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번역에 낚인 <워싱턴 포스트> 중매媒 몸體 (Media)

북한 선전 동영상에 미국이 불쾌해 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국 기사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대표적인 미국 언론 중 하나로 <워싱턴 포스트>를 제시했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YTN 기사 내용은 여러 언론에 다시 그대로 전재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젊은 북한 남성이 뉴욕과 같은 대도시를 파괴하는 꿈을 꾸는 황당한 영상이 북한의 핵실험 위협 속에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단 이 문장이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 내용 "a North Korean young man apparently dreams about the destruction of what appears to be New York City" (젊은 북한 남성이 뉴욕처럼 보이는 곳이 파괴되는 꿈을 꾸는)을 정확히 옮기지 않았다는 점은 그냥 넘어가자.

미국을 포함한 외국 언론이 이 북한 동영상을 보도하려면 그 내용을 인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어로 된 텍스트를 영어로 옮겨야 한다. 다 좋은데, 문제는 이 동영상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즉

아메리카 어디선가 검은 연기도 보입니다
아마 강권과 전횡 침략 전쟁만을 일삼던
악의 소굴이
제가 지른 불에 타는 모양입니다

이다. 특히 '제가 지른 불'이 문제다. 이 구절은 '미국 자신이 지른 불'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지만, 잘못 보면 '내가 지른 불'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이 동영상을 보도하는 외국 언론 대부분은 앞의 뜻으로 제대로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뉴욕 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강조는 내가).

“I see black smoke billowing somewhere in America,” the text that scrolls across the screen says in what are, in essence, subtitles of the man’s dream. “It appears that the headquarters of evil, which has had a habit of using force and unilateralism and committing wars of aggression, is going up in flames it itself has ignited.”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이 신문에 실린 북한 동영상 관련 기사나 포스팅은 세 꼭지다.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Bizarre new North Korea video shows destruction of New York City
(북한의 괴상한 신작 동영상, 파괴되는 뉴욕을 묘사하다 (2월5일 오전 10:10))

2. ‘We are the weird’ from North Korea
('우리는 괴상해요' 고백하는 북한 (2월5일 오후 3:31))

3. That crazy North Korean video of New York blowing up, now with English subtitles
(뉴욕을 날려버리는 북한의 미친 동영상, 영어 자막 버전 나오다 (2월5일 오후 5:39))

첫 번째인 'Bizzare' 기사는 이 동영상에 대한 개략적인 묘사를 담고 있다. 동영상에 실린 한글(조선어) 텍스트 번역문은 영국 매체 <가디언>의 보도에서 빌려왔다고 썼다. 그래서 나온 내용은 다음과 같다(강조는 내가).

“Somewhere in the United States, black clouds of smoke are billowing,” reads a caption translated from Korean, according to the Guardian. “It seems that the nest of wickedness is ablaze with the fire started by itself.” (<가디언>에 따르면 한국어(조선어)에서 영역된 자막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미국 어딘가에서 검은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릅니다. 사악한 악의 제국은 저 자신이 지른 불의 화염에 휩싸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디언>의 기사가 제시한 영역에는 'with the fire started by itself'라는 부분이 없다. 그냥 이렇게 되어 있다.

"Somewhere in the United States, black clouds of smoke are billowing," the Korean-language caption says. "It seems that the nest of wickedness is ablaze."

<가디언>이 자기 기사를 수정하였을 수도 있지만, 있는 것을 빼지는 않았을 테고 그랬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밝혀 두었을 것이다. 따라서 'with the fire started by itself'는 <워싱턴 포스트>가 다른 보도들을 참고하여 따로 추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원 텍스트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Weird' 기사에서는 <뉴욕 타임스>의 영역 내용을 활용해 동영상 텍스트를 전부 보였다. 따라서 <뉴욕 타임스>가 옮긴 대로 'in flames it itself has ignited'로 되어 있다. 역시 원 텍스트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기사인 세 번째 'Crazy' 기사에서는 내용이 달라졌다. 이 기사는 유튜브에 떠 있던 북한 동영상의 영어 자막 버전이 방금 나왔다고 보도하는 기사다. 원래 이 기사가 영어 자막 버전이라고 한 동영상은 북한 동영상을 패러디한 코믹 버전으로, 원래의 텍스트와 아무런 관련 없이 북한을 호전적인 집단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제목이 bizarre, weird에서 crazy로 한 단계 강화된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워싱턴 포스트>는 여기서 한 번 낚였다.

비록 다른 매체에서 빌어오긴 했지만 이미 자기네 신문에 영역본을 실어놓고 나서, 이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유튜브 영어 자막을 아무 의심없이 올렸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 성급하게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면 이렇게도 낚이는 것이다. 어쨌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자, 이 패러디 동영상을 내리고 다시 영어 버전이라고 올렸는데, 이번에는 NKNews.org이라는 데에서 했다는 영어 번역본이다. 이 번역본 전문을 그대로 올렸다. 여기에 문제 부분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강조는 내가).

In America, I can see black smoke. It seems like the devil’s nest that habitually caused wars of invasion and persistence are finally burning under the fire that I have caused. (미국에서 나는 검은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끈질긴 침략 전쟁을 습관적으로 일삼던 악의 소굴이 마침내 내가 지른 불에 불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아예 화자인 북한의 '사진 애호가'가 미국을 공격한 것으로 못박아 묘사했다. 물론 오역이다. 그런데 이런 발번역을 옮겨다 놓고 '이제 영역본이 나왔다'하고 선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두 번째로 낚였다.

이렇게 낚시에 걸린 것은 물론 이 신문이 스스로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발생한 오역과 오해가 이 신문과 워싱턴의 힘 있는 독자들이 보이는 강경한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낚시에 걸리는 바람에 국제 갈등을 심화시키는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워싱턴 포스트>에 한국어(조선어) 잘 하는 직원을 하나 두기를 권장한다.


[덧붙임] (2/8 오후 3:40)

이 글이 나가고 난 뒤(는 물론 농담), 위에 인용한 오역 웹사이트 NKNews.org의 영역본 내용이 바뀌었다. 현재 이 웹사이트의 조선어 선전문 번역 중 'under the fire that I have caused'는 'under the flames it itself has ignited'로 수정되어 있다. 이것은 역시 위에서 인용한 <뉴욕 타임스>의 영역본과 흡사하다.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이렇게 내용을 바꾼 데 대하여 아무런 알림말을 붙이지 않았다.

어제(7일) 모습


오늘(8일) 모습


여기서 영역본을 가져왔다고 하는 <워싱턴 포스트>는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이며, 따라서 NKNews.org의 오역도 여기에 박제가 되어 그대로 남아 있다. 오역한 당사자는 도망갔고, 그걸 받은 <워싱턴 포스트>만 더욱 난처하게 됐다.

 

덧글

  • 2013/02/08 06: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2/08 08: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2/08 09: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2/08 14: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eg35 2013/02/08 09:04 # 답글

    뒤에서는 이런 진실이..
    언제나 좋은 내용,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eulpul 2013/02/08 14:45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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