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대 신문의 오보와 그 뒷처리 중매媒 몸體 (Media)

캐나다 최대의 신문 <토론토 스타>는 지난 4월23일 1면에 한 정치인의 파렴치한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실었다. 주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현재 주 의회 의원인 마거릿 베스트가 질병 치료를 이유로 병가를 냈으나 실제로는 멕시코로 휴가를 갔다는 내용이었다.

'주 의회 의원, 의문의 결석 - 전 장관, 병가를 냈으나 휴가지에서 사진을 찍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리처드 브레넌 기자는 "베스트 의원은 지난 2월 장관직에서 해임된 이래 상태가 알려지지 않은 건강상의 이유로 휴가를 냈으나, 그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4월4일 멕시코 아카풀코의 따뜻한 태양 아래에서 딸과 식사를 즐기는 사진이 올라왔다"라고 폭로했다. 기사에는 베스트 의원과 딸이 해변을 배경으로 하여 식사를 하며 즐겁게 웃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함께 실었다. 사진 출처는 '페이스북'이었다.



현직 의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병가를 내고 의원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대신 가족과 휴양지로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또 법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였다. 두 차례 장관까지 역임한 이 자유당 의원의 정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스캔들이었다.

문제는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베스트 의원이 병가를 낸 것은 맞다. 그녀가 가족과 함께 멕시코 여행을 간 것도 맞다. 다만 두 일이 동시에 벌어진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 때문에 벌어졌다. 베스트가 멕시코로 휴가를 간 것은 4년도 더 된 2008년 10월의 일이다. 이 때 찍은 묵은 사진을 4월 초에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사진 등을 타임라인에 올릴 때 실제 날짜에 부합하도록 변경하는 기능을 두고 있지만(이것도 참고), 모두가 그렇게 신경쓰는 것은 아니다. 결국 휴가 사진을 뒤늦게 올리면서 날짜를 제대로 지정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토론토 스타>의 의회 담당 기자는 해당 의원이 병가를 낸 시기에 휴양지로 놀러 간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이것은 페이스북이나 그 사용자인 베스트 의원의 잘못인가? 그렇다면 <토론토 스타>가 바로 다음날 1면에 해당 의원에게 사과한다는 제목을 싣고 2면에 정식 사과문을 게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정이 어쨌든 해당 기자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보도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덕분에 이 신문은 18년 만에 처음으로 1면에 사과 메시지를 싣게 되었다.


--- ** --- ** ---


이 오보 사건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세 가지 있다. 시간 없는 분을 위해 요약부터 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실 확인은 언론의 본질이며, 이를 게을리하면 용서되지 않는다.
2. 언론인은 온라인 툴을 비롯한 기술적 진보를 따라잡고 있어야 한다.
3. 오보가 났으면 분명하게 밝히고 같은 일의 반복을 방지할 조처를 마련한다.

첫째, 이 사건은 언론이 남으로부터 듣거나 간접으로 본 일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혹은 벌어져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가 된다. 토머스 제퍼슨의 주장처럼,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언론은 차라리 없는 편이 대중에게 도움이 된다.

문제의 기사를 쓴 브레넌 기자는 의회를 담당하는 베테랑 기자다. 베스트 의원과는 '페북 친구'이기도 하다. 베스트 의원의 페이스북에서 날짜가 맞지 않는 휴가 사진을 발견했다면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을 기사로 쓰려면 어떤 형식으로든 확인을 했어야 한다.

브레넌 기자는 베스트 의원의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베스트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내긴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촉 과정에서 중요한 점을 빠뜨렸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이슈가 베스트의 휴가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고, 페이스북 사진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취재하는지를 밝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해당 스토리가 기사화되었을 때 당사자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하면 있어서는 안 되는 불공정 보도 행위다. 만일 기자가 당사자에게 휴가 문제를 직접 거론하였다면, 이 같은 엄청난 오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사가 오보로 밝혀진 며칠 뒤 이 신문의 공공 편집자(public editor)가 쓴 오보의 전모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토론토 스타>가 유지하는 공정성의 핵심은, '책임 있는 저널리즘'에 대한 법적 요구를 따르는 것과 더불어, 사실(그저 의견이 아니라)과 관련하여 누군가가 비판을 받고 나쁜 평판을 얻게 될 수 있는 기사를 쓸 경우 해당 개인은 이러한 비판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가 그저 '(당신과 관련한) 기사를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자는 자신이 쓰려고 하는 기사에 실리는 비판의 내용을 명확히 밝혀야 하고, 반대쪽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원문이 링크한 '책임 있는 저널리즘'이란 캐나다 대법원이 2010년에 내린 판결로서, 언론은 정보의 사실성을 확인하는 데 신명을 다 바쳐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오보를 쓴 브레넌 기자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자신의 기사가 오보로 밝혀진 뒤 "기술적 경험 부족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실수와 합쳐져 오보를 냈다"라고 말했다. 기술적 경험 부족이란, 페이스북 타임라인의 사진에 붙은 시간 태그가 사진을 찍은 시점을 말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이 기자들의 활동 무대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많은 저널리스트가 이런 공간을 정보의 인풋-아웃풋 채널로 사용한다. 이런 일을 생산적으로 계속하려면 온라인 툴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 계속 바뀌고 진화하는 기술 수준을 따라가고 있어야 한다. 확인되지 않거나 조작된 온갖 정보와 이미지들이 나도는 온라인 공간에서 날것을 그대로 건져먹다가는, 자신은 물론이고 회사도 망하게 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를 흘린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용자는 욕이나 먹으면 그만이다. 누군지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실은 언론은 욕만 먹으면 차라리 다행이고 자칫하면 엄청난 금액의 소송을 당하게 된다.

셋째, 기사가 일단 오보로 밝혀지고 난 뒤 <토론토 스타>가 보인 대응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다음날 1면에 신속하게 '<토론토 스타>는 마거릿 베스트에게 사과합니다'라는 제호를 싣고, 2면에 '사과(apology)'라는 제목을 붙인 사과문을 실었다. '바로잡습니다(correction, 혹은 for the record)'라는 뜨뜻미지근한 말이 아니라 사과라고 분명히 밝혔다.

'사과: 마거릿 베스트는 병가중에 멕시코로 휴가를 간 사실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을 붙이고 활짝 웃는 인상 좋은 사진까지 첨부한 사과문은 다음과 같다.

4월23일 기사는 주 의회 마거릿 베스트 의원이 이달 초 병가를 낸 상태에서 멕시코로 휴가를 갔다고 잘못 서술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베스트 의원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사진을 쓰면서 4월4일에 찍힌 것이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해당 사진은 2008년 10월에 찍힌 것입니다. <토론토 스타>는 이렇게 잘못된 기사를 낸 데 대해 베스트 의원에게 사과합니다. 우리는 이 기사를 보도함에 있어 저널리즘이 지켜야 할 기준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이 메시지는 베스트 의원의 항의를 받고 서로 협의하거나 중재를 받아 작성된 것인가? 아니다. <토론토 스타> 자신이 정한 사과문이다. 화가 난 베스트 의원은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문사가 접촉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변호사다. 간이 달랑달랑하게 생겼다.

2. 잘못된 정보의 지속적 유통을 막기 위해 해당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이 신문은 사실의 착오가 있다고 해서 기사 자체를 삭제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이번 경우는 오보로 밝혀진 뒤 즉시 기사를 내렸다.

3. 종이 신문뿐만 아니라 인터넷판 초기 화면에도 사과문을 명시했다. 또 회사 공식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오보 발생 사실과 그에 대한 사과를 독자에게 알렸다.

4. 사내 옴부즈만 역할을 하는 공공 편집자가 쓴 장문의 칼럼을 통해 오보가 난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해당 기자와 관련 편집자들의 사과와 다짐을 밝혔다. 공공 편집자는 이 사건을 '깜짝 놀랄 정도로 수치스러운 실수'라고 불렀다. 기사를 쓴 브레넌 기자는 "(오보가 어떻게 발생했든) 중요한 것은 <토론토 스타>와 제 자신이 제게 기대하고 있는 프로페셔널리즘의 수준을 제가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실수에 대하여, 그리고 직무를 게을리한 데 대해 베스트 여사와 그의 가족에게 사과합니다"라고 말했다.

5. 기자들에 대한 사내 재교육을 실시하게 되는데, 이것은 이 같은 오보가 벌어질 경우 수행해야 하는 강제 조처다.

이런 사후 조처들은 물론 베스트 의원측이 제기할 지도 모르는 거액의 소송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을 때 스스로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양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이런 사례는 예컨대 오보 피해자의 제소를 받고 언론중재위의 중재를 거친 뒤, 오보가 나간 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사실을 바로잡은 <한겨레>의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 관련 정정보도'와 좋은 대비가 된다. 이 <한겨레> 오보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보기로 하자.


--- ** --- ** ---


언론의 오보는 곧잘 법률적 다툼으로 넘어가게 된다. 언론 활동에서 오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긴 하지만, 보도 과정에서 오보를 막으려는 노력(다시 말해 사실 확인)을 다 하지 않았을 경우 법률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관련자가 큰 해를 입을 수 있는 오보의 경우 더욱 그렇다.

남 이야기만 듣고 옮기는 일은 언론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은 그것의 사실성을 확인하여 독자나 대중을 '올바른 정보를 가진 시민(informed citizen)'이 되게 하는 일이다. 사실 확인은 언론의 존재 이유임과 동시에, 거액 소송을 피하여 언론사를 존재케 하는 길이기도 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독자의 신뢰가 나오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지금은 호주 본드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마크 피어슨은 이런 경험을 고백한다.

30년도 더 된 옛날, 내가 한 도시의 지역 신문에서 기자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일이다. 신문사에 들어온 지 두어 주가 지났을 때, 나는 지역 병원의 태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한 환자의 이야기를 기사로 썼다. 며칠 뒤 편집국장이 나를 불렀다. 기사에 나온 병원이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문사는 병원과 협의를 한 끝에 1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회사는 나를 해고하지는 않았다. 대신 국장은 내게 "하지만 자네는 법에 대해 좀 공부를 하는 게 좋겠네"라고 조언했다.


초년병 기자에게 이런 경험은 뼈아픈 교훈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 뒤 현직에서도 이 교훈을 잊지 않았으며, 이제 그 교훈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 있다.

※ 오보 기사 이미지: canada.com, 사과문 이미지: 공공 편집인 칼럼(본문에 링크).

 

덧글

  • 긁적 2013/05/06 17:15 # 답글

    실수는 좀 어이없지만(...) 뒤처리는 훌륭하네요. 우리나라도 좀 저랬으면 좋겠습니다.
  • deulpul 2013/05/07 15:34 #

    사실은 회사 문 닫기 싫어서 그랬... 하지만 보도 윤리에 대한 감수성이 우리와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eg35 2013/05/06 22:32 # 답글

    캐나다는 미국보다 정치나 사회적으로 더 진보된 시스템을 갖췄다고 들었는데 대표 언론이 제대로 보여주네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토마스 제퍼슨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예 없는 편이 나은 언론이 미디어의 9할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ㅜㅜ
    좋은글 감사합니다 유럽이나 캐나다는 저런일로 명예훼손이 되면 보통 개인에게 얼마까지 보상을하게 되나요?
  • deulpul 2013/05/07 15:37 #

    금액은 개별 민사소송마다 다르게 청구되기 때문에 일정한 선을 긋기는 어렵습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의 비용이 크게 올라가는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때문입니다(http://ko.wikipedia.org/wiki/%EC%A7%95%EB%B2%8C%EC%A0%81_%EC%86%90%ED%95%B4%EB%B0%B0%EC%83%81). 유럽 일반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영미법 전통에 있는 캐나다는 이 제도를 갖고 있고, 그 인정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법원에서 인정되기만 하면 엄청난 벌금 성격의 배상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조심해야죠.
  • 스치는바람 2013/05/07 14:34 # 삭제 답글

    요새 기사들 보면 이 정도의 태도는 바라지도 못하겠습니다. 문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인지하는 경로가 언론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죠. 해결책을 모색해 보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막막해 보입니다.
  • deulpul 2013/05/07 15:45 #

    해결책은 <한겨레>가 얼마 전 신문의 날을 맞아 내놓은 사설(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81473.html) 중 다음과 같은 대목에 잘 나와 있지요:

    "언론사 및 언론인 스스로 먼저 반성할 대목도 적지 않다.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자사이기주의와 진영논리에 빠진 기사·논평의 범람, 자전거와 상품권, 심지어 현금까지 동원한 판매방식의 문란, 광고지상주의에 빠진 경영의 안일함으로는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 점차 흐려져 가는 기자들의 윤리의식도 신문으로부터 독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알면서도 고치지 않거나 못한다는 점. 이를테면 http://notice.hani.co.kr/customer_view.html?bid=notification&no=647 . (당연한 말씀이지만 <한겨레>의 예를 드는 것은 제가 보기 때문이며, 다른 데가 나아서가 아닙니다.)
  • 이재성 2013/05/07 17:00 # 삭제 답글

    김병관 관련 기사를 출고했던 한겨레의 담당 데스크입니다. 한겨레에 관심을 갖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 하여, 마감 시간에 짬을 내어 글을 씁니다.
    먼저 해당 정정보도는 일종의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다시 말하면 한겨레가 오보를 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는데, 소송까지 가지않으려고 타협한 거란 말씀입니다. 비밀의 영역인 군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복수의 제보자 말을 듣고 취재를 했는데,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결국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공식 부인했지만 국방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여부를 다투었던 거지요. 언론중재위에 가면 부장판사가 조정을 합니다. 조정이 안되면 정식 재판으로 가는 것이구요. 여러가지 보도 중 한가지에 대해 (미심쩍지만) 국방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저희가 제기한 핵심 주제인 무기 브로커 관련 보도는 정정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예로 드신 기사처럼 명백한 허위보도였다면 한겨레신문도 당장 정정 및 사과문을 게재했을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더 정확하고 올바른 보도를 위해 애쓰겠습니다. 늘 애정으로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 deulpul 2013/05/08 10:21 #

    바쁘실 텐데 해당 정정 보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을 자세히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원 기사와 관련하여 단순명료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말씀하신 대로 위의 <토론토 스타> 경우에서처럼 간명하고도 빠르게 오보라고 판명되는 사례와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사례를 잠깐 거론한 것은, <한겨레>의 정정 보도가 '그런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되었다'라고 서술하고 있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을 때 그 뒷처리가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식을 생각해보기 위한 정도였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들은 따로 쓰려고 했던 부분에서 더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말씀을 들으니 정정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을 가지신 것으로(즉 그런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시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 점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런 사건의 경우 사실 확인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겠지요. 뿐만 아니라 문제의 당사자가 거짓말을 할 경우 확인 보도가 더욱 어려워지는 점도 있습니다. 공직자나 국가기관이 거짓말을 하는 일이 잘 벌어지지 않는 선진국과는 달리, 잘못이 탄로나면 거짓말부터 하고 보는 우리 관료 문화에서는 언론 일 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주장이 모두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정정 보도라는 형식으로 양측 주장의 타협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점 충분히 이해하며, 다만 아쉬운 것은, 결국 입증 책임은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측에 있으며, 이러한 입증이 완결되지 않았을 때, 제보만을 갖고 기사를 쓸 수 있을까를 따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제보자가 어느 정도로 명확한 확인을 해줄 수 있는 딥 스로트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보가 문서로 제공되었어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원칙적으로는 이러한 제보에 바탕하여 시간을 두고 사실들을 캐모으고 그 결과를 갖고 찍소리 못하게 보도하든지, 아니면 사실과 다를 경우 제보를 폐기하든지 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병관 사태 때는 시기를 다투기도 했고 작자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도 폭넓어서, 이런 원칙적인 과정을 밟기보다 일단 기사를 내고 본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 문화에서는 일단 장관 되고 나면 추후 비리가 확인되더라도 늘 있는 '관행'으로 바뀌어 인식되고, 술자리 농담거리나 되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만.

    어쨌든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정황을 알려주신 점 감사하고, 앞으로도 독자들이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더욱 공정하고 올바른 보도를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2013/05/11 15: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3/05/11 15:52 #

    쓰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희생자 주장과 경찰 조서, 관계자 (공식) 발언으로 나온 것들은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알려졌다, -전해졌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합니다. 이런 표현은 매우 위험한 것인데도 그냥 반성없이 관성적으로 씁니다. 한국 언론이 이런 말을 쓰는 한, 제대로 된 보도의 틀 안에 들어가기는 무망하다고 생각합니다.
  • 2013/05/13 10: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3/05/14 14:44 #

    늘 과분한 평가를 해 주셔서 고맙고, 또 제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해 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의 현재나 미래와 관련하여 말씀하신 것은 저도 늘 고민하는 과제이므로,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Lennon 2013/05/24 16:38 # 삭제 답글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언론은 차라리 없는 편이 대중에게 도움이 된다." 그런데 작정하고 거짓말을 쓰는, 혹은 오해하도록 쓰는 언론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요...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