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가 MBC를 떠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맥락을 살펴도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선 그가 한 말을 그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은 어떤 사항을 새로 만들거나 어떤 사람을 새로 들이게 되면 그 주변 환경도 새로 바꾸어서, 새로 들인 사항이나 사람이 제격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말의 출전은 <성경>이다. 여러 군데에 등장한다.
술을 새로 만들면 부대도 새로 하여 술이 제대로 보관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유가 적용될 수 있는 현실을 보면, 예컨대 대통령(술)을 새로 선출하면 내각(부대)을 완전히 새로 구성한다든지, 신임 사장(술)이 부임하면 회사 임원진(부대)을 새로 짠다든지, 식당 주인(술)이 바뀌면 인테리어(부대)를 싹 새로 고친다든지, 가구(술)를 새로 샀다면 그에 어울리게 집안 살림(부대)을 새로 재배치한다든지 하는 것이 되겠다.
손석희의 발언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술과 이것을 담아야 하는 새 부대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가 말한 것은
등이다. 여기서 1, 2와 3을 연결하는 근거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비유를 썼다. 1을 전제로 하며 말(논리)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해석은,
라는 것일 수밖에 없고, 굳이 더 생각하자면
혹은 1과 2를 연결하여
까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시다시피 1~3의 어느 경우라도 '새 술은 새 부대에'의 비유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 부대에는 새 술을'의 의미에 더 가깝다.
두 가지가 마찬가지 말이 아니오? 그런 의문이 들면 원 출전을 다시 보면 된다. 예수가 말한 것은 '술을 새로 담아 낡은 부대에 넣으면 터져버리기 때문에 새 부대에 넣을 수밖에 없다'라는 필수나 당위이지, '새 부대를 만들었으니 술도 새로 담아서 넣어야 한다'는 옵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 생활의 한 장을 마무리하는 때라 정서적으로 경황이 없을 상황임은 이해하면서도, 문득 비유가 얼핏 말이 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적어봤다. 사족이지만 이 글은 손석희의 종편 이동 결정을 비판하거나 흠집내려는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 나는 손석희가 JTBC로 옮기는 것이나 그 외의 여러 문제에 대해 아직 판단을 정리하지 못했다.
우선 그가 한 말을 그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제가 30년 동안 일해왔던 문화방송, 이제 새 출발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도 이제 문화방송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란 말도 있듯이, 제가 하고 있는 '손석희의 시선집중'도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시점을 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구요. (하략)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은 어떤 사항을 새로 만들거나 어떤 사람을 새로 들이게 되면 그 주변 환경도 새로 바꾸어서, 새로 들인 사항이나 사람이 제격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말의 출전은 <성경>이다. 여러 군데에 등장한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 (마가복음 2:22)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가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되리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할 것이니라. (누가복음 5:37~38)
술을 새로 만들면 부대도 새로 하여 술이 제대로 보관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유가 적용될 수 있는 현실을 보면, 예컨대 대통령(술)을 새로 선출하면 내각(부대)을 완전히 새로 구성한다든지, 신임 사장(술)이 부임하면 회사 임원진(부대)을 새로 짠다든지, 식당 주인(술)이 바뀌면 인테리어(부대)를 싹 새로 고친다든지, 가구(술)를 새로 샀다면 그에 어울리게 집안 살림(부대)을 새로 재배치한다든지 하는 것이 되겠다.
손석희의 발언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술과 이것을 담아야 하는 새 부대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가 말한 것은
1. 문화방송이 새 출발을 하려 한다.
2.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3. '시선집중'도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등이다. 여기서 1, 2와 3을 연결하는 근거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비유를 썼다. 1을 전제로 하며 말(논리)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해석은,
1. 문화방송(술)이 새 출발을 하려 하므로 시선집중(부대)도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라는 것일 수밖에 없고, 굳이 더 생각하자면
2. '시선집중'(술)이 새 출발을 해야 하므로 진행자도 (내가 그만두고) 다른 누군가(부대)가 되어야 한다.
혹은 1과 2를 연결하여
3. 문화방송(술)이 새 출발을 하려 하므로 '시선집중' 진행자도 다른 누군가(부대)가 되어야 한다.
까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시다시피 1~3의 어느 경우라도 '새 술은 새 부대에'의 비유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 부대에는 새 술을'의 의미에 더 가깝다.
두 가지가 마찬가지 말이 아니오? 그런 의문이 들면 원 출전을 다시 보면 된다. 예수가 말한 것은 '술을 새로 담아 낡은 부대에 넣으면 터져버리기 때문에 새 부대에 넣을 수밖에 없다'라는 필수나 당위이지, '새 부대를 만들었으니 술도 새로 담아서 넣어야 한다'는 옵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 생활의 한 장을 마무리하는 때라 정서적으로 경황이 없을 상황임은 이해하면서도, 문득 비유가 얼핏 말이 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적어봤다. 사족이지만 이 글은 손석희의 종편 이동 결정을 비판하거나 흠집내려는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 나는 손석희가 JTBC로 옮기는 것이나 그 외의 여러 문제에 대해 아직 판단을 정리하지 못했다.
덧글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3/05/11 19:54 # 답글
deulpul 2013/05/14 13:41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3/05/14 1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