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슬로우 뉴스> 섞일雜 끓일湯 (Others)

트위터를 통해 <슬로우 뉴스>라는 책이 최근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해 3월7일 출간된 책이다.



책은 오랜 기간 저널리스트로 일하다 지금은 오리건에서 저널리즘 스쿨 교수를 하고 있는 피터 로퍼가 썼다.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이 무척 많은데, 대부분 전문서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취재를 하여 엮어낸 책들이다.

한국어판의 앞에 출판사 편집부가 쓴 서문에는 인터넷 매체 <슬로우뉴스>가 언급되었고, 소개된 책의 내용도 <슬로우뉴스>의 취지와 맥이 닿는 부분이 많다. 내용이 궁금하였는데, 내가 당장 <슬로우 뉴스> 책을 구해 읽어 볼 방도는 없다. 그래서 영어책을 찾아보았다.

없다.

영어책이 없다. 영어로 출간되어 팔리는 수많은 책이 들어 있는 Amazon.com에도 없고, 영국 아마존 Amazon.co.uk에도 없다. 조금 더 찾아보니 이탈리아어판이 나온다.



제목은 <Slow news: Manifesto per un comunismo critico dell'informazione>다. 한국어판에 붙은 부제와 비슷한 '정보의 비판적 소비를 위한 선언' 정도가 되겠다.

이 책은 원래 영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쓰인 것 같다. (아래 [덧붙임] 참고) 저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 책에 건 링크는 이탈리아의 밀란에 있는 이 책 출판사의 책 소개 웹페이지이고, 이탈리아어 책에는 번역자 이름이 들어 있지 않다. 저자가 이탈리아와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한국어판에 실린 편집부 글을 보면, 출판사는 에이전시가 보내온 런던 도서전의 목록을 살피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것도 아마 이탈리아어판이었을 것이다. 저자 로퍼는 한국어판에 서문도 썼다. 한국어판 맛뵈기가 보여주는 앞부분 내용을 보니, '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다 뉴스가 아니다, 이런 쓰레기 뉴스를 볼 시간에 차라리 딴짓을 해라' 정도로 읽을 수 있는 사항이 담겼다.

번역서는 당연히 영어가 원본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점을 반성하면서, 한편 영어를 전공한 번역자가 이탈리아어 책을 어떻게 번역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저자는 한국어판을 위해 따로 쓴 서문을 보내주었을 정도니까, 원고도 영어로 바꾸어 보내주었을까. 원래부터 영어 원고가 있었고 이것이 이탈리아어로 출간된 것일까. 그럼 왜 영어로는 책을 출간하지 않는 것일까. (영어판이 있는데 내가 못 찾는 것일까.) (아래 [덧붙임] 참고)

여하튼 내가 책을 확인해 볼 길은 없어졌다. 이탈리아어를 새로 배우기 전에는.


[덧붙임] 3월22일 1:25 pm

이 책은 저자가 영어로 쓴 것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하여 이탈리아어판으로 찍어내었다고 한다. 왜 영어 원고를 영어책으로 먼저 내지 않고 미발행 상태에서 이탈리아어로 번역하여 냈는지 여전히 궁금하지만, 여하튼 한국어판은 이 영어 원고를 원본으로 하여 번역되었을 것이다. (아래 댓글을 참조하십시오.)

 

덧글

  • 민노씨 2013/03/21 22:18 # 삭제 답글

    안그래도 이 책에 관해서는 펄 님, 캡콜드 님, 써머즈 님, 뗏목지기 님과 이야기했습니다. 서문에 우리 슬로우뉴스가 언급된 점이 처음에는 반가왔는데, 찬찬히 생각해보면서 이것이 과연 반가운 일인가 회의적인 분위기가 많습니다. 유행으로서만 접근한 측면이 많다는 직관적인 느낌을 갖게 됩니다. 더불어 슬로우뉴스가 추구해야 할 방법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근심하게 되네요.
  • deulpul 2013/03/22 13:14 #

    그러셨군요. 일단 이러한 문제의식이 널리 퍼져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를 유행에 편승하여 풀어놓는 형태라면 매체와 그 소비자에게 모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관건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천 가능한 일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대안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가일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원칙과 '법칙'만을 나열한 것이라면, '돈 버는 법' 같은 책이 실제론 저자에게만 돈을 벌어주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되겠지요.
  • capcold 2013/03/22 00:12 # 답글

    !@#... 이태리판 소개페이지에 (출판 계약을 위해 요청할 수 있는) "영어 원고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 즉 영어 원고로, 이태리 출판사 기획으로 만든 책(번역자 이름은 표지나 출판사 홈피에는 없고, 아마존 이태리 소개 페이지에는 있습니다 http://www.amazon.it/news-Manifesto-consumo-critico-dellinformazione/dp/8851801592/ref=sr_1_1?ie=UTF8&qid=1363878453&sr=8-1 ).

    이와 별도로, (슬뉴 내부 덧글로 달았었지만) 슬로우뉴스라는 개념 자체는 무슨 이분이나 이 책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부터 거슬러올라가는 아이디어인데 책 홍보를 위해 억지로 끼워붙인 것이 참... 곤란하더군요.
  • deulpul 2013/03/22 13:23 #

    아, 원래부터 영어 원고가 있었고 이것이 이탈리아어로 출간된 경우로군요. 찾아서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본문에 밝혀 두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이렇게 완성된 원고를 왜 영어로 출간하지 않는지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말씀대로 '슬로우 뉴스'나 '슬로우 저널리즘의 아이디어나 개념은 이미 나온 지가 상당히 되었죠. 현실 저널리즘이 가진 문제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문제의식이니 말입니다...
  • 슬로우 뉴스 2013/03/24 14:58 # 삭제 답글

    해당 출판사입니다.
    원문은 영어로 쓰여진 것이 맞으며, 이탈리아판이 먼저 출간이 된 것은 저자가 슬로우뉴스 운동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주창하는 데에, 이탈리아에 퍼져 있었던 슬로우 푸드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도 출간하기 전에 나름대로 자료 조사를 하여 보았는데, 슬로우 뉴스 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야 오래된 일이 겠지만, 이를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개념화하여, 이름을 붙이고 실질적인 주장을 한 것은 본서의 저자 Peter Laufer로 알고 있습니다. 영문 원고는 출판사 검토용 비공개만 존재합니다. 저자의 웹사이트는 http://peterlaufer.com/이며, 출간하기 이전에 한국의 슬로우 뉴스 사이트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알아 보기 위해 수차례 이메일 문의를 하였으나, 회신이 없는 관계로 서문에 많은 언급을 하지 못했습니다.
  • 슬로우 뉴스 2013/03/24 15:06 # 삭제 답글

    기타 본서의 내용 관련 문의 있으시면, 아래의 이메일로 문의 주시면,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inforead2000@yahoo.co.kr 도서출판 생각과 사람들.
    제작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초간인 관계로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deulpul 2013/03/25 08:21 #

    자세한 배경 설명 고맙습니다. 위의 답글에도 썼습니다만, 이러한 문제 의식이 확산되어 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미디어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과는 달리 미디어 소비자층의 처지에서는 여전히 새롭고 유효한 문제제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말을 누가 먼저 썼는가 같은 서지기록적인 부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역시 위의 답글에도 썼습니다만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가 이제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어 책을 읽게 되면 다시 잘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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