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섞일雜 끓일湯 (Others)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는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1950년 9~10월을 전후한 시기에 북한 사람들이 주고받은 개인적인 편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편지는 평양을 점령한 미군에 의해 다른 공문서들과 함께 노획된 뒤 미국으로 보내졌으며, 그 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왔다. 이렇게 수신인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역사를 에둘러 온 편지와 엽서가 1천68통이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는 그 중 113편을 선정해 편지의 원형을 싣고 해설을 붙인 책이다.



전쟁 사료로서도, 당시 북한의 민간 생활을 살필 수 있는 민생 자료로서도, 전쟁 문학으로서도 아주 소중한 기록 자산이다. 각각의 편지에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생생한 사연을 토로하고 있어 더욱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1천만 이산가족'의 후예 중 하나인 나에게 이러한 사연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나의 조부)와 함께 전쟁통에 월남한 나의 아버지와, 내가 얼굴 한번 뵌 적 없는 나의 할머니, 며칠만 피해 있다가 다시 보자고 했으나 그 뒤 평생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그 모자(母子)도 바로 그 시기에 이 책 어딘가에 나오는 것과 같은 편지를 주고받았을 것 같다.

아래 편지는 책에 실린 것 중 하나로, 모스크바에 살던 아내 김효진이 북한의 남편 '사랑하는 김 동무'에게 보낸 1950년 6월27일자 편지다. 전쟁이 시작된 지 이틀 뒤에 썼는데도 전쟁 소식을 모르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만 구구절절 담고, 마지막에 "끝으로 악수, 키스, 끝"이라고 마무리했다. 전쟁이 터진 줄 알았더라면 악수나 키스보다는, 어떻게든 목숨만 부지하라고 절박하게 썼을 것이다.



이 책과 그것을 만든 사람 이야기를 <슬로우뉴스>에 간략히 썼다: 전쟁을 증언하는 1950년의 편지, 지금도 배달을 기다린다. 다음은 위의 책에 나오는 서문 중 일부다.

이 편지들을 처음 만난 건 2008년 11월이다. 미 메릴랜드 주 칼리지 파크에 있는 국립문서보관소의 열람실에서 한국전 당시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의 목록을 작성하고 있을 때였다. 노획 북한 문서 목록을 작성하는 일은 2006년 1월부터 시작해 만 2년이 되어가고 있었으나 아직 전체 문서 군의 반밖에 들여다보지 못한 상태였다. 문서 상자 1100여 개 정도를 이미 들여다 본 후였다. 편지들은 문서 상자 1138번과 1139번의 두 곳에 들어 있었다. 누렇게, 퍼렇게 혹은 거무튀튀하게 색 바랜 편지들이 그득했다. …

편지 뭉치 속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사연이 달랐다. 편지의 주인공들이 자기들끼리도 서로 얘기하는 것 같았다. 어느 엄마는 처음 보는 젊은이의 손을 잡고 자기 아들인 것처럼 못다 한 정담을 나눴고, 어느 남편은 처음 보는 아낙과 자기 아내인 양 두런거렸다. 이렇게 편지들과 첫 인연을 맺었다.

 

덧글

  • 2012/08/17 00:4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2/08/17 13:08 #

    자칫하면 없어졌을 뻔한 기록들이기도 하고, 60년의 세월을 휙 건너뛰어 다가 온 것들이기도 해서 참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지식을 얻고 지혜를 건지는 책은 아니지만,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습니다.
  • 2012/08/17 10: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17 13: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8/18 23: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21 16: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도서출판 삼인 2012/10/09 23:42 # 삭제 답글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를 토대로 구성,창작된 연극 <달아나라, 편지야>가 2012년 10월 10일 (수)부터 15일 (월)까지 홍대입구 인근에 위치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무대에 오릅니다.

    공연정보 바로가기 ▶ http://daristory.tistory.com/61

    특히 원작을 포스팅해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티켓 할인 이벤트(1만5천원 → 1만2천원)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람을 원하시면 메일을 통해 제목 [달아나라편지야/포스팅이벤트/관람일/성함/연락처]으로 예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ycdar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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