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이 또 지나가나니 섞일雜 끓일湯 (Others)

앞에서 어떤 분과 댓글 방담을 나누면서 <논어> 한 구절을 잠깐 인용했는데, 인용하면서 놀랐습니다. 원문과 좀 다르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자가 제자 넷이 노닥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오늘은 너희랑 나랑 서로 계급장 떼고 얘기 좀 해보자. 맨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고 한탄이나 하니, 누가 너희들을 알아줘서 채용한다면 대체 뭘 하려고 그러냐?"

자로가 얼른 대답하기를 "어떤 나라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시달리며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는 상황이라 하여도, 제가 가서 3년만 다스리면 백성이 용맹해지고 의를 쫓게 될 겁니다" 하였더니 공자가 빙그레 웃었다.

그 다음, 염유에게 묻기를 "너는 뭐 할 건데?" 했더니 염유가 말하기를 "제가 어떤 지방에 가서 3년만 다스리면 백성이 부유해질 것이며, 예악(禮樂) 같은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겠습니다."

그 다음, 공서화에게 묻기를 "너는 어쩔래?" 했더니 공서화가 말하기를 "제가 뭘 하겠습니까. 열심히 배워야지요. 그저 큰 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 높은 사람의 옆에서 좀 돕는 정도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 다음, 증석에게 묻기를 "너는 어쩔래?" 했더니 증석이 기타를 치고 있다가 "쨘~!" 하고 크게 소리를 내고 멈추더니 일어나서 말하기를 "나는 쟤들과 달라요." 공자가 "뭐가 달라? 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하였더니 증석이 말하기를 "봄이 깊어지고 봄나들이 옷을 구하면, 친구 대여섯과 젊은 애들 예닐곱 데리고 계곡에 나가 목욕하고 바람 쐬고 돌아오는 게 제 희망입니다" 하였다. 공자가 이 말을 듣고 감탄하며 말하기를 "그게 바로 내 생각이로다."

잠시 뒤, 증석을 제외한 제자 셋이 밖으로 나가자 증석이 뒷담화를 시작하였다. 공자에게 묻기를 "쟤들이 한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였더니 공자가 "다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증석이 묻기를 "근데 왜 자로가 이야기할 때 웃으셨나요?" 공자가 말하기를 "정치라는 것은 예로써 하는 것인데 말이다, 자로는 도대체가 겸손하지가 않기 때문에 웃은 것이지" 하였다.

증석이 묻기를 "그럼 염유가 말한 것은 정치가 아닌가요?" 하니 공자가 대답하기를 "규모가 작다고 해서 어찌 정치가 아니겠냐. 마찬가지지" 하였다. "공서화가 말한 것은 정치가 아닌가요?" 하니 "큰 행사에 왕 바로 옆에서 한 따까리 낑기는 게 큰 벼슬이 아니고 무엇이겠냐.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면 세상에 큰 일이 뭐 있겠니?" 하였다.

(<논어> 선진(先進) 25)


이것은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하는 인간들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겸손함임을 강조한 부분이라고 내멋대로 해석하는데, 문제는 증석의 희망사항 '봄이 깊어지고 봄나들이 옷을 구하면, 친구 대여섯과 젊은 애들 예닐곱 데리고 계곡에 나가 목욕하고 바람 쐬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걸 '봄에 친구들과 계곡에 나가 좋은 술을 마시며 즐기다 돌아오는 것'이라고 기억을 하고 있었네요. 다 비슷한데 술이 없습니다.

저기에 술이 당연히 들어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은 다음과 같은 작품의 정서와 혼동이 되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답청(踏靑)으란 오늘 하고, 욕기(浴沂)란 내일하새.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조해 조수(釣水) 하새.
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듯 부러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정극인의 '상춘곡' 중 일부인데, 술 마시는 이야기는 이 뒤에도 계속됩니다. 그렇지. 봄나들이에 술이 빠져서야 쓰나. 국빈 나들이 말고 말입니다.

마음을 할퀴는 온갖 소식들이 귀를 어지럽히고 개인의 삶도 팍팍한 봄입니다. 작년엔 난장이 들꽃 보며 서슴서슴 다니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그런 여유도 갖지 못했네요. 하루에 잠깐씩 청명한 봄 하늘이라도 올려다보기로 하였습니다.

당신도 이미 푹 무르익었을 봄, 그냥 흘려 보내지 마시고 여린 잎들 나오는 가로수 따라 걸어보는 일이라도 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올해 봄이 또 지나가나니 아까운 시간을 증석처럼, 공자처럼, 정극인처럼 즐기시기를.

 

덧글

  • 2013/05/16 17: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17 00: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17 16: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17 02: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17 16: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17 04: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17 16: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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