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식: 살이 좀 쪄야 덜 죽는다! 갈硏 궁구할究 (Study)

무게가 좀 나가는 사람들이 반가워할 만한 소식이 새해 벽두에 하나 나왔다. 적당히 뚱뚱하면 정상 체중 사람보다 오히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다. (낚시 제목 죄송.)

약간 뚱뚱해야 오래 산다?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 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속 학자를 포함한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올해 첫 호(1월2일자)에 실린 연구는 다음과 같다.

1. 목적: 정상 체중, 과체중, 비만 사이의 상대적 사망 위험 분석
2. 대상: 체질량지수(BMI)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기존 연구 97건(간접 대상자 288만 명, 사망 27만 건 이상)
3. 결과: 체질량지수가 상대적으로 정상인 사람들(18.5~25 미만)에 비해 과체중(25~30 미만)은 위험 지수가 0.94, 비만(30 이상)은 1.18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체중(kg)÷키²(㎡). 체중 80kg에 키 180cm인 사람의 BMI는 24.7이 된다.)

연구 결과를 다시 말하면, 체질량지수 기준으로 과체중인 사람은 정상 사람들에 비해 사망 가능성이 오히려 6% 낮고, 비만이 되면 18% 높다는 뜻이 된다. 체질량지수가 35 이상인 고도 비만의 경우 1.29, 즉 29% 정도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 연구는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가진 건강에 대한 상식을 깨는 것 같다. 체질량지수가 정상보다 높을수록 건강 위험이 커지고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상식이었다. 이를테면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이 신체질량 지수가 남녀 모두 22이면 사망률이 가장 낮고, 지수가 높을 수록 사망률도 높아지나 낮아도 사망률은 증가된다"라고 되어 있다. 그 출처가 밝혀져 있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상식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위 연구는 이런 통념과는 달리, 정상을 넘어 과체중일 때 죽을 위험이 최소라는 점을 기존 연구들을 통해 밝혀낸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경향이 연구로 밝혀진 것은 처음은 아니다. 이를테면 위의 연구에 언급되기는 하지만 체질량지수의 구분 구간이 달라서 검토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한국 연구가 있다(Jee SH, Sull JW, Park J, et al. Body-mass index and mortality in Korean men and women. N Engl J Med. 2006;355(8):779-787). 이 연구에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92~95년 기간에 정기 검진을 받은 한국인 1,329,525명이 2004년 말까지 살아있는지의 여부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도표에서 남성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구분되었는데, 흡연자는 체질량지수 26~27 정도에서, 비흡연자는 23~26 정도에서 최저 사망률이 관찰되었다. 여성의 경우도 비흡연 남성과 비슷한 저점을 보였다. 말하자면 과체중 구간이거나(흡연 남성), 정상 범위의 윗쪽에서 과체중으로 넘어가는 구간쯤에서(비흡연 남성, 여성) 최소 사망률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인 1백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Zheng W, Mclerran DF, Rolland B, Zhang X, Inoue M, et al.
Association between body-mass index and risk of death in more than 1 million Asians. N Engl J Med. 2011;364(8):719-29.)
에서도, 동아시아인의 경우 체질량지수가 과체중으로 넘어가는 25를 전후로 한 지점에서 여러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최저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들은 '어느 정도 살이 쪄도 좋다'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의학계에서 '정상'으로 설정한 구간을 좀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첫 번째 연구는 이러한 경향이 일부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밝혔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지역에서 나온 연구를 종합해 본 것이기 때문이다.

살이 조금 더 쪄야 덜 죽는 것일까. 맨 처음 연구의 연구자들은 △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 사람보다 더 자주 병원을 찾으며 진료를 받는다는 사실 △ 일찌감치 비만 징후를 발견하여 이에 대처했을 가능성 △ 늘어난 체지방이 심혈관을 보호하는 신진대사를 촉진했을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소식이 뚱뚱한 사람에게 희소식일까.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첫째, 과체중을 넘어 비만으로 가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 줄타기를 잘 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최저 사망률에 도전해도 될 것이다.

둘째, 맨 위의 연구는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사망의 원인을 따지지 않았으므로, 정상 체중 사람들이 활발한 활동이나 운동을 하다 죽은 것도 포함되었다. 처음에 과체중으로 진단된 사람이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여 정상 체중이 된 뒤에 사망률이 낮아진 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셋째, 체지방으로 나타나는 비만이 아닌 경우 이러한 결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부분 비만일 경우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사실 건강상의 이유보다는 병적일 정도로 삐쩍 말라야 건강하고 예쁘게 여기는 사회적 압력 탓에, 숟가락을 앞에 놓고 입맛을 다셔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위안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실제로 과체중으로 넘어가 있지 않은데도 입맛대로 먹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좀 편안하게 밥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왕 먹을 것.

여담이지만, 이 메타 연구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고 했는데, 논문 말미에는 저자들 자신이 다양한 한계를 스스로 밝힌 부분이 있다. 쓴 모양을 보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사실은 이게 가장 책임 있는 과학자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짧고 무뚝뚝하지만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사망의 원인이나 병적 상태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포함시켰다. 또 체질량지수와 관련한 부분만 조사했으며, 인체의 다른 비만 요소, 이를테면 내장 지방이라든가 지방 분포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가 조사 대상인 기존 연구들을 불충분하게 분석했을 수 있다. 코딩과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오차가 포함되었을 수 있다. 나이와 관련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출판으로 발표된 연구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사망 위험이 없거나 오히려 적어서 발표되지 않은 연구들이 있을 수 있다. 조사 대상 지역에도 한계가 있다.


※ 이미지: 해당 연구 논문들

 

덧글

  • 겨울소녀 2013/01/07 16:20 # 답글

    좋은 소식이네요 :)
    요즘 과소체중이 너무 많은데 말이죠
  • deulpul 2013/01/08 13:05 #

    본문의 그래프들에서 보듯, 너무 빠져도 위험이 높아지죠. 안 먹으려 해서 생기는 스트레스의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 스치는바람 2013/01/09 15:45 # 삭제 답글

    마지막에 저자들이 언급한 부분이 마음에 드는군요. 학사 논문 발표할 때 교수님께서 '자네들의 실험의 한계가 무엇인가?' 라고 물으셨을 때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실험의 합목적성을 정당화하려고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납니다.

    어느 범위까지 그 실험이 효력을 가지는지 실험자가 확실히 하지 않을 경우, 그 실험으로 얻은 결과를 무분별하게 대입, 적용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실험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렇게 실험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요즘과 같이 성과위주로 흘러가는 사회에서는 특히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요.
  • deulpul 2013/01/11 10:18 #

    사실 세일즈를 잘 하는 것, 자신과 자신이 만들어 낸 성과물이 한 기여를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겠죠. 과잉으로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말입니다. 그 선을 긋는 것이 참 어렵긴 합니다만... 과학 연구는 말씀하신 대로 실생활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한계를 명확히 밝혀 주는 것이 윤리적으로도, 또 실질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도 그런 한계 안에서 해석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 들깨 2013/01/12 00:40 # 답글

    과체중인 사람들이 정상체중이거나 그 이하인 사람들보다 부유할 가능성. 그들이 과체중이어서 오래 산게 아니라 잘 살기 때문에 과체중이 됐고 잘 살기 때문에 오래 살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그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deulpul 2013/01/12 14:10 #

    네,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본문에 쓴 연구는 다양한 체질량지수와 사망률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나를 본 것이지, 체질량지수의 정도가 직접적인 사인(死因)이 된다는 것은 아닌데, 과체중의 경우 사망률이 떨어지는 원인을 추정하는 부분에서 말씀하신 부분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득 수준이 높은 것이 과체중과 장수에 (직간접으로) 모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보려면, 소득 수준과 살이 찌는 경향 사이에 일정한 (정비례) 관계가 성립해야 좀더 명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득이 낮은 경우 본문의 저사망률 구간을 포함하는 비만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많다는 조사도 있으니까요(예컨대 http://pann.news.nate.com/info/253922766). 여하튼 이 부분은 경제 수준과 비만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어야 제대로 추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연구에서 경제 수준을 통제하여 그 영향력을 배제하고 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데이터의 특성상 그런 분석은 불가능했겠지요.
  • 들깨 2013/01/13 23:56 # 답글

    네. 정확한 건 조사를 해봐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적당히 사는 사람은 아주 비만도 아니고 아주 마르지도 않은 정상체중 혹은 약간 과체중인 경우가 많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있는 인도에서는 체격을 보면 그 사람의 소득수준이 드러나더군요.

    아무튼 흥미로운 연구네요. 이런 연구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건가요?
  • deulpul 2013/01/18 16:29 #

    네, 말씀대로 체중과 소득 수준 간에 비례 관계가 나타나는 것은 영양 섭취가 충분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도 예전에 그랬죠. 위에 인용한 연구는 별다른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수행한 연구로 되어 있습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속 학자도 있지만, 이 기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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