 녹여버린다. 흔히 열대 지방 사람들은 게을러져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운운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이 어떤 비교인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앞으로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6월 말부터 몰아닥친 혹서는 이번 주 중반에 절정에 올랐다. 혹서 경보는 금요일 밤까지 내려져 있다가, 토요일 밤으로 연장되었다. 뉴스에서는 계속 '주말까지만 버팁시다'라는 멘트를 내보냈다. 시 당국은 시내 공공 건물 서너 곳에 '쿨링 센터'를 설치하고 24시간 개방하여 주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대피소인 셈이다. 쿨링 센터로 가는 시민들에게는 버스 요금도 받지 않도록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전역에서 일일 최고기온 기록이 4,920개 새로 세워졌다. 월 최고기온 기록은 827개, 시간 단위 불문하고 사상 최고기온 신기록은 263개다. 가히 역사에 남을 만한 2012년 여름 더위다.

7월5일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서 서두에 올린 뉴스들을 보자니, 마치 세상이 재앙의 소용돌이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폭염에 미국의 절반이 이글이글 타고 있고, 그 중 많은 지역은 그 직전에 몰아닥친 국지적 폭풍우의 영향으로 끊긴 전기가 계속 불통이라서 더욱 고통을 겪었다. 반대쪽 절반에서는 산불이 삼림은 물론이고 인근의 집들까지 핥아먹으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금까지 수백 채가 잿더미가 되었다. 현재 굵직한 것만 따져 무려 45개가 계속 불타고 있는데, 규모가 커서 도무지 손을 쓰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인간에 의한 실화(失火)도 있지만, 대부분 고온과 건조한 날씨 탓에 발생한 자연 재해다.

이 글을 올리는 시점의 산불 현황.


내가 사는 지역은 지난 3월에도 이상 기온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극심한 가뭄도 미국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런 모든 이상 현상이 일정한 경향성에 따라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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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당의 테이블 위를 돌아다니던 며칠 전 신문인데, 신기해서 집어왔다. 오바마의 의료 개혁안, 이른바 오바마케어에 대해 미국 대법원이 손을 들어 준 역사적 결정을 보도한 1면이다. 이 결정에 대해 오바마는 "정치 논리로는 어떻게 보든, 오늘의 결정은 이 법 때문에 좀더 안전한 삶을 보장받게 된 이 나라 모든 국민의 승리입니다"라고 말한 게 맨 위에 인용되었다. 그 옆에 있는 누군가는 "오바마케어는 과거에도 나쁜 정책이었고 지금도 나쁜 정책입니다. 오바마케어는 과거에도 나쁜 법이었고 지금도 나쁜 법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사람은 올 11월에 오바마와 대선 경합을 벌이게 될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밋 롬니다. 식당 손님 누군가가 그의 사진에 빨간 칠, 검은 칠을 해 놓았다.

지난 주 일요일 아침에 CBS에서 방송한 정치 토론 프로그램은 오바마케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에 반대하는 측 인물 중 하나로 위스콘신 주지사 스캇 워커가 등장했다. 장거리 연결 화면으로 텔레비전에 나타난 워커는 예의 그 합죽이 입을 놀리며, 오바마케어가 세금을 올리는 수작이라는 롬니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소환 선거 승리 덕분에 전국구로 부상한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위스콘신 주민은 오바마케어에 반대한다, 위스콘신 주민은 자율성을 원한다"라는 식으로 지역구 주민들을 계속 팔아먹었는데, 그가 말하는 집단의 절반이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렇게 갖다붙이는 모양은 참으로 유치하고도 한심하게 여겨졌다.

위의 신문 장면 바로 아래에는 '주지사 스캇 워커도 법안에 반대한다'는 기사가 붙었는데, 밋 롬니의 얼굴을 방법한 식당 손님 누군가(아마도 동일인이겠지)는 주지사 얼굴도 가만 두지 않았다.



이번엔 녹색과 흰색으로 처리해 줬고, 그 밑에 'BAD 2', 그러니까 '너도 나빠'라고 설명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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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가진 보수나 진보, 좌파나 우파 같은 정치적 경향성이, 정치인 개인에 대한 선호나 체감 친밀도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잠깐 찾아보았으나, 더운 날씨 탓인지 관련 연구나 저작을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찾고 싶었던 것을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적 경향성이 어떤 정치인을 '동물'로 인식하게 해 주는가다. 물론 그런 게 있을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명박은 그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쥐로 보인다. 노무현은 반대파에 개구리로 보이는 모양이다. 예전에 어떤 매체에서 이해찬의 의정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가 나갔을 때, 그를 싫어하는 어떤 독자는 "그 사마귀처럼 생긴 작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싫어하는 정치인이 동물로 인식되는 것은, 본인들에게는 안 됐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현상이다. 유권자들이 정치인에 대한 반대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로 바꾸어서 인식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박통, 전대머리, 물태우, 엥삼이, 슨상님 등은 욕은 실컷 먹더라도 어떤 동물에 비유되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정치인의 동물화는 비교적 최근 현상인지도 모른다. (별명을 쓴 것은 존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구리, 쥐와 위상을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예전에도 사람을 호랑이상, 여우상, 말상 등으로 그 얼굴과 외양에서 풍기는 동물적 이미지로 평가를 하기도 했으니, 이런 이름 붙이기가 아주 낯선 일은 아닌 셈이다.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나. 맞다. 하지만 이명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를 쥐라고 하는 적은 본 적이 없으므로, 이것은 사실 외모에 대한 평가라고 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정치인이 일을 벌이고 진행하는 패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이미지화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부터 헛소리를 해대고 있는 스캇 워커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꼭 무슨 동물인 것 같은데 얼른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다. 궁합이 딱 맞는 무언가가 틀림없이 있을 듯싶다. 반워커 시위가 한창일 때, 주 상징 동물인 오소리인 척 하고 있지만 사이비라는 뜻으로 족제비로 불리기도 했는데, 족제비의 용안을 뵌 적이 별로 없어서 언뜻 떠오르지가 않는다. 어쨌든 한국이나 미국 모두 족제비에 좋지 않은 의미가 투사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 날씨 정보 이미지: weather.com, 산불 지도: esri.com(실시간 지도이므로 보는 시점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음), 신문 이미지: 신문 스캔.


 

덧글

  • 2012/07/09 10: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09 11: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붉은토끼 2012/07/09 15:38 # 삭제 답글

    두 군사독재자는 함부로 말하면 끌러가니까요.

    덥다 보니까 컴퓨터도 따라 열받아서 쓸 때는 에어컨이 필요하네요, (쿨러나 살까.) 팬이 도는 소리 때문에 잠깐 사용하다 끄고 책 읽을 시간이 늘어나고 있어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지만... ㅠㅠ
  • deulpul 2012/07/10 14:36 #

    정말, 겨울엔 난방기기로 사용되는... 이 컴퓨터를 잊고 있었군요. 하지만 주변이 워낙 덥다보니 이놈의 기여도가 무시할 만한 정도이지 싶습니다. 컴퓨터로 허튼 짓 하기 일쑤인 저로서는, 끄고 책 읽으신다니 무척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책이든 모두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값지게 쓰이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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