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분간'은 얼마나 될까 섞일雜 끓일湯 (Others)

혜민 스님, 트위터 중단…“당분간 묵언”

제1감: 잘 될까? 만만치 않을 것이다. 히로뽕 중독보다 극복하기 어렵다는 트윗뽕 중독.

이미 잘 알려진 공지영 사례. 2012년 2월8일 밤에 트위터 중단을 선언했다. 거창하게.



앞에 쓴 말은 대체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서 환각 증상에 썩 어울리는 멘션 같고, "저도 당분간..."의 동질추가형 보조사 '도'도 역시 증상에 잘 어울린다. 이런 선언을 놓고 언론은 '절필'이라고 불러줬다.

공지영의 절필은 일주일도 못 갔다. 절필, 혹은 중단 선언 닷새 만에 남 핑계를 대며 트윗뽕의 세계로 되돌아왔다.



보통 사람 같으면 쑥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할 텐데, 중독에는 그런 거 없다. 그래도 한 마디쯤 복귀 신고 흉내는 내야 하니까:



아아, 링거에서 떨어지는 영양제 방울! 트윗뽕의 약빨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가 있단 말인가. 역시 한국 대표 작가다운 표현이다.

조국 사례.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인 12월21일에 '묵언 안거'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묵언'은 3개월 지속됐다. 엊그제인 3월31일에 재개했다. 그래도 많이 배우신 분이라 작가와는 좀 다른 것 같다.



복귀 첫날 10개를 쏟아낸다. 어떻게 묵언을 견뎌 내셨을까 싶어 존경스럽다. 물론 방울방울 떨어지는 환영에 대한 감사에서도 작가에 뒤지면 안 된다.



어쨌든 본인이 트위터 중단 기간을 설정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공작가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무슨 묵언 안거가 선거에 따라 빨래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이제 혜민 스님.



어쨌든 종교인급이므로 작가급 혹은 교수급보다는 그래도 저 '당분간'이 좀 길지 않을까 싶다. 그게 얼마나 될지, 다시 컴백할 때의 멘트는 뭐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상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트위터를 하는 게 자신들의 본업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작가가 그렇고 조교수가 그렇다. 트위터 중단하고 공작가는 본업인 새 소설 쓴다고 했고 조교수는 본업인 논문과 연구를 한다고 했다. 트위터 하면서도 할 수 있었다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는 조국과 혜민의 경우 묵언을 한다고 표현하지만, 종교에서 말하는 묵언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트위터를 중단한다는 말이지 실제로도 입을 막고 말을 안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묵언이라는 종교적 표현을 쓰는 것은, 이들이 트위터의 세계를 가상 현실이 아니라 실제 현실, 더 나아가 종교적 현실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지영도 트윗을 안 하면 '입이 없는 상태'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인식이 우려스러운 점이 있는데, 이것은 기회가 되면 다시 보기로.

어쨌든 내가 말하는 것은 공지영, 조국, 혜민 개인들이 아니라 트위터, 트윗뽕이다. 지성의 무덤, 트위터. 성찰의 블랙홀, 트윗뽕. 상당수 팔로워를 거느린 사람들이 겪게 되는 트윗뽕 중독의 본질은, 단순히 트위터를 열어보고 트윗질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기 어렵다는 게 아니다. 내가 세상을 구제하고 있다는 생각에 중독되는 것이다. 그 중독성이 히로뽕보다 강력할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애하고 어른이 뒤엉켜서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저자 치고도 하냥 막돼먹은 저자거리에서 같이 드잡이해 가며 세상을 바로잡는 것도 또한 장대한 소명이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트윗 이미지: 각자의 트위터 혹은 인터넷 검색 이미지.

 

덧글

  • 피그말리온 2013/04/02 15:09 # 답글

    그렇게 생각하면 정치 중독과도 비슷한게 있겠네요...
  • deulpul 2013/04/02 15:40 #

    그렇네요. 다만 트위터 쪽이 조금 독특한 것은 실질적인 권력으로 직접 보상되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랄까요. 정치를 향한 추구는 곧 권력의 추구와 비슷한 의미가 되니까 말입니다.
  • n 2013/04/02 15:18 # 삭제 답글

    이 내용이이 블로그를 쓰는걸 재귀적으로 설명해 주는거 같습니다.
  • deulpul 2013/04/02 15:40 #

    별로요.
  • 밤비마뫄 2013/04/02 15:52 # 답글

    조국 교수님은 원래 동안거 하안거...이런식으로 1년에 몇 달동안은 탈 트윗을 하세요. 그리고 그걸 꽤 잘 지키시는 편이구요.
    공여사님은 원래 자기세계에 도취되어서 사시는 분이라 세계관이 자주 바뀌시니 시간의 개념도 맘대로 변하시고...ㅋ
    혜민스님은....그냥 책으로 말씀하시는게 더 나을거 같아요. 묵언수행 잘 되시면 좋겟어요.
  • deulpul 2013/04/02 20:51 #

    '트위터 중단'을 매개로 다 묶었습니다만, 말씀대로 개개의 경우 구체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독성을 볼 때, 어쨌든 '쉰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평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 Silverwood 2013/04/02 22:13 # 답글

    저것은 마치 이번달은 영어학원 안다니고 나혼자 공부해야지, 해놓고 그 담날 영어학원에 등록하러 가는 제모습과 얼추 비슷하네요ㅠ 영어학원도 트윗뽕 못지 않은 중독이 있어요ㅠ
  • deulpul 2013/04/03 04:51 #

    아아 그런 점도 있네요... 한편 생각해 보면, 우리가 좋아하고 하고싶어 하는 것들 중에 중독성 없는 것이 어디 있나 싶기도 합니다. 사람에도 중독되는데요. 말씀하신 증상(?)은, 영어 공부가 미치도록 좋아서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시라면(설마요) 중독의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사회적 압력에 따른 강요된 중독(?)에서 나오는 요요 현상이라는 점으로 풀 수 있을까요. 혹은 강사가 훈남이다...
  • 유랑유랑 2013/04/02 22:13 # 삭제 답글

    공지영 작가는 트위터를 시작한 게 인생 최대의 실수가 아닐지..
  • deulpul 2013/04/03 04:51 #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본인, 혹은 다른 시각에서는 인생 최대의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에스티마 2013/04/03 02:32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들풀님의 블로그를 애독하고 있는 에스티마입니다. 트윗뽕(?)에 중독된 사람으로서 찔리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저는 지난 4년여동안 트위터를 하면서 중단선언을 해본 일은 없습니다. 그만큼 유명인도 아니고 또 그게 쉽게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도 느꼈기 때문이죠.
    어쨌든 저는 제 나름대로 정보를 나누고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유용한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이 매체에 오히려 휘둘리거나 오버해서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평생 계속할 것 같지는 않는데... 어떤 계기로 트위터를 안하게 될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
  • deulpul 2013/04/03 04:57 #

    진솔한 말씀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이 글 써놓고 계속 마음이 좀 불편했던 게, 트위터를 하는 모든 사람을 폄하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소통 도구로서의 트위터에 대해 저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점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부정성을 잘 이해하고 신중하게 활용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기업 트위터라면 SNS PR 담당자가 트위터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일정한 룰에 따라 홍보 작업을 수행하며 성과를 거둘 수도 있겠고, 시류에 따라 만들어 놓고 트위터 담당자 개인이 즉흥적으로 내쏘다 문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후자의 사례도 실제로 많이 존재하지요.

    결국 저는 트위터가 '매체가 메시지'라는 맥클루언의 생각이 잘 적용되는 사례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매체가 그렇듯 쓰기 여하에 따라 독도 되고 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트위터 자체에 대한 고찰과는 별도로, 트위터를 한다는 것만으로 곧 문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말씀하신 대로 정보를 나누고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통로로 아주 소중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당장 오늘부터 트위터를 시작할지 모릅니다. 여러 측면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트위터를 시작하고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계속한다면 이 글은 자경문이자 자기예언문이 되겠네요...)

    반면 트위터를 끊는다, 혹은 중단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그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끊거나 중단한다는 공지나 선언 따위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조심하며 편하게 쓰면 되는 것이겠죠, 밥 먹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위 어떤 분은 단식도 선언을...) 7년 된 트위터의 출발점을 되돌아 보면, 구세제민이나 경세제탁의 통로가 아니라 밥 먹는 것과 같은 일상이 트위터의 본령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다양한 모드로 진화하였습니다만...

    다 아실 말씀을 주제넘게 드렸습니다. 자세한 말씀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울러 모자란 글을 늘 읽어주시고 친절하게 소개해 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 사월칠일 2013/04/07 13:00 # 삭제 답글

    혜민스님 6월에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콘서트하던데. 그러면 아마도 곧 끝날것 같아요
  • deulpul 2013/04/09 14:20 #

    위에도 썼지만, 아마 트위터를 통해서 말하는 일을 중지한다는 뜻일 테니 오프에서는 여전히 잘 말씀하시겠지요.
  • 민노씨 2013/04/13 11:10 # 삭제 답글

    명예욕과도 좀 다른 성질이 아닌가 느껴집니다.
    그건 마치 동물적인 본능으로서의 (말초적 감각에 가까운) 인정욕구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종종 합니다.
    이미 충분히 명망을 가진 분들인데 왜 저럴까 싶은거죠...;;
    뭐 나름 사정이 계시겠지만요..;;
    트위터의 마성? ㅡ.ㅡ;
  • deulpul 2013/04/14 15:48 #

    그래서 구세제민의 대의를 떠올리게 되는데, 본인들은 인정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트위터의 마성, "재미있습니다"라는 것. 특히 '파워 트위터리안'(?)에게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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