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에 복종하는 문화 평론 섞일雜 끓일湯 (Others)

“여성 비하·포르노” “졸부 조롱·풍자” 뜨거운 ‘싸이 뮤비’ 논쟁

기사에 나온 정희준과 이동연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김선영과 이택광이다.


김선영 대중문화 평론가는 조롱과 풍자로 해석한다. 그는 “제목 ‘젠틀맨’이 매너 없는 마초성을 표현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희화화한 것”이라며 정 교수가 지적한 장면은 여성을 ‘관음의 대상’으로서 여겼다기보다는 여성이 오히려 ‘성적 욕망의 주체’로 나선 것으로 보았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선정성 논란에 오른 장면들을 “한국의 경건주의에 대한 비웃음”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상류층의 문화코드를 상징하는 헬스장, 카페, 백화점에서 싸이가 찧고 까부는 장면은 졸부들에 대한 조롱”이라고 말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 안에 담긴 메시지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조롱, 풍자, 비웃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평론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점이 있다. 이러한 조롱, 풍자, 비웃음이 철저히 선정성을 도구로 하여 표현되었다는 점이며, 그 이유는 상업적 성공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 뮤비를 만든 사람들은 풍자를 위해, 예술을 위해, 한국의 경건주의를 비웃기 위해 허리를 흔들고 옷을 벗기고 오뎅을 빠는가? 아니다. 그래야 팔리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예술성이 아니라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다. 그것도 '강남 스타일'의 엄청난 상업적 성공 때문에 큰 압박을 받는 가운데에 태어난 곡이다. 각종 찌라시 신문들의 지면 편집에서 잘 볼 수 있듯, 지금은 무조건 벗겨야 장사가 된다.

위 '문화평론가'들은 이렇게 '젠틀맨'의 알파와 오메가를 관통하는 상업주의와 그를 위해 동원된 장치들을 외면하고, 그것에 풍자의 외피를 씌우며, 혹은 풍자의 측면만을 주목하며 변호한다. 마치 '성공한 음악은 비평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것 같다. 이것은 상업주의에 무장 해제당하고 상업주의에 복종하는 문화 평론이라고나 할 수 있을 듯싶다.

풍자, 좋다. 조롱도 좋다. 그 좋은 풍자나 조롱이 왜 초지일관 허리를 흔들고 옷을 벗기는 것으로 나왔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못 보더라도 평론가들은 봐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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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유튜브. 한국에서 나온 한 뮤비에는 유명한 우리나라 歌手가 露骨的으로 아랫도리를 흔드는 동영상이 나와 있다. 줄기차게 흔든다. 뮤비 중간에는 남자들이 벌거벗다시피 한 여자들의 가랑이 사이에서 요동치는 씬도 있다. 눈을 감고 입을 쩌억 벌리고 헐떡거리며 신음을 쾍쾍 내지르며, 한 시대의 삶과 文化 전체가 포르노그라피일 때 우리가 식은 새벽 방바닥에 엎드려 詩를 쓰는 이것은 무슨 짓이냐? 무슨 짓거리냐?

라고 썼다고 하자. 예상되는 반응은

식은 새벽 방바닥에 엎드려 詩나 처써라 병신아

의 변종들일 것이다.

80년대가 지금 같았더라면, 80년대 평론이 지금의 '문화 평론' 같았더라면 황지우는 여전히 식은 새벽 방바닥에 엎드려 詩나 처쓰는 늙다리 무명 시인이었을 것이다. 한예종 총장으로 있다가 이명박과 유인촌이 밀어내다시피 하는 바람에 사퇴하여 많은 사람이 분노했던 그 황지우 말이다. 알랑가 몰라.

※ 위의 인용문 "유튜브. 한국에서 나온 ... 무슨 짓거리냐?"는 황지우의 시 '버라이어티 쇼'의 일부를 조금 바꾼 것이다.

 

덧글

  • 눈팅독자 2013/04/22 20:01 # 삭제 답글

    오랜 눈팅 독자인데요, 요즘 글들이 예전 들풀님 글과는 다르게 날이 서 있는 것 같아서요... 자격도 없지만 오지랖 넓게 걱정되는 마음 한 스푼 보내드립니다.

    (이 글이 제일 그렇지만 이 글 말고도 최근 글들에 점점 그런 느낌이 드는 빈도수가 높아졌다고 보는데 예전 독자라면 제가 무슨 말하는지 아시는 분이 한 명은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
  • deulpul 2013/04/22 20:46 #

    아니에요~.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최근 글들이 노인네처럼 점점 더 힘이 빠져 가죠. 회춘하기 위해서 밸리 보내고 개싸움하고 해야 할까를 걱정할 정도로요, 하하. 이 글도 예전 같았으면 어투도 달랐을 것이고, 남의 시 인용해서 에둘러 표현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걱정해 주신 마음은 잘 받고 꼭 명심하겠습니다.
  • 아인하르트 2013/04/22 21:16 # 답글

    ... 한국 문화평론계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투브가 아닌 TV 정규방송 버라이어티쇼 시간에 어른도 아니고 애들이 요망한 옷(;;;) 입고 섹시댄스 추고 그걸 보면서 "아이고~ 잘한다~"하는 건 정말 못 봐줄 것 같습니다. (뭐, 애들도 볼 수 있는 시간에 어른들이 그런 느낌이 드는 춤이나 언행을 하는 것도 별로지만.) 그렇게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선정적이네 폭력적이네 하면서 말이죠.
  • deulpul 2013/04/24 13:12 #

    저 춤이 말춤만큼이나 유행하면서 애어른 할것 없이 다 추게 될지, 이정희나 박근혜까지 그렇게 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정말 그렇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 措大 2013/04/22 22:56 # 답글

    대중문화에 대한 평론은 당연히 표현의 자유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발현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젠틀맨"을 둘러싼 요즘의 시비들을 보면, 한국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아이러닉하게 절감하게 됩니다. KBS 방영 등 여러 논란에 관하여 표명되는 여러가지 쉴드, 찬반 중 싸이와 젠틀맨 지지적인 의견 상당수가 참 낯설거든요.

    이제까지 음습한 곳에서 신나게 밟으면서 그 제초작업으로 돈을 벌고, 명성을 얻던 사람들이 새삼 희한한 반격을 당하고 있는 꼴이죠. 물론 밥그릇은 소중하니까 그 분들을 줄창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그 반격 쪽이 신경쓰여요. 다른 소소한 대중문화 종사자들과 달리 싸이는 왜 이슈가 되는가. 유명하니까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왜 싸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이렇게 두터운가. (다른 때는 여론은 차가운 냉소, 무관심, 귀찮음이었던거 같은데?) 이유가 뭐겠어요. 빌보드 2위를 차지하며 오랫동안 전 세계 트랜드를 이끌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사방팔방에 널리 알린 세계적인 스타이기 때문이겠죠.

    즉 표현의 자유에 오래 전부터 드리워진 낡은 권위주의 커텐을 걷어내는 일조차도, 국뽕을 듬뿍 끼얹어야 만사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복잡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애국심 약빨이 떨어지면 이 문제는 다시 찬밥으로 돌아가겠죠.
  • deulpul 2013/04/24 15:04 #

    그 점도 중요한 관측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문에 인용한 기사에서 이택광이 "싸이는 외국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과감한 표현이 가능한데"라고 한 것도 그 점을 다시 말한 것이겠지요. 말씀하신 것을 다시 표현하면, 싸이가 이렇게 뜨지 않았더라면 똑같은 표현을 지금처럼 아량 있고 우호적으로 해석해 주겠느냐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택광과는 달리 이것이 표현의 자유 문제라기보다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다시 말해 싸이가 떴든 안 떴든 제맘대로 노래를 만들고 허리춤을 출 자유는 있고 누가 뭐라지도 않았겠으나, 뜨지 않았다면 이런 취향이 이렇게 별 저항 없이 폭넓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덧붙여, 저 기사에 나오는 찬반 평론가들을 모두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국가주의를 체질화한 대중을 지적하고 있는데, 저는 그 부분만큼, 혹은 그 부분보다 더 중요한 게 승자우상화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젠틀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중과 평론가 모두의 잠재 의식 속에는 '성공한 OO는 XX할 수 없다' 혹은 '강한 놈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놈이 강한 거다'라는 마인드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민노씨 2013/04/26 00:56 # 삭제 답글

    저는 사뭇 다른 관점으로 논평하셨지만, 역시 의미있는 지적이십니다. 다만 너무 엄숙적인 느낌도 듭니다(제 글 대부분을 사람들은 너무 무겁거나 엄숙하다고 지적하는데... ㅎㅎ).

    다만 어쩔 수 없이 '싸이'를 소비해야 한다면, 그 상품을 매개로 좀 더 적극적인 정치적, 사회적 상상력을 부여한다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2013년에 소위 '창조경제의 모범'이 되는 문화상품을 '창조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이 표현은 반어적 풍자입니다. : )

    저도 관련한 글을 썼지만, 그 도저하게 말초적인 리듬과 그 노골적으로 유치한 화면은 사춘기의 불안과 공포로 저에게는 느껴졌는데요. 돈을 벌기 위해서만 벗겼다는 혐의는 충분히 일리 있는 혐의지만, 그것만으로 한정하기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 민노씨 2013/04/26 00:59 # 삭제 답글

    추.
    황지우는 박노해와 더불어 제 어린 시절의 영웅인데요.
    황지우를 떠올리면, 뭐랄까요, 황지우와 김수영과 이어령의 참여논쟁을 평하면서, 이어령의 '순수'(에 대한 옹호)를 '도금'이라고 비난하는 그 황지우와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또 다른 문화적 권력이 되어버린 황지우는 뭔가 서로 다른 황지우라는 느낌도 들긴 합니다. (황지우의 정치적 권력욕에 대한 이야기도 지인에게 들은 바 있는데, 뭐 그것이야 제가 직접 체험한 바가 아니니 뭐라 평가하기 어렵겠지만요.)
  • deulpul 2013/04/26 21:23 #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현상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대체로 비평은 대상 텍스트가 생산되는 환경을 함께 고려하게 마련인데, 인용한 기사에 나온 논란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거의 전적으로 빠지고 텍스트 자체에만 천착하여 이런저런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 제게는 좀 특이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비평적 안목이 일천하여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황지우는 그래도 이명박 따라 다니며 '중도 실용' 선전 안 한 게 어딥니까...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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