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총기 잡지 규제? 중매媒 몸體 (Media)

백악관 “총기소유 권리만큼 언론자유 중요”

영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피어스 모건이 총기가 범람하는 미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뒤, 그를 미국에서 쫓아내라는 청원이 백악관에 제출되었다. 10만 명 이상의 온라인 서명이 올라왔는데, 최근 백악관 대변인 제이 카니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함을 들어 이러한 청원을 기각한다는 발표를 했다. 발표문의 제목은 '수정헌법 제2조에 대해 논할 때, 제1조가 있다는 점도 잊지 마십시오'다. 제2조는 총기 소유의 자유를, 제1조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이다. 발표문에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미국에서 이 소식은 오늘(1월10일) 새벽부터 보도되었다.

위 기사는 그런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 중에 특이한 부분이 있다.




고성능 총기 잡지를 엄격하게 금한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고성능 총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더라도, 잡지가 금지 대상이 될 정도로 그렇게 위험한 것이었나? 더구나 이 기사는 총기 소유나 규제와 관련한 이슈에 있어서도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 소식을 전하는 기사이지 않은가.

기사에 나오는 '공격용 무기와 고성능 총기 잡지'란 'assault weapons and high-capacity ammunition magazines'를 옮긴 것으로, magazine을 '잡지'라고 옮겼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서 magazine은 물론 총알을 장전하는 탄창을 의미한다. 따라서 탄창 앞에 붙은 '고성능 총기'라는 말도 바르지 않다. 탄약을 여러 발 장전할 수 있는 '대용량 탄창'이라고 해야 정확한 말이 된다.


이런 걸 규제하자는 게 아님. 미국에 흔한 총기 관련 잡지 중 하나인 <Gun World>.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은 뉴욕 주지사가 추진하는 총기 규제 관련법의 핵심 규제 대상이다. 또 미국에 범람하는 총기 중에서 규제되어야 할 최소한의 대상으로 늘 지목되어 온 것이다. 이유는 이런 총기나 탄창들이 총기 소유론자들이 주장하는 방어 목적을 넘어서는 성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자동 소총이나 돌격 소총 같은 공격용 무기,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살상할 수 있는 대용량 탄창은 자위 목적에 어울리지 않으며, 지금까지 미국에서 벌어진 총기 사건에서 보여주듯, 대량 학살을 가능케 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무기를 금한다고 해서 총기 사건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총기 자체를 아예 금지할 수는 없으니 일단 대량 학살만은 막아보자는 것이다. 총기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기사에서 magazine을 잡지로 옮긴 것은 작은 실수다. 그리고 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실수를 새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 편협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자세가 아닌가?

세상 사람의 통념과는 달리, 기자도 사람이다. 기자 개인으로서는 잘못 알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실수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내가 걱정스러운 것은 시스템이다. 이런 실수나 착오가 걸러지지 않는 시스템 말이다. 정상적인 기사 생산 과정이라면 '매거진'을 '잡지'로 옮기는 것 같은 실수는 데스킹이나 교정, 교열 과정에서 아주 손쉽게 잡혔을 것이다. 기자도 잘못 알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는 당연한 명제 때문에, 이런 점검 과정은 필수적인 장치가 된다. 팩트 체크의 원래(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주류인) 의미는,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언론사 내부에서 기사를 자체 점검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자 개개인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보도 기사는 이런 과정과 시스템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빠른 보도보다 바른 보도가 몇백 배 낫다.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그렇게 빨리 전달된 정보가 옳지 않다면 느리니만, 아니 없느니만 못하다. '잡지'는 작은 에피소드지만, 속도만 추구하면서 정보의 밀도를 점검하지 않는 보도 시스템이 일반화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어, 지적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 이미지: 해당 신문(본문에 링크), Magazines.com(본문에 링크).

 

덧글

  • dhunter 2013/01/11 10:42 # 삭제 답글

    어딘가에서 전설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machine gun을 기계총으로 번역했다는 이야기도 있죠.;
    어떤 IT 전문 통역가도 업무 초기에 client나 server란 단어를 '단어 뜻대로' 번역해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아무래도 언어 전공자들이 여성 인문학도가 많고,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이건 mechanical 한 이야기에서 약점이 많은데다가, 데스크 역시 설핏 보기엔 의외로 잡기 어려운게 이런 단어 문제라서 저런건 피할 수 없는것 같습니다.


    ... 데스크의 문제를 논하자면 우주전함 윤영하라던가 초음속 견마라던가 지축을 뒤흔드는 F-22의 120mm 발칸포라던가 밀리터리계에는 저 하늘의 별만큼 예시가 많아서...
  • deulpul 2013/01/11 18:00 #

    낯선 용어들을 번역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정말 참 많네요. 특히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군사 관련 용어에서 오역이 벌어져서 이를 지적한 경우는 저도 꽤 본 기억이 납니다. 밑에 말씀하신, 단위가 틀려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례들은 '(네가 쓰고 있는 기사에서) 이름과 숫자는 틀려 있다'는 경구가 경계하는 내용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숫자와 이름, 곧잘 틀려서 독자에게 기쁨을 주죠...
  • 윗사람 2013/01/11 10:56 # 삭제 답글

    헐 저 차단됨...;
  • deulpul 2013/01/11 18:00 #

    무슨 말씀?
  • dhunter 2013/01/18 22:37 # 삭제

    왜인지 모르겠는데 추가 댓글 달려다가 갑자기 차단됐다고 뜨더군요.;
  • deulpul 2013/01/18 23:21 #

    아, 그런 뜻의 윗사람이었군요. 저는 상사가 오신 줄 알았네요, 하하. 잠시 에러가 났었던 모양입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방문자가 심지어 이명박이라도 차단하지는 않습니다.
  • 차누 2013/01/11 11:32 # 삭제 답글

    지금은 "고성능 총기 탄창" 으로 수정됐네요. 조만간 "대용량 탄창"으로 2차 수정 될 듯 합니다. ㅎㅎ
  • deulpul 2013/01/11 18:21 #

    그렇군요. 이왕 수정 하는 것, 좀더 확인해 보고 하였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탄창에서 high capacity란 오로지 투입되는 탄약의 수가 많음(보통 10~20발)을 뜻한다는 것... http://goo.gl/XZEeH (위키).
  • 김승훈 2013/01/14 10:27 # 삭제 답글

    30.06mm → .30-06
    동아일보에서 마틴 루서 킹 저격현장 취재시에 '.30-06탄에 맞아 살해당했다'는 설명을 기자의 군사지식 부재로 잘못 알아들어 생긴 오역. 참고로 30.06mm라면 약 3cm인데 이정도 굵기라면 조총 총알이거나 기관포다. 헌데 중앙일보에서 며칠 후 똑같은 짓을 했다. 기사를 서로 거래하나? 참고로 30-06은 1906년에 제식으로 채택된 구경 0.3인치(7.62mm) 탄이라는 뜻이다. 7.62mm 항목 참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3097513&cloc=

    맨 밑에 사실확인을 위한 링크만 제가 찾고 나머지는 엔하위키에서 그대로 긁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지적하신 시스템의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라는 사례를 하나 들고 싶었습니다만.
    찾아 놓고 보니 2008년도의 일이라 그렇게 오래된 기사가 아니었네요.
    게다가 탄창을 잡지로 바꿔버린데 비하면 대단한 오류는 아니었던 것 같구요.

    쓰다보니 점점 왜 이런 댓글을 작성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져옵니다.
    마음이 무겁네요;
  • deulpul 2013/01/15 17:41 #

    3cm 레밍턴 저격총... 엄청나네요... 과거의 예를 찾으시려 한 뜻을 알겠습니다. 기사에서 실수는 과거에도 늘 있어왔고, 아무리 여러 사람이 봐도 안 잡히는 실수들도 있긴 합니다. 비실비실한 땅볼이 투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고 2루수, 숏스탑 못 잡고 중견수도 알까고 펜스까지 굴러가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본문에 쓴 것 같은 경우는 이렇게 잘 안 잡히는 성격의 오류가 아닌 현저하고 굵직한 착오여서, 제대로 된 게이트 키핑 과정이 있었으면 반드시 걸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은 이런 미세한 것을 지적하는 게 다 사치일 지경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dudadadaV 2013/01/16 21:51 # 답글

    dhunter분의 말씀 절절히 공감되네요; 나름 통번역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저도 스포츠, IT, 군사, 경제, 기계 쪽 단어를 보면 넘사벽일 때가 많아요;; 통번역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여성이고 인문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실제로 통번역이 필요한 분야는 이공계열일 때가 많아서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하면 빈약한 배경지식을 메우느라 고생한다는 얘기도 들리구요. -_- 공부를 해야해요 공부를..ㅠ
  • deulpul 2013/01/17 17:33 #

    그런 상황이 있군요, 정말. 개인의 경험과 관심 모두에서 낯선 세계의 용어와 다투어야 하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일 것 같습니다. 경험과 관심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말씀대로 공부, 그리고 끈질기게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밀덕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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