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톱 100에 빛나는 박근혜, 김정은 때時 일事 (Issues)

이번 주 <타임>은 매해 뽑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특집이다. 한반도 출신도 세 명 있다. 남북의 국가 수장인 박근혜와 김정은이 나란히 들어갔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포함됐다.

이들이 100명에 들었다는 소식은 다들 들으셨겠지만, 어떤 코멘트와 함께 실렸는지는 듣지 못하셨을 것이다.

4분의 1쪽 분량으로 실린 박근혜에 대한 평설은 태국 총리 잉락 친나왓이 썼다. 평범한 덕담 수준인데, 같은 여성 지도자라서 그런지 여성성을 강조한 게 눈에 띈다.

"박근혜 여사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유리 천장을 깨고 나가려는 모든 여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에 헌신하는 모든 개인에게 영감이 된다."

좋은 얘기지만, 국회의원 딸이자 전 총리의 여동생으로서 총리가 된 여자가 대통령의 딸로서 대통령이 된 여자에 대해 쓰면서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든 여성들의 귀감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여성이 성공하려면 좋은 집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영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타임>도 부제에서 scion(유명하거나 부유한 집안의 자손, 후계자)이라는 말을 썼다.



김정은은 사진 포함해서 두 쪽 가까운 분량으로 실렸다. 타임의 100명에 대한 코멘트는 대부분 동료나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이 썼는데, 김정은의 경우는 써줄 만한 동료 정치인이 없어서 그랬는지 <LA 타임스>의 북경 지국장이 썼다. 다른 글들이 동료가 보내는 찬사나 덕담 성격인 데 비하면, 저널리스트가 담당한 김정은은 한 수 접히고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영향력 톱 100'의 의 주석 기사라서 그런지, crazy, insane 같은 말은 전혀 없고 덤덤하면서도 차분하게 썼다. 아마도 서구 주류 언론에서 김정은에 대해 나쁘지 않게 쓰려면 이 정도가 최대가 아닌가 싶다.



아래는 두 기사의 전문.


박근혜
한국의 흔들리지 않는 2세

-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박근혜 여사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유리 천장을 깨고 나가려는 모든 여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에 헌신하는 모든 개인에게 영감이 된다.

나는 박대통령을 그녀의 취임식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가 맞이한 첫 번째 외국 원수라는 영광을 안았다. 전 대통령의 딸로서 그녀가 가진 누구와도 비할 수 없는 정치적 혈통은 정치, 국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으로 표출되며, 한국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겠다는 그녀의 포부로 이어진다.

여성 지도자들은 종종 남성이 치르지 않는 시험을 치르게 된다. 박대통령은 한국인의 희망과 행복의 시대를 열고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역동성에 기여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갖춤으로써, 그녀의 나라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동남아 공동체에까지 기여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아시아의 핵 골목대장

- 바버라 데믹 (<LA 타임스>의 북경 지국장, <부러운 것이 없어요: 북한 인민의 삶(Nothing to Envy: Ordinary Lives in North Korea)>의 저자)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수반이다. 행동도 그에 어울리게 한다. 그는 120만 명에 이르는 정규군을 통솔하며, 유럽 패션을 좋아하는 매력적인 아내가 있고, 스포츠 스타가 친구다. (은퇴한 NBA 선수 데니스 로드맨은 그를 '멋진 친구(great guy)'라고 부른다.) 또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무 때나 전화하슈" 하고 말할 정도로 대담하기도 하다. 그는 또 핵을 가지고 있다고 큰소리치며(세계의 대부분은 이를 사실로 믿는다), 이를 당장 증명하러 나서기도 한다. 그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실험은 실제로 전쟁을 도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허세를 부리려는 목적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지역 전체를 갈등으로 몰고갈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김일성은 한국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공산주의 국가를 일으켜 세웠으며 1970년대까지는 남한보다 더 높은 삶의 질을 유지했다. 북한인은 이 나이 어린 김이 자기 아빠 김정일이 갔던 길로 가지 말고 경제에 초점을 맞춰 주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2011년 12월의 김정일 장례식에서 요란한 애통함을 보였지만, 김정일은 1990년대 이래 계속된 기아 사태로 수백만이 숨진 데 대한 책임으로 폭넓게 비난을 받는다.

김정은은 아직은 (정치적) 신혼 상태다. 그는 전쟁 엄포나 화려한 반미 수사뿐 아니라 쌀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총구를 겨누고 통치하는 또 하나의 보잘 것 없는 독재자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 이미지: <타임> 지면.

 

덧글

  • 민노씨 2013/04/26 00:43 # 삭제 답글

    "박근혜 여사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유리 천장을 깨고 나가려는 모든 여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에 헌신하는 모든 개인에게 영감이 된다."

    서두에 주신 말씀처럼.... 이건 정말 피상적인 인식, 주례사 비평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덕담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뭔가 짜증스러운 느낌마저 들고요. ㅡ.ㅡ;
  • deulpul 2013/04/26 20:56 #

    유리 천장을 깨고 나가서 인의 장막 안에 살면 되죠. <타임>이 이걸 저 사람에게 맡긴 것은 필시 여성이라는 점을 의식한 때문일텐데, 성취의 계기가 무엇인가까지 돌아보기를 기대하기에는 생물적 임팩트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 gina 2013/04/26 15:02 # 답글

    '아 맞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었지!' 가 이 기사를 본 첫 느낌입니다. 유리천장을 깨려는 여성들에게 영감이 된다고 하기에는 그 영감을 방해하는게 너무 많네요.
  • deulpul 2013/04/26 21:04 #

    왜 그러세요, 여자 맞는데! 정당 사람 보고 싶어서 상사병이 날 정도로 여자랍니다. 상사병은 남자도 나긴 하지만, 어쨌든 남자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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