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에서 벌어지는 나라 망신 때時 일事 (Issues)

국제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4월11일에 한국 원양어업사들이 세계 바다에서 자행하는 불법 행위 실태를 조사하여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원양어선들은 반복적인 불법 어업과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 침해로 국제적 지탄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때문에 올 1월에 한국은 미국 정부에 의해 IUU(불법 어업) 국가 10개 중 하나로 낙인찍히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 위신이 추락한 것도 문제지만, 수산물 판로와 선박 입출입이 규제되는 처분도 받을 수 있다.

한국 원양어선들이 나라 밖 바다에서 불법 어업 행위를 일삼는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사는 국민에게는 충격적이다. 이 소식은 두 가지 놀랍고도 불편한 진실을 보여 준다. 첫째는 내로라하는 대규모 어업회사들이 해외에서 그런 일을 벌이며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한국 정부가 이를 규제하고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불법 조업을 방조하고 비호하여 일을 키워 왔다는 점이다.

그린피스가 여러 자료를 취합하여 정리한 데 따르면, 불법 어업 행위를 한 한국 어업회사는 20개 업체, 34건에 이른다. 보고서에 기록된 불법은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대부분 최근 2, 3년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불법 어업은 IUU로 통칭되는데, 불법(illegal), 비보고(unreported), 비규제(unregulated)의 약자다. 한국 원양산업발전법 제2조 제7항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7.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이란 무허가 어업 또는 어업 활동에 관한 국내외의 관련 법규 및 의무를 위반하여 행하는 어업 활동, 관련 국가 또는 국제수산기구에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거짓 보고하는 어업 활동, 공해(公海) 또는 국제수산기구 관할 수역에서 무국적 어선을 이용한 어업 활동 또는 국가 책임과 불일치하게 행하는 어업 활동을 말한다.


그린피스는 여기에 "주로 먹고 살기 힘든 나라나 법률 및 행정 관리 제도가 취약한 국가들이 주로 행하는 ‘해적 어업'이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IUU 행위를 벌이다 적발된 20개 업체에는 동원, 사조, 인성 등 한국 3대 원양어업 업체가 포함되어 있다. 정해진 어획량을 초과한 남획, 식별 표시 의무 위반, 심지어 어업 허가와 관련한 위조 서류를 제출했다 적발된 경우까지 있다. 불법 행위를 벌인 해역은 주로 아프리카 연안과 남극해였다.

동원산업 소속 참치잡이 어선은 라이베리아 해역에서 어업권 없이 조업을 하다 적발된 뒤, 위조한 서류를 가진 것이 탄로났으며, 이 위조 서류을 이용해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어업권을 받아내려 했다. 동원의 또 다른 배는 남극에서 트롤 어업을 하며 오물을 투기하다 적발됐다. (아래 인용문은 그린피스의 보고서 내용이며, 이하도 같다.)


프리미어(Premier)호는 2011~2012 년 라이베리아 수역에서 어업권 없이 조업했다. 2011 년 초 라이베리아 정부의 VMS 에 허가 없이 조업한 사실이 처음 적발되었고 IUU 선박이 되었다. 이후 2012 년 12 월 라이베리아 정부의 요청에 의해 모리셔스 정부는 프리미어 호를 조사했고 라이베리아 위조 어업권이 발견되었다. 직후 프리미어호는 모리셔스를 떠났고 한국 정부가 해당 어선이 IUU 어업과 무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는 위조 공문을 라이베리아 정부에 발송했다. 선박은 위조 공문을 이용해 다른 아프리칸 국가로부터 어업권을 취득하려고 시도했으나 적발되어 2012 년 초부터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어업권 신청서가 모두 거절되었다.


동원의 또다른 배도 위조 문서를 사용하다 아프리카 정부들에 적발되었으며, 다른 회사인 인터불고 역시 위조 어업권을 사용하다 적발되어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사조는 선원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로 기록에 올랐다.


사조그룹 계열의 사조오양 원양어선 오양 70호와 75호에서 벌어진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은 처참했다. 2010년 8월 뉴질랜드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오양 70호의 침몰로 살아남은 선원들과 2011년 6월 오양 75호에서 탈주한 선원들의 증언은 뉴질랜드와 호주 사회를 경악시켰다. 쇠와 같은 둔기 폭행은 다반사이며 과도한 노동 착취, 성희롱과 성폭행, 욕설, 그리고 임금 체불과 미지급, 노예 계약 등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또한 오양 75호는 불법어업도 자행하였다.

(이와) 관련해 뉴질랜드 정부는 2011년 8월부터 자국 수역의 외국선박 조사에 착수하였다. 2012년 2월에 발표된 뉴질랜드 정부 보고서는 거의 한국 선박에서만 이러한 류의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국제사회에서 파문이 커지자 한국 정부는 뒤늦게 2012년 5월 말 국무총리실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2012년 9월 28일 정부 합동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동안 선원들과 시민사회가 주장한 인권 침해 및 임금 체불, 사문서 위조 및 선원법 위반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선원 폭행에 가담한 한국인 선원 5명과 근로계약서 및 임금지급 증빙서류 위조에 가담한 사조오양 직원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부산지검은 지난 해 말 사건에 대해 피의자인 사조 오양측에서 선원들이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문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미국 상무부가 올해 1월에 한국을 불법 어업 국가로 지정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인성실업의 남극 불법 조업이었다.


한국은 정부간 협약인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의 25개 회원국 중 하나이다. 이 협약은 과거 남극해 남획과 자원 붕괴에 대한 반성으로 체결되었기 때문에 남극해 어업활동을 엄격히 관리하는 보존기구다. 현재 남극해에서 진출한 원양업체는 동원산업, 인성실업(자매회사 홍진실업)등 3 개 업체로, 주로 연간 9척의 배가 이빨고기(메로)와 크릴을 잡는다. 그 중 인성실업은 1990년대 초중반 남극해에서 크릴 및 이빨고기(메로) 조업을 시작한 이후 이 해역의 독보적인 선두업체로 성장, 20 년 만에 동원, 사조에 이어 수출액 기준 국내 원양업계 서열 3 위에 올랐다. 그러나 고착화된 불법 어업으로 2011년에는 해당 기구에서 IUU 목록에 등재될 뻔했다.

2011년 당시 문제가 된 인성실업의 선박은 인성 7호인데, 남극의 로스해에서 이빨고기를 제한량의 4배 가까이 남획하였다. 명백한 불법 어업이었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인성 7호의 IUU 선박 지정을 의제로 상정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만장일치 제도를 이용해 모든 회원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당 선박의 IUU 등재를 반대하였다. 매우 심각한 불법 어업임에도 한국 정부가 해당 업계를 적절히 처분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관계부처는 이에 대해 과태료 150만원과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처분에 대해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회원국들은 일제히 다른 나라에는 있을 수 없는 너무나 가벼운 처벌이라고 비난하였다.


이 밖에, 보고한 기간이나 허용된 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선박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조업을 하는 것은 보편적인 행위라고 할 정도다. 이 모든 행위는 국내법과 국제법에 정해진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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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체들이 외국에서 이렇게 불법 활동을 하다 적발되어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린피스의 보고서에서 더 놀라운 것은 국내법과 국제 조약을 충실히 집행해야 할 한국 정부가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은폐하며 비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위의 인성실업 사례에서 정부는 국제 사회 전체의 의견과는 달리 해당 선박을 불법 어업 행위 선박으로 등록하지 않았으며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뉴질랜드 해역에서 드러난 사조오양의 선원 인권 유린 사태 역시, 정부는 합동조사단까지 만들어 각종 탈법과 가혹행위가 사실임을 입증했으나 결국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거듭된 위반으로 국제 사회로부터 입어를 금지시키라는 요구를 받은 배들에 대해 입어를 관철시킨 것을 성과라고 내세울 정도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특정 선박이나 업체가 아니라 한국을 비난하고 구체적인 규제 대상국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데에는, 이와 같이 한국 정부가 법을 제대로 집행하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해당 배나 업체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라 자체를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두 해 전인 2011년 초에 한국 어선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가 군사 작전을 통해 선원들이 구출되었을 때, 한국 원양어업계가 아프리카 해역을 비롯한 세계의 바다에서 벌이는 또다른 '해적 행위'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다. 이번 보고서는 업체들의 욕심과 정부의 태만으로 인해 그러한 행위가 어떤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실체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린피스는 IUU를 '해적 어업'이라고 규정했지만, 어선을 나포하고 선원을 감금하여 몸값을 뜯어내는 악질적인 해적 행위에 비할 것은 못될 것이다. 그러나 법과 국제 사회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돈벌이를 위해 바다 위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공통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서부 아프리카 해역에서는 한국 원양어선들이 무더기로 불법어업을 행한 사실이 밝혀져 국제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동원, 신라교역, 인터불고를 포함 15개 업체의 약 30여 개 선박이다. (중략)

한국 원양업계가 대거 진출해 있는 서부 아프리카 연안국가들은 매우 가난하다. 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의 1/20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2010년 평균 영아 사망률이 3.2명인데 반해, 이 지역의 영아 사망률은 2010년 평균 100여 명으로 매우 가난하고 열악하다. 굶주리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물고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식량자원이자 수입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외국 어선들에 빼앗기고 있다.

조업 이익의 3~6%에 불과한 값싼 입어료를 내고 들어온 외국 어선들은 아프리카의 열악한 행정 기반을 악용해 거리낌없이 불법 어업을 행한다. 이들이 불법 어업을 통해 수탈해가는 물고기는 연간 아프리카 어획량의 37%에 달하고, 결국 지난 50년 간 아프리카 수산자원은 50% 나 급감했다. 최근 아프리카 개발은행(ADB)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불법 어업으로 빼앗기는 수산 자원은 연간 1백만 톤으로 전세계 불법 어업의 약 10%에 달하며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조 이상에 해당한다.


덧붙이자면, 그린피스 보고서에 집계된 이들 IUU 사례는 물론 적발되어서 밝혀진 경우다. 적발되지 않았다면 밝혀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기사에서 그린피스는 "국내외 보고서에 공개된 사례만 34건일 뿐 실제 아프리카 해역 내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한국 선박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덧글

  • 만슈타인 2013/04/13 11:40 # 답글

    완전 공공의 적 되는 수준이군요
  • deulpul 2013/04/14 15:51 #

    그렇습니다. 해양수산부 재출발하면서 좀 다잡기로 한다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해놓고 보니 장관 예정자가...
  • 만슈타인 2013/04/15 14:02 #

    솔직히 해수부 폐지 시기하고 불법어업 기승시기가 비슷하군요
  • deulpul 2013/04/22 18:45 #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적발 사례만이라서 실제는 또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하니까 많이 적발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를 법치의 측면으로 볼 텐데, 박근혜가 해양수산부장관 임명장을 주면서 '자원 전쟁', '경쟁력 갖춰라' 같은 말을 해서 분위기가 또 어떻게 될지...
  • 만슈타인 2013/04/23 17:02 #

    솔직히 없는 나라일 수록 밖에 나가면 뜯어먹을려는 게 많은 게 현실이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참... 양심적으로 심하게 많이 찔리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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