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지율보다 투표율 (+ 기사의 숫자는 틀려 있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박근혜 대통령된다…16대·17대처럼 투표하면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나온 <한겨레>의 여론 조사 분석 결과다. 단순한 조사 결과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나아가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후보자들 간의 지지율을 단순 조사하면 양자 대결 구도에서 박근혜가 안철수나 문재인에 뒤지지만, 실제 투표율을 고려하여 다시 계산하면 반대로 박근혜가 안철수나 문재인보다 우세하다는 것이다.


기사 제목에서 풍기는 은근한 선동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석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주로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층은 투표율이 낮고 주로 박근혜를 지지하는 나이 든 계층은 반대의 경향을 가졌다는 점 때문이다. 전화를 통한 여론 조사에서 아무리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실제로 투표장에 나가 투표 행위를 하는 지지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역대 선거에서 저연령층은 고연령층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으므로, 여론 조사에서 저연령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선거에서는 의미가 없는 허수 지지일 가능성이 있다.

이 기사는 그런 가능성을 고려하여, 11월 초의 여론 조사 지지율에 16대와 17대 대선 때의 연령별 투표율을 고려하여 새로운 지지율을 계산해 냈다. 최근 몇 년의 선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세대 대결 양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젊은층의 분발이 필요함을 쉽게 알 수 있는 분석이다.

기사는 이런 투표율 가중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했는지 밝히고 있지 않으므로, 역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자.

우선, 그 전에 한 가지. <한겨레>가 맨 앞에 제시한 역대 대선 투표율이 좀 이상하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자료(아래 그림)에 따르면, 17대 대선의 투표율은 40대(66.3%), 50대(76.6%), 60세 이상(76.3%) 등이다. 이런 수치가 <한겨레>의 표에서는 '16대 대선(노무현 당선)'으로 잘못 표시되어 있다. 이 표에서 '17대 대선(이명박 당선)'이라고 한 투표율은 올해 4월에 치른 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이다. 17대 대선과 19대 총선 투표율을 16대 대선과 17대 대선 투표율로 오기한 것.





이것이 분석 결과를 내놓은 뒤 도표를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면 도표에서만의 착오가 되겠지만, 만일 이 같은 착오 투표율에 근거해 분석을 했다면, 기사에 나온 분석 결과는 모두 고쳐야 한다. 부디 후자의 상황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기사의 분석 내용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서는 여론 조사의 구체적인 데이터, 즉 조사의 표본 수와 연령대별 후보 지지율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자료는 위의 기사에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한 달여 전인 9월24일 실시된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문화일보>가 쓴 특집 기사의 데이터로 분석해 보자.

<한겨레>와 <문화일보> 여론 조사의 양자 대결 결과는, 승패는 같지만 구체적 수치에서 다음과 같이 작은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가 조사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한 달 정도의 시차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겨레>
박근혜 46.0% 안철수 50.4%
박근혜 47.3% 문재인 46.6%

<문화일보>
박근혜 42.9% 안철수 52.9%
박근혜 47.3% 문재인 45.7%

<문화일보> 조사는 유효 표본 1천 명을 대상으로 하여 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 방식으로 했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17대 대선의 연령별 투표율을 고려하여 시뮬레이션을 괴발개발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인구는 2012년 10월 현재 인구 현황을 썼으며, 19세는 포함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한겨레>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각 연령대가 실제 투표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박근혜의 득표 잠재력은 여론 조사 결과보다 높고, 안철수나 문재인의 그것은 여론 조사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론 조사값: 박근혜 42.9% 안철수 52.9%
투표율 고려: 박근혜 45.7% 안철수 49.8%

여론 조사값: 박근혜 47.3% 문재인 45.7%
투표율 고려: 박근혜 48.6% 문재인 43.8%

다만 이 <문화일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면 <한겨레>가 말한 것처럼 '17대처럼 투표하면 박근혜 대통령 된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각 연령대 투표율을 고려하더라도 박근혜-안철수 대결에서 여전히 안철수가 4% 포인트 이상으로 앞서고 있다. 이 차이가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다.

참고로, 이렇게 실제 투표 참가의 여부 때문에 여론 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과 다르게 나타나는 점을 보정하기 위해, 여론 조사에서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 쓰인다. 전화기를 돌려서 '투표일에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만 조사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서구의 선거 예측 조사는 대부분 이런 표본 추출 방식을 쓴다. 이 방식도 한계가 있고, '실제로 투표를 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즉 출구 조사)보다 부정확하지만, 단순한 지지율 조사보다는 좀더 예측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이상의 사실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이번 선거도 연령별 투표율이 주요한 변수가 되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변수의 가장 큰 결정 요인은 물론 젊은층이다. 노년층의 투표율을 낮출 수는 없다(물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일 수는 있다(정파를 떠나 당위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노년층의 투표율은 고정값이나 마찬가지다. 위의 선관위 그래프에서도 나이가 올라갈수록 투표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점을 볼 수 있다. 연령별 투표율이 주요 변수라는 말은 곧 젊은층의 투표율이 주요 변수라는 말이 된다.

선거는 무조건 머릿수 싸움이다. 한 표라도 많으면 이긴다. 내가 던진 표가 그 한 표가 될 수도 있다. 19살이든 90살이든, 가만히 앉아서 지지만 하면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나가서 찍어야 의미 있는 지지가 된다. 특히 젊은층은 투표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에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누구를 지지하든 마찬가지다. 살아갈 시간, 일자리, 복지, 교육, 등록금... 어떤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노년층보다 젊은층이 국가 지도자와 그가 빚어 놓을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늙으면 죽으라는 말이 아니다. 젊은 놈도 좀 살자는 뜻이다. 안 우는 애 젖 안 물린다는 옛말도 하나 덧붙이도록 하자.

※ 첫째, 둘째 이미지: <한겨레>(본문에 링크). 셋째, 넷째 이미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본문에 링크).

 

덧글

  • 안수혁 2012/11/14 10:12 # 삭제 답글

    RSS로 구독하다가 댓글은 처음 남기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려고 댓글을 씁니다. '00하고 있다'는 말을 요즘 많이 쓰는데, 한 번역가는 그걸 영어 번역어투라고 하더군요. 영어의 '~ing'를 우리말로 번역하다보니 '00하고 있다'는 말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저는 그 주장이 상당히 의미있다고 보는데요, '있다'는 말을 들어내도 충분히 뜻이 통하고 어색하지 않은 문장을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때로는 이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읽기에 어색한 경우도 있어 저도 조심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때가 많습니다만, 이번 포스트의 제목에 사용한 '틀려 있다'는 그냥 '틀리다' 혹은 '틀렸다'로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까요.

    적확한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려고 고심하며 글을 쓰시는 듯 해서 남기는 댓글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잘 읽겠습니다.
  • deulpul 2012/11/14 14:24 #

    친절하고도 사려 깊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불필요하게 많이 쓰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조금 어색해도 '-하고 있다'보다 '-한다'의 꼴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당장은 어색해도 또 그렇게 많이 쓰면 그게 편하게 보이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 '-있다'라는 표현은 '-들'(불필요한 복수형)과 더불어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저도 모르게 많이 쓰게 되기는 하지만요. 최근에는 일부 언론의 기사에서도 불필요한 '-있다'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보이는 듯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목의 저 말은 어떤 언론인이 남긴 말이기도 하고, 한 언론사의 사훈 같은 경구가 되기도 했던 고유한 문장이라서, 조금 어색함이 있지만 그냥 그렇게 썼습니다. '당신이 지금 쓰는 기사에서 숫자는 잘못되어 있다'는 의미인데, 실제 기사에서 숫자는 아주 흔하게 틀리기 쉬운 요소라서 (게다가 틀리면 독자 눈에 바로 띄지요) 날카롭고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맥락을 밝히지 않고 그냥 써버려서 낯설고 적당하지 않다고 느끼시도록 한 것은 저의 불찰입니다. 이처럼 조금 특수한 경우가 아닌 보통 문장에서 불필요한 '-있다'를 습관적으로 쓰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 쩌비 2012/11/16 10:43 # 답글

    단일화 해도 어렵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오는거군요.
  • deulpul 2012/11/18 16:23 #

    두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쉬운 싸움은 안 되겠지만, 일단 정리되면 기존 여론 조사 결과와는 다른 다양한 융통성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 상태로는 정권 교체는 무망한 일이라는 엄정한 사실 때문에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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