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타임> 잡지에 실린 취재 기사는 단 하나다. 짤막한 소식을 담는 고정면과 고정 칼럼을 제외한 책 전체를 한 사람이 쓴 특집 기사 하나로 채웠다. 이 잡지의 9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기사의 주제는 바로 미국의 파행적인 의료비 실태다.

사진, 도표 등 이미지 요소를 포함하여 36쪽에 이르는 이 엄청난 양의 기사는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7개월 동안 취재하여 쓴 역작이다. 누구나 뼈저리게 겪는 미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이면서도,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문제를 사실에 근거해 치밀하게 파헤쳐보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까지 짚어 보았다. 깊이 있는 탐사 저널리즘의 모범이 될 만한 기사다. 이게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고, 이게 매체가 필요한 이유다. 언론이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을 누가 할 것인가.
기사의 가치와 의미는 이 잡지 편집장이 쓴 'Editor's Desk'를 보는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이 편집장의 소개를 들여다 보고, 기사 내용 자체는 다음에 여력이 되면 아주 간략하게 훑어보고자 한다.
※ 이미지: 모두 <타임> 지면. 첫 이미지는 속표지이고, 두 번째 이미지는 편집장의 글에 들어 있는 필자 브릴의 모습이다.
[덧붙임] 2월28일 4:55 pm
지면 구성과 관련하여 오해를 하실까봐 노파심에서 덧붙인다. <타임>이번호가 앞표지에서 뒷표지까지 전부 위의 의료비 기사 하나로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잡지는 앞뒤로 각각 'Briefing'과 'The Culture'라는 고정면이 있다. 전자는 세계 뉴스 단신, 업계 단신, 화보, 부고 등으로 구성되고, 후자는 책, 영화, 대중문화, 미술 등 문화계 소식이 몇 쪽에 나뉘어 담긴다. 한 주일에 벌어진 일을 정리하는 의미를 담은 고정면들인데, 이 지면들은 이번호에도 그대로 들어갔다. 아무리 특집기사가 실린 특집호라도 위클리로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편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고정면을 제외하고, 매주 기자들이 취재해 쓴 기사가 들어가는 핵심 부분을 통째로 헐어 이 기사 하나를 실었다는 뜻이다. 오해 없으시기를.

사진, 도표 등 이미지 요소를 포함하여 36쪽에 이르는 이 엄청난 양의 기사는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7개월 동안 취재하여 쓴 역작이다. 누구나 뼈저리게 겪는 미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이면서도,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문제를 사실에 근거해 치밀하게 파헤쳐보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까지 짚어 보았다. 깊이 있는 탐사 저널리즘의 모범이 될 만한 기사다. 이게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고, 이게 매체가 필요한 이유다. 언론이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을 누가 할 것인가.
기사의 가치와 의미는 이 잡지 편집장이 쓴 'Editor's Desk'를 보는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이 편집장의 소개를 들여다 보고, 기사 내용 자체는 다음에 여력이 되면 아주 간략하게 훑어보고자 한다.
이번주는 우리 잡지 역사상 처음으로, 취재 기사가 실리는 부분 전체를 한 필자가 쓴 기사 하나로 꾸몄습니다. 바로 미국 의료비 실태를 파헤친 강력한 기사입니다. 스티브 브릴이 취재하고 쓴 이 2만4천105단어짜리 기사는 의료비와 관련한 질문을 통째로 뒤바꿉니다. 누가 의료비를 내야 할 것인가라는 상투적인 질문이 아니라, 왜 우리는 그렇게 비싼 의료비를 치르고 있는가, 왜 우리는 미국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선진국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 - 국내총생산(GDP)의 20% 가까운 돈을 의료비에 지출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브릴은 왜 미국은 의료비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 10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쓰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합니다.
그 한 대답은 의료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이 판매자가 좌우하는 시장이며, 우리 모두는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협상 능력을 갖지 못한 구매자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의료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은 2조8천억 달러에 이르지만, 자유 시장은 아닙니다. 병원과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은 실제 비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의료비를 청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의료비는 그들 마음대로 결정되고, 우리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저 이를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청구서를 제대로 보신 적이 있습니까? 병원 청구서는 대개 온갖 암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브릴은 이 청구서들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실제 비용을 계산해 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접근법을 통해 이러한 작업을 해냈습니다. 청구서의 금액을 추적하여, 병원들이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 알약 하나를 시가보다 10,000%나 더 높게 받아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부풀려진 의료비 지출 중 4분의 1이 과다 청구액임을 밝혀, 겉보기에는 건전한 산업처럼 보이는 의료계의 껍질을 벗겨내고 실제 모습은 다를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케이블 채널인) Court TV와 (법률 전문 월간지) <American Lawyer>를 만든 사람이며 (온라인 콘텐츠 판매 대행사) Journalism Online의 CEO이기도 한 브릴은 미국 최고의 저널리스트 중 하나이며 가장 끈질긴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번주 내내 CNN에서 의료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그는 이번 기사를 7개월 동안 준비했습니다. 그는 "내가 이 기사를 쓰며 배운 교훈은 나의 저널리즘 학생들에게 늘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사실 확인 없이, 또 진짜 보도를 위해 맨땅을 빡빡 기는 작업 없이 의견과 정책만 늘어놓으며 벌이는 논쟁은 지루하며 무의미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독자 여러분이 들어보시지 못한 악당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모든 병원이 갖고 있는 '비용 조견표(chargemaster)'라는 것입니다. 이 은밀한 리스트에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내부 가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 기사에서 영웅을 하나 찾을 수 있다면, 그 전에는 별로 영웅으로 보이지 않았던 존재일 것입니다. 바로 정부가 관리하는 의료 시스템인 메디케어(medicare)입니다. 병원이 메디케어로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메디케어는 실제 치료에 들어간 비용 정도만을 병원에 지불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의료비 곡선을 비용 대비 효과에 따라 누그러뜨리는 것은 오바마케어가 아니라 메디케어입니다.
브릴의 기사는 정파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엄정한 중립을 지킵니다만, 현재 우리가 벌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 논쟁에서 쓰이는 언어들을 재검토하게 만듭니다. 정치의 두 진영 모두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선출한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병원과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고삐를 죄기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브릴에 따르면 해결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메디케어 적용 연령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추어야 의료비가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또 메디케어가 의약품 가격을 조사하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수십 억 달러가 절감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메디케어가 적용되는 부자들에게는 환자 부담분을 좀더 높이는 방안도 합리적입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의료비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도록 하여, 그들 스스로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료 시장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다음번에 병원비 청구서를 받으시면 반드시 그 내용을 잘 살펴보십시오.
그 한 대답은 의료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이 판매자가 좌우하는 시장이며, 우리 모두는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협상 능력을 갖지 못한 구매자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의료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은 2조8천억 달러에 이르지만, 자유 시장은 아닙니다. 병원과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은 실제 비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의료비를 청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의료비는 그들 마음대로 결정되고, 우리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저 이를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청구서를 제대로 보신 적이 있습니까? 병원 청구서는 대개 온갖 암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브릴은 이 청구서들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실제 비용을 계산해 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접근법을 통해 이러한 작업을 해냈습니다. 청구서의 금액을 추적하여, 병원들이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 알약 하나를 시가보다 10,000%나 더 높게 받아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부풀려진 의료비 지출 중 4분의 1이 과다 청구액임을 밝혀, 겉보기에는 건전한 산업처럼 보이는 의료계의 껍질을 벗겨내고 실제 모습은 다를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케이블 채널인) Court TV와 (법률 전문 월간지) <American Lawyer>를 만든 사람이며 (온라인 콘텐츠 판매 대행사) Journalism Online의 CEO이기도 한 브릴은 미국 최고의 저널리스트 중 하나이며 가장 끈질긴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번주 내내 CNN에서 의료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그는 이번 기사를 7개월 동안 준비했습니다. 그는 "내가 이 기사를 쓰며 배운 교훈은 나의 저널리즘 학생들에게 늘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사실 확인 없이, 또 진짜 보도를 위해 맨땅을 빡빡 기는 작업 없이 의견과 정책만 늘어놓으며 벌이는 논쟁은 지루하며 무의미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독자 여러분이 들어보시지 못한 악당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모든 병원이 갖고 있는 '비용 조견표(chargemaster)'라는 것입니다. 이 은밀한 리스트에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내부 가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 기사에서 영웅을 하나 찾을 수 있다면, 그 전에는 별로 영웅으로 보이지 않았던 존재일 것입니다. 바로 정부가 관리하는 의료 시스템인 메디케어(medicare)입니다. 병원이 메디케어로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메디케어는 실제 치료에 들어간 비용 정도만을 병원에 지불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의료비 곡선을 비용 대비 효과에 따라 누그러뜨리는 것은 오바마케어가 아니라 메디케어입니다.
브릴의 기사는 정파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엄정한 중립을 지킵니다만, 현재 우리가 벌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 논쟁에서 쓰이는 언어들을 재검토하게 만듭니다. 정치의 두 진영 모두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선출한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병원과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고삐를 죄기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브릴에 따르면 해결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메디케어 적용 연령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추어야 의료비가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또 메디케어가 의약품 가격을 조사하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수십 억 달러가 절감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메디케어가 적용되는 부자들에게는 환자 부담분을 좀더 높이는 방안도 합리적입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의료비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도록 하여, 그들 스스로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료 시장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다음번에 병원비 청구서를 받으시면 반드시 그 내용을 잘 살펴보십시오.
※ 이미지: 모두 <타임> 지면. 첫 이미지는 속표지이고, 두 번째 이미지는 편집장의 글에 들어 있는 필자 브릴의 모습이다.
[덧붙임] 2월28일 4:55 pm
지면 구성과 관련하여 오해를 하실까봐 노파심에서 덧붙인다. <타임>이번호가 앞표지에서 뒷표지까지 전부 위의 의료비 기사 하나로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잡지는 앞뒤로 각각 'Briefing'과 'The Culture'라는 고정면이 있다. 전자는 세계 뉴스 단신, 업계 단신, 화보, 부고 등으로 구성되고, 후자는 책, 영화, 대중문화, 미술 등 문화계 소식이 몇 쪽에 나뉘어 담긴다. 한 주일에 벌어진 일을 정리하는 의미를 담은 고정면들인데, 이 지면들은 이번호에도 그대로 들어갔다. 아무리 특집기사가 실린 특집호라도 위클리로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편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고정면을 제외하고, 매주 기자들이 취재해 쓴 기사가 들어가는 핵심 부분을 통째로 헐어 이 기사 하나를 실었다는 뜻이다. 오해 없으시기를.
덧글
피그말리온 2013/02/28 13:04 # 답글
deulpul 2013/02/28 16:58 #
밤비뫄뫄 2013/02/28 13:06 # 답글
저도 미국의 약값이 지나치게 폭리라고 들었어요....이번 타임지 꼭 사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eulpul 2013/02/28 17:05 #
dhunter 2013/02/28 13:23 # 삭제 답글
-. 의료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이 판매자가 좌우하는 시장이며, 우리 모두는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협상 능력을 갖지 못한 구매자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이 문장 이상으로 의료시장이 통제되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할 문장이 없긴 합니다.
deulpul 2013/02/28 17:17 #
Ladcin 2013/02/28 14:04 # 답글
그래도 한국은 낫긴 낫군요 비용측면에서는;
deulpul 2013/02/28 17:24 #
명랑이 2013/02/28 14:35 # 답글
deulpul 2013/02/28 17:28 #
Ithilien 2013/02/28 20:07 # 답글
deulpul 2013/03/02 12:26 #
사회주의자 2013/02/28 22:17 # 삭제 답글
deulpul 2013/03/02 12:28 #
지화타네조 2013/03/01 00:27 # 답글
deulpul 2013/03/02 12:30 #
2013/03/01 01:4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3/03/02 12:33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3/03/02 13:39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3/03/02 14:14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3/03/01 09:0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3/03/02 12:44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3/03/02 01:3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3/03/02 04:48 #
비공개 답글입니다.맹규상 2013/03/21 03:54 # 삭제 답글
이러한 언론의 시도가 대중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참 부럽습니다.
이 기사가 실린 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http://mediadecoder.blogs.nytimes.com/2013/03/17/times-health-care-opus-is-a-hit/?smid=tw-share
deulpul 2013/03/22 1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