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서로 구별되지 않는 미스 코리아 출전자 얼굴. 며칠 전, 레딧과 <허핑턴 포스트>를 거쳐 다시 한국에 전해져 화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온 사람들이라고 알려졌는데, <허핑턴 포스트>는 예선격인 미스 대구 선발대회 출전자라고 수정했다.



나 역시 두 번, 세 번 자세히 살펴보기 전까지는 이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아주 흡사하게 보였다. 동양인 얼굴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에게 모두 똑같아 보이는 게 무리가 아닐 듯싶었다. 외국인 중에는 한국 걸그룹 멤버들도 다들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렇게 모두 자매들처럼 보이는 것은 유행 추세에 맞춘 화장, 머리 모습, 비슷한 표정, 사진 연출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성형수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진에 나온 사람들이 모두 성형수술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성형수술이 가장 보편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한 생각의 실마리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의사가 만든 쌍둥이들이란 뜻을 가진 '의란성 쌍생아'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만화가 마인드C의 웹툰에 나온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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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성형수술을 하면 얼굴이 똑같아지는 것일까. 하나마나한 질문인 것 같지만, 생각할 여지가 조금 있다. 우리가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는 것은 얼굴을 구성하는 뼈, 근육, 살의 크기와 모양과 위치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형수술은 이렇게 서로 다른 개인의 특수성을 깎아내고 보편적인 모양으로 바꾼다.

성형수술은 자유로운 창작을 전제로하는 예술이 아니다. 분명한 기준을 두고 그 기준에 맞게 자르거나 붙이는 게 성형수술이다. 그 기준이란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시대에 보편적인 미(美)를 구성하는 외모가 될 테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중매체에서 쉽게 보는 얼굴들이다. 이로부터 성형수술이 갖는 이중의 불행이 시작된다. 성형수술을 하는 것, 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불행이고, 그렇게 신체를 뜯어고쳐 만드는 미의 기준이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이라는 것이 두 번째 불행이다.

첫 번째 불행과 관련한 외모 지상주의는 새삼 짚어볼 필요가 없으니까 그만 두도록 하자. 다만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내용물은 제쳐놓고 포장지만 챙기고 사는 세상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왕이면 잘 생기면 보기 좋잖아요." 그런 생각이 조금만 연장되면 잘 생긴 사람만 뽑게 된다. 같은 값이면 다홍 치마라는 식의 아이디어가 상투적으로 거론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같은 값인지를 따지지 않고 다홍 치마를 먼저 쳐 주는 것이며, 더 나아가 멀쩡한 흰 치마보다 찢어진 다홍 치마가 더 낫다는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을 잘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불행은 더 시사적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미의 기준이 대중매체에 줄기차게 노출된 결과로부터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우리가 걸음마를 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엄마나 아빠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라면서 매체와 생활하게 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혹은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노동자 아빠의 검게 그을은 얼굴이나 엄마의 포근한 품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기형적으로 마르고 백옥같이 희며 금발을 한 무언가, 즉 자기 자신과 다르고 이웃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채워넣게 된다. 우리가 갖는 왜곡된 미적 기준이 오로지 대중매체만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디어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로 거듭 입증되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매체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외모가 미의 기준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그런 기준이 탑재된 눈과 머리로 세상을 보게 되며, 그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폄하한다. 연구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젊은 여성의 40~50% 정도가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발없이 외모에 대한 언급을 늘어놓는 것을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 대중매체 환경에서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대에 있는 멀쩡한 사람의 절반 정도가 자기 몸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성형외과 의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모에 대한 불만을 활용해 '외모를 고치면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식의 미끼만 던져주면 바로 성형수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니 난장판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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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중매체가 선전하는 이미지를 기준으로 하여 자신에 대해 근거 없는 불만과 폄하를 갖게 되는 일은 불행이지만, 이보다 더 비극적인 일이 있다. 대중매체에 묘사되는 인간의 외양은 치밀하게 왜곡하고 조작한 결과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비누 같은 생활용품을 만드는 업체인 도브가 진행하는 캠페인에 나온 유명한 동영상 '진화(evolution)'이다.





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이미지가 수많은 손질을 거친 것이라는 점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잡지 표지나 광고지의 모델 사진을 포토샵으로 깎거나 붙이는 일은 이제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다. 사진에 나온 사람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 이미지가 아니라 방송 출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업계 최고의 헤어,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오랜 시간 다듬어 낸 결과다. 연예인들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양으로 24시간 살 수는 없다. 이보다 앞서, 많은 연예인의 경우 그 외모 자체가 성형수술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중은 이렇게 조작되고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면서 그게 아름다움의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그 기준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자신이 뭔가 모자라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중매체가 만든 외모의 기준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결국 존재하지도 않는 신기루를 쫓으며 자신을 학대하면서 사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일찌감치 시작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갖기 시작하는 나이는 7세까지 내려간다. 자기 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전에, 포토샵 교정본들이나 연출본들과 비교하고 열패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 성형외과 의사들이 돈을 버는 일만 벌어진다면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만들어진 이미지와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는 여성에게 실제로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식사 장애, 거식증, 비만 같은 육체적 문제도 야기하고, 자신감이나 자존감 결핍, 소극적 태도,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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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역시 도브가 진행하는 캠페인에 나온 최근 동영상 '진정한 아름다움(real beauty)'이다. 내용을 미리 간단히 설명하자면, FBI에서 정식으로 몽타주를 그리는 교육을 받고 16년 동안 경찰에서 그 일을 해온 범죄초상화 전문가가 여성들의 얼굴을 그린다. 한 사람 얼굴을 두 번 그리는데, 한 번은 당사자를 커튼 뒤에 앉혀놓고 자신이 자기 얼굴을 설명하는 말을 들으면서 초상화를 그린다. 그 다음, 이 여성을 목격한 다른 사람이 그 얼굴을 묘사하는 말을 들으면서 초상화를 그린다. 한 사람 얼굴이 '자신 묘사 버전'과 '타인 묘사 버전'의 두 장으로 그려지는 셈이다. 그 결과가 무척 인상적이다.





자신이 스스로 묘사하는 말을 듣고 그린 그림은 실제 얼굴과 다르고 '못 생겼다'. 반면에 동일 여성을 다른 사람이 묘사하는 말을 듣고 그린 그림에는 훨씬 '잘 생긴' 얼굴이 나왔다. 이 실험의 과학적 엄밀성에 대해서는 따로 보론을 붙일 수 있겠지만, 일단 그 상징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못 생겼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의 외모에 불만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들과 맥이 통한다. 왜곡된 미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얼마나 폄하하고 사는지를 잘 볼 수 있다.

이 동영상이 실린 도브의 캠페인 웹사이트에 달린 댓글들에는 비슷한 실제 경험 사례를 고백한 것들이 있다. 자화상을 그리는 수업에서 자기 얼굴을 그렸더니 교사나 동료들이 '특징이 없다'거나 '네 얼굴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서 이상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고백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더 인상적인 댓글이 하나 있다. 이 댓글을 쓴 사람은 도브의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이 역시 외모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생각한다. "저기 나온 여성들은 두 장의 그림 앞에 서서 '나는 아이들을 떳떳이 기르고 있고 많은 친구가 있으며 내 일을 열심히 하며 주말엔 봉사활동도 하는 자랑스러운 일반인입니다. 이 따위 그림, 모두 집어치워요. 난 충분히 괜찮으니까!'라고 왜 말하지 않는가."

쉽지 않을 것이다. 속보다는 외모, 내용물보다는 포장지가 더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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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강조되는 시기가 있었다. 아마도 군사 문화에서 비롯된 전체주의 사고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를 힘들게 빠져나올 때쯤이 아니었던가 싶다. 개성,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특징은 자신의 존재를 선언하는 가장 유력한 통로였다. 요즘 이 말 들은 지 참 오래 됐다. 개성에 대한 강조, 아니 언급을 들어보신 게 얼마나 되셨습니까. '못 생긴' 얼굴에 대한 비아냥 말고 진짜 개성 말이다.

이제는 또다른 획일화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실존하지도 않는 신기루 같은 미의 기준을 추구하면서 모두 똑같아진다. 외모 지상주의가 새로운 전체주의를 몰고 왔다고 할까. 텔레비전을 비롯한 대중매체는 그래야 한다고 등을 떠밀고 팔을 잡아 끈다. 어떤 매체들은 실제로 성형외과 의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독자들의 팔을 교묘하게 잡아 끌어 성형외과로 데려간다. 성형이 보편적이라는 보도조차 성형을 부추긴다. 텔레비전이, 연예인이, 또 이웃이 내 등을 떠민다.

외국에서 화제가 된 저 미스 코리아 사진은 미인대회 출전자 모습이다. 미인대회란, 말 그대로 지혜나 덕이나 마음가짐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외모를 위주로 승부하는 대회이므로, 여기에 나온 사람들이 얼굴을 뜯어고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두 외모를 최적화한 결과 서로 비슷한 얼굴이 되어버렸다는 점도, 웃기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온 사회가 미인대회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얼굴에 살고 몸매에 죽는 이 사회에서는 지혜를 키우고 덕을 쌓고 마음가짐을 다듬는 대신, 돈 벌어서 성형외과부터 찾아가야 한다. 이런 세상은 결코 우습지가 않다.

물론 예뻐야 취업을 하고 날씬해야 성공하는 세상의 저급한 룰부터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야기 보태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국 외모 지상주의로 돌아가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라고 치고, 당신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남성은 제외 1, 남성은 제외 2)

뿐만 아니라, 이웃을 따뜻하게 데우고 세상을 밝히는 것은 당신의 외모가 아니라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 미스 대구 출전자 이미지: <허핑턴 포스트>(본문에 링크), 마인드C 웹툰 이미지: 여러 웹사이트(원 사이트를 찾을 수 없어서 링크하지 않음).



[덧붙임] (5월20일 3:55 pm)

정상체중 여중고생 35%" 나는 뚱뚱해"

 

덧글

  • 2013/05/02 21:0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02 23: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capcold 2013/05/02 22:52 # 답글

    !@#... 미의 강박과 획일화된 기준이라는 본문 테마와는 물론 여전히 맞닿는 이야기인데, 이런 화제성/선정성 사안은 고맙게도 인터넷의 잉여력이 쉽게 발휘되는지라(...) 누가 이미 꽤 관련 팩트를 정리해놨죠: 해당 사진들은 후보자 프로필 사진인데 http://hgc.bestiz.net/zboard/view.php?id=gworld0707&no=743598 성형수술과는 관계가 의외로 별로 없고, 그저 화장과 표정과 무엇보다 뽀샵이더랍니다;;; http://ec2-54-248-241-132.ap-northeast-1.compute.amazonaws.com/trend/2C4lwkvXWxYK/1672408
  • deulpul 2013/05/03 00:22 #

    '뽀란성 쌍생아' 케이스로군요. 이미지 수정 작업을 한 업체에서 했는지, 아니면 시대의 추세라서 그런지 수정 방식도 매우 흡사합니다. 첫 번째 동영상의 생생한 실제 사례들이라 하겠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인 게죠. 해당 사진/인물들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말씀드렸고,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미적 기준을 학습시키는 대중매체에서부터 성형외과 수술대까지에 이르는 전반적인 미의 왜곡 현상과 그 결과를 생각해본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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