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말한다: "I'll not be back" 중매媒 몸體 (Media)

기억이란 참 믿을 게 못 된다. 대부분 일을 잘 하다가도, 필요하고 중요할 때 주인을 곧잘 배반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런 불충한 기억을 무한히 신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다 결국 실수를 한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예전에 어디 글을 쓰면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헬리콥터 공격 장면에 나오는 음악을 바그너의 교향곡이라고 한 적이 있다. 글을 쓸 때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글이 나가고 난 뒤, 선배 한 분이 빙그레 웃으면서 그건 교향곡이 아니라 오페라곡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니! 그렇다! 그건 교향곡이 아니라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발퀴레의 비행'이라는 곡이다. 그 선배는 알았지만, 나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내 글을 편집한 편집자들도 미처 잡아내지 못했다. 글은 내가 실수한 그대로 찍혔다.

엔화, 갈등의 씨앗이 쏟아진다

이 기사를 보자니 위에 적은 옛날 일이 생각난다. 이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미래로부터 온 인조인간은 ‘저항군’의 지도자가 될 소년을 구한 뒤 용광로 속으로 가라앉으며 엄숙하게 선언한다. “I’ll be back(나는 돌아올 거야).”

하지만 <터미네이터 2>의 마지막 부분인 용광로 자살 장면에서는 저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터미네이터가 쇳물 속으로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Good bye!"다. 물론 맨 위에 남은 손가락을 접어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I'll be back'은 1편인 <터미네이터>에서 예상치 않았던 인기 대사가 된 뒤, 영화 주인공 터미네이터, 더 나아가 배우이자 후에 정치인이 되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상징어처럼 된 말이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I'll come back'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촬영 때 바뀌었다고 한다. 또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영어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은 슈워제네거는 'I'll'이 발음하기 어려워서 'I will'로 해달라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졸랐다고 한다. 카메론은 이를 거절하고, 대신 해당 장면을 여러 번 찍어서 그 중 슈워제네거의 대사가 가장 자연스럽게 나온 부분을 썼다고 한다.

기사에 언급된 2편 '심판의 날'에도 이 말이 나오긴 한다. 스카이넷의 기초가 되는 마이크로칩 연구가 진행되던 사이버다인 빌딩을 탈출할 때, 존과 사라 코너 모자의 탈출 통로를 뚫기 위해 두 사람에게 "Wait here. I'll be back"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엄숙하게 말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기사를 쓸 때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다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기사 내용에 신경쓰다 보면 이렇게 빗대기 위해 빌려오는 사항들은 큰 주목을 하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덧글

  • Jayhawk 2013/05/18 14:24 # 삭제 답글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 deulpul 2013/05/18 22:04 #

    맞는 말씀입니다. 역사도 옳든 그르든 기록하는 사람의 것으로 남게 되지요. 인류 문명이 반복이 아니라 축적과 발전이라는 형태를 띄게 된 것도 기억이 아니라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고요.
  • 민노씨 2013/05/20 21:11 # 삭제 답글

    기억의 배반이네요. ㅎㅎ
    기록을 남기는 사람은 거듭 주의해야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기억이 그 기억을 담고 있는 사람의 체험에 의해 변주되어 보석처럼 더 빛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임어당의 어록을 잘 못 기억해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라고 적은 유홍준처럼요. (원문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모이나니, 그때에 모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책 수집가였던 임어당의 어록 중 하나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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