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구하는 새로운 방법: 미국, 정치, 저널리즘 미국美 나라國 (USA)

낚시질을 위한 제목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먼저 말하자면, 이 글은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요령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작지만 의미 있는 에피소드를 짚어 보려는 것이다. 해외 취업 정보를 기대하며 오신 분들은 얼른 돌아나가시기 바란다.

투표일을 한 달 남긴 미국 대선은 오늘 저녁 열린 버락 오바마(민주당) - 밋 롬니(공화당) 토론회를 시작으로 하여 막판 총력전에 들어갔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오바마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그 차이는 매우 작다. 지난주와 이번주에 실시된 20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롬니에게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 간의 차이는 평균 4%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두 조사에서는 동점으로 나왔다. 쫓는 사람이나 쫓기는 사람이나 애가 바짝바짝 타는 살얼음판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내줄 패는 다 보여줬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두 진영은 물 위에서는 토론회를 통한 공식적인 공방을, 물밑으로는 상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선전전을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삑사리가 돌출하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잘못이 벌어지면 만회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선거 운동 과정을 보면, 이미 대선을 한 번 치르며 검증을 받을대로 받은 데다 4년의 대통령직 수행으로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행보를 하고 있는 오바마보다는, 예선을 치르며 난타전에서 살아남았지만 자잘한 말실수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어 지지자를 경악시키고 반대측을 즐겁게 한 롬니 쪽이 조금 더 아슬아슬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9월 중순에 터진 '47%' 사건이다.

롬니는 지난 5월에 플로리다에서 열린 비공개 후원금 모금 행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참석자 1인당 5만 달러를 기부하는 거액 기부자를 대상으로 한 모임이었다. 롬니의 발언 중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었다.

"이 나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바마에게 투표할 사람들이 47% 정도 있습니다. 이들은 오바마와 함께 하며, 정부에 기대어 살아가고,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믿으며, 정부가 자기네를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의(醫)식주를 당연히 지급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발언을 녹음한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뒤늦게 공개되자 대선 정국은 크게 요동쳤다. 그 자신 엄청난 재산가로서,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진 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는 롬니는, 다양한 이유로 오바마를 지지하는 미국인 절반을 모조리 무능하고 이기적인 거지나 다름없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9월27~30일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는 이 '47%' 사건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누가 이 발언을 했는지 쓰도록 한 질문에서, 미국인 세 명 중 두 명이 롬니를 지적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5%)이 문제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이고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도 롬니의 발언에 비판적이었다. 한편, 미국 언론이 이 발언에 대해 보도한 태도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절반 가까이(49%)가 언론이 이 발언 관련 보도를 지나치게 많이 내고 있다고 평가했고, 28%는 적당하다, 13%는 아직도 부족하니 더 보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결과는 왜 선거전이 네거티브 선전전으로 흐르게 되는지 짐작케 해 준다. 유권자들은 부정적인 보도나 선전에 염증을 내면서도, 그런 보도와 선전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뒤늦게 유출된 롬니의 47% 발언은 롬니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 오바마에게는 예상치 못하게 벌어들인 횡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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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터 4세라는 남자가 있다. 올해 35세인 이 사내는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손자다(Jimmy는 James의 애칭이고, 지미 카터의 원이름은 제임스 카터 2세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이긴 하지만, 오바마 선거 캠프는 물론이고 민주당 조직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일조하는 것을 자신의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발적으로 선거 관련 조사를 수행하는 일을 해 왔는데, 그 중 주요한 일이 밋 롬니의 행적을 뒤쫓는 것이었다. 유튜브에 '롬니' '공화당' 같은 키워드를 넣어서 나온 동영상을 살펴보는 것은 그에게는 습관이나 마찬가지였다.

8월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찾아낸 동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어딘지 확실하지 않은 장소에서 롬니가 중국의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동영상은 몰래카메라 식으로 찍혔으며, 이미지는 온통 흐릿했다. 동영상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는 'Anne Onymous'였는데, 이것이 anonymous('익명의')라는 말을 쪼갠 것임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동영상은 그 내용이나 분위기 모두에서 카터의 흥미를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동영상에 나온 부분은 일부일 뿐이고 필시 다른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동영상 원본을 추적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카터는 우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나도 저작권 같은 일 때문에 가끔 그런 메시지를 보내곤 하지만, 응답이 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카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실마리는 트위터를 통해 왔다. 자기 트위터에 이 동영상을 공유하는 트윗을 올린 이후, 카터에게 새 팔로워가 몇 명 생겼다. 그 중에는 유튜브의 해당 동영상 업로더와 같은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있었다. 유튜브를 통한 연락에는 응답하지 않았지만 카터의 움직임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카터는 즉각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카터는 그렇게 표현했다)은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든 나서는 것을 꺼려했으나, 어쨌든 카터의 연락에 응했다. 이제 카터는 정보를 확보하려는 사람이 됐고, '그들'은 정보를 내놓기를 꺼려하는 까다로운 취재원이 되었다. 이후의 과정은 주요한 정보를 쥐고 있는 취재원을 설득하는 언론인의 그것과 비슷했다.

카터는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임을 확신시키고, 해당 동영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했으며, 은밀하게 나온 이런 발언을 세상 사람이 모두 알아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설득했다. 카터는 시사 잡지 <마더 존스>의 기자 데이빗 콘이 롬니의 중국 공장 관련 기사를 쓸 때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것은 자신이 정규 언론의 취재 윤리를 준수하고 있으며(이를테면 함부로 취재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 롬니와 관련한 전문가라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메일을 통한 오랜 설득 끝에, '그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카터에게 협조해 오기 시작했다.

해당 행사를 녹화한 동영상 전체가 카터를 거쳐 콘 기자에게 전달되었다. 조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콘은 동영상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하여, 이 행사가 언제 어디에서 벌어졌는가를 확인했다. 9월17일과 18일 양일에 걸쳐 문제의 동영상은 <마더 존스> 웹사이트에 그대로 올라갔다. 밀실 행사에서 미국인 절반을 거지로 취급하는 발언을 하는 롬니의 모습이 그대로 세상에 알려졌다. 데이빗 콘이 쓴 관련 기사에서 제임스 카터는 '연구 보조원(research assistant)'으로 기록되며 공헌을 인정받았다. (아래는 카터의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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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터지고 나서 카터 대통령은 손자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제임스야, 아주 특별한 일을 해냈구나. 축하한다!"

'47%'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그는 즉시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해 어떻게 이 영상을 입수하게 되었는지 설명했고, 취재력이 놀랍다는 칭찬을 들었다. 민주당을 위한 '롬니 추적자' 제임스 카터는 사실상 실직자였다. 그러나 동영상 공개 직후 그에게 많은 일자리가 밀려들었다. 오하이오 민주당은 그에게 일자리를 제안했으며, 온라인 매체 <허핑턴 포스트>와 <싱크프로그레스(ThinkProgress)>도 영입을 타진했다. 민주당에 대한 공헌, 그리고 집요한 취재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 뒤 그가 이런 일자리를 받아들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의 트위터에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고 있음. 심각함. 일 좀 달라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동영상을 유출한 익명 정보원(들)의 정체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몇 가지 추정이 나오고 그 중에는 설득력이 있는 것도 있는데, 여기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지지율 도표: <허핑턴 포스트>.

 

덧글

  • Lily K 2012/10/04 16:07 # 답글

    다 읽고 나니가 포스트의 제목이 이해가 가는군요. 제임스 카터의 활약이 미국의 대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네요. 흥미로운 내용 잘 보았습니다. ^^
  • deulpul 2012/10/05 23:12 #

    롬니측은 주어가 없다고 우기다가, 대통령이 된 뒤 카터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하여 처벌하게 되는데... 라는 상상이 드는 것은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꼴에 너무 익숙한 탓이겠지요.
  • Nostalgia 2012/10/04 16:23 # 답글

    흥미로운 글 잘 읽고 갑니다^^
  • deulpul 2012/10/05 23:12 #

    고맙습니다.
  • 긁적 2012/10/04 20:14 # 답글

    .... 저는 롬니가 그렇게 바보짓을 해도 오바마가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고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미국인들이 47%드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해도 저 보다는 훨씬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겨우 55%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도 놀랍군요....
  • 북적 2012/10/05 11:14 # 삭제

    민도는 미쿡이나 한쿡이나 오십보 백보네요.
  • deulpul 2012/10/05 23:27 #

    후보자 개인보다 정당, 그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지지와 투표 행태 때문이겠지요. 공화당원 중에도 오바마를 싫어하지만 롬니는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들도 결국은 롬니에게 지지를 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47%'에 대해서는 어느 매체에 실린 다음과 같은 독자 편지를 보면,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언제나 중간 계급이었지만, 나는 롬니의 발언에 동의합니다. (보도되는) 그의 발언은 맥락을 뺀 채 거론되고 있으며, 언론에 의해 흥미거리로 전락했습니다. ... 엄청난 재정 지출로 채워지는 일을 4년 더 할 수는 없습니다."

    역시, 발언 그 자체나 그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한 평가보다 자신의 입장이 더 우선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옳거나 현명한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요.
  • 로잘리 2012/10/12 18:20 # 답글

    사실 스윙보터가 아닌 이상 이런 발언은 기존 지지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이 되진 않아요. 하지만 분명 이런 발언에 실망한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요... 사적인 자리에서 한 이야기이니만큼 미트 롬니가 '진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람은 가끔 말이 너무 많이 바뀌고 여러가지 이슈에 입장이 혹시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서... 직업 관계상 관련 영상을 많이 보게 되는데 무지 답답하더라구요 ㅜㅜ
  • deulpul 2012/10/26 14:08 #

    롬니가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기 때문입니다! 스미스 요원 아시죠? ... 말씀대로 정파나 개인적인 지향점에 따라 이미 마음을 굳힌 사람들이 이런 폭로 한두 건을 보고 결정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을 테고, 그래서 양측 모두 회색 영역을 주요 목표로 삼아 디립다 파고 있는 양상입니다. 후보자 간 토론 직후 벌이는 긴급 여론조사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현재 초박빙 상황이라 상당히 중요한 존재들이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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